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스포츠 재벌이 심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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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창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53
최근연재일 :
2022.05.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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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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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입문2

DUMMY

남산 아래의 장충체육관.


언젠가 벌꿀오소리 주선으로 일할 때,

공사 십장이 정찬 보고 일 잘한다며

이 부근 족발집에서 저녁을 사준 적이 있었다.


체육관 주변 도로 가장자리에

방송사 중계차가 죽 늘어서 있었다.

지상파부터 종편채널,

스포츠전문 채널까지.


“이거 대단한데, 이종격투기 중계에

이렇게 많은 방송사가 참여한 건

처음 있는 일인 거 같은데.”


이철민이 흥분해서 말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인생유전.

돌고 돌다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종격투기 파이터가 되다니.


‘UFC 챔피언과 최강 흑기사의 대결’

‘악동과 의인의 대결, 승자는 누가 될까?’


여기저기 김동일과

정찬의 경기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철민이 불쑥 말했다.


“그런데 그 잘난 이미지는

이 중요한 경기에 왜 안 나타나는 거야?

명색이 너의 매니저잖아.

매니저 역할이 뭐냐?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철민은 무엇 때문인지 처음부터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철민의 연예계 경험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이미지는 이번 경기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단 한 번도 회사에 출근을 하거나

인사를 하러 나타난 적이 없었다.


매니저 역할이 아닌 역할만 하면서,

정작 매니저 본업은 철민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중요한 일은

이미지가 다 했잖아요. 좀 봐주세요!”


정찬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는지 보자!

가만, 이쪽인가 봐!”


철민이 체육관 초입의

한 입구로 방향을 잡았다.


1만석 가까운 좌석.

가운데 링이 마련돼 있었고,

링 주변에까지 좌석이 놓여있었다.


“원래 좌석이 8천 개인데,

관람 희망자가 많아서 링 옆에

추가 좌석을 설치했어요.”


누군가 링 근처에서 말을 건넨다.

한 겨울인데 반팔의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중년남자.


이번 경기의 프로모터이자

내일 심판을 맡은 최강필씨였다.

그는 한때 국가대표 권투선수를 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실 유튜브에서 가끔씩

프로선수와 일반인 싸움꾼의 경기를

재미로 중계하긴 하지만,

이렇게 큰 공식경기가 치러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대단합니다.”


최강필은 정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찬이 프로선수가 아니어서

경기 규칙과 진행방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협의가 필요했다.


“경기규칙은 해 봐서 아시겠지만...”


“사실 저 잘 모릅니다.”


이종격투기는 구경해본 적도 없다는

정찬의 솔직한 이야기에

최강필은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하하, 그래도 하도 격투를

잘 한다고 하시기에 프로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경험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어? 저기 왔다!”


이야기 중간에 철민이 다급하게 말했다.

링의 건너편에 나타난 사람들.

남자 셋과 여자 한 명.


“어, 왔어?”


최강필이 반말로 인사하며

건너편 사람들에게 팔을 흔들었다.

김동일 역시 일행과 함께 사전답사 겸,

경기방식 논의를 하러 온 거였다.


최강필은 주요 경기의 심판을 하면서

김동일과는 수시로 만나는 사이인 듯싶었다.


그들은 정찬과 철민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술집에서 행패를 부리던

불량배의 모습은 간데없고

다부진 전사의 포스가 김동일에게서 느껴졌다.


“지난번 술집 실수는 미안하게 됐습니다.”


김동일이 사과 인사를 건네면서

날카롭게 정찬의 아래위를 훑었다.


이철민은 반사적으로 살짝 뒤로 물러섰다.

지난번 김동일에게 얻어맞은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는 듯했다.


“요즘 의인으로 많이 유명해졌데요.

내일 경기 잘해 봅시다.

지난번처럼 술 취해서 하는

길거리 싸움이 아니라서

일반인 입장에선 많이 힘들 겁니다.”


기 싸움.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의 두려움이 아니었다.


‘김동일의 두려움.’


이것도 요즘 불편해진 것 중에 하나다.

어느 때부턴가 상대에게 집중하면

그의 감정이 읽히는 걸

정찬은 느끼고 있었다.


정찬의 기를 죽이려는

김동일의 도발은 이어졌다.


“저는 그냥 할 테니, 정찬씨는

가급적 헤드기어를 쓰세요.

