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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19
작품등록일 :
2022.05.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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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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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형벌

DUMMY

성녀의 암살을 계획했던 것이 밝혀진 세 가문의 수장들은 감옥에 수감되었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쟁이 막 끝난 지금, 신성 왕국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왕가가 흔들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 마리안느가 이번 일을 밝히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의외였던 점은 마리안느의 당부가 있었다고는 해도 수많은 병사들이 폭로 현장에 있었기에 제대로 비밀이 엄수될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일에 대한 소문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세 가문의 수장들이 투옥됐다는 소문이 돌지는 않을까 조사에 나섰다 복귀한 블랙이 대단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신성왕국의 사람들에게 성녀님이 가지는 입지가 대단한가보군요. 말 한마디로 그 많은 병사들에게 비밀을 지키도록 만들정도로 말입니다.”


“아무리 성녀의 당부가 있었다고는 해도 말 한마디로 비밀이 이렇게까지 지켜지기는 어렵죠. 아마 비밀이 엄수된 이유는 다른데에 있을거예요.”


블랙의 말에 이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비밀의 엄수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으니까. 아무리 마리안느가 신성왕국의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는 성녀라 할지라도 말 한마디로 그 많은 병사들이 비밀을 엄수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


이지훈은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왕국의 백성들이 자신들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했던 에디널의 말과는 달리, 가까이에서 왕가의 헌신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왕가를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킨 것이리라. 성녀가 아니라 왕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아차렸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후회는 언제해도 늦은 법이었으니까.


“뭐, 남은 건 성녀님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전쟁이 끝난 지금, 신성왕국의 국민들이 성녀에게 보내는 지지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스스로 신성 왕국을 통치하겠다 해도 반대하는 이들은 없으리라. 신성왕국의 미래는 마리안느의 손에 달린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 이지훈은 마리안느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예상해보고선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




왕성 지하 감옥. 성녀의 암살을 계획했다 잡힌 에디널과 다른 두 가문의 수장은 이 곳에 투옥되어 있었다.


“이 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다 왕국을 위해서 한 일이란 말이다!!!”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난동을 피워대는 두 가문의 수장과는 달리, 에디널은 아무말도 없이 자신에게 배정된 방 가운데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에디널이 갇혀 있는 방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든 에디널의 시선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성녀 마리안느의 모습이었다. 마리안느는 감옥 안에 갇힌 에디널의 모습을 천천히 들여다보다 입을 열었다.


“좋아보이시는군요, 에디널님.”


들려온 마리안느의 목소리에 에디널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갇혀 있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것 같소, 성녀.”


감옥에 갇힌 지금, 에디널은 역설적으로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왕가의 일원으로 태어나, 한 평생을 신성왕국의 번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살아왔던 에디널에게 있어서 감옥에 갇혀 있었던 지난 며칠동안은 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감옥 속에서 에디널은 알게 되었다. 생명이 살아가기 위해선 따스한 햇빛만이 아니라 시원한 비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 에디널의 반응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마리안느는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마리안느를 향해 에디널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귀하디 귀한 성녀께서 이 누추한 곳엔 어쩐일로 걸음을 하셨소?”


에디널의 물음에 마리안느는 입가를 끌어당기며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에디널이 불길한 예감을 느낀 찰나, 마리안느의 입이 열렸다.


“제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당신에게 내려질 형벌에 대해 알려드리기 위해서예요.”


마리안느의 말에 에디널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악마와 손을 잡고 성녀를 암살하려한 죄는 무거웠다. 며칠 감옥에서 썩고 있는다 해서 끝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 이미 자신의 죄를 자백했을때부터 이 순간을 예상하고 있었던 에디널이 마리안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어떻게 죽게 되는 것이오? 국민들의 앞에서 참수? 아니면 사지를 자르게 되나?”


에디널의 물음에 마리안느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에디널을 향해 마리안느가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내려질 형벌은 그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신성왕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게 무슨...”


마리안느의 대답에 에디널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목숨이 다할때까지 신성왕국을 위해 봉사하라니, 대체 이 성녀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런 에디널을 향해 마리안느가 재차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당신이 감옥에 갇혀 있던 지난 며칠동안 신성왕국의 대부분의 업무가 마비됐어요. 덕분에 왕가에서 왕국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악마들과의 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 왕가가 사라진다면 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겁니다. 그건 신성왕국과 국민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엘 가문의 수장 에디널님, 당신은 왕가에 남아 평생 왕국을 위해 봉사해주셔야겠어요.”


