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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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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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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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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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넌 이미 죽어있다."

-"네?"

-"진짜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결론 이후에 설명을 덧붙이는 그 악마의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렌스에게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기에 그저 그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는 이미 죽었어야 할 네가 이곳에 버젓히 살아있다. 그건 네가 룬의 운명에 휘말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지닌 카르마 앞에서 네 것은 무시될 정도로 작기 때문이지. 운이 좋았구나.”

-“그렇게 말씀하셔도 무슨 소린지 모릅니다.”

-“방금 말해준 나비를 떠올려라. 너같은 피레미가 가진 정보의 차이가 생과 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르지 않아.”


그 말에 렌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그를 올려다보자, 악마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그냥, 말하는 대로 따라가라.”


악마치고 영 설명에 재능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악마 답다고 해야할까. 심리전에 있어서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저 메피스토텔레스의 조언에 따르기만 한 것으로, 아케도니아에서 가장 강성한 세력들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였다.


지금 렌스의 눈앞에 있는 대공 크라이 또한 그 사실을 피해가지 못하리라.


애초에 그런 운명이었다.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워리는 자손의 생명을 빨아먹어 생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대공께서 이 사실을 공표하는 데 도움을 주신다면 위치스를 치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생명’ 과 ‘착취’ 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대공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졌지만, 렌스와 크라이 모두 내색하지 않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런 주술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다. 허나 그걸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뭔가. 심증만이 있을 뿐이지 물증은 없는 것이 아닌가."


"저희는 워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신체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크라이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속으로 미소지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한 모양이구나.'


눈앞에 있는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기사는 제 적을 눈에 앞에 두고서도 알아보지 못함에도 자신이라는 강대한 적을 만들어버렸다. 어리석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렌스는 속으로 그런 크라이를 비웃었다.


'지금 네가 쓰는 것도 포함이다.'


서로를 비웃으며 침묵이 유지되던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대공이었다.


"흥미롭구만 그래서 그 사람들이 누군가?"


"위치스의 직계 전부 그리고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벤데타 브이입니다."


'흐음, 생각보다 잘 추려냈는 걸···'


"그래서 계획은?"


렌스가 대공을 향해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전부 다 죽입니다. 산채로 국왕께 대령하면 무슨 수인들 있겠습니까. 안 되면 고문이라도 좀 하면 금방 진실을 토해낼 겁니다. 마법사들은 대게 끈기가 없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렌스는 클클거리며 혼자 웃고마는 것이다. 그 모습에 크라이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미친 새끼.'


크라이는 속으로 욕지기를 참을 수 없었다. 위치스 가문은 아케도니아의 건국을 함께한 공신 가문이다. 그런 가문의 식솔들을 의심 하나로 모두 죽인다는 것은 반역에 가까웠다.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 폭풍을 불러올 말들을 대책없이 뱉어대는 저 기사가 정말 룬이 택한 기사란 말인가?


"자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는 있나?"


"네, 역모입니다."


"그렇다면 이 제안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겠군.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터무니 없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대체 자네가 원하는게 뭔가?"


이쯤 되니 크라이는 진심으로 렌스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도저히 저 피레미 정도의 카르마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다. 상황도, 그리고 상대가 상황에 대해 세운 계획도 이해할 수 없다. 정보에서 밀린다면 다른 수단으로 돌파해야 한다.


저 기사와 나 사이에서 내가 우위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 마법, 지능, 경험···모든 것에서 앞서지만 그 무엇보다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그 사이에 놓인 시간이다.


그래, 어차피 시간은 많다. 당장 저 기사는 공에 눈이 멀어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 같을 것이다.


시간은, 내 편이다.


그렇게 한동안 바닥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크라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는 가식적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그리고 그런 크라이의 의도를 짐작한 듯이, 렌스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대답했다.


"시간을 끄는 겁니다."


그리고 렌스의 입에서 튀어나온 뜻밖의 말에 대공이 시간이 멈춘 듯이, 뱉으려던 말이 역으로 목구멍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대공은 의문서린 단발마 한 마디를 뱉어낼 수 있을 뿐이었다.


"뭐?"


"시간을 끄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크라이의 등골에 식은땀이 맺혔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고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 무엇을 놓친 것인가. 아니, 놓친 것이 아니다. 그만큼 정신 놓고 살아오지 않았다.


렌스는 경악하는 크라이를 보며 더 이상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며 얕게 웃는다.


11시 57분.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났다. 이정도면 위치스의 직계들이 자살하는 데 걸린 시간치고는 과했다. 렌스의 역할은 그들이 자살을 끝내는 동안 저 괴물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잠깐의 이목을 끄는 정도면 충분했다.


렌스가 대공을 향해 이죽이며 말했다.


"궁금하면 타이의 몸으로 이동해 보시던가."


크라이는 자신을 조롱해대는 렌스의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확인이 우선이었다.


크라이는 타이에게 연결되었을 마력의 실을 통해 의식을 흘려보냈다.


‘빌어먹을···’


하지만 타이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설마..."


"아마 지금쯤 숨이 끊어졌겠지."


"진짜 미쳤구나,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던가?"


"뒷감당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이지 워리."


이미 렌스의 주변에는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발헤임의 기사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크라이를 워리라고 부르는 렌스에게 의문을 가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의문은 곧 희미해져 희석되었다.


그 희석의 과정에서 오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기사들은 진작 제압해 포박했어야할 렌스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이는 렌스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을 비웃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이 밀려온다. 후손들을 죽인 것은 뼈 아프지만 그들을 처리한다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라고 해봤자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몸이 몇 개 줄어드는 것 뿐이다.


거기까지 판단한 크라이가 입술을 비틀어올린다.


'상관 없다, 무슨 일인지 알아내고 나서 처리하면 그만이야.'


