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의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나의날에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1 20:00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27,004
추천수 :
742
글자수 :
622,092

작성
22.06.13 20:12
조회
204
추천
6
글자
12쪽

제 50화

DUMMY

쾅 쾅 쾅


분명 단테 일행은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예상 사정거리보다 바깥쪽에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령이 깃든 식물]이 땅을 한 번 때릴 때마다 생각 이상의 공포와 무거운 진동이 발끝을 타고 전해졌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식물이고, 자신들이 이 이상 다가가지 않으면 공격받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건 분명했지만, 멀리서도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모습과 가시덩굴이 휘둘러질 때마다 들리는 바람 소리는 저절로 뒤로 물러나고 싶게 만들었다.


“저 정도면 가까이 가는 게 자살행위겠습니다. 제가 방어 특화라지만 몇 번이나 저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군요.”


주다스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A급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주다스가 그렇게 말하니 단테도 걱정이 앞섰다.


“이러면 오크들도 안 달려들겠는데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단테의 말에 주다스와 루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작전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군. 저 정도라면 오크 새끼 100마리를 납치했다 해도 달려들 생각을 못 할 거야.”


원래 계획은 ‘적당히’ 위협적인 식물 쪽으로 유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식물의 공격 사정거리 안에서 오크들과 싸우면, 자신들도 위험하긴 하지만 오크의 수를 수월하게 줄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정령이 깃든 식물]에게 공격받은 오크도 식물을 공격하고 그럼 자신들에게 많은 수의 오크가 달라붙는 걸 막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정령이 깃든 식물]이 뿜어내는 존재감이 상상 이상이었다. 자신들도 근처에 갔다간 오크를 상대하기도 전에 저 어마어마한 두께를 가진 줄기에 쓸려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존재감은 오크들도 느낄 것이었다.


‘그러면 절대로 [정령이 깃든 식물] 근처로 오지 않을 거야. 뭔가 방법이 필요해.’


단테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잠깐만요!”


한쪽으로 달려가더니 한 아름의 풀을 들고 왔다.


“그건···. 자이란 풀이군?”


단테의 손에 들려있는 풀 무더기를 보고 루이스가 말했다.


“네. 자이란 풀이야 원래 자생력과 번식력이 뛰어나 거의 잡초수준으로 널려있으니 여기도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참 다행이죠.”


“근데, 그 풀은 또 왜? 어떻게 하려고?”


주다스가 단테에게 물었다.


단테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무서워서 여기까지 안 올 것 같으면, 안 무섭게 하면 되지 않겠어요?”




단탈시 중앙광장


중앙 분수 옆에 [시야 공유] 영상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 경쟁전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3개의 팀이 모두 한 번에 보이는 삼각기둥 구조의 화면이었지만, 대부분 사람은 한 화면 앞에 몰려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응원하는 단탈시 경쟁전팀이 보이는 화면에.


이 [하일라] 영지에서는 일반 시민들도 다른 시의 시민들에 대한 경쟁심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전을 지켜보는 대중들의 관심과 반응은 항상 뜨거웠다.


처음 각 시의 미션이 공개될 때는


“말도 안 돼! 이번에 난이도 차이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무리 난이도가 제일 높은 의뢰여도 그렇지. 고작 40명으로 어떻게 600마리의 오크를 막아?”


라는 압도적으로 많은 부정적인 의견과 그래도 성공만 한다면 경쟁전을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뒤섞여있었다.


그러다 경쟁전팀이 갑작스럽게 300마리가 넘는 오크를 마주쳤을 때는 작은 희망도 사라지는 가고 싶었다.


300마리면 처리하지 못하는 숫자는 아니어도 300여마리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었으니 이 기습으로 큰 피해라도 보게 된다면 미션은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투는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피해가 거의 없이 300여 마리가 되는 오크를 거의 물리쳐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였지만, 정예들만 뽑는다는 경쟁전팀이라는 점과 자신의 시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의구심보단 환호가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어려 보이는 용병 하나가 늑대들에게 끌려가는 장면도 나오긴 했지만 잠깐만 안타까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희생자는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 경쟁전이었고, 대중들이 원하는 건 결국 ‘승리’였으니까.


치열한 전투 끝에 300여마리의 오크들에게서 승리를 쟁취해냈고 피해는 사상자는 15명 안쪽인 듯 보였다. 40명에서 15명의 손실은 커 보였지만 이미 절반에 가까운 오크들을 처리했고, 중간에 사라진 단테 일행이 포함된 15명 중에서도 전투에 참여 가능한 사람도 5명은 되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결과였다. 사람들은 화면을 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좋아! 이렇게만 가자고!”




