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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얼굴이 많은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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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좋다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5.18 15: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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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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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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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황제의 기수(1)

DUMMY

제국의 속담 중, 낮은 인간들의 시간 밤은 몬스터들의 시간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몬스터들은 유독 밤에 더 사납고 활발해진다.


“식사 때에도 긴장을 늦추지 마라. 항상 기감을 열어 언제 있을지 모를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소피아가 자신을 따라온 세 명의 종자에게 충고했다.


기사는 종자의 윗사람이자 스승이다. 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었다.


오늘만 두 차례 전투를 겪은 종자들은 피곤한 얼굴로 ‘예.’ 대답을 하며 첫술을 떴다.


“맛있다···!”


종자 하나가 대뜸 외쳤다. 육포와 말린 버섯이 들어간 귀리죽일뿐인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물론 성에서 먹던 음식만큼 맛있는 건 아니었다. 재료도 재료지만 시설이 형편 없었으니.


다만 이제까지 먹어왔던 야전 식량이나, 종자들끼리 순번을 돌아가며 만들었던 음식들 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종자가 감격한 눈으로 오늘의 요리사를 바라봤다.


유진은 저 멀리 모닥불도 없는 곳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할리. 자중해라.”


소피아의 다그치는 목소리에 종자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숟가락을 떴다.


소피아는 마뜩찮은 눈으로 세 종자를 바라봤다.


소피아의 종자들은 세쌍둥이다.


이름은 할리, 갈리, 폴리.


리자 돌림.


얼굴은 똑같이 생겼지만 흉터나 머리 스타일 같은 걸로 어느정도 구별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할리는 접니다. 저 놈은 갈리구요.”

“···미안하다.”


오늘처럼 잔뜩 피칠갑을 한 날이나, 기타 다른 사유로 얼굴이 더러워지면 그 구분이 매우 어려워진다.


흠흠, 헛기침을 한 소피아가 첫 숟가락을 떴다. 이내 그녀의 푸른 동공이 살짝 부풀어올랐다.


“저 용병이 참 재주가 많아.”


아서가 귀리죽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그는 어느새 죽을 두 그릇째 해치우고 있었다.


“검술, 승마, 추적, 독도법, 이젠 요리까지. 저러다 마법 영창도 하는 것 아닌가 몰라.”

“너무 나가셨습니다. 뭐, 요리는 제법 쓸만한 것 같긴 합니다만.”

“어디 요리만 쓸만한가. 기사 정도로 검을 잘 쓰던데.”


아서의 말에 소피아는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확실히, 유진의 몸 안에 오러만 느껴졌어도 꼼짝없이 기사인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저토록 고강한 검술을 쓰는 자가 어찌 아직도 오러를 깨우치지 못한걸까.


마치 어른의 몸에 아이의 영혼이 있는 것 같았다.


소피아가 제 의문을 말하자 아서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오러에 대한 재능이 없나보지.”

“···그걸론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용병 확 북부로 데려가버리는 거 어떤가?”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혔으면 북부로 오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북부는 험지다. 사계절 내내 눈이 쌓여있어 농사도 지을 수 없을 뿐더러, 문화나 예술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북부인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원주민이나 강제로 끌려온 죄수 부대 정도가 아니면 웬만한 사람들은 북부에 정착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럼 작위를 내리는 건 어때?”

“도련님.”

“하하, 농담이야. 농담.”


아서는 장난이라고 했지만 소피아는 그걸 마냥 흘려들을순 없었다.


아서는 웬만한 괴짜들도 한 수 접어주는 기인이었으니.


그 일례로.

아서는 2년전에 자연의 힘으로 몬스터들을 토벌하겠다면서 마법사들을 시켜 설산 꼭대기에 마구 마법을 난사한 적이 있었다.


인위적으로 눈사태를 일으켜 몬스터들을 수장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되려 인근에 있던 촌락 하나가 박살이 나버렸다.


몬스터 토벌을 이유로 미리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수십 명의 농노가 죽었을 사건이다.


그 사건을 들은 변경백이 얼마나 진노하셨는지, 소피아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도련님.”


소피아가 아서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려던 찰나.


저벅 저벅.


유진이 저편에서 걸어왔다. 한 손에 특이하게 생긴 주전자를 든 채로.


