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화 좀비와 메신저 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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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그림/삽화
킹스턴
작품등록일 :
2022.05.11 17:22
최근연재일 :
2022.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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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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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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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또 다른 테스트(30)

진화하는 좀비




DUMMY

요리사가 잘 익은 팔과 다리를 적당히 잘라 접시에 내놓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요리사는 다가 오는 사람들에게 살짝 미소를 보인 후 다시 식탁에서 잠시 물러섰다. 그리고 로우한을 보며 즐겁게 먹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로우한은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이내 다리 허벅지 살부터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로우한의 먹는 모습에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다른 한 사람이 식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남은 팔을 집어 먹으려 입으로 가져갔다.


“지금 그 고기를 먹으면 당신은 죽을 겁니다. 자신의 식사는 자신이 마련한 재료로만 먹을 수 있습니다.”


방송이 울려 퍼지고, 남자는 재빨리 팔을 식탁에 던졌다.


“안 먹었어!”


방송은 남자를 무시한 채 로우한에게 말했다.


“로우한 당신에게는 이번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힌트를 줬습니다. 남은 시간은 40분 입니다. 남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테스트에 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힌트를 얻기를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무슨 힌트? 로우한 무슨 힌트를 받은 거야?”


“몰라. 난 그냥 다리를 먹기만 했어. 아무것도 받은 게 없어.”


사람들은 방송이 끝나고 로우한의 말을 듣고는 죽은 시체들에 다가갔다. 그 중 덩치가 큰 남자가 작고 마른 여자를 어깨에 매고 식탁으로 다가가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요리사에게 요리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요리사가 꿈쩍도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야! 시간 없어. 빨리 요리해!”


덩치 큰 남자의 욕설을 듣고도 요리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흩어진 시체들을 돌아다니며 시체를 식탁으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한 여자는 힘이 없어서 떨어져 나간 머리통만 간신히 들고 식탁으로 가지고 와 올려놓았다. 그러자 요리사는 지체 없이 다가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끔찍한 요리였지만 여자는 두려움으로 손을 떨면서도 눈을 파 먹었다.


“당신에게도 힌트를 줬습니다. 정식 테스트 준비를 위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뛰기 시작했다. 한정된 요리사였기에 먼저 요리를 맡기기 위해 시체들에게 다가가 몸의 일부를 도려내거나 이미 떨어져 나간 일부를 들고 요리사에게 맡겼다.


요리사는 인간의 몸 전체를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을 요리했다. 그리고 중복된 신체의 일부를 가져가면 뒷짐을 지고 요리를 하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다른 부위들을 골라 요리를 맡긴 후 억지로 먹었다.


“인간의 몸을 먹게 했어. 그런데 다 다른 부위를 먹게 했어. 그게 힌트일까?”


마곤이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요리를 씹으며 말을 했다.


“그래 그런 것 같아. 우리 모두 시체를 요리해 먹었지만 단 한 명도 중복된 부분을 먹지는 않았어. 자신이 먹은 신체부위가 힌트일거 같아.”


사람들은 바닥에 주저 앉아 자신이 먹은 신체 부위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힌트야? 난 역겹지만 발가락을 먹었어. 발가락은 그냥 발가락이야. 발가락에서 무슨 힌트를 얻으라는 말이야?”


“난 귀를 먹었어. 눈을 감고 아무 겨우 먹긴 했지만 아직도 속이 거북해.”


“난 엉덩이 살을 먹었어. 배고 좀 고팠어···. 그래서 그냥 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었더니 솔직히 맛있었어.”


“난 간을 먹었어.”


“난 위.”


“난·········종아리 살을 일부 도려내서 먹었어···..”


사람들은 저 마다 요리해 먹은 부위에 대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공통점은 단 하나다. 죽은 시체를 먹은 것. 그리고 다른 점은 각기 인간의 다른 부위를 요리해 먹은 것이다.


하준은 심장을 먹었다.


“내가 아버지와 실험을 할 때 우리 몸 각 기관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여러 실험을 했었어. 물론 그땐 돼지나 쥐와 같은 동물로 실험을 했었지만···. “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이었지?”


