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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얼굴이 많은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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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좋다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5.18 15: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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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46,296

작성
22.05.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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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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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방랑자의 요람(3)

DUMMY

“그런 의미에서 대신 설명 좀 부탁하지.”


아서가 짝- 박수를 치자, 로브인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소피아라 한다.”


후드가 벗겨지며 파란 머리칼이 드러났다. 바다로 실을 짠 듯, 무척이나 푸르렀다.


‘신비한 색이군.’


유진이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소피아가 탁자 앞까지 다가왔다.


머리 위로 조명이 드리웠졌으나, 그녀의 얼굴엔 주름 하나 지지 않았다.


“도련님과 우리에 대해선 너무 궁금해하지 말아라. 자네가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처럼 이쪽도 나름 사정이 있으니.”


소피아 불퉁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구스타프 가의 정예 기사인 그녀는, 눈앞의 용병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정확히는 꺼름찍했다.


검은색 가면.

검은색 장갑.

겁은색 로브.


온몸을 꽁꽁 숨기는 것이 꼭 도둑놈 같다.


물론 화상 환자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긴 하다. 사전에 조사해본 결과 사실로도 판명이 났고.


그럼에도 소피아는 저 용병이 어딘가 수상했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는데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으니 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저 검은 사내는 겨우 동패 용병이다. 그것도 말 한마디 못하는 벙어리 동패 용병.


화상을 너무 심하게 입어 목까지 상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벙어리라는 건 임무 수행에 있어 상당히 불리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


허나 그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이 임무는 시간과의 싸움인데다, 철부지 도련님은 저 용병을 퍽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으니.


결국 소피아는 유진을 믿어보기로 했다.


정확히는, 지부장의 안목을 믿는 것이었다.


「방랑자의 요람」은 제국에서도 세 손가락안에 꼽히는 정보 길드니까.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독도법을 알고 있다니 바로 설명을 시작하겠다. 이미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이건 작센 백작령의 지도다.”


소피아의 기다란 검지가 지도를 향해 떨어지더니 뚝, 한곳에서 멈췄다.


“우린 지금 이곳에 있지.”


지도의 정중앙에 성 모양의 그림이 있고, 그 주위로는 수많은 등고선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감자 썰린 것처럼.


“자네도 잘 알다시피, 작센 백작령은 산과 분지가 무척이나 많다.”


소피아의 검지가 지도 가장자리를 가볍게 훑었다.


“우린 이 전체를 뒤져 사람을 한명 찾을 것이다. 혹 이 수배서를 본 적 있나?”


소피아가 품에서 수배서를 꺼내 유진을 향해 들어보였다.


유진은 침묵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탈주 기사를 찾아 안전한 곳까지 구출하는 게 우리의 최종 목적이다. 왜 이자를 구출하는지는 묻지 마라. 너희 같은 용병은 알아봤자 다치기만 한다.”


소피아의 말에, 유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어차피 가레스를 쫓을 생각이었다.


한데 변경백의 병력들이 역으로 자신을 고용해준다면 돈을 아끼는 건 물론이거니와 산적과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것이다.


‘나중에 지부장에게 팁이라도 줘야겠군.’


다만.


그들과 목표는 같을지언정 이해가 많이 달랐다.


유진은 가레스를 무조건 죽여야 했고, 아서를 위시한 북부의 병력들은 가레스를 산 채로 데려가려 한다.


유진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그 머나먼 북부에서 여기까지 가레스를 찾으러 올 정도면, 저들은 가레스가 뭘 훔쳐 달아난 건지 알고 있는 것인가.


‘알고 있겠지.’


유진은 거의 확신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탈주 기사 하나 살리겠다고 이주일은 족히 걸릴 거리를 말타고 오진 않았을 테니.


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유진은 일단 참기로 했다.


시간은 많고 기회는 충분하다.


“임무가 성공한다면 자네에게 금화 삼십 닢을 주지. 비록 현상금보단 금액이 적지만, 어차피 혼자서는 절대 못 잡았을 테니 나눠 가진다고 생각해라. 어때, 해볼텐가?”


