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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얼굴이 많은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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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좋다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5.18 15: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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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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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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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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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수배서(1)

DUMMY

잠에서 깰 때마다, 유진 록슈타인은 매번 다른 사람이 된다.


어제는 등이 구부정한 늙은이었고 오늘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었다.


다음엔 누구로 변할지는 유진조차 알 수 없었다.


여인이 될 수도, 중년 남자가 될 수도, 오늘처럼 젊은 사내가 될 수도 있다.


단, 아이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유진은 아직 어린 생명을 죽인 적이 없었으니까.


“······.”


어젯밤, 미리 물을 담아뒀던 쟁반 그릇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얼굴을 들이밀자 익숙한 낯짝이 수면에 넘실거린다.


이주일 전에 만난 1서클 마법사다. 그는 유진의 상대편으로 영지전에 참가했다가 목이 잘려 죽었다.


‘나쁘진 않군.’


유진은 간단히 세면을 하고서 짐가방을 열었다. 그 안엔 유진이 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여러 사이즈들의 옷가지가 있었다.


전부 검은색 깔맞춤이다.


폼이 넉넉한 로브를 입고 가면을 쓴 뒤, 장갑을 끼는 것으로 유진의 외출 준비는 전부 끝났다.


여관을 나서자 당연하다시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수군거리는 목소리.


“저 인간 나병 환자라서 얼굴 가리는 거라던데?”

“나병 환자가 어떻게 용병짓을 해. 아마 다른 사정이 있는 거겠지.”

“내가 듣기론 화상이랬어.”


경계하는 눈빛, 흥미어린 눈빛, 무미건조한 눈빛.


다양한 관심 속에서 유진은 묵묵히 제 갈길을 갔다.


이런 삶을 산지도 3년이 지났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져버렸다.


“개미 씨, 오랜만이네요!”


어느 골목에 위치한 용병 사무소. 마을의 규모만큼이나 작고 초라하다.


카운터엔 붉은 머리 소녀가 홀로 사무소를 지키고 있었다.


열 살짜리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손을 흔들자, 유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유진은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벽 앞에 섰다.


누리끼리한 용지 정 가운데에는 큼지막한 그림이 그려져있고, 그 밑으로는 깜지마냥 작은 글자들이 적혀있다.


팔짱을 낀 채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건 고블린 토벌 의뢰구요, 저기 있는 건 상단 호위 의뢰에요. 참고로 저는 고블린 토벌을 추천할게요. 보수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개미씨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니까.”


언제나처럼 카운터에 있던 소녀가 다가왔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신나게 떠들고 있는 주근깨 소녀를 바라봤다.


‘오늘은 양갈랜가.’


소녀의 머리스타일은 유진의 얼굴처럼 매일 바뀌었다. 그 사소한 공통점 때문인지 유진은 이 소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또 괜찮은 의뢰가···”


소녀가 말을 흐리던 차.


탁, 유진이 제 눈높이에 있던 종이를 한 장 뗐다.


짐마차나 몬스터가 그려진 다른 의뢰서와 달리, 그 용지에는 사람 얼굴이 대문짝하게 박혀 있었다.


“아, 현상범 잡으시게요?”


유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줘봐요.”


소녀는 수배서를 보더니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한데 개미 씨 실력으론 무리에요. 저 수배범 탈주 기사라잖아요. 탈.주.기.사.”


유진을 향해 수배서를 치켜든 소녀가, 검지 손가락으로 글자들을 강조하듯 쳤다.


탈주 기사.


그것은 봉건의 계약을 져버리고 속해 있던 영지에서 도망쳐 나온 기사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범죄자다. 그것도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개미 씨 같은 동패 용병은 백 명이 떼로 몰려가도 못 이겨요. 스스로도 잘 아시면서.”


소녀의 말마따나, 기사들은 삼류 용병과 궤를 달리하는 강함을 자랑한다.


그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오러는 바위를 베고 강철을 가르니.


다만 백 명은 좀 심한 비약이다.