강필 선배님, 이거 프로경기도 아니니까

우리가 합의하면 되는 거죠?

제가 소싯적에 전라도 조폭 두목하고

비공식 경기하다가 그 사람

식물인간으로 만들 뻔한 적이 있거든요.”


“그건 그렇지만....”


김동일의 제의에 최강필이

정찬의 눈치를 보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잠자코 듣고 있던 정찬이 한마디 했다.


“괜찮습니다. 그냥 할게요.

그런데....,

너무 겁먹지 마세요!”


그 말에 김동일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머..뭐 거,겁 먹어? 이런 씨...

아이구 이거 미치겠네. 뭐 이런....”


속내를 들킨 민망함 때문인지

김동일은 욕설을 내뱉기 직전이다.


“오빠!”


날카로운 여성의 외침.


김동일의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

시원한 눈매와 모델 같은 몸매의

도회적 미인이 매서운 눈초리로

김동일을 쏘아봤다.


#

저녁 9시,

캄캄한 밤하늘 중간 중간을

화려한 레이저가 뚫고 지나가며

엄청난 함성을 토해낸다.


김동일, 김동일, 김동일.....

흑기사, 흑기사, 흑기사.....


경쟁적인 구호, 각자의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외치고 있다.


언뜻 함성의 크기만으론

의인 흑기사로 포장된

이정찬의 팬들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자극적이면서 잔인한 경기를 보면서도

선한 편에 서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몸 좋네. 전문 운동선수가 아니라는 데

저 정도면...”


“그러게 말이야. 타고 난 것 같아.”


VIP석에서 수군거리는 소리.

보청기를 낀 듯, 여러 소리들이

증폭되서 들려온다.


주목해서 보는 게 더 가까이 크게 보이고,

관심 있는 소리가 확대되서 들리는 것도

이미지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 질병이었다.


이미지는 전날 밤 11시쯤 나타났었다.


“상대가 안 될 거야!”


“내가?”


“아니, 김동일이.”


정찬이 묻자 이미지가 답했다.


“내가 경기 빨리 끝내야 해?”


“아니, 김동일에겐 미안한 이야긴데...”


미안하다면서 뜸 들이는 이미지의 표현력,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다됐다.


“천천히 끌면서 네 몸의 잠재력을 느껴 봐!

물리적 에너지, 감정적 분노와 자제,

시청각과 감각, 평형능력 그런 거 말이야.”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장내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익숙한 얼굴.

아이돌 출신의 방송인 김정태다.


갑자기 멍한 느낌.

정신을 차리니 엄청나게 넓은 경기장이

미친 듯이 열광하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다.


문득, 창피했다.

벌거벗은 채 경기용 팬츠만 입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의 영원한 챔피언 김동일!”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김동일을 연호하던 수많은 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갖은 말썽에도, 여전히 많은 팬들이

한국 최초의 UFC 챔피언을 지지했다.


이어서.


“.....이 시대 최고의 의인이면서

최강의 싸움꾼, 흑기사 이정찬!”


그 때, 코너에서 코치역할을 맡은 철민이

정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야, 야! 지금 뭐 해?

빨리 나가서 인사하고 한 바퀴 돌아!”


그러고 보니,

좀 전에 김동일은 자기 이름이 불리자

양손을 번쩍 들고 관중의 환호에 답하더니

주먹을 모아서 인사하며

링 가운데를 뛰어다녔었다.


‘젠장! 엄청 쑥스럽네.’


정찬은 마지못해 일어서다가

의자에 발끝이 걸렸다.


“어이구 이런!”


중심을 잡으려고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종종 걸음으로 몇 발짝 움직였다.


“....하하하하...하하하..”


철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많이 긴장하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반인이잖아요.

관중 여러분, 우리 흑기사 힘내라고

박수 부탁합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정찬의 어설픈 등장에 한마디 날렸다.


잠시 후,

심판인 최강필이 양 선수에게

의례적인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그 순간,

프로선수들의 의례적인 눈싸움을

김동일이 걸어왔다.

상대를 금방 죽일 듯한 강한 눈빛.


그런데...,

강한 두려움이 보인다.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려는 과장된 눈빛.


중계 아나운서와 해설자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양 선수 모두 체격이 비슷하네요.”


“그런데 놀랍네요. 이정찬 선수 보세요.

프로선수도 아니고,

다른 운동을 특별히 한다는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골격을 타고 났네요.

