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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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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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9화

DUMMY

혼체의 말에 태승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삼년 수련하고, 이년 동안은 뭣을 합니까?]


[일 년은 금관비사, 일 년은 포방과 싸워서 이겨라.]


태승은 입을 딱 벌렸다.


[그, 그게 됩니까?]


[한핵공은 천하의 어떤 공법보다 강하다. 왜 못 이긴다고 미리 단정하는 거냐?

뱀 새끼나 시체속의 잡귀 따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없다는 나약한 생각은 버려.


그리고 오년 뒤 대회는 생사결이다. 죽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죽기 싫으면 목숨 걸고 훈련하란 말이다.]


화를 벌컥 내신다. 이런 모습 처음이다.


‘쓰, 잘못하면 맞겠다.’


태승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알겠습니다.

저번 대회 때 벽신국에서는 누가 대회에 참가했나요? 일월문주? 표향문주?]


[벽신국에서? 네 안목이 너무 저렴해졌구나. 참가한 수사가 단 하나도 없다.

전부 예선에서 떨어졌어.

양신경에서는 네가 벽신국 역사상 처음으로 참가하는 수사가 될 거다.]


태승의 호승심이 발동했다.


[당장 손에 맞는 무기를 찾아와야겠습니다. 땅에 묻었거든요.]


[으흥, 그것.]


혼체의 반응이 별로다.


[글쎄다. 귀룡검은 쓸 만하겠더구나. 장심뢰는 보조로 딱 한 번 쓰면 되겠고.]


[어떻게 아세요?]


[금관비사가 얘기해 줬다.

장심뢰는 네 선조가 쓰는 것을 천 년 전에 봤고.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래.]


[사부님 수준에서야 뭐든 마음에 들지 않겠죠.]


[그게 아니다, 이 녀석아.

신외지물인 병장기보다 네 몸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네 기해 속의 지극음화야 말로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한기를 가졌고, 한빙종과 잘 맞는 최상의 무기다.


한핵공으로 지극음화를 잘 다스려라. 이것만 제대로 해도 양신경에서는 너에게 이길 자가 없을 거다.

지극음화와 상극인 천극양화를 가진 자라도 잘 해야 비길 걸?]


[그래도 제 무기 찾고 싶은데요.]


[나중에 찾아도 돼.

오년 뒤, 적사제국 수도 대정성으로 가는 길에 찾으면 될 거 아니냐.]


[그 사이 누가 찾아가면 곤란하죠.]


[보채기는.

이 녀석아, 양신경이 되고나니 땅에 묻을 때 마음을 벌써 잊었느냐?

도(道) 외에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마음 말이다.]


태승은 찔끔했다.


[지하에 천급 영보 여덟 개가 있으니까, 네 수련 수준에 맞춰서 하나 꺼내가도록 허락해 주마.]


[천급 영보요? 세상에!]


찔끔한 것도 잠시, 태승의 입이 귀에 걸렸다.


[좋아할 것 없다. 토둔술로 만장 지하까지 들어가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네 녀석의 실력을 시험할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해.]


[만장 지하까지 제가 내려가야 해요?]


[그럼, 내가 갈까? 네 건데?]


바로 꼬리를 내렸다.


[늦어도 이십 년 내로 영보를 전부 다 꺼내야 한다.

나 하나, 금관사 하나, 포방 하나, 안개구슬이 좀 더 영특해지면 하나.

네 개는 우리가 가지고, 나머지 네 개는 네가 써라.


예령의 재능이 뛰어나던데, 하나 줘서 네 왼팔로 써먹어도 되고.

그때 본 바로는 그 여아 음률에 타고났던데, 천월금(穿越琴)을 주면 되겠어. 좀 아깝지만.]


태승이 손사래를 쳤다.


[고것은 성질머리가 더러워서 못써요.]


[그런 것을 다 포용할 줄 알아야 한빙종 종주가 되는 거다.

오년 뒤 대회에 참가하여, 쓸 만한 인재를 포섭해서 네 사람으로 만들어.

천급 영보 준다면 고개 숙일 놈들 많을 거다.]