그는 오늘의 식사 당번이었다.


[차 좀 드시죠.]


“차? 그거 가격이 꽤 나갈텐데.”


[운 좋게 공짜로 얻은 겁니다. 맛 좀 평가해 주십시오.]


“술탄국에서 온 물건인가? 향도 그렇고 모양도 독특해.”


차와 주전자.


그 물건들은 현재 유진의 얼굴인 이류 암살자를 죽이고 얻은 전리품이었다.


유진은 그들에게 차를 따라주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아 체내의 마나를 느끼는데 집중했다.


며칠 전에 마나의 글자들을 쓰다보니 그 편의성에 매료됐다.


항상 검집으로 땅을 긁어대다가 손바닥 한 번 피면 끝이니 얼마나 간편하던지, 다른 몸으로도 마나의 글자를 쓰고 싶어졌다.


1서클 마법사의 육체가 있기에 요령은 대강 알고 있었다. 한데도 몸 안의 마나를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리거나 이 몸에 재능이 없는 듯 싶다. 유진은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은하수와 별무리들이 총연히 빛나고 있었다.


* * *


“잠을 한순간도 안 잤다지?”


다음날 아침, 초번초를 서고 잠에서 깨어난 아서가 눈을 비비며 유진에게 다가갔다.


아서는 타 귀족들과 달리 자신의 푸른피에 특권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병사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좋았다. 그래야 전우로서의 유대감이 생기며 등을 안심하고 맡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그도 유진처럼은 할 수 없었다.


전투를 치룬 날에 잠을 자지 않는다니. 그건 너무 끔찍한 고문 아닌가.


체력 안배에도 굉장히 좋지 않은 행동이고.


한데 유진의 꼴을 보아하니 제법 버틸만해 보였다. 아니, 너무 멀쩡해 보였다.


사람이 졸리면 몸이 굼떠지기 마련인데, 유진은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아서는 유진이 뭔가 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뭘 그리 맛있게 먹지?”


유진은 대답 대신 아서에게 각성초를 건넸다.


각성초를 받은 아서는 두어 번 우물거리다가 퉤퉤 뱉어버렸다.


“더럽게 쓰고 맵구나. 이걸 대체 왜 먹는거지?”


유진이 검집 끝으로 땅을 긁었다.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납니다.]


“···루께서 자네에게 찬란한 재능을 주신 대신 미각을 앗아가셨군.”


아서가 수통의 물로 입을 헹궜다. 혀끝이 알알하지만 덕분에 잠은 확 깼다.


유진을 첨병으로 세운 아서의 일행은 어제처럼 이 잡듯이 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때, 유진은 유의미한 뭔가를 발견했다.


“뭘 찾았나?”


갑자기 말에서 내린 유진. 아서의 물음에 답해주기 위해 유진은 산 한쪽을 가르키곤 땅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나뭇가지들이 꺾여 있습니다. 다수가 움직인 흔적입니다.]


“산적인가?”


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산적들은 산에서 만큼은 신출귀몰하다.


이렇게 흔적을 남기고 도망칠만큼 멍청하지 않다.


[흙에 박힌 발자국들 중 하나가 유난히 두껍고 깊습니다. 판금 장화로 보입니다.]


“판금 장화라···.”


아서가 말끝을 흐렸다. 기껏해야 하루 털어 하루 먹고 사는 도적 놈들이 판금 갑옷 같은 귀한 걸 입을 리가 없다.


판금 장화처럼 귀한 물건을 입을 수 있는 존재는 별로 많지 않다.


“기사가 있구만.”


기사라고 해서 다 판금 갑옷을 입을 순 있는 건 아니다.


판금 갑옷은 작은 영지의 1년 총수입을 가볍게 웃돌만큼 비싸고 귀한 물건이다.


물론 가진 재산이 많다면 사비로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판금 갑옷이라는 것은 주군이 휘하의 기사에게 하사해 주는 것이 일방적이다.


때문에 판금 갑옷을 입었다는 건 그 기사의 실력이 상당히 출중하다는 것이다.



“숫자는 얼마나 되나?”


[기사 하나에 경무장 병력이 열쯤 됩니다.]


“따라가지. 종자 둘은 여기서 대기하고, 나머지는 나와 유진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간다.”


이견은 없었다.


