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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얼굴이 많은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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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좋다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5.18 15: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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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46,296

작성
22.05.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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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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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수배서(2)

DUMMY

유진은 상단주의 배려로 대열의 최후미에서 걸었다.


다른 이들은 적적함을 이기지 못해 대화 상대를 찾았지만, 유진은 혼자 있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했다.


그의 말동무는 굴러가는 바퀴 소리 뿐이었다.


고독 속에서 걷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유진은 그것들을 외면하고자 자연에 시선을 돌렸다.


하늘은 쾌청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허나 유진의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날도 날씨는 좋았지.’


유진은 쓴웃음을 흘렸다.


가면을 착용하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많으나 언제든지 표정을 숨길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장점이었다.


부지런히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무리는 둘로 나누어져 노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용병은 용병끼리.

상단의 직원은 직원끼리.


허나 유진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는 홀로 모든 것을 준비했다. 불 피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식사, 야영 채비까지.


그럼에도 가장 먼저 스튜를 뜬 건 유진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남보다 반절은 빨랐고 효율은 배 이상이었다.


유진의 노숙 경험이 다른 용병들보다 특출히 많은 건 아니었다.


유진의 머리엔 그가 죽인 사람들의 기억이 있다. 그중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사냥꾼의 기억도 있었고, 유진은 그걸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다.


“마법사 양반이 무슨 저렇게 노숙 준비를 잘해?”

“스튜 냄새도 끝내준다. 같은 감자스튜가 아닌 것 같아. 혹시 요리에 마법이라도 걸었나?”


신출내기 용병들이 신기한 눈으로 유진이 있는 쪽을 힐끔거렸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식사를 하고 있을 때는, 유진이 유일하게 가면을 벗는 순간이었다.


치기 어린 신입 용병 몇몇이 유진의 얼굴을 훔쳐 보고자 몸을 들썩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그만둬라 애송이들.”


유진과 몇 번 같은 의뢰를 한 적 있는 중년의 용병이 그들에게 충고했다.


“나처럼 되기 싫으면 말이지.”


그가 덥수룩한 머리를 걷어 잘린 왼쪽 귀의 단면을 드러냈다.


그 흉측한 몰골에 어린 용병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슬슬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겁 먹은 강아지 처럼.


스튜가 완전히 식었을 즈음, 주변은 완전히 땅거미에 잠겼다.


어둠에 동화된 숲은 언제 산적과 몬스터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댔다.


“불침번은 좆같지만 그나마 형씨랑 같은 조여서 다행이야.”

“······.”


유진은 왼쪽 귀가 없는 중년의 용병과 함께 일번으로 불침번을 서게 됐다. 뽑기로 정한 결과였다.


그들은 나무 등걸에 앉아 침묵 속에서 시간을 죽였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만이 대화의 공백을 채워주었다.


코 고는 소리가 하나둘 터져나왔을 때, 중년의 용병이 말했다.


“근데 형씨는 무슨 재주로 갑자기 마법을 익힌거요? 분명 예전에는 못 썼던 거 같은데.”

“···.”

“뭐,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반년 전에는 고마웠수다. 형씨가 아니였으면 난 진작에 루의 품으로 돌아갔을 거요.”


유진은 이 중년의 용병이 산적한테 목이 썰릴 뻔한걸 구해준 적 있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조금 늦어, 사내는 그날 목 대신 왼쪽 귀가 날아갔다.


“내가 형씨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돕지.”


중년의 용병은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가슴을 쭈욱 폈다.


그 의기양양한 모습에 유진은 그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래도 제 딴에는 보답한답시고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는 상단주 앞에서 가장 먼저 유진을 변호했고, 신입 용병들이 유진을 귀찮게 할 때는 알아서 치워줬다.


허나 유진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잠에서 깰 때마다 얼굴이 변하는, 이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현상을 겪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 누구의 도움도 청한 적이 없었다.


상처 입은 짐승은 타인의 손길을 경계하기 마련이니.