소피아는 유진을 보며 말했다.


유진은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에게 있어 현상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기사의 육체. 그것이 유진에게 일순위 였다.


“네 시간을 주마. 그때까지 필요한 걸 준비하고 남문으로 나와라.”


품안을 뒤적거린 소피아. 그녀가 유진을 향해 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선수금이다.”


* * *


소피아는 꽤 여유있게 시간을 줬지만, 정작 유진은 삼십 분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약초점에 들러 수면초와 각성초를 사고.


육포와 건빵을 적정량 채운 뒤, 여관에 있는 짐을 빼는 것으로 그의 채비는 전부 끝났다.


남문 앞 그루터기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한참 후 아서의 일행이 나타났다.


그들은 전부 말을 타고 있었다.


“응? 벌써 와있었구만.”


로브를 눌러쓴 채 가장 앞장서서 말을 몰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목소리를 보아하니 아서였다.


“우리도 나름 빨리 나온다고 나온 거 였는데.”


그는 일행 중에서 가장 큰 말을 타고 있었다. 허벅지 근육이 조각처럼 선명히 드러난 것이, 필시 좋은 군마임이 틀림 없었다.


“자, 내 뒤에 타게. 자넬 위해서 특별히 크고 푹신한 안장을 준비했으니.”


자신의 안장을 팡팡 두드리는 아서. 그의 안장은 다른 이들의 것보다 배는 더 넓었다.


유진은 자신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는 아서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들이 끌고온 여분의 말에 단숨에 올라탔다.


유진이 갈기를 몇 차례 쓰다듬어 주자, 낯선 자를 경계하던 말의 태도가 한층 누그러졌다.


—푸르릉.


말의 기분 좋은 투레질 소리.


그 광경을 보며 소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용병이 승마술을?”


말은 굉장히 귀한 가축이다. 귀족이나 기사, 부유한 상인이 아닌 대부분의 평민은 타 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칼밥 먹고 사는 용병이나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한데 동패 용병 따위가 저리 말을 능숙히 타다니?


놀란 소피아의 곁으로 아서가 말을 몰았다.


“내 예상이 맞았군.”


아서가 손을 내밀었다. 소피아는 잠깐 미간을 찡그리더니 아서의 손에 은화 다섯 개를 놨다.


그들은 성 밖으로 나가기 전에 내기를 했다.


아서는 유진이 승마술을 알고 있다에, 소피아는 그 반대에.


“그럼 유진, 안내를 부탁하지.”


살짝 들뜬 아서의 말. 유진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가볍게 고삐를 당겼다.


유진과 아서 일행은 말이 지치지 않을 만큼의 속도를 유지하며 산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포장된 길을 벗어나야 할 때는, 2명이 말을 지키고 나머지 넷이 움직이는 식으로 행동했다.


그렇게 네 시간을 꼬박 움직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이라는 가레스의 머리카락은 커녕.


“크르륵.”


엉뚱한 몬스터가 튀어나왔으니.


“발검!”


아서가 커다랗게 외치자 연달아 금속성이 터져나왔다.


산 경사면을 타고 뛰쳐 내려오는 고블린 수십 마리. 나무 사이사이에 은신한 몇 놈이 유진의 무리를 향해 조악한 화살을 쏘아냈다.


유진은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면서도 계속 말허리를 찼다.


정지해 있으면 화살밥이 되기 십상이다.


—콰득.


혹독한 북방에서 자란 말들은 다른 지방의 말들보다 덩치가 큰데다 호승심도 강했다.


고블린이 상처를 입어 쓰러질 때면, 놈들의 머리 위로 어김없이 말발굽이 떨어졌다.


유진의 말도 그러했다. 그가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당연한듯 그렇게 했다.


‘훈련을 잘 받았어.’


유진은 감탄했다. 지금은 비록 용병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귀족이었던 그는 말을 제법 많이 타봤다.