[영보 때문에 수하가 된다? 그런 놈을 쓴다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


[사람은 쓰기 나름이다. 옆에 끼고 있으면서 감동을 주고 감복시켜야지.

종주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능력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천월금은 어떤 영보인가요?]


[천월 신통, 즉 상대를 다른 시간대의 다른 공간으로 날려버리는 신통을 가진 거문고다.]


태승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완전 무적인데요?]


[그러니 아깝다고 하는 거지.

지하의 팔대 천급 영보 중에서 수위를 다투는 영보다.]


[사부, 안됩니다. 그런 영보를 예령 같은 애에게 줄 수 없어요. 성질나면 적이고 아군이고 다 날려버릴 텐데.]


[걱정하지 마라.

신통이 큰 만큼 사용할 때 제약이 많다.

한번 쓸 때 마다 천월금을 쓰는 사람의 수명이 십년씩 줄어든다.

게다가 5경 화신경이상만 쓸 수 있다. 쓰기 며칠 전부터 목욕재계해야 하고.

더구나 한번 쓸 때마다 딱 한사람만 찍어서 공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 안심이네요.]


[자, 이만하고 일어나.

당장 안개호수 밑으로 가서 폐관수련 해.]


[에이, 하루 정도는 쉬어야죠.]


[금관사, 포방, 안개구슬 전부 쉴 새 없이 수련하고 있다.

네가 천겁을 겪는다고 잠시 나와서 봤지만, 무사히 넘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수련중이야.

얘들에게 뒤져서야 되겠느냐?]


[알았습니다. 할머니 산소에 들렀다가 수련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라. 네가 수련 중에 나도 세상 밖으로 나가서, 자매들을 좀 더 찾아서 데려와야겠다.]


[조심하십시오. 삼년 뒤 뵙겠습니다.]


태승은 큰절을 올리고 동굴 밖으로 나와 할머니 산소로 향했다.



풍령종은 칠대종 중에서 홍예종 다음가는 종파. 음률로 공법을 만들고, 그것으로 신선이 된 수사가 세웠다.

소리를 다루는 방면으로는 천하제일이다.


그런 대종파에 운 좋게 들어간 예령. 빡세게 구르고 있었다.


“아, 씨. 짜증나. 매일 악기만 닦으라고 지랄이야. 수련은 언제 해.”


예령은 수건으로 악기를 닦다가 수건을 집어던지고 주저앉았다. 왼쪽 뺨의 싸대기 흔적이 흐릿하다.


악기전(樂器殿)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웬만한 성 크기의 거대한 전각 안이었다.


풍령종이 장악하는 풍령산맥에는 이런 전각 칠십 두 개가 있다. 광활한 대지에 성 칠십 두 개. 작은 왕국이다.


악기전 일층에 일백 서른 여섯 개의 커다란 방이 있고, 방마다 같은 모양의 악기 삼천 삼백 개가 질서정연하게 진열되어 있다.


악기는 하나같이 영력 파동이 번쩍거리는 상품 영보.


예령은 일 년 동안 매일같이 악기만 닦았다. 하루에 천삼백 개를 닦아야 일 년 내 전부 다 닦는다. 깨먹으면 그냥 모가지다.


삼년 전.

선법대회의 2위가 되었고, 영맥이 풍령종과 맞는다고 특별히 풍령종의 사자에게 선택되었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꿈에 부풀었다. 금방이라도 결신경이 될 것 같았다.


“근데, 이게 뭐야.”


첫해에는 기본 공법을 배웠다. 진도가 빠르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이 년째 되던 해, 첫 승급 시험에서 꼴찌를 했다. 무려 일천 삼백 이십 명 중에서 꼴찌다. 누군가 자신의 악기에 수작을 부려놓아 시험을 망친 것이다.


일 년간 악기전에서 악기 닦는 벌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연놈인지 잡히기만 해보라. 찢어 버릴 테니까.”


예령의 성질에 진작 때려치우고 나왔겠지만, 사형이 보낸 전음 때문에 참고 지냈다.


(벌이지만, 어쩌면 기회다.

너와 인연이 닿는 악기가 있을지 몰라.