“예를 들어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혈관이 막혀가는 환자들의 경우 혈관을 넓히는 스탠스 수술을 하듯이, 임의로 동물의 피를 탁하게 하거나 농도를 짙게 만들어 피의 흐름을 방해한 후, 유전자 편집을 통해 몸 스스로가 핏줄을 넓힐 수 있도록 하거나 혈관을 청소하게 하는 거야.”


“그럼 몸이 스스로 혈관을 넓히거나 혈관을 청소해?”


“그래. 동물 임상실험에서는 성공했었어. 인간은 모르겠지만.”


“그럼 그 임상실험과 우리가 인간의 몸의 일부를 먹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내 생각인데···.각자가 먹은 인간의 신체 부위가 힌트인 건 맞지 않을까? 그리고 내 과거 경험을 덧붙이자면 각각의 신체 부위들은 저마다의 특징들이 있어. 내가 먹은 심장의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이 피를 공급하는 건데, 심장의 기능이 악화되는 가장 큰 이유가 혈관의 기능약화에 있어. 그리고 반대로 건강한 심장은 혈관의 흐름이 원활할 때지. 그래서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나의 힌트 아닐까?”


“그럼 난 위를 먹었는데, 위는 어떤 특징이 있는 거야? 말해줘. 난 생물과목 자체를 싫어했어. 그리고 병원 가는 것도 싫어해. 그래서 위가 도대체 어떤 특징이 있는지 몰라.”


하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듯 모여 들고서는 각자가 먹은 신체 부위에 대한 질문들을 해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듯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지기 시작하자. 큰소리로 떠들며 하준에게 가까이 다가와 서로 밀치며 묻기 시작했다.


“잠깐! 물러나! 최대한 빨리 특징만 말해줄 테니 여기서부터 말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순서가 올 때까지 입을 떼지마 만약 내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계속 들리면 아무에게도 힌트를 주지 않겠어!”


하준의 강한 어조에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하준에게 각 신체부위에 대한 특징을 전달 받은 후 암기라도 하듯 웅얼거렸다.


상혁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웃긴다는 듯 비웃기만 할 뿐 자신이 먹은 신체 부위에 대해서 하준에게 묻지 않았다. 물론 자존심 강해 보이는 로우한도 마찬가지였다.


이 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먹은 신체부위에 대한 특징을 듣고는 바닥에 눕거나 벽에 기대거나 서로 자신들의 신체 부위에 대한 얘기들을 하면 본 테스트의 시작을 기다렸다.


“이제 본 테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경화좀비가 되어버린 시체들을 먹었습니다. 경화좀비의 몸은 강력한 타타르 바이러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고, 죽은 후라도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다른 몸을 찾아 떠납니다. 특히 강한 불에 노출이 되거나 요리가 되었다고 해도 이 바이러스는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불에 노출된 바이러스는 더 강력한 바이러스로 진화해 새로운 몸을 찾아 그 몸을 지배해 나갈 것 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먹은 부위에 있던 바이러스는 그 부위에 특화되어 변형된 바이러스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위를 우선 지배하게 됩니다.


설명이 길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먹은 부위가 우선적으로 죽어갈 것입니다. 타타르 바이러스에 의해서, 이제부터 이겨 내십시오. 살아 남으면 본 테스트를 통과하게 됩니다.”


방송이 멈추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은 부위를 만지며 떨기 시작했다.


위를 먹은 사람이 바닥에 조용히 누웠다. 그리고 잠이라도 자듯 눈을 감고 기다렸다.


“난··· 난.. 위를 먹었어. 그런데 심장처럼 특정 지을만한 원인이 없어. 그냥 자극적인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나빠져. 그런데 뭘 어떻게 대처를 해? 바이러스가 내 위를 죽여도 좋아. 난 이제 힘들어··· 이렇게 죽을 거야.”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먹은 부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무런 대처도 못한 채 기다렸다.


위를 먹었다는 남자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 위 주위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파! 아프기 시작했어. 누가, 누가 좀 도와줘. 사실 죽고 싶지 않아. 제발 누가 날 좀 도와줘!”


남자는 일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상혁에게도 달려가 붙들고 애원했다. 그러자 상혁은 남자를 밀치며 말했다.


