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초월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0
최근연재일 :
2022.12.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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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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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악연 (2)

DUMMY

천마 박중덕이었다.


-


승호의 기분은 확 가라앉았다.


‘재미없게스리.’


일진에서 양아치, 양아치에서 조폭으로 하나씩 단서를 찾아 움직이며 알버트가 찍는 활극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이야기가 기승전 천마로 바뀌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전이라면 반전이기는 한데...’


장르가 범죄 스릴러여서 흥미가 동했던 것이지. 무협은 관심 밖이다.


‘소설이라면 모를까.’


더 파고들어봤자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 같기에 승호는 박태준과 알버트를 내버려 두고 자리를 나섰다.


“형님 어디 가세요?”


“집에.”


“네? 갑자기 무슨, 이놈 뒷배경은 알아봐야죠.”


“이제 관심 없어.”


그런데 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승호와 알버트의 대화를 끊었다.


[나는 자네들한테 관심이 생겼다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하는 게 좋겠군. 금방 내려갈 테니 기다리게.]


박중덕이었다.


-


승호와 알버트가 박태준을 만나러 온 장소는 한 빌딩의 지하.


성재민에게서 아이들이 교육받는 장소가 지하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는데, 빌딩 전체를 조폭들이 사용하고 있었나 보다.


감각을 열어 건물 전체를 살펴보니, 이상한 흰 가루를 포장하는 사무실과 성매매업소, 사우나를 빙자한 시체 처리장까지. 빌딩 전체가 온갖 범죄의 온상이었다.


‘이런 것들이 한곳에 다 있다고? 경찰은 일 안 하나?’


신비 소유자 중에서도 유난히 강한 자가 운영하는 조직이니 경찰 수준으로 소탕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승호도 알았다.


하지만 문외한인 그가 보기에도 한곳에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이 죄다 모여있으니 절로 한탄이 튀어나왔다.


처음 시작은 요즘 애들이 자신이 어릴 때랑 얼마나 달라진 건지 궁금한 것이 전부였는데, 그 호기심 때문에 못 볼 꼴을 스스로 찾아본 상황이다.


상황은 다시 범죄스릴러로 돌아왔지만, 그 진상이 너무 적나라하다 보니 불쾌하기만 했다.


‘나서는 거야 문제없지만, 뒤처리가 더 골치겠는데...’


선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승호지만 불쾌한 것은 불쾌한 것이기에 직접 엎어버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생각에 빠진 그를 알버트가 깨웠다.


“이제 어쩌죠?”


‘그러고 보니 이 자식 때문에 여기 온 거잖아.’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은 승호 자신이지만, 탓할 대상이 마침맞게도 바로 옆에 있었다.


“뭘 어째. 화면으로 보고 있는 것 같으니, 내 얼굴이 녹화된 영상도 있겠지.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 지워야겠다.”


그 말과 함께 승호는 알버트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시는-”


승호의 눈동자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고정돼있다는 것을 눈치챈 알버트는 바로 팔을 붕붕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아, 물론 제가 모시고 왔으니 제가 알아서 처리해야죠. 형님은 쉬고 계십쇼.”


-


알버트는 곧장 위층으로 향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박중덕을 포함한 조폭 여섯이 지하에 나타났다.


승호의 심기가 불편할 것을 느꼈는지 알버트는 곧장 그들에게 달려들었고, 부하 다섯을 금세 제압했다.


박중덕이 지켜보기만 할 뿐. 끼어들지는 않은 덕분이었다.


“허허! 어디서 왔나 궁금했는데. 소란을 피울 정도는 되는구먼. 나름 심혈을 기울여 키운 놈들이건만...”


“딱 봐도 반쪽짜리들이었는데 심혈은 무슨.”


처음으로 나선 녀석은 박태준과 마찬가지로 면상이 바닥에 갈렸고, 남은 넷은 한꺼번에 덤비라고 도발 당한 뒤 차례차례 바닥에 누웠다.


기세가 제법 날카롭고, 사용하는 날붙이나 초식이 기괴해서 조금 놀랐지만, 알버트의 상대는 아니었다.


내공의 크기는 제법이었지만, 박태준처럼 기초가 제대로 잡힌 상태는 아닌 것이 조금 하자 있는 기공을 익힌 듯싶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부하라고 나선 것들이 그 모양이었기에 알버트는 완전히 방심했고, 바로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박중덕이 직접 나서면서 완전히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둥 둥 둥


상대는 가볍게 손짓을 한 것에 불과했지만, 몇 겹으로 겹친 기운이 연달아 밀려드는 파도처럼 알버트를 휩쓸었다.


“크윽!”


“이것도 받아보게.”


쿵!


이어서 박중덕이 발을 한번 구르자, 점점 밀려나는 알버트의 발밑에서 기운이 솟아올라 그를 덮쳤다.


“shit!”


알버트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처럼 실내가 아니라 밖이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것이다.


상대는 분명 자신보다 강했지만, 피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튀어?’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벽을 부숴가면서 싸운다면 도망칠 틈은 언제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승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 상황은 요 며칠 귀찮게 군데다가 기껏 꼬신 일도 재미없어졌으니, 한번 엿이나 먹으라는 의도일 것이다.


무작정 튀었다가는 후환이 두렵다.


‘머리 빠지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래도 나이를 좀 먹어야 멋으로 봐주잖아!’


아무리 두상에 자신이 있어도 이십 대에 대머리는 마냥 슬플 뿐이고, 스킨헤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병신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광고하는 꼴이다.