그들은 맷돼지를 쫓는 사냥꾼처럼 신중하고 신속하게 발자국들을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발자국의 주인들을 전부 찾을 수 있었다.


“이런.”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 한가운데, 열 구의 시체가 대중 없이 누워 있었다.


하나같이 사지 중 하나가 잘려 죽었다. 특히 기사로 보이는 자의 신체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져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마치 거지무리에 던져진 보리빵처럼.


원래의 형태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풀 플레이트 갑옷이 처참하게 찢어지고 우그러졌다. 너무 심하게 손상 돼 시체를 수습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대체 뭐에 당한거지?’


유진은 지난 3년 동안 많은 시체를 봐왔다. 그의 머릿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까지 합하면 그 시체의 수가 수백 구는 거뜬히 넘어갔다.


한데 그 어떤 기억을 뒤져봐도 저런 식으로 죽은 시체는 없었다.


우그러진 흉갑은 오우거의 팔에 찧인 것 같으면서도,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떨어져 나간 두 다리는 검으로 벤 것이 분명했다.


유진이 의문을 한 가득 품을 적에, 아서가 말했다.


“방패 속 사자 문양. 리처드 남작의 상징이다.”


아서는 기사의 찌그러진 갑옷 속에서 익숙한 그림을 알아보았다.


리처드 남작은 황제의 기수다.


그래서 황가의 상징인 사자를 이용해 가문의 문양을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용병들 입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유진과 아서는 고개를 돌렸다. 오른손에 여러 개의 용병패를 든 소피아의 모습이 보였다.


전부 목패 아니면 동패였다.


“이거 골치 아프구만···.”


아서가 침음을 흘리며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렀다.


아서와 휘하의 병력들은 지금 작센 백작령의 불청객이다.


사태의 중요성을 안 작센 백작이 묵인하고는 있긴 하지만, 일을 크게 벌리면 하등 좋을 게 없었다.


물론 자신들이 벌인 일이 아니라곤 하지만, 그들의 무죄를 입증해줄 증인이라곤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체는 말을 하지 않으니.


“어찌할까요.”


소피아가 묻던 그때였다.


“!”


아서와 소피아가 같은 곳을 한순간에 바라봤다.


“머리 숙여!!”


아서의 다급한 고함과 동시에 귀가 찢어질듯한 파공성이 터져나왔다.


—콰창!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온 무언가.


그것은 성인 허리만한 나무 줄기 2개를 관통하고도 뻗쳐 나아가 어느 커다란 바위에 직선으로 꽂쳤다.


쩌적, 바위에 실금이 가더니 수십, 수백 개의 조각으로 쪼개졌다.


유진은 정수리의 머리카락들이 붕 뜬걸 느꼈다. 조금 전에 날아온 물체가 그의 머리를 스치듯 지나간 탓이었다.


먼지가 가라 앉고, 유진은 뒤늦게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단창?’


던지기 용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다른 창들보다 길이가 배는 짧고 창끝은 기형적으로 뾰족했다.


“수상쩍은 놈은 죽이고 시작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날쌔구나.”


실루엣도 겨우 보이는 저 멀리.


목 뒤와 양팔 사이에 투척용 창을 낀 중년의 남자가 유유자적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유진은 그 얼굴을 보자마자 심처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타오를 듯한 적색의 머리카락. 남들보다 두어배는 큰 커다란 덩치.


“북쪽에 사는 개새끼들이 여기까지 무슨 일이실까.”


덥수룩한 턱수염을 쓸어내리는 그를 보며, 유진은 살이 뜯어져라 아랫 입술을 짓씹었다.


‘리처드 남작.’


황제의 기수이자 친황태자파로 명망 높은 인물.


유진은 그 이름을 한시도 잊어본 적 없었다.


잊을만 하면, 계속 읊조리니.


‘이안 라이이온하트, 로랑 라블롱, 로버튼 보든, 수잔 벨 버넬, 샤를 드레이크, 조나단 아이븐, 로저 스크러턴, 얼리샤 마코바—’


리처드 오웬.


그는 저 투창술로 유진의 유모를 죽였다. 마치 사슴을 사냥하듯이. 아주 즐겁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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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레스(1) 22.05.18 15 1 12쪽
8 황제의 기수(3) +3 22.05.17 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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