기사도 인간인만큼 언젠가는 지치고 빈틈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 순간이 거의 오진 않긴 하지만.’


하지만 유진은 반드시 이 탈주 기사를 잡아야만 했다.


정확히는 죽여야 한다. 생포하면 더 많은 현상금을 준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유진은 소녀의 손에 있던 수배서를 낚아챈 뒤 돌돌 말았다. 소녀가 ‘무리라고요!’ 소리치며 도로 뺏으려 했지만, 아이가 성인의 힘과 스피드를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품 안에 수배서를 넣은 유진. 소녀는 씩씩 증기 뿜는 소리를 냈다.


“죽어도 몰라요! 난 분명 충고 했어!”


소녀가 양갈래 머리를 흔들거리며 카운터로 돌아갈 적에.


탁, 뒤에서 의뢰서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다시 본 유진은 짐마차가 그려진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 의뢰 받으시게요?”


고개를 주억거린 유진.


“좋은 선택이에요! 그딴 수배서는 방 장식으로 걸라구요!”


소녀가 척 엄지를 내밀자, 유진의 입가는 작은 호선을 그렸다.


“지금 당장 출발하시면 되요. 한 명만 더 구하면 출발한다고 했거든요. 위치는 마을 동쪽 입구!”


소녀의 배웅을 받으며, 유진은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자신의 조촐한 짐들을 모조리 싸 들고 방을 나왔다.


그가 짐가방을 메고 계단을 내려오는 걸 발견한 여관 주인이 부엌에서 외쳤다.


“아예 떠나시는 겁니까?”


유진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입구를 나섰다. 여관 주인은 점점 멀어지는 유진의 등을 바라봤다.


참으로 이상한 사내다. 옷차림도 그렇지만 행동 방식은 더욱 수상하다.


용병들은 의뢰가 들어오면 여관에 짐을 맡기는 것이 일방적이다. 하지만 유진은 절대 그리하지 않았다.


마치 뺏기면 안 되는 물건이 있는 것처럼.


‘가방에 보물이라도 들었나?’


합리적 의심이 든다. 여관 주인이 침음을 흘렸다.




* * *


“···댁은 누구요?”


배불뚝이 상단주는 불현듯 나타난 검은 인간을 보고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흑색 로브에 흑색 가면.


밤에 봤으면 몬스터인줄 알고 지렸을 거다.


“······.”


유진은 말 없이 용병패를 건넸다. 그에 상단주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뭐야, 용병이었구만! 잘 왔네!”


사내가 유진의 등을 두드리려 팔을 들어올릴 찰나, 유진은 순식간에 검자루를 잡아당겼다.


검자루 끝, 폼멜에 손바닥을 얻어맞은 상단주.


그가 작게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나자.


척.


주변에 있던 상단의 호위병들이 발도 자세를 취했다. 유진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싸늘한 적막이 흐르기를 잠시, 상단주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내가 뭘 잘못했나? 왜 갑자기 검을 뽑고 지랄이지?”


정당한 물음이었으나 유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단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름들이 살에 파묻혀 더욱 진해졌다.


“혹시 벙어리인가? 무슨 변명이라도 들어보고 싶은데.”

“벙어리가 맞아. 그 친구는.”


불현듯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이전 도시에서 고용했던 중년의 용병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전에 몇 번 같이 일해 본 적 있어서 잘 알고 있지.”


용병이 유진에게 한손을 건넸다. 악수를 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유진은 망부석 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용병은 멋쩍게 웃으며 뻗은 손을 회수했다.


“이 친구는 누가 자길 만지는 걸 굉장히 싫어해. 그래서 아까 과민 반응을 보였던 거고.”


상단주과 유진과 중년의 용병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흥, 콧방귀를 뀌었다.


“염병. 그건 저 놈 사정이지 ”

“그렇게 몰아붙여서 좋을 거 없을텐데. 저 양반, 등급은 동패지만 검 쓰는 건 웬만한 은패 저리가라 할 정도거든.”


