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게임의 솔로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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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19
작품등록일 :
2022.05.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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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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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4). 문

DUMMY

이지훈이 왕세자로부터 동쪽에서 온 현자와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은지 며칠이 지났다. 왕세자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까지 따로 할일도 없었던 이지훈은 이 며칠동안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대륙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원없이 쉬었다.


이제 쉬는것도 지겹다고 생각될때쯤,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이지훈을 찾아왔다. 이지훈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왕세자였다. 설마 왕세자가 직접 찾아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이지훈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왕세자 전하께서 직접 오실줄이야.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하하하! 내가 재주가 좀 많은 사람이기는 하지!”


이지훈의 말 뜻은 대체 왕세자가 왜 자신을 직접 찾아왔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 비꼬는 것이었지만, 이지훈이 자신을 비꼰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왕세자의 자화자찬에 이지훈은 되려 할말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이 말을 자신의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잠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던 이지훈은 황급히 표정을 바꾸고 정말 그러하다는 듯 왕세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국왕 전하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으실 분답군요. 헌데, 무슨일로 저를 찾아 오셨는지...”


“저번에 내 예언자와 자네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지않나. 자네의 이야기를 했더니, 예언자가 한번 만나보겠다고 했다네. 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온걸세.”


왕세자의 말에 이지훈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체 그걸 왜 직접 전하러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건 시종들을 시키면...아!’


그런 생각을 하던 이지훈은 왕세자가 번거롭게 자신을 직접 찾아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왕성 안에서 이지훈이 제3왕녀의 챔피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이지훈을 핑크와 대립하는 왕세자가 직접 찾은 것을 왕성에서 일하는 시종들이 목격하게 된다면 이지훈과 왕세자, 두 사람이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게 될 터. 왕세자의 노림수를 알아차린 이지훈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왕세자는 진짜 바보인가?’


만약 이지훈이 진짜 핑크의 진영에 숨어 있는 스파이였다면 이번 왕세자의 행동으로 인해 이지훈은 더 이상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없게 됐을 터.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하지 못하는 왕세자의 바보같은 행동에 이지훈은 역시 이 왕세자는 왕이 되면 안된다고 확신하면서, 왕세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종들을 시켜 알려주셔도 됐을텐데, 일부러 직접 찾아와 알려주시다니... 감격입니다, 전하!”


이지훈의 말에 왕세자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와 내 사이지 않은가. 이 정도는 당연한거지. 하하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웃으며 답하는 왕세자의 말에 이지훈도 왕세자를 따라 웃음을 터트렸다.



.

.



이지훈은 왕세자의 안내를 받아 동쪽에서 온 예언자를 만나기 위해 왕세자 궁으로 향했다. 왕세자궁으로 향하는 동안, 왕세자는 이지훈을 붙잡고 끝도 없이 핑크의 험담을 늘어 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귀염성이라고는 없었다느니, 귀족들을 무시하면 안된다느니하는 왕세자의 헛소리를 한귀로 흘리다보니 어느새 이지훈은 동쪽에서 왔다는 예언자가 머무는 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 예언자의 방 앞은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예언자의 방 앞을 지키던 제2근위기사단의 기사들이 왕세자를 발견하더니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왕세자 전하를 뵙습니다!”


“됐다. 그녀는 안에 있는가?”


“그렇습니다! 안에 기별을 넣을까요?”


기사의 물음에 왕세자는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가 문을 두드리며 안쪽을 향해 왕세자의 방문 소식을 알리자 문 안쪽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는 끝났으니 들어오시라고 해주세요.”


문 안쪽에서 들린 여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기사가 왕세자와 이지훈을 향해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서자, 한 여성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왕세자 전하. 그리고...제 3왕녀님의 챔피언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3왕녀의 챔피언인 헌터라고 합니다.”


여성의 인사에 이지훈도 여성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여성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실내임에도 후드를 쓰고 있는 탓에 생김새는 알 수 없었으나, 목소리로 미루어보아 20대 중반에서 후반정도의 나이인듯 싶었다.


뭐, 그녀가 왕성에 숨어든 악마가 맞다면 인간으로 의태한 모습일테니, 실제 나이와는 차이가 있을테지만. 그때 두 사람의 인사를 지켜보던 왕세자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내 사람들끼리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할 필요가 있겠나. 이쪽은 제이, 동쪽에서 온 예언자라네. 이쪽은 헌터,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제 3왕녀의 밑에 있다네.”


이지훈은 자신을 향해 내사람 운운하는 왕세자의 모습에 표정관리에 실패하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동쪽에서 온 예언자를 바라보고 있던 왕세자는 이지훈의 그런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뭐, 그런것보다.


“제이님이셨군요. 왕세자 전하로부터 대단한 예언자라고 들었습니다.”


“별것 아닌 재주일 뿐입니다.”


이지훈의 말에 제이는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그런 제이의 대답에 왕세자는 마치 자신이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별 것 아닌 재주라니! 제이는 정말 대단한 예언자라네. 미래는 물론, 과거의 일까지 읽어낼 수 있지!”


왕세자의 말에 이지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예언자라니. 그 말인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이지훈을 향해 왕세자가 입을 열었다.