그래서 좋은 말과 안 좋은 말을 구분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아서가 끌고온 말들은 이제껏 유진이 본 말들 중에서 가장 훌룡했다.


—푹


사선으로 찔러진 소피아의 롱소드가 고블린의 어깻죽지부터 심장까지 꿰툻었다.


거칠게 검을 회수한 소피아가 힐끔 유진을 봤다.


유진이 벼락같이 롱소드를 휘둘러 순식간에 고블린의 목을 잘랐다. 그 뒤로 검자루를 가볍게 던졌다 잡아 검을 역수로 쥐었다.


투창처럼 날아간 롱소드.


고블린 두 마리가 꼬챙이가 되어 죽었다. 어떤 단말마를 지를새도 없이.


유진은 그에 그치지 않고 말허리에 걸린 방패와 숏소드를 뽑았다.


방패로 창을 흘리고, 숏소드를 쉴 새 없이 휘둘렀다.


그는 아서가 데려온 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소피아보다 더 많은 고블린을 죽이고 있었다.


그 일단의 흐름은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러웠다.


‘저게 동패 용병이라고!?’


검술을 익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실전으로 배우거나.


전자의 경우는 검술에 정해진 형(刑)이 있고, 후자의 경우는 없다.


그렇기에 실전 없이 선생에게만 검술을 배운 샛님들의 검에는 딱딱한 형(刑)만 있으며.


살기 위해 검을 든 용병들에게는 오로지 본능만이 있다.


한데 유진의 검에는 그 두 가지가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본능에 따라 검을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중간중간에 절제된 움직임들이 보였다.


마치 수도 없이 많은 생사를 넘어온 베테랑 군인처럼.


‘나중에 뒷조사를 더 해봐야겠어.’


소피아는 전신에 오러를 끌어올렸다.


고블린 따위에게 오러를 쓴다는 게 사치인 것 같지만, 기사가 된 자로서 용병보다 뒤쳐질 순 없었다.


파박,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서 피보라가 일었다.





“징그럽게도 많네.”


아서가 혀를 차며 말에서 내려왔다.


주변은 땅보다 고블린 시체가 더 많았다.


피로 절여진 대지를 걸으며 아서의 미간이 구겨졌다. 다른 이들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블린이 원래 이렇게 생각 없이 달려오는 놈들이었나?”

“아뇨. 뭔가 이상합니다.”



아서와 소피아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진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봤다.


몬스터 중에는 머리가 똑똑한 놈들이 몇 있다.


고블린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놈들은 상당히 영약해 자신들보다 강해보이는 자들에겐 쉽게 달려들지 않는다.


달려든다 해도 형세가 좀 불리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바로 꽁무니를 뺀다.


한데 방금 마주친 고블린들은 결사대 마냥 달려들었다.


놈들은 전멸할 때까지 후퇴하지 않았다.


“유진, 원래 이 지방 고블린들은 이토록 독한가?”


아서의 말. 유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방마다 생김새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블린이란 종족의 특성은 모두 똑같았다.


유진은 검지에 고블린의 피를 묻히고 잘린 몸뚱아리 위에 글자를 적었다.


[근래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하곤 있긴 하지만, 이렇게 사나운 건 저도 처음 봅니다.]


“그렇단 말이지···.”


말끝을 흐린 아서를 힐끝 보곤, 유진이 추가로 글자들을 적었다.


[더 서두르시죠.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몇 시간 뒤면 밤이다. 해가 떨어지면 수색을 할 수 없기에 그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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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레스(1) 22.05.18 14 1 12쪽
8 황제의 기수(3) +3 22.05.17 37 3 11쪽
7 황제의 기수(2) 22.05.16 39 3 11쪽
6 황제의 기수(1) 22.05.14 48 4 12쪽
» 방랑자의 요람(3) 22.05.13 44 5 11쪽
4 방랑자의 요람(2) 22.05.12 53 6 13쪽
3 방랑자의 요람(1) 22.05.11 54 5 11쪽
2 수배서(2) 22.05.11 68 6 11쪽
1 수배서(1) 22.05.11 10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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