“하준이 엉뚱한 짓을 했네. 너무 깊게 생각했어. 그냥 위를 먹은 사람은 위가 죽어가고 귀를 먹은 사람은 귀가 죽어가. 그 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다행이 손가락 먹은 사람이나 발가락, 귀를 먹은 사람은 쉽게 잘라 내버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사람들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방송에서 말했듯 그냥 그 부위에 특화된 진화된 바이러스에 의해 그 부위가 먼저 죽어가는 거야. 그럼 그 부위를 떼내 버리면 되잖아.”


하준도 당황했다. 그 말대로라면 자신은 심장을 도려내야 한다. 로우한도 자신의 팔다리를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조용해 봐!”


태환이 소리쳤다.


“각자 여기까지 왔을 땐 그 나름의 능력이 있을 거 아냐? 보통의 인간이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해. 이미 죽었거나 경화좀비가 되었거나 그랬겠지? 이 테스트는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라는 것 같아.”


현수도 거들었다.


“그래 맞아. 우리 모두는 남들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 능력을 말해봐.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뭉칠 차례야.”


“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죽일만한 강력한 독을 뿜어내. 그게 과연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까?”


형광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난 잘 봐. 멀리도 보고, 가끔 투과해서 보이기도 하고, 빨리 움직이는 물체도 볼 수 있어.”


“힘 쌘 사람들이야 여긴 많겠지? 나도 힘이 쌔.”


“머리가 좀 좋은 것 같아. 뇌가 빨리 움직이나 봐?”


“믿을지 모르겠지만 손톱 발톱이 내가 원할 때 날카롭게 빨리 자라. 그리고 그게 무기처럼 사용되기도 하고.”


“잘 들어. 누가 속삭여도, 심지어는 혼잣말 하는 것조차 들려.”


“난 내 몸무게의 20배는 먹을 수 있어. 그게 능력이야. 블랙 스왈로처럼 위를 내 맘대로 늘려.”


“소금쟁이 알지? 난 손바닥, 발바닥에 유분기도 없는데, 그냥 물에 떠.”


“난 사마귀를 닮았어. 카멜레온만 변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마귀도 다양하게 변해. 난 피부색도 변하지만 머리칼이 내가 원하는 길이로 금방 길어서 내 몸을 감쌀 수도 있어.”


“내 몸에 정어리처럼 길게 한 줄이 그어져 있어. 이게 주위의 온도와 압력 그리고 공기의 흐름 등을 감지할 수 있어.”


“유리날개 나비라고 알아? 모르면 그냥 투명인간 생각하면 돼. 난 아직은, 몸에 난 털만 투명으로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조금씩 다른 부위들도 투명인간처럼 업그레이드 하고 있어.”


“혹시 홍해파리라고 알아? 이건 진짜 대박인데, 난 사실 죽지 않아. 누가 일부러 날 죽이지 않는 한. 홍해파리처럼 나이가 들어도 심장 기능이나 몸의 구성 성분, 뼈의 상태, 신체 대사 활성도에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또 세포 내부에서 에너지 대사를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숫자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이 젊을 때랑 항상 비슷해. 특히, DNA에 생기는 오류를 해결하는 능력도 매우 월등하다 보니 젊음을 유지하고 오래 사는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어.”


“잠깐 조금 더 설명해봐”


마곤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그냥··· 그들이 홍해파리 유전자를 편집한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좀 찾아봤더니 그런 능력이 있더라고··· 내 몸은 늙어도 계속해서 복구하며 늙지 않아.”


“그래 그거야. 네가 해결하자!”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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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4단계로 가는 길(33) 22.06.08 10 1 10쪽
33 석지 그리고 선화(32) 22.06.07 22 1 11쪽
32 홍해파리(31) 22.06.06 11 1 11쪽
» 또 다른 테스트(30) 22.06.05 29 1 12쪽
30 뇌경화 좀비(29) 22.06.04 10 1 11쪽
29 타타라 바이러스(28) 22.06.03 25 1 11쪽
28 상왕(27) +2 22.06.02 13 0 11쪽
27 로우한과 선화(26) 22.06.01 21 0 11쪽
26 하준, 태환, 현수(25) 22.05.31 18 0 12쪽
25 상혁(24) +2 22.05.30 18 1 11쪽
24 3단계 홀(23) 22.05.2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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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김하준, 키메라(19) 22.05.25 10 0 11쪽
19 상혁(18) 22.05.24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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