엔드류와 브리온은 한숨을 내쉬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 오크들과 직접적으로 전투할 계획은 없었다. [정령이 깃든 식물]을 처리해 끝낼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오크들이 먼저 공격할 줄이야.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원래 계획보다 더 좋아졌다.


엔드류는 시야 공유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슬쩍 쳐다봤다.


생각보다 용병들과 기사들이 잘 싸웠다. 전체 수의 절반에 가까운 오크들을 생각보다 큰 피해 없이 처리했다. 이정도 모습을 보여줬으니 [정령이 깃든 식물]만 처치하고 돌아가는 것보다 여론이 훨씬 좋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 원래 계획대로 다시 진행만 한다면 완벽한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그들의 표정은 처음 시작보다 훨씬 밝아져 있었다.


그때


“커다란 연기입니다!”


갑자기 누군가 한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정리하던 모든 인원이 전부 그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마치 큰불이라도 난 것처럼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저기 근데 우리가 가던 방향 아니야?”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들 번뜩 정신을 차렸다. 연기가 피어오른 곳이 바로 팀이 향하고 있었던 [정령이 깃든 식물]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상황 파악이 된 후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 하는 부류와 급격히 표정이 안 좋아지는 부류로.


물론 산불이라는 것이 굉장히 위험하고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1년 중에 비가 자주 내리는 우기였다. 지금도 비가 내리지 않을 뿐이지 공기 중에 습기가 꽤 있는 게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즉 산불로 인한 큰 피해가 갈 가능성은 적다는 것. 그리고 [정령이 깃든 식물]은 결국 식물. 강하다고 하지만 저렇게 큰 연기가 나는 불이라면 자연스럽게 타서 없어질 가능성도 컸다.


그래서 사실 대부분의 용병들의 표정은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우면 가벼웠지.


표정이 안 좋아진 쪽은 바로 엔드류와 브리온이었다.


‘젠장! 갑자기 이 상황에서 불이라니. [정령이 깃든 식물]이 불에 타면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서둘러 가야 해.’


“다들 짐을 챙겨라!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이동한다!”


엔드류가 크게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엔드류와 그의 말에 다급하게 준비하는 기사단을 보며 몇 용병들이 의아해했다. 불이 났으면 미션엔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안 좋은 일은 없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당황한단 말인가?


물론 그렇다고 엔드류의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어찌 됐든 ‘시장의 아들’로써 산불을 막으러 간다는 상황은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의뢰만을 위해 산불을 놔두는 건, 시야 공유도 진행되는 지금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이 의아해했던 이유는 하나.


의뢰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산불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좋아할 엔드류와 브리온이 진심으로 당황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령이 깃든 식물]을 없앤다는 것 자체가 자연을 파괴한다는 것인데, 산불이 났다고 저렇게 당황한다니.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일단 대열이 이동했기에 다들 짐을 챙겨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기가 피어오른 곳에 거의 다다른 경쟁전팀은 가쁜 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원래 있었던 곳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곳이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 거기에 마음이 급한 엔드류와 브리온이 자신들도 힘들어하면서도 걸음을 재촉했기 때문에 산속 지형이 익숙한 용병들도 숨이 헐떡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피어오르던 연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산불로 인한 열기 같은 것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의아했다. 하지만 그 말은 산불로 인한 위험 요소는 없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연기의 시작점에 도착한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기가 많이 걷혀서 시야 구분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놀란 까닭은 눈앞에 보이는 끔찍한 풍경 때문이었다.


“에..엔드류님 저게 설마 [정령이 깃든 식물]인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다들 뒤는 보지 않고 한 곳에 시야가 꽂혀있었기 때문에 누가 말 한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처에 가면 죽는다’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광경. 성인 남성보다 두꺼운 가시덩굴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한 식물과 그 주변에 널려진 처참한 모습의 오크 시체들은 제아무리 실력 좋은 용병이나 기사라고 해도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하기엔 충분했다.


“얼마 안 된 정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한 용병의 물음에 기사단장들은 포함한 엔드류와 브리온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히 사전 조사때 작은 꽃 한 송이 정도의 식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광폭화 스크롤까지 편하게 사용했다. 그런데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뿌리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이러면 계산이 너무 틀어져 버린다. 경쟁전 의뢰는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 의뢰를 위해선 저걸 없애고 챙길 게 있는데, 명분이 너무 부족해’


엔드류가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


“그래도 여기에 보이는 오크들만 해도 엄청난 수입니다. 이정도면 거의 마무리 된 것 아닙니까?”


