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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1 18:22
최근연재일 :
2022.05.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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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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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96

작성
22.05.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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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황제의 기수(3)

DUMMY

리처드 남작은 지금 이 상황이 몹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레스. 이 빌어먹을 새끼.’


가레스는 리처드 남작과 함께 오랫동안 전장을 누빈 전우였다.


리처드는 가레스를 중용했다. 실력이 출중하고 같은 평민 출신이라는 동질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의 한결같은 충성심을 높게 샀다.


‘날 대신해 화살도 맞아줬던 놈이···.’


믿었던 만큼 뼈 아팠다.


정략 결혼한 부인과 미련한 자식놈들은 못 믿을지언정, 가레스만큼은 굳게 신뢰했다.


한데 결과가 이렇다.


가레스는 리처드의 뒤통수를 거나하게 쳤다.


그것도 그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아주 크게.


‘황태자가 준 물건을 훔쳐갈 줄이야···.’


리처드는 황태자 덕분에 남작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밑에서 종군하면서 수 많은 전공을 세웠고, 그 대가로 과분할만한 보상을 받았다.


그는 황제의 기수지만 실질적으로는 황태자의 심복이나 다름 없었다.


황제는 이미 늙고 병들어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지 오래니.


리처드는 문득 황태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거북스러운 감각이 치밀어 저도 모르게 두손을 꽉 쥐었다.


황태자는 그의 주군이다. 하지만 리처드는 그에게 충성심 보다는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색채 없는 눈동자.

무감정한 얼굴.


그러다 가끔, 이상하리만치 무언가에 집착하는 모습들.


황태자는 광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자신에게 신신당부하면서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한 물건을 가레스가 훔쳐 달아났다.


‘참으로 좆같이 생긴 가면이었지.’


가레스는 유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진이 쓴 가면과 가레스가 훔친 가면.


분명 재질도, 생김새도 달랐지만 어쩔 수 없이 연상되었다.


그래서 죽일 기세로 창을 던졌다.


그는 유진을 죽여 이 불쾌한 감각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다.


한데, 유진은 그의 창을 솜씨 좋게 피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다곤 하나, 오러를 담은 일격이었다.


체내에 오러 한 톨 느껴지지 않는 놈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아니지, 아주 가끔 있긴 하지.’


일평생 전투를 밥 먹듯이 해온 그는 저런 종류인 인간들을 몇몇 알고 있다.


가진 바 재능은 일천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사선을 넘어오며 위험에 대한 감각만큼은 기사 못지 않게 끌어올린, 아주 소수의 칼잡이들.


유진은 그런 과에 속했던 것이다.


‘저놈과 나는 동류다.’


리처드는 조금씩 유진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특히, 느닷없이 터져나온 괴성에 아무렇지 않게 저항했을 때, 꼭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느꼈다.


자신을 보며 살기를 흩뿌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따지자면 자신이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널 고용하고 싶다. 저 북부의 개새끼가 준 돈의 다섯 배를 주지.”


그는 유진에게 제안했다.


저 하룻강아지가 저 용병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제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유통할수 있는 금액보다 많을 리 없다.


자신은 황태자의 지원을 물심으로 받고 있는 반면.


저 강아지는 아직 변경백의 후계자에 불과하니.


그의 생각이 들어맞았다는 걸 증명하듯, 아서가 약간 벌게진 얼굴로 외쳤다.


“공! 그게 무슨 경우 없는 소리입니까!?”


아서의 외침에 아랑곳 않고, 리처드가 말을 이었다.


“널 고용했을 때, 저놈들이 무엇을 쫓고 있는지 설명했나?”


유진은 침묵했다. 들은 적이 없으므로.


“이름을 말했나? 자신들의 출신을 말하던가? 의뢰의 위험성은 설명했나?”


납덩이 같은 정적이 가라 앉았다. 종자를 간호하던 소피아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놈들은 내가 수배한 종이 쪼가리를 들이밀면서 단순 탈주 기사를 쫓고 있는 거라고 했겠지. 하지만 지금 나나 저놈들이 쫓고 있는 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

“너도 들어봤겠지만, 황궁 비고에는 초대 황제 폐하께서 봉인하신 수 많은 저주받을 물건들이 있다.”


유진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동화로 많이 들었던 건국 신화로, 초대황제와 다섯 명의 공작이 대륙을 혼란에 빠트렸던 ‘저주받을 것들’을 봉인해 황궁 깊숙이 숨겨 놓았다는 이야기다.


유진은 당연히 이 설화를 믿지 않았다.


어렸을 땐 몰라도, 머리가 다 차버린 지금은 그런 허무맹랑한 것들을 믿을 턱이 없다.


하나, 담담하게 말을 하는 리처드 남작과 무어라 대꾸도 못한 채 입술을 짓씹고 있는 아서를 보면 저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지금 네가 이들을 도와 쫓고 있는 건 탈주 기사가 아닌, 그 저주 받을 물건이다. 허나 저 북부의 개새끼. 정확히는 변경백의 아들 놈은 네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겠지. 그 위험성을 뻔히 알고서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그리 말하며 리처드 남작이 유진의 어깨의 손을 얹었다.


그 감각이 참으로 거북했지만, 유진은 숨을 고르며 참았다.


“나는 너와 마찬가지로 저기 누워있는 용병들에게 이 사건의 전말을 말해 주었다. 수배서에는 탈주 기사라고 적어놨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주받을 것들’이 실존한다는 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순 없으니까.”