손으로만 닦지 말고, 정성을 들여 마음으로 닦아봐.

그러면 언젠가 네 손길에 반응하는 악기가 나올 거야. 그게 네 거다.

사부께 달라고 말씀드려. 반응이 확인되면 반드시 하사하신다.

그런 악기면 실력이 배가되고, 재시험 치면 십 등 안에 분명히 든다.

찾아. 참고 견디며 반드시 찾아.)


예쁘다고 자꾸 달라붙던 놈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게 벌써 일 년 전이다. 벌 받는 기간은 거의 다 끝나간다.


반응하는 악기는 개뿔. 팔만 굵어지고, 손만 거칠어졌다. 허리도 아프다.


“아, 씨. 몰라. 배 째.”


예령은 아예 드러누웠다.


“야, 뭐하는 짓이야.”


이층을 담당하는, 오 년 먼저 들어온 사옥(査玉) 사저가 수건을 빙빙 돌리며 다가왔다.

까무잡잡한 얼굴. 눈에는 시퍼런 질투의 불길, 입에는 악의에 찬 미소를 흘리며 다리를 건들거리는 모습이 불길하다.


자기보다 훨씬 예쁘다고, 들어온 첫날부터 시비를 걸었다.


예령은 후다닥 일어나 예를 올렸다.


“사저. 언제 내려오셨어요?”


“예는 됐고, 다 닦았어?”


“아직 좀 남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논다?

너 간이 큰 거야, 뇌가 없는 거야, 눈알이 없어 뵈는 게 없는 거야?”


수건으로 뺨을 톡톡 친다. 보기에는 건드리는 것 같아도, 영력을 넣어 건드리기 때문에 싸대기 맞는 것처럼 아프다.


눈물이 핑 돌고, 성질이 났다.


‘썅, 확 엎어버려?’


그날 밤, 예령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 참았는지 기억도 안 났다.


처량하게 누워있으니 생각나는 거라고는 숙부들. 그리고 처음으로 싸대기를 때려준 그 사내.


자기와 태승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 완전 남남이다. 예령은 자기도 모르게 왼쪽 뺨을 어루만졌다.


‘태승, 그 자식은 잘 있을까.’


그러다 생각이 다른 데로 갔다. 예령은 발딱 일어나 앉았다.


‘절대 이대로는 못 살아. 사옥 그년은 절대 그냥 안 둬.

내 덕분에 꼴찌면한 주제에.

악기를 찾자. 그것만이 답이다.’


사옥은 지난 오년간 항상 꼴찌였다.


다음날부터 예령은 죽기 살기로 악기를 닦았다. 닦는 속도가 엄청났다. 목표는 악기전의 마지막 방.


열흘 뒤, 바라던 방에 들어간 예령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이 엄청 크더니, 악기가 만개도 넘겠네.’


여태까지의 방들은 악기가 가지런히 깔끔하게 배치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방은 달랐다.


다른 방보다 몇 배는 크다.

옛날 금사방 집만큼이나 넓고, 무수히 많은 악기는 구석구석 빼곡히 박혀있다.


악기는 생긴 것도 완전히 제멋대로다. 악기라기보다 조각품, 무기에 가깝다.


“요족, 마족들이 쓰던 악기를 모았다더니 진짜 괴상한 게 많네.

개수가 많아 좋다! 운만 좋으면 내 것을 찾을 수 있겠다.”


많으면 오히려 자기에게 맞는 악기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예령의 전투력이 상승했다.


방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영력을 방 전체에 퍼뜨렸다. 자신의 것이라면 영력에 반응할 것이다.


다른 방에서도 악기 닦기 전에 해 봤지만 약간의 파동 흔들림만 있을 뿐, 확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흔들림도 없다.


“요족, 마족이 쓰던 거라 인간족의 영력에는 반응하지 않는 건가?”


예령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좋아, 좋다고. 이판사판이다.”


칼로 열손가락 끝을 찢었다. 철철 흐르는 피를 분수처럼 사방으로 뿌렸다.

작은 핏방울이 하나씩 악기에 떨어졌다. 이정도로 영력을 정교하게 운용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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