A급 용병들이 앞으로 나서서 물었다. 실제로 그 말이 맞았다. 최종적인 목표는 ‘오크들의 대규모 이사를 막아라’였다. 600마리가 넘는 오크들과 정면승부가 불가능해서 [정령이 깃든 식물]의 힘을 빌리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절반의 오크들이 먼저 습격해왔고 그들을 잘 이겨내는 모습도 이미 다들 지켜봤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오크들 중 대부분은 저 식물이 처리했다.


광폭화 스크롤의 효과는 곧 없어질 테니 그때까지만 주변에 다가가지 않으면 되고, 이제 얼마 안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크 잔당들만 처리하면 되니,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꽤 좋은 나무였다.


하지만 엔드류와 브리온의 표정은 계속해서 좋지 않았다.


이정도면 완벽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데도 그들의 표정엔 뭔가 불만족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때 한쪽 풀숲이 부스럭거리며 3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아까 늑대에 끌려 사라졌던 단테와 그를 구출하기 위해 달렸던 루이스와 주다스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단테의 이야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부터는 매일 연재가 아니라 자유연재에 들어갑니다. 시간 날때 최대한 열심히 쓰긴 할테지만 그래도 5~7회분의 여유분은 있어야 나중에 수정할 때 좋아서 비축분을 가지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항상 선봉의 네크로맨서를 관심있게 지켜봐주셔서 감사하고 간간히 단테를 잊지않고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략 일주일에 2~3번 연재 계획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봉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3.03.23 41 0 -
공지 연재 주기 변경안내 23.03.12 14 0 -
공지 소설 수정 작업중입니다. 23.01.21 148 0 -
115 제 114화 - 루이스의 진정한 힘 +1 23.03.21 37 1 11쪽
114 제 113화 23.03.16 27 1 12쪽
113 제 112화 - 바람의 힘 +1 23.03.14 32 1 13쪽
112 제 111화 - 나비효과 23.03.10 40 1 11쪽
111 제 110화 - 전쟁[불의 거주지] (4) 23.03.08 40 1 11쪽
110 제 109화 - 전쟁의 시작 [불의 거주지] (3) 23.03.06 37 1 12쪽
109 제 108화 - 전쟁의 시작[불의 거주지] (2) 23.03.03 49 1 12쪽
108 제 107화 - 전쟁의 시작[불의 거주지] (1) 23.03.01 53 1 12쪽
107 제 106화 - 전쟁의 시작[바람의 거주지] (2) 23.02.27 52 0 12쪽
106 제 105화 - 전쟁의 시작[바람의 거주지] (1) +1 23.02.24 61 1 12쪽
105 제 104화 - 전쟁 준비 (2) +1 23.02.22 55 2 13쪽
104 제 103화 - 전쟁 준비 (1) +1 23.02.20 55 2 13쪽
103 제 102화 - 실력확인 (3) +1 23.02.17 69 2 12쪽
102 제 101화 - 실력확인 (2) +3 23.02.15 68 4 12쪽
101 제 100화 - 실력 확인 +2 23.02.13 70 3 14쪽
100 제 99화 - 바람의 인도자의 바람(3) +2 23.02.10 74 3 12쪽
99 제 98화 - 바람의 인도자의 바람(2) +1 23.02.08 67 3 12쪽
98 제 97화 - 바람의 인도자의 바람(1) +2 23.02.06 71 3 12쪽
97 제 96화 - 음모 +1 23.02.03 75 3 12쪽
96 제 95화 -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1 23.02.01 81 3 13쪽
95 제 94화 - 첫 동맹 +1 23.01.30 86 3 12쪽
94 제 93화 - 3번째 하이언데드 +1 23.01.27 98 3 13쪽
93 제 92화 - 바람의 의지 +1 23.01.25 83 3 12쪽
92 제 91화 - 단테 VS 루이스 (2) +1 23.01.23 77 3 12쪽
91 제 90화 - 단테 VS 루이스 (1) +1 23.01.20 86 4 11쪽
90 제 89화 - 주다스 VS 루나 (2) +3 23.01.18 84 3 11쪽
89 제 88화 - 주다스 VS 루나 (1) +1 23.01.16 8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