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으라.
예수. 그 이름의 파급력은 어마무시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으며, 전 세계로 봤을 땐 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있는 세상에서, 설령 가짜라 할지라도 예수가 재림했다는 소리가 들리면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10월 13일 날에 예수님이 대한민국에 오신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래서 우린...”
5년 전, 가짜 예수가 십만을 넘어가는 시점에, 부산에 진짜 예수가 재림한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부산의 한 사이비 종교에서 곳곳에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모습만 그럴듯한 예수가 나타날 줄 알았으나, 부산 일대를 소멸시켜 버리며 나타난 예수에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물론 이놈 역시 가짜였긴 하였으나, 광역시 자체를 날려버리는 미친 짓을 하는 바람에 교황청과 국내의 이단 심판관들이 이놈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5년 전에도 가짜 예수가 나타났던 걸로 아는데, 이번에도 가짜 아닌가요?”
가짜, 이 두 글자에 여자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감히 예수님을 의심하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워낙에 사이비가 많으니까요.”
“저흰 사이비가 아니에요. 예수님의 위대함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인들의 눈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예수님은 실존해요. 13일 날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거에요.”
여자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맹목적인 광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참 궁금할 따름이다.
“제가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물론이죠. 여기 명함을 드릴테니, 언제든 믿음이 필요하시면 전화주세요.”
여자는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는데, 명함에는 여자의 이름과 그녀의 전화번호, 그리고 처음 보는 표식도 적혀있었다.
아마도 이 사이비 종교의 문양 같은 것일거다.
“네. 감사합니다. 한 번 최선을 다해 믿음을 가져볼게요.”
“네! 힘내세요!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가실 겁니다!”
나는 여자에게 인사를 하며 거리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곧장 차를 타고 청으로 돌아왔다.
“미친 사이비 새끼.”
저 말로는 사이비가 아니라 하지만, 여자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미세하게 유혹의 향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사이비가 아니고서야 이런 짓으로 포교를 할 필요가 있나. 참 병신같은 연놈들이다.
***
벌컥.
재환이는 출동을 나간 것인지 방에는 찬석이만 있었다.
“오셨어요? 또 무슨 짓을 하셨길래 내이버 메인 사진에 팀장님이 뜨는거에요?”
“정신 장애 있는 여자 관련 일인데, 그건 됐고, 일단 이거 좀 봐.”
나는 찬석이에게 여자의 명함을 건넸다.
“팀장님. 이거...?”
“사이비 같은데, 한 번 조사해봐. 다음 주 토요일에 예수가 한국에 온댄다.”
“참 사이비들은 왜들 그렇게 예수를 못 불러서 안달인건지.”
가짜 예수 자체는 문제가 되질 않는다. 단순히 예수가 멋져서 ‘주인공화’가 된 케이스도 많으니 말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자신이 진짜 예수라 말하고 다니며 나라 안에다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사이비들이 종종 나타나곤 하는데, 말하는 꼬라지를 보면 같은 지구에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일단 제가 한 번 조사해볼게요. 설마... 진짜 예수가 나타나는 건 아니겠죠?”
“그러지 않길 빌어야지. 일단 대비는 하자고.”
“네. 이따 재환이 오면 말해둘게요.”
그나마 개인이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시대가 돼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이제 3일 남았나?”
“네. 13일 오후 1시, 광화문 광장이요.”
“또 거기구나.”
며칠동안 ‘희망교회’에 대해 조사하면서 꽤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격변’, 즉, 예수의 재림은 3일 뒤,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서 이뤄질 예정이다.
예상 외로 이들의 세가 상당했는데, 희망교회의 후원사 중 하나가 국내 제조업 계열 1위 기업인 대한그룹에다가 SNS 및 각종 미디어에 희망교회에 관한 긍정적인 면을 도배하다시피 부각시켜서 그런지 신자들이 꽤 많았다.
물론 대부분의 역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능이 한 몫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자들에게는 연락 다 돌렸어?”
“네. 그런데 대한그룹 쪽에서 압력을 넣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기사가 별로 안 뜨는거였군.”
여타 사이비들이 그렇듯, 희망교회의 곳곳에서 여러 비정상적 행적들을 찾을 수 있었고 기자들에게 그 정보들을 보냈는데, 대한그룹 측에서 사전에 기사들을 자르고, 오히려 홍보 기사들을 작성하게 하는 등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정체불명의 이능 탓인지 희망교회에 대한 시민들의 호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잠시 기사들을 살펴보던 찬석이가 놀라서 소리쳤다.
“팀장님! 이거 보세요!”
“뭔데.”
찬석이가 가리킨 화면에는 한 기사가 떠 있었다.
[13일(토) 오후 1시, 광화문 광장서 ‘격변’ 생중계 예...]
“이걸 생중계까지 한다고?”
“와... 도대체 어디까지 줄을...”