“어떤가,제이. 이 친구에게도 그대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럼, 헌터님께서는 이쪽으로 오시지요.”


왕세자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제이가 이지훈을 향해 자신을 따라오라며 걸음을 옮겼다. 이 기회에 제이의 능력을 확인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지훈은 군말 없이 제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제이가 이지훈을 데리고 간 곳은 암막 커튼이 쳐져 있는 작은 방이었다. 방 안에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개가 놓여져 있었는데, 테이블 위엔 네모난 무언가가 올려져 있었다.


먼저 의자에 앉은 제이가 이지훈에게 남은 의자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이지훈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네모난 것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카드점?’


네모난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카드덱이었다. 테이블 위의 네모난 것이 카드덱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지훈은 대충 제이가 어떤 방법으로 과거와 미래를 읽는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의미가 정해진 카드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카드점이 바로 제이가 미래를 읽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 때, 제이가 카드 덱에 손을 올리며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미 예측하신 것 같지만, 제가 가진 능력은 이 카드를 이용해 과거와 미래를 읽는 것이랍니다. 과거와 미래, 둘 중에 어느 것을 알고 싶으신가요?”


제이의 물음에 이지훈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과거와 미래, 둘 중에 하나밖에 알 수 없다면. 과거와 미래 둘 중에 어느 것을 확인할지 결정한 이지훈은 제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과거에 대해서 확인할게요.”


제이의 능력 중에서 이지훈이 흥미를 가진 것은 과거를 보는 힘이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예언자들은 많았지만, 과거까지 볼 수 있다는 제이의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미래의 일은 벌어지기 전까지 이지훈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 과거의 일을 물어보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이지훈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제이는 카드덱을 섞더니 테이블 위에 여러장의 카드를 늘어놓았다.


“이 중에서 아무거나 원하는 카드를 두 장 선택하시면 돼요.”


늘어진 카드들을 내려다보던 이지훈은 망설임 없이 한장의 카드를 골라 제이를 향해 건넸다. 이지훈으로부터 카드를 받아든 제이는 이지훈이 건넨 카드를 뒤집었다.


“황제. 역위치로군요.”


이지훈이 고른 첫번째 카드는 금빛 왕관을 쓴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카드. 황제의 카드가 뒤집힌 것이었다.


“이제 두번째 카드를 선택해주세요.”


제이의 말에 이지훈은 재차 늘어진 카드 중에서 한장을 선택했다. 이지훈이 선택한 두번째 카드를 확인한 제이가 이지훈을 향해 말했다.


“심판. 마찬가지로 역위치로군요. 이제 당신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제이는 이지훈이 고른 두 장의 카드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여전히 눈을 감은 제이가 이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의 과거는... 오만함. 그리고 후회가 느껴지는군요. 당신은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벌어진 일 때문에 후회를 안고 있어요... 당신, 문을 연 사람이었군요?”


문을 열었다는 제이의 말에 이지훈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이지훈이 소름끼치도록 가라앉은 목소리로 제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문을 열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이의 말대로 과거, 이지훈은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어떤 문을 열어버렸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지훈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과거, 이지훈이 열었던 문은 바로 마계와 연결되어 있던 게이트. 문을 열어 이계의 악마들을 이 세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이지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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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 실수 22.12.09 60 0 14쪽
116 (116). 폭발 22.11.30 52 0 11쪽
115 (115). 심연 22.11.30 31 0 11쪽
» (114). 문 22.11.25 37 0 10쪽
113 (113). 그물속의 물고기 22.11.25 41 0 12쪽
112 (112). 증거불충분 22.11.24 40 0 12쪽
111 (111). 엇갈린 대답 22.11.22 33 0 10쪽
110 (110). 의심과 확신 22.11.22 40 0 10쪽
109 (109). 동족혐오 22.11.18 49 0 12쪽
108 (108) 형벌 22.11.18 35 0 10쪽
107 (107). 폭로 22.11.17 43 0 17쪽
106 (106). 소망하는 작은 세계 22.11.16 36 0 13쪽
105 (105). 2차 각성 22.11.14 49 0 10쪽
104 (104). 이지훈의 두번째 계획 22.11.12 50 0 19쪽
103 (103). 각자의 움직임 22.11.09 39 0 9쪽
102 (102). 왕가의 계획 22.11.08 38 0 9쪽
101 (101). 이기적인 책임감 22.11.07 48 0 11쪽
100 (100). 성녀 납치 22.11.04 59 0 10쪽
99 (99). 목적 22.11.03 54 0 12쪽
98 (98). 신성왕국 22.11.03 53 0 10쪽
97 (97). 성녀 22.11.01 62 0 9쪽
96 (96). 걱정 22.10.31 83 0 9쪽
95 (95). 잠깐의 휴식 22.10.28 62 0 11쪽
94 (94). 게이트 22.10.27 69 0 11쪽
93 (93). 성유물 22.10.26 70 0 9쪽
92 (92). 해방 22.10.26 76 0 11쪽
91 (91). 대면 22.10.24 59 0 11쪽
90 (90). 재능과 질투 22.10.22 57 0 13쪽
89 (89). 돌맹이도 맞들면 낫다. 22.10.20 6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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