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그날의 기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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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연
작품등록일 :
2022.05.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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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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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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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IRECTION(5)

전쟁,판타지




DUMMY

그 이후에도 대결은 계속되었다. 며칠이 흐른 걸까? 시간 감각이 점점 무뎌져 갔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는지 사람들이 힘찬 소리를 내며 훈련을 하고 있는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밥을 먹고 있는지 하늘에 예쁜 보름달이 떴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대결이 지속될수록 리키는 점점 지쳐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때려눕히려 하고 그녀가 먹는 것이라고는 비상식량뿐이었다. 식재료는 있었으나 자신의 형편없는 요리실력에 몇 번 도전해보다가 포기했다.


리키-“아~,카레랑 오믈렛 먹고 싶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식구들에게 자주 해주셨던 카레와 계란요리. 그것들을 생각하니 지금의 자신의 처지가 너무 처량하게 느껴졌다.


밥도 질려버려 리키는 그냥 씻어버리고 잠자리에 누웠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걸까? 이제는 사람들이 그립다. 그저 힘들더라도 자기들끼리 있으면 즐거워지는 그 분위기가 그리워졌다. 그걸 지켜보기만 해도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리키-“······아휴, 그냥 자자.”


그렇게 이제 눈꺼풀이 무거워져 잠에 빠지려는 순간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누군가의 작게 속삭이는 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 그리고 손이 눈앞을 가리더니


푸화아악


강력한 물세례가 리키를 급습했다. 너무나 강한 충격 탓에 뒷통수가 그대로 벽에 부딪혀 그녀는 뇌진탕으로 기절해버렸다.



엘든 그리머가 급습하고 난 뒤, 그녀는 리키를 코쿤 안에 넣고 경과를 지켜봐 줬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는 잠시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제는 기습도 마다하지 않는 건가? 점점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그저 이 편안함에 몸을 맡기면


카피르-“벌써 그렇게 긴장을 풀면 안 되지.”


관리자? 어째서 그녀가 여기에······


카피르-“뭐, 기프터즈로서, 관리자로서 어드벤티지를 주도록 할까? 싸울 준비는 하게 해줄게. 10초 안에 끝내.”


리키-“대체, 대체 왜 이러는 거죠?! 나한테 바라는 게 뭐냐고요?! 대체······”


카피르-“할 말은···그게 끝이야?”


리키-“크윽, 으아아아아!!”


파악


두 사람의 손이 서로 부딪혔다. 그러나 카피르(기프터즈)의 공격은 이미 리키를 상회하고 있었다. 결국, 리키는 또다시 벽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벽이 부서지면서 그녀가 벽에 꽂힐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카피르-“한 가지 가르쳐 줄게. 바람 속성은 다른 속성에 비해 살상력이 떨어져. 그래서 보조계열에 특화되어 있지. 하지만 이런 바람, 아니 공기로도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진공막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눈앞이·········이건 셰이디가 당했던 기술이다.


카피르-“인간은 물론 모든 생물은 호흡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공기의 흐름이 너한테 닿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POISON JAIL


이번엔 뭐지? 세상이 빨갛게 변하고 숨은 쉬어지지만 온 몸에 힘이············정신이 혼탁해졌다.


카피르-“이런 식으로 고문용으로 쓰이기도 하지. 이래도 뜻을 굽히지 않겠다면 나로도 안 끝나. 다음에 만나면 꼭 결정하길 바란다.”


그러면서 카피르는 고고한 자태를 내뿜으며 자리를 떠났다. 눈에서, 귀에서, 피가 나올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피를 흘리며 리키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리키-“이제 더 이상 못 참아!”


차라리 먼저 나가자. 리키는 탈출을 감행했다. 문 앞에 누가 다가오든 먼저 때려눕히면 그만이다. 그 순간,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선제공격이다.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물고기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맹금류처럼·········지금이다!


체인너클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정확히 상대의 갈비뼈를 분쇄시켰다. 이제 서둘러 이곳을 탈출


크허어억 카학


공격을 받은 상대는 완전히 각혈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너무 심했다. 얼굴을 확인해보니 라이아 크라나베였다. 리키는 서둘러 코쿤이 있는 곳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


그녀는 숨을 쉬는 것을 괴로워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른 건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루터 아저씨도 마땅한 장비도 없는데······


라이아-“···왜···그러고 있어. 지금이···기회야.”


리키-“이런 사람을 두고 어떻게 가요. 게다가 그것도 나 때문에······”


라이아-“너무···상냥한 거 아니야? 우리가 이런 짓을 하는데······”


리키-“······전 여기에 누굴 죽이려고 온 게 아니에요.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당신들이 밉지만······전 그것보다 누군가를 해친다는 게 너무 무서워요.”


페토미아에서 인질로 잡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캘러웨이의 검에 가슴이 찔려 생명이 위험해진 군인이 살기위해 리키에게 손을 뻗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살려줘···엄···마]. 자신들을 죽이려던 그 군인의 살고 싶어하는 간절한 눈빛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리키-“생각해보면 전 강해지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합당하게 이곳에서 당신들을 이기고 당당하게 걸어 나갈 겁니다.”