“뭣하면 좋은 곳에 데려가줄수도 있으니 말만 하라고. 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유진은 나무등걸에서 일어섰다.


앞에 놓았던 세 시간 짜리 초가 전부 탔다.

어느덧 교대 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중년의 용병은 꾸물꾸물 담요 속으로 기어들어갔지만, 유진은 짐가방에 비스듬히 누워 무언가를 열심히 씹어댔다.


잠을 깨게 해주는 약초였다. 쓰고 매운맛이 입안을 가득 매우며 느슨해졌던 정신이 확 조여졌다.


앞으로 사흘은 더 가야 목적지가 나온다. 유진은 그때까지 잠을 자선 안 됐다.


거지 같은 몸으로 변했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없으니.


—드르렁 푸우우···.


잠을 지새우는 유진의 밤은 유난히도 길다.


바뀐 불침번들은 유진을 보며 ‘저럴거면 나 대신 서주지’라며 투덜거렸지만, 그는 그 말들을 일일이 담아두지 않았다.


대신 어떤 이름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안 라이이온하트, 로랑 라블롱, 로버튼 보든, 리처드 오웬, 수잔 벨 버넬, 샤를 드레이크, 조나단 아이븐, 로저 스크러턴, 얼리샤 마코바······.”


성 기도문을 읊조리듯 나지막한 목소리.


가면 속 눈동자가 살의로 번들거렸다.


“이안 라이이온하트, 로랑 라블롱, 로버튼 보든, 리처드 오웬, 수잔 벨 버넬, 샤를 드레이크, 조나단 아이븐, 로저 스크러턴, 얼리샤 마코바······.”


황태자의 이름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


그리고 명망 높은 기사들의 이름이 유진의 입에서 아주 오랫동안 맴돌았다.



* * *


“흐미, 드디어 왔구만!”


눈 앞에 보이는 높은 성곽에 상단주 콥슨이 찢어져라 기지개를 켰다. 그는 혼자서 편하게 말을 타고 왔지만, 체격이 체격인지라 허리가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아파왔다.


“이번 상행은 아주 운이 좋았어. 산적이나 몬스터를 한 번도 안 마주치다니··· 끄으으응!”

“거 앓는 소리 그만합시다. 고생은 우리가 다했구만.”


하나 용병들의 나흘은 훨씬 더 힘들었다.


그들은 경계다 불침번이다 그들의 고용주보다 할 일이 많았으니.


사람이란 동물은 하루만 노숙을해도 온몸이 여기저기 뻐근한 법이다.


그게 나흘이나 지속되었다면 두말할 것도 없고.


‘···죽겠군.’


유진은 각성초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원래는 물에 타서 먹는 것이지만, 극한의 효율을 위하여 유진은 생잎 채로 씹어먹는 중이었다.


덕분에 나흘이나 깨 있는데도 눈꺼풀이 별로 무겁지 않았다.


대신 정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면서도 전쟁을 앞둔 병사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공존해서는 안 될 두 가지 상태.


유진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알을 끔뻑거리며 앞을 바라봤다.


성과 바깥을 이어주는 도개교 위에는 유진의 일행을 제외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작센.’


작센 백작이 다스리고 있는 영지의 주도(主都), 유진이 있던 마을도 작센 백작이 거느린 무수히 넓은 영지 중 일부였다.


“저 사람은 뭔데 저렇게 입고 관문을 통과하려하지?”

“역병의사인가? 근데 저 가면은 새부리 가면이 아닌데···.”


인파 속에 섞여있지만, 유진의 독특한 차림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특히 호승심이 강한 몇몇은 유진을 향해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유진은 이따금씩 검자루에 손을 얹어 검지로 폼멜 끝을 툭툭 두드렸다.


이러면 시비를 걸려고 하는 사람의 열에 아홉은 사라진다. 이 세상에서 칼침 맞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문제는 남은 한 명이다.


이 한 명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은 미친놈인데다가 제 나름 실력도 있는 편이다.