그말에 저편 나무 등치에서 쉬고 있던 다른 용병들도 한 마디씩 보탰다.


“맞는 말입니다. 저자가 산적 두목의 머리를 쪼개는 걸 제 두눈으로 직접 봤죠.”

“의뢰만 부지런히 받았으면 진작에 은패를 달았겠지.”


유진에 대한 증언이 늘어날수록 상단주의 일그러졌던 낯짝이 조금 펴졌다. 마치 주름진 옷에 물을 뿌린 듯.


그의 얼굴에 낭패감이 스쳤다.


동패 용병이면 몰라도 은패 용병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어딜가도 발로 채일 정도로 많은 목패, 동패 용병과 달리 은패 용병부터는 그 존재부터가 상당히 귀하니까.


은패 정도면 최소 제국의 정예병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대로 싸우면 호위 중 둘은 죽거나 크게 다치리라.


‘그렇게 되면 이번 상행은 힘들어지겠지.’


근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몬스터들의 출몰이 활발해졌다.


상단주가 굳이 이 작은 마을에 들러 용병을 추가 고용한 것도 그 이유에서 기인해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장 병력이 셋이나 줄어든다는 건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


상단주가 흠흠, 헛기침을 했다.


“서로간의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거 같으니 방금 전 일은 없던 일로 하세.”


좋은 상인이란 이득에 움직여 이득에 멈추는 합리적인 존재다. 상단주는 자기가 그런 상인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도 말일세. 서로의 신용을 위해 가면은 한 번 벗어주면 안 되겠나? 물론 자네를 의심하는 거는 아니지만, 상인의 일이라는 게 만에 하나를 대비해야 하는──”


그때.


유진이 손바닥을 펼쳤다. 상단주가 슬슬 뒤로 물러나고, 호위들은 롱소드를 더욱 강하게 꼬나쥐었다.


하나 그들이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유진의 손바닥에 모인 마나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더니, 어떤 글자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한테 관심 꺼라.]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상단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유진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용병들조차 까무러치게 놀랬다.


저 양반··· 대체 언제부터 마법을 쓸 줄 알았던거지?


‘이, 이게 무슨?’


특히 상단주는 그 경우가 심했다. 그는 눈알이 뽑혀나올듯 두눈을 부릅떴다.


예의라곤 일절 찾아볼 수 없는 문장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런 촌구석에 박혀 있는 동패 용병이 글을 쓰는 것도 모자라 마법을 사용하다니!


코흘리개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어이없는 이야기 아닌가!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는 배 앞에 양손을 모으고 한껏 공손해진 말투로 말했다.


“대체 왜 저희 상단의 의뢰를 받으신 겁니까? 마법사님 정도면 다른 좋은 의뢰도 많이 들어오실텐데요.”


상단 호위 의뢰는 보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명예로운 일도 아니니 신비를 다루는 마법사가 받을만한 의뢰가 아니었다.


유진의 저의를 도저히 알 수 없어 상단주가 삐질 식은땀을 흘리는 차.


유진의 손바닥에 퍼져있던 마나의 글자들이 한곳으로 뭉치더니, 또 다른 문장을 만들어냈다.



[알 것 없다.]



유진 록슈타인.


하룻 밤만에 멸문한 어느 백작가의 유일한 생존자.


그는 복수를 이루기 위해 3년 째 강자들을 찾아 죽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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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레스(1) 22.05.18 15 1 12쪽
8 황제의 기수(3) +3 22.05.17 37 3 11쪽
7 황제의 기수(2) 22.05.16 40 3 11쪽
6 황제의 기수(1) 22.05.14 49 4 12쪽
5 방랑자의 요람(3) 22.05.13 44 5 11쪽
4 방랑자의 요람(2) 22.05.12 53 6 13쪽
3 방랑자의 요람(1) 22.05.11 54 5 11쪽
2 수배서(2) 22.05.11 69 6 11쪽
» 수배서(1) 22.05.11 10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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