"지금부터라도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


"뭐?"


그제서야 크라이는 렌스에게 달라진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마력의 형질이 완전히 달라졌다. 티아매트의 본질을 뒤집어 쓴 가죽에 불과했던 렌스라는 저 기사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저자는 황금으로 물들어있다.


"···빌어먹을 계승자들 같으니."


"내가 봐도 불합리한 힘이긴 하지만 뭐, 너같은 걸 상대하려면 딱 알맞을지도 모르겠군. 혹시라도 네가 눈치채면 어쩌나하고 불안했는데, 정말 짐작도 못하더군."


그 말을 잠잠히 듣고 있던 크라이가 돌연 중얼거렸다.


"지식의 저주"


그리고 말이 나옴과 동시에 발헤임의 기사들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더니 이내 기절했다.


크라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렌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무언가를 가르듯 허공에 손을 길게 가로저었다.


"지식의 저주에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거죠?"


간단한 동작과 동시에 크라이를 감싸고 있던 마법이 풀렸고, 크라이는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걸 물어보면 정말 대답할거라고 생각하나?"


렌스는 크라이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워프 게이트를 향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아하하, 미친 아해로군요 네가 이곳을 살아서 나가는 게 가능할 것 같으세요?"


이미 크라이는 마력을 끌어올려 렌스를 압박하고 있었다. 크라이는 마음만 먹는다면 렌스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저 워프 게이트는 마법사의 도움 없이는 가동이 불가능했다. 저 마냥 덜떨어진 것만은 아닌 기사가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는 몰라도, 그를 무시하고서 워프 게이트를 발동 가능한 마법사 같은 건 지금에 와서는 몇 남아있지도 않다.


여전히 시간은 그의 편이라고, 크라이는 생각했다.


"그 악마가 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추더라고."


렌스는 그렇게 말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00분.


그 순간 마법진에서 푸른 빛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가신 마법진 위에는 나스챠가 서있었다.


렌스는 곧바로 나스챠가 뻗어온 손을 맞잡았다.


"어딜!"


크라이는 곧바로 렌스와 나스챠를 향해 외우고 있던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나스챠의 손짓 한번에 날아가던 번개 화살들이 모두 사라졌다.


크라이는 렌스와 나스챠가 워프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던 크라이가 재밌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웃기 시작한다.


"아하하, 저건 진짜 같은데요."


그가 아는 상식 선에서, 그의 마법을 손짓 한 번으로 무마시킬 수 있는 것은 그 ‘나스챠’ 밖에 없다. 그녀가 완전히 깨어났다면 계획이 조금 어긋나긴 했어도, 그렇게 나쁜 방향은 아니다.


크라이는 애초에 가짜가 마법을 썻다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 저건 가짜가 기억을 이어받는다고 해서 구현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었다.


"도대체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뭘까요?"


나스챠는 분명 자신이 보여준 미래에 대해 긍정했다. 아마 그보다 나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스챠가 어리석은 선택을 한 이유는, 결국 그 아이의 주변으로 모든 것이 이끌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라이, 아니 워리 또한 그 사실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크라이가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다. 이제는 정말로 머지 않았다.


아케도니아는 타협했다. 나스챠는 도망쳤다. 에리나와 메피스토텔레스는···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워리는 이곳까지 혼자 도달했다.


그렇게 쌓아온 세월 앞에서 사소한 틀어짐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누가 옳았는지는, 태양이 떠오른 순간에 모든 것이 증명될 것이다.


"뭐 원하는 만큼 어울려 드릴게요."


딱.


크라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다시 크라이의 겉모습에 마법이 씌워지며 다시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쓰러졌던 발헤임 가문의 기사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뭐 그 악마가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크라이는 메피스토텔레스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 악마는 자신이 렌스와 나스챠를 죽이는 것을 예상하고 이곳에 보냈을 것이다.


렌스와 나스챠가 어떻게 죽건 룬은 성장한다. 아마 그 악마라면 워리의 비틀린 심성이 그를 허용하지 않으리라는 걸 예상했으리라.


크라이는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자신의 손을 빌리려는 악마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참 사람을 쉽게 본단 말이죠."


***


"생각보다 쉬운데?"


나스챠와 함께 워프에 성공한 렌스가 중얼거렸다.


-그 놈은 내게 심각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 이해가지 않는 상황에서 엉뚱한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


-그렇다고 저를 사지로 내모십니까?


-장담하는데 그 놈은 상황을 이해하기 전까지 너에게 손 끝 하나 대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나스챠를 기다렸다가 둘이 손잡고 나오면 되는 일이야.


-안 그러면요?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거라.


그 악마를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당혹이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계속해서 웃어대는 그 악마는 이것까지 모두 예상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렌스는 실제로 상황이 악마의 말대로 흘러가자, 마음 속에서는 정말 자신의 지능이 떨어지는 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때, 나스챠가 렌스의 등을 두드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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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7.01 11 0 12쪽
57 5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7 12 0 13쪽
» 5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5 15 0 12쪽
55 5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4 13 0 16쪽
54 5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3 14 0 12쪽
53 5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2 14 0 7쪽
52 5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1 11 0 17쪽
51 4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0 12 0 16쪽
50 4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9 13 0 17쪽
49 4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9 12 0 17쪽
48 4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8 12 1 13쪽
47 4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7 13 1 12쪽
46 4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6 17 1 13쪽
45 4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3 14 1 10쪽
44 4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2 44 0 15쪽
43 4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1 19 0 19쪽
42 4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0 14 0 13쪽
41 4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9 15 0 12쪽
40 3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8 14 0 12쪽
39 3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7 14 0 13쪽
38 3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6 23 0 16쪽
37 3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5 19 0 13쪽
36 3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4 16 0 20쪽
35 3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3 15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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