차라리 한 대 세게 맞고 기절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설마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으시겠지?’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마침 상대가 말을 걸어왔기에 알버트는 언제나 먹히는 도발을 준비했다.


“자네. 기대 이상이구먼. 무공은 어디서 배웠나?”


“Miami.”


“마이애미? 그런가. 문파들이 죄다 서양으로 넘어갔나 보군.”


“아니. 니 애미라고.”


어이없는 패드립에 박중덕이 당황한 것도 잠시.


그는 온 힘을 다해서 알버트를 후려쳤다.


쾅!


“이 씨발 홍모귀(紅毛鬼) 새끼가 오냐오냐해주니깐 선 넘네.”


-


부모 욕은 만국공통으로 금기인가 보다.


패드립 한방에 진중한 분위기를 잡던 박중덕은 이성을 잃고, 알버트를 죽일 기세로 공격했다.


물론 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승호가 기를 움직여 위력을 적당히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됐나.’


알버트가 짐작한 대로 현재 상황은 승호가 의도한 것이다.


당연히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었다.


그럴 거였으면 직접 나서고 말지. 왜 남의 손을 빌리겠는가.


단지 귀찮은 일이 생기면 자신을 만능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게 느껴져서 한번 혼을 낼 생각이었는데, 마침 마이너 천마가 튀어나온 것이다.


녀석은 딱 좋은 자동 회초리였다.


-


알버트의 멱살을 잡은 채 마무리를 지으려던 박중덕은 자신의 공격이 분산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승호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가 한 짓인가? 이 친구도 제법 대단했지만 먼저 나선 이유가 있었군.”


외형에 따라 성격도 변하는 것일까.


다시 만난 마이너 천마의 말투는 이전과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가 어떤 성격인지 이미 알고있는 승호는 비웃음만 나올 뿐이다. 방금도 분노를 이기지 못해 원래 말투를 내뱉지 않았나.


“얌마. 어디 고삐리가 얼굴 좀 삭았다고 어른한테 하대야?”


“뭐라?”


얼빠진 표정으로 반문한 박중덕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서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고삐리라니 무슨 말인가?”


“일단 손에 쥐고 있는 것부터 내려놓지?”


“내 나이를 알고 있다? 설마 네놈이 원흉인가?!”


“그러다 애 숨 막혀 죽겠다.”


승호가 알버트의 목숨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확신해서일까.


박중덕은 이미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 알버트의 멱살을 더욱더 강하게 잡았다.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다.


“닥치고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이 홍모귀 새끼 죽이고 싶어?!”


닥치라는 말에 승호는 바로 입을 다물고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읍읍읍! 읍읍읍읍!”


“이 개새끼가?! 이게 지금 장난 같아?!”


“조금?”


그 이죽거림에 얼굴이 시뻘게진 마이너 천마는 주먹에 강기를 씌워 알버트의 머리를 날려버리려 했고, 승호는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급하게 말을 붙였다.


“진정하고. 일단 부하들끼리 맞교환부터 할까? 너는 하난데 나는 여섯이나 있잖아. 내가 손해 보는 거야.”


승호의 손끝에는 그가 조폭 여섯을 가지고 형이상학적으로 쌓은 탑이 있었다.


알버트와 천마의 싸움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기에 잠깐동안 집중해서 만든 역작이었다.


그제야 인간 탑을 눈치챈 천마가 표정을 더욱 일그러트리며 으르렁거렸다.


“흥! 내가 그런 아랫것들 목숨에 연연할 것처럼 보이나?”


“얘는? 제자잖아.”


승호가 탑의 가장 밑에 있는 박태준을 가리켰지만, 박중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윽박지르면서도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려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살기로 가득 찼다.


확실하게 알버트를 죽일 마음을 먹은듯했다.


승호는 그런 분위기에 맞불을 놓았다.


“어쭈? 그럼 누가 먼저 죽이나 시합해볼까?”


그 말과 동시에 승호는 한쪽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그대로 내리찍었다.


박태준의 머리를 밟아 터트리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이던 박중덕이 승호를 막기 위해 몸을 날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안돼!”


“돼.”


쾅!


승호의 발 구름으로 인해 바닥 전체가 먼지로 자욱해졌다.


“이익!”


제자의 죽음이 충격이었는지 박중덕이 절규하려는데 그의 귀로 승호의 이죽거림이 꽂힌다.


“그러게, 교환하자니까.”


“너 이 새끼!”


분노에 찬 박중덕이 다시 승호에게 달려들려는데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그의 시야로 박태준의 멀쩡한 얼굴과 귓가 바로 옆에 깊게 패인 발자국이 보인다.


굉음과 먼지로 가려진 시야 때문에 속은 것이다.


승호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인 박태준의 얼굴을 발로 건드리면서 다시 이죽거렸다.


“네 사촌 겸 제자 소중한 거야 아까부터 알고 있었으니 진짜로 대가리 터지는 꼴 보기 싫으면 말로 하자고.”


사촌 겸 제자라는 승호의 말에 분노를 터트리려던 박중덕은 표정을 굳히고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너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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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억 탐색 (2) +1 22.08.27 393 11 11쪽
56 기억 탐색 (1) +2 22.08.24 429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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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크로노스 (3) +1 22.08.14 500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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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연 (2) +1 22.07.27 569 21 10쪽
45 악연(1) +3 22.07.25 621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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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들이 +2 22.07.21 685 24 10쪽
42 마무리 (2) +2 22.07.19 765 26 10쪽
41 마무리 (1) +2 22.07.17 804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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