희망교회 측에서 아예 작정을 한 듯 공중파 3사 동시 중계를 진행한다는 기사가 떴다. 아무리 이미지가 좋다고 해도 그렇지, 텔레비전에 생중계로 사이비 종교활동이 나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당연히 댓글에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예수믿고천국가요 : 예수님이 오신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
[ HWANI0104 : 아니 저딴 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
ㄴㄴㄴ [ 오늘의 날씨 : 저딴 거라뇨 ㅡㅡ 종교의 자유 모름? 무시하지 마셈 ]
ㄴㄴㄴㄴㄴ [ 치즈피자 : ㄹㅇ 저런 놈이랑 같은 한 표라니, 나라가 망해가는 듯 ]
[ 송현송훈맘 : 이번 주에 광화문 가서 예수님 영접합니다!!! ]
ㄴㄴㄴ [ grapejuice : 저도 가요! ]
ㄴㄴㄴㄴㄴ [ 무직백수 : 저도!!! ]
ㄴㄴㄴㄴㄴㄴㄴ [ 급성발작 : 와 부럽 ㅠㅠ ]
.
.
.
이미 한 번 당했던 것을 까먹은 것인가? 도대체가...
“잠깐 나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나는 곧바로 철중이형을 찾아갔다
***
“아니, 왜요?!”
“성진아. 너도 알잖냐. 이제 국가끼리 간섭하는 게 좀 힘들어졌다는거.”
이미 몇 일전에 교황청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교황청에서도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하였으나 3년 전 제정된 법 덕분에 교황청에서 희망교회 건을 도와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저게 전국에 생중계 되는 게 말이 되는 거에요?”
“어쩔 수 없어. 여론도 되게 좋고, 뒷배가 상상이상이야.”
“아니... 전례가 없던 거도 아니고, 사이비가 나오는, 아니 이게 상식적으로 맞나 싶네.”
철중이 형은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너네가 현장에서 직접 족치는 수밖에 없어.”
“하...”
헌법에도 적시돼 있듯이, 모든 국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보장된다. 하물며 그것이 사이비일지라도, 뭘 믿든 간에 그건 개인의 자유니.
따라서 지금 당장 희망교회에 쳐 들어가 사이비의 사 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건 할 수 없었다.
즉, 현장에서 불법의 소지가 있는 행위가 벌어졌을 때 체포를 해야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고.
“그래도 그때 기동대원들 배치할테니깐 개네랑 같이 진압해.”
“일단 알겠어요.”
“그래. 부탁한다. 성진아.”
나는 이 엿같은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
13일 당일, 광화문 광장.
“빛이 되어~ 하ㄴ...”
““빛이 되어~ ...””
앞쪽 무대에서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광장을 꽉 채운 신자들이 떼창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A팀, 이상 무. ]
[ B팀도 이상 없습니다.]
행사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동대가 광장 외곽 쪽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진 별 다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참... 그냥 행사네. 행사.”
“그러게요... 누가 이걸 사이비라고 보겠어요...”
정말 종교활동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희망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격변’은 마치 하나의 축제 같은 양상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의 인기를 행할 수준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그 가짜 예수라는 자가 엄청난 수준의 이능력자이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제 시간이 1시에 다다르자, 진행자가 카운트다운의 개시를 알렸다.
[자~ 그럼 이제부터 다같이, 카운트다운을 해볼까요?!]
““네~!!!””
그에 맞춰 우리 팀을 비롯해 미리 지시 받은 기동대원들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했다.
““10!!!””
나는 주변을 대충 둘러봤다.
““9!!!””
그나마 다행인 점은, 기동대원들을 더불어 시민들 중 대부분이 이능 보유자라는 점이다.
““8!!!””
최소한 자기 몸들은 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가짜 예수 퇴치에 도움을 줄 지도 모른다.
““7!!!””
나는 손바닥에 묻은 땀을 닦아냈다.
““4!!!””
““2!!!””
이제.
““1!!!””
쿠구구구구구구궁.
무대 중앙에 한줄기 빛이 쏟아졌다.
빛은 엄청 거세었기에 잠시동안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고 있어야 할 정도였다.
[드디어... 예수님이 강림하셨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
푸쉬시시시시시.
잠시 무대에 차올랐던 연기가 사라지고, 그 속에서 흰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걸어나왔다.
저벅- 저벅-.
!
저번에 나에게 명함을 건넨 그 여자였다.
설마 자기 자신이 예수가 되려 했을 줄이야. 미친년.
[예수님. 저희에게...]
사회자가 말을 하려는데, 여자가 손을 들어올려 말을 멈췄다. 여자는 손을 내리곤, 고개를 돌려 주변을 흝어봤다.
낌새가 이상해 명령을 내리려하는 찰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빛이 있으라.]
화아아아악.
“예수니...”
“잡ㅇ...!!!”
빛이 퍼져나가며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무대도, 사람들도, 나도.
-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서 나오는 교회 명칭이나, 종교 같은 것들은 다 가상의 소재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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