그리고.


“가면 좀 벗어보지?”


그것이 경비병이라면 상황은 더욱 봅작하게 꼬인다.


다른 일행들은 전부 관문을 통과했지만, 유진은 경비병이 대각선으로 세운 창 앞에 가로 막혔다.


“가면 좀 벗어보라니까?”

“······.”


유진은 대답 대신 가죽 장갑을 살짝 벗었다. 의도적으로 낸 화상 자국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용병패를 경비병을 향해 내밀었다.


유진과 이 성의 경비병들은 여러 번 마주친 사이다. 평소라면 이 정도만 해도 보내줄 터였다.


허나 돌아온 것은 거친 손길이었다.


경비병의 손등을 맞고 떨어진 용병패가 데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유진은 지금 경비를 맡고 있는 두 명의 병사들의 얼굴을 훑어봤다.


한 명은 처음 본 놈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낯이 익었다.


그중에서 유진을 틀어막은 건 안면이 있는 경비병이었다.


신참이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으나, 서로 얼굴 다 아는 사이에 이러는 건 그 목적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뻔하군.’


유진의 눈엔 그 의도가 훤히 보였다.


그는 거지에게 적선하듯 제국 은화를 하나 튕겼다.


“그거 아나? 요즘 몬스터 때문에 빵값이 많이 올랐다는 거.”


또 다시 허공에 떠오른 은화 하나.


“흠흠. 작센에 온 걸 환영하네 친구.”


경비병의 누런이가 탐욕스레 빛났다.


* * *


유진이 도심 속으로 스며든 뒤.


신참 병사 크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임에게 물었다.


“그래도 저 사람 얼굴은 한 번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크리스의 질문은 타당했다. 그것이 맞는 절차였고, 올바른 수속이었으니.


하나, 은화 두 개를 팁으로 얻은 선임은 그런 크리스의 이마를 창대로 퍽 쳤다.


“아야!”

“멍청한 새끼, 너는 사람을 얼굴만 보고 알아보냐?”

“···예?”

“뒷모습만 봐도 내가 아는 사람이다 아니다 대충 알 수 있잖아.”

“···그건 그렇죠.”

“같은 맥락이야. 난 저 놈 행동거지만 봐도 놈인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

“······.”

“게다가 난 저 새끼 얼굴을 보기가 싫어. 존나 끔찍해. 피부 전체가 화상 자국이라고.”


선임 경비병은 문득 유진을 처음 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괜스레 기분이 더러워져 땅에 가래침을 뱉었다.


물집과 화상 흉터가 가득한 얼굴.


그것은 유진이 첫 번째로 얻은 얼굴이자.


아버지의 것이었다.


* * *


유진은 상단주에게 보수로 받은 은화 다섯 개를 품안에 넣으며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맥주? 럼주?”


그렇게 찾은 곳은 싸구려 술집이었다.


하나 그것은 간판만이었다.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유진은 소매 속에서 쪽지와 수배서를 꺼냈다.


[사람을 찾고 있다.]


이번엔 마나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 지난 나흘간 마나 글자로 소통을 하다보니 1서클 마법사의 쥐똥만한 마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쪽지와 수배서를 차례로 본 늙은 직원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돈이 꽤 많이 필요할텐데?”


유진이 테이블 위에 툭, 돈주머니를 올려놨다.


그 안엔 제국 은화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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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레스(1) 22.05.18 15 1 12쪽
8 황제의 기수(3) +3 22.05.17 37 3 11쪽
7 황제의 기수(2) 22.05.16 39 3 11쪽
6 황제의 기수(1) 22.05.14 48 4 12쪽
5 방랑자의 요람(3) 22.05.13 44 5 11쪽
4 방랑자의 요람(2) 22.05.12 53 6 13쪽
3 방랑자의 요람(1) 22.05.11 54 5 11쪽
» 수배서(2) 22.05.11 69 6 11쪽
1 수배서(1) 22.05.11 10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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