“······.”

“저 도둑놈 놈을 봐라.”


리처드 남작이 아서를 향해 눈짓했다.


“저놈은 남의 것을 훔치려는 것도 모자라, 널 기만했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한 의뢰를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돈은 많이 약속 했겠지, 한데 죽으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루의 품속에서 은이 필요한가 황금이 필요한가.”

“···.”

“하지만 나는 다 설명했다. 그리고 정중하게 너에게 도움을, 의뢰를 청하고 있다. 나느 저 ‘저주받을 것들’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나 자신만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의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

“아까 그 괴성은 가레스가 훔쳐간 ‘저주받을 것들.’ 정확힌 ‘속삭이는 가면’에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그리고 너는 그것의 정체불명의 능력에 저항했지.”

“···.”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의구심은 좀 든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 네가 필요하다. 금화가 싫으면 영지로 주마. 영지도 싫으면 아름다운 아낙네들을 주마. 그것도 싫다면 누구도 너를 업신 여기지 못할 명예를 주마.”


남작이 짧게 숨을 들이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황제 폐하의 기수, 리처드 오웬이다. 네 이름은 무어냐.”


리처드는 눈앞의 용병의 답을 기다렸다. 허나 답은 엉뚱한 곳에서 날아왔다.


“그 친구의 이름은 유진입니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 리처드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을 받은 아서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자는 화상을 심하게 입어 목젖이 상해 말을 하지 못합니다. 저희도 글로 소통했죠. 한데··· 공께서는 글을 모르시지 않습니까? 어찌 대화를 나누시려고.”


아서의 말에 리처드의 낯빛이 화산처럼 달아올랐다.


글자란 귀족의 소양이다. 평민에서 올라온 리처드가 글을 알리 만무하다.


“마음만 먹으면 반박할 것들이 무수히 많지만, 입 아프니 굳이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한데 남작님께서는 유진의 신용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 입니다.”


용병에게 있어 신용은 생명이다.


신용이 없는 용병은 의뢰를 받기 힘들다.


“흥, 내가 평생 먹고 살 돈을 줄텐데 그깟 신용이 무슨 대수인가.”

“신용도 신용이지만 명예의 문제지요. 공께서는 유진이 명예도 없는 인간이라고 여기시는 겁니까?”

“명예가 없는 짓은 네놈들이 먼저 했잖나!”


남작의 일갈. 아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황태자의 온갖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 하는 당신보단, 북부에서 외적에 맞서 싸우는 저희가 훨씬 명예롭지요.”


저벅 저벅, 아서가 유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고용주가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그것이 비난 받을 일입니까?”


상행 호위나 몬스터 토벌 같은 아주 간단한 의뢰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고용주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용병 길드에 의뢰를 넣는다.


의뢰를 받은 용병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주 단편적인 정보다.


집을 지켜라.

누군가를 호위해라.

어디까지 물건을 옮겨라 등등.


자신의 속사정을 전부 알려주는 고용주란 매우 드물다.


사람의 입이란 게 여간 가벼운게 아니니까.


“목숨이 위험한 일에 끼어들게 했다고 비난하시는데, 용병의 업은 원래 목숨을 걸고 하는겁니다. 게다가 저희는 기껏 동패 용병인 유진에게 금화 삼십 닢을 약속했습니다. 저희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바보천치가 아닌 이상 이번 일의 위험성은 자연스레 알았을 겁니다.”


코앞까지 다가온 아서가 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나 이번 의뢰의 난이도가 저희의 예상보다 상승한 것 같으니 보수를 올려주도록 하죠. 금화 육십 닢. 이 정도면 목숨 한 번 걸어볼만 하지 않나 유진?”

“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도둑 놈 주제에 통도 작구나.”


리처드의 말에 아서가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 보단 낫지요.”

“그 말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

“의심이 약간 듭니다. 남작님이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야 사교계에서 워낙 유명하지 않습니까.”


도발적인 언행에 리처드가 창대를 쥐었다. 아서도 그를 마주보며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주먹을 쥔 리처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평소라면 진작에 휘두르고도 남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중했다.


아서와 소피아는 제법 뛰어난 기사다. 일대일로 붙으면 상처 하나 없이 쓰러트릴 자신이 있으나, 둘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리처드로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에 하나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가레스를. 그 저주 받을 것을 상대할 길이 요원해진다.


리처드가 어금니를 갈며 화를 삭히는 차, 이한이 검집으로 땅을 긁었다.


─드르륵.


선과 선이 이어져 글자가 된다.


글자가 글자가 합쳐져 어절이 되었고.


어절과 어절이 뭉쳐 하나의 문장이 되어갔다.


문장이 완성되어 갈수록, 아서의 얼굴이 풍부하게 변했다.


“자넨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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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레스(1) 22.05.18 14 1 12쪽
» 황제의 기수(3) +3 22.05.17 37 3 11쪽
7 황제의 기수(2) 22.05.16 39 3 11쪽
6 황제의 기수(1) 22.05.14 48 4 12쪽
5 방랑자의 요람(3) 22.05.13 43 5 11쪽
4 방랑자의 요람(2) 22.05.12 52 6 13쪽
3 방랑자의 요람(1) 22.05.11 54 5 11쪽
2 수배서(2) 22.05.11 68 6 11쪽
1 수배서(1) 22.05.11 10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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