어떻게 보면 김동일 선수보다

더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어요.”


해설자의 설명에 아나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글러브 터치.


김동일이 빠르고 매서운 잽을 날리며

미친 듯이 밀고 들어왔다.

정찬은 뒤로 물러서며 얼굴을 방어했다.


길거리에서 이기는 싸움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기술인지도 모른다.

또한, 그게 프로 격투기 무대에서

먹힐 지는 더 몰랐다.


이미지의 말대로

정찬은 자신의 숨겨진 본능에 몸을 맡겼다.


그러니 몸이 춤을 춘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몸은 본능대로 움직이고

의식은 분석했다.

마치 데이터를 수집하듯.


“아! 저거 아마추어 아닌데요.

저 몸놀림 보세요.

김동일의 타격이 전혀 먹히지 않아요.

주먹과 발이 들어오는 시점보다

반박자 빨리 그걸 피하고 있어요.

저건, 제가 보기엔 최고 프로선수의

몸놀림을 능가하고 있어요.”


해설자의 감탄이

관객들을 더 흥분시켰다.


아마추어가 프로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니. 관중들은

새로운 격투기 영웅의 탄생을 기대했다.


쉬식. 슉! 탁!


주먹이 계속 겉돌고 있다.

단 한방도 제대로 먹힌 게 없다.

김동일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의식의 밑바닥에서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런 느낌은.’


김동일은 마음이 다급해지지고

몸놀림이 빨라졌다.


그때 코너에서 육철수 감독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두르지 마. 천천히. 천천히.

기다려. 들어가다 카운터 먹을 수 있어!”


반대편, 정찬의 코너.

철민은 꼭 쥔 손에서 땀이 나는 걸 느꼈다.


“아유, 아휴 저러다 한방 맞지.

저 새끼 주먹 한방 맞으면 끝장인데.”


예전에 술집에서

행패 부리던 김동일에게

얻어 맞았던 뻐근한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한 달 이상 얼굴의 반쪽이

욱신거리던 고통스런 기억.


“정찬아 조심해! 뒤로 물러서..”


코치인지, 동네 형인지.

정찬은 가끔씩 코너의

이철민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툭!


1라운드가 끝나기 직전,

정찬이 쇄도하는 김동일의 가슴부위를

방어 차원에서 툭 찼다.


와아아!


의외의 함성! 때를 같이해

중계 아나운서가 목소리를 높인다.


“저 파워 뭡니까. 대단합니다.

김동일, 들어가다 용수철처럼 튕겨나가

반대편 링에 걸쳤습니다.

아, 위기였어요.

마침 공이 울렸기 망정이지...”


김동일은 숨쉬기가 어려웠다.


“호흡, 호흡, 후우! 크게 내쉬어 봐!”


당황한 육철수가 김동일의 팬츠를

당겼다 밀며 호흡을 도왔다.


“저, 저 새끼 이상해요.”


“말해 봐. 뭐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


김은애가 짜증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오빠! 정신 차려. 뭔 소리야?”


“씨발! 내 정신 멀쩡하다고. 진짜야.

그리고 몸이...”


“몸이 뭐?”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강철 샌드백.”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순간,

반대편 정찬의 코너.


“우와 조마조마했다.

근데 마지막에 그 뭐냐?

공격한 거야 방어한 거야?”


“안 맞으려고 툭 찬 거죠 뭐!”


“와! 툭 찼는데 그래? 어쨌든 조심해라.

다치면 큰 일이다. 건강이 제일이지!”


푸흡!


정찬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사람이 격투기 코치 역할인지,

아빠 역할인지 알 수가 없다.


2라운드 공이 울렸다.

다시 글러브 터치.


그 순간 정찬의 눈에

화사한 얼굴이 스쳐 보였다.


‘헉! 진짜 왔네....’


정찬의 코너 오른쪽 뒤편 VIP석.


온다는 통보가 없었는데,

어느 틈에 한아름과 장대표가

정찬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퍼퍽, 퍼퍼퍽!


“아니 왜 저러죠? 이정찬 선수

갑자기 혼이 빠진 것 같습니다.

경기가 시작됐는데 멍하니 있다가

김동일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잘 하다가 뭐죠?

1라운드의 세련된 경기 어디 갔나요?”


중계 아나운서들이 일제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해설하느라 바빠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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