라이아-“뭘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 인생 손해 보면서 살지 마. 즐기면서, 하고 싶은 건 원 없이 하면서 살아야지.”


리키-“이제 괜찮은 거예요?”


라이아-“코쿤 속에서 회복했으니까 빠르게 회복됐지. 맘에 든 동생의 생각이 그렇다면 나도 도울게. 직접적으로는 도울 수는 없지만.”


상큼하게 말하면서 그녀는 리키의 기분을 조금 환기시켜 주었다. 리키는 그녀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리키-“···그냥, 아무 이유 없어도 좋으니까. 놀러와 주세요. 명령으로 싸워야 하는 거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가끔 놀러와 줘요.······언니.”


그렇게 말하자 라이아는 그녀가 이뻐 죽겠다며 껴안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리키에게 있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과의 대화와 즐거움이었다.


지금까지는 걸핏하면 싸움을 걸어오고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중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어떤 날에는 아예 찾아오지도 않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라이아가 밖으로 힘든 걸음을 옮겼다. 괜찮은 척했지만 리키의 기습은 상당히 큰 데미지를 안겨줬다. 그래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들켜버릴 테니까.


“뭐야? 어린 소녀가 이긴 거야?”


최악이다. 하필 들켜선 안 될 녀석한테 들켜버렸다. 구아나 하리시엘이 임 밖에서 라이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아-“무슨 소리야? 본격적으로 싸운 것도 아닌데.”


구아나-“그래, 손도 써보기 전에 당했지. 우리가 그 방에 카메라 달고 불침번 서면서 지켜보는데 뻔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라이아는 다급하게 말렸다.


라이아-“이제 그만하자. 우리가 저런 어린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충분히 알잖아.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까지······”


구아나-“아무 죄도 없는 어린애를 세상이 가만 내버려 두지 않으니까 이러는 거잖아. 너도 그걸 아니까 참여한 거 아니야? 그럼 시키는 데로······”


라이아-“저 애의 눈을 한 번이라도 마주한 적 있어? 두려움에 떨어서······이건 그냥 학대고 고문이잖아. 차라리 그 가족들을 이곳으로······”


구아나-“누군가가 저지른 일에 지금 우리가 휘말렸어. 누구는 무책임하게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누구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대가없는 희생을 한다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차갑고 냉혹한 그녀의 표정이 더 이상의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대변하는 것 같았다.


라이아-“그렇다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애를 저렇게 가혹하게 굴 이유도 우리한텐 없어! 그러니까 너도 거기서 끝내. 안그러면 동료라 해도······”


구아나-“날 죽일 수 있다면 한번 해봐.저 아이가 그렇게 불쌍하고 돕고 싶다면 한번 죽여봐. 죽일 수 있다면 말이야.”


구아나는 흉흉한 살기를 내질렀다. 진짜로 싸워야 하는 건가?


구아나-“······넌 너무 착하고 겁이 많아. 잔혹함을 혐오하고 남이 다치는 걸 두려워하고······자신을 죽이려는 상대를 죽일 생각을 안 해. 그러니까 들어가. 진짜로 내가 널 죽여버리기 전에.”


라이아는 그저 그녀가 방공호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 순간에도 자신이 불쌍히 여긴 그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위선을 자책하며.



또각또각


발소리가 들린다. 아주 익숙한 소리. 구아나의 발걸음 소리다. 준비는 모두 마쳤다. 지친 심신은 모두 회복했고 무기도 모두 챙겼다. 리키는 곧바로 전투로 돌입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후우웅


걸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리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걸음이 문 앞에서 멈추는 순간 흐르는 묘한 정적. 떨리고 긴장되는, 날붙이가 칼에 닿는 듯한 이 감각. 마음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 건가? 돌아가면 우선 동생들 얼굴부터 봐야지. 그런데 여기서 집까지 어떻게 가지? 그 전에 그 사람들이 날 여기서 내보내 줄까?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휘저을 때 구아나 하리시엘이 문을 열었다. 평소에 보던 고귀한 아가씨 같은 차림이 아니었다. 흰색 트레이닝 복. 그것도 아무런 무늬도 색깔도 섞여있지 않았다.


리키-“그 옷은 어떻게 관리하신 거예요? 때가 하나도 안 탔네? 평소 입던 옷들은 이번엔 진짜 아껴주려고요?”


구아나-“굳이 대답해 주자면······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그러면서 그녀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이번엔 진짜로 반항하지 못하게 만들 셈인 건가? 리키는 사슬을 꽉 잡았다. 이번엔 절대로 실수하면


푸우욱


뭐지? 붉은 물이 복도의 형광등에 비치면서 리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두둑


그리고 그 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 되어서야 리키는 눈앞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구아나, 미친년이 자신이 가져온 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버린 것이다.




전쟁,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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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사건의 내막(3) 23.01.22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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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상봉(3) 22.11.30 38 0 14쪽
66 상봉(2) 22.11.19 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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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Dream House(2) 22.10.0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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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광견들(10) 22.09.15 57 0 12쪽
59 광견들(9) 22.09.12 43 0 12쪽
58 광견들(8) 22.09.05 45 0 12쪽
57 광견들(7) 22.08.31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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