마리안느의 말에 에디널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조차 모르는 국민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자의 죄마저 사하여 주겠다는건가. 나로서는 성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그러니까 제가 성녀인 게 아닐까요?”


자신의 말에 웃으며 답하는 마리안느를 발견한 에디널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교국이라는 꽃밭 안에서 보호받을 뿐인 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에디널의 말에 마리안느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말이예요. 이번 일로 교국이 얼마나 왕국의 일에 무관심 했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왕가에서 교국을 욕하는 것도 이해가 갈 정도였어요.”


세 수장이 투옥당하며 왕국의 대소사를 처리하던 왕가는 마비되었다. 왕가를 대신해 지난 며칠동안 왕국의 대소사를 처리한 것은 왕국의 다른 축인 교국이었다.


그러나 안전한 교국 안에서 신을 찬양하기만 하던 교국의 사람들은 왕국의 대소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고 신속히 처리해야할 전후처리조차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 결과 마리안느는 어째서 왕가가 교국을 꽃밭이라 불렀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마리안느는 신성왕국의 국민들을 위해선 왕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느낀 것이 있습니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 역시도 교국이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성장해야만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왕국을 떠나 여행을 떠나려해요. 그리고 제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왕국을 지킬만한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역할엔 당신이 제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에디널님께서 이번 일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제 결정에 따라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실건가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마리안느는 안전한 교국에 안주하고 있을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엔 이지훈과 그 일행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으나 언제까지 그들의 도움을 바랄수만은 없는 상황. 그렇기에 마리안느는 결심했다. 언젠가 왕국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을 때 왕국을 지킬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교국을 벗어나 성장하기로.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나를 믿겠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그렇기에 성녀라는건가... 그게 성녀님의 결정이라면 어쩔 수 없군. 성녀님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소.”


마리안느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에디널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에디널의 대답에 마리안느가 미소를 지었다.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에디널님.”


마리안느의 감사 인사에 에디널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그때,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에디널이 마리안느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것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지금까지 마리안느는 다른 두 수장이 아닌, 에디널의 처벌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에디널의 물음에 마리안느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두 분에 대한 것은 에디널님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래서 성녀인건가. 하하하하...”


다른 두 사람에 대한 것도 자신에게 맡기겠다는 마리안느의 말에 에디널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에디널에게서 등을 돌린 마리안느가 감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 사람들이 데리러 올 겁니다. 그때까지 조금 더 쉬세요. 앞으로는 쉴 시간도 없을테니까요.”


“그런가. 이제 쉴 시간도 없어지겠군. 이 감옥도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아쉽다는 듯, 말하는 에디널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로 마리안느는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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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 실수 22.12.09 60 0 14쪽
116 (116). 폭발 22.11.30 52 0 11쪽
115 (115). 심연 22.11.30 31 0 11쪽
114 (114). 문 22.11.25 37 0 10쪽
113 (113). 그물속의 물고기 22.11.25 41 0 12쪽
112 (112). 증거불충분 22.11.24 40 0 12쪽
111 (111). 엇갈린 대답 22.11.22 33 0 10쪽
110 (110). 의심과 확신 22.11.22 40 0 10쪽
109 (109). 동족혐오 22.11.18 49 0 12쪽
» (108) 형벌 22.11.18 36 0 10쪽
107 (107). 폭로 22.11.17 43 0 17쪽
106 (106). 소망하는 작은 세계 22.11.16 36 0 13쪽
105 (105). 2차 각성 22.11.14 49 0 10쪽
104 (104). 이지훈의 두번째 계획 22.11.12 50 0 19쪽
103 (103). 각자의 움직임 22.11.09 39 0 9쪽
102 (102). 왕가의 계획 22.11.08 38 0 9쪽
101 (101). 이기적인 책임감 22.11.07 48 0 11쪽
100 (100). 성녀 납치 22.11.04 59 0 10쪽
99 (99). 목적 22.11.03 54 0 12쪽
98 (98). 신성왕국 22.11.03 53 0 10쪽
97 (97). 성녀 22.11.01 62 0 9쪽
96 (96). 걱정 22.10.31 83 0 9쪽
95 (95). 잠깐의 휴식 22.10.28 62 0 11쪽
94 (94). 게이트 22.10.27 69 0 11쪽
93 (93). 성유물 22.10.26 70 0 9쪽
92 (92). 해방 22.10.26 76 0 11쪽
91 (91). 대면 22.10.24 59 0 11쪽
90 (90). 재능과 질투 22.10.22 57 0 13쪽
89 (89). 돌맹이도 맞들면 낫다. 22.10.20 6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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