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천재 부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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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홍
작품등록일 :
2022.05.11 19:14
최근연재일 :
2022.11.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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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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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추적 (2)

DUMMY

쿨럭 쿨럭 카악 퉤!


새까만 어둠에 잠긴 동굴 속, 요란한 기침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눅진한 동굴 벽을 타고 한참이나 퍼져 나가는 메아리, 백화빈은 굴의 깊이를 가늠해보았다.


‘깊어. 혹시 아까 그 굴과 이어지는 걸까?’


그는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그가 떨어진 방향을 보니 입구가 막힌 것인지 빛은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참이나 굴러온 것을 감안한다면 돌아서 나가기란 쉽지 않을 듯싶었다.


‘어쩔 수 없어. 차라리 안쪽으로 들어가보자.’


다행인 점이라면, 어둠에 눈이 익자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도. 완벽하게 빛이 차단된 굴은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백화빈은 생각했다.

그는 차분히 굴을 따라 걸었다.


자박 자박 자박


바닥에는 물기가 흥건했고 공기는 매우 습했다.

다만 그에 불쾌해할 틈도 없이 무언가 날아들었다.


후드드드드드득!

스겅!


백화빈의 재빠른 발검에 반으로 갈라진 그것은, 박쥐와 비슷한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톱날처럼 생긴 이가 비죽비죽 솟은 것으로 보아 백화빈의 살점을 물어뜯기 위해 날아든 모양이었다.

조금 섬뜩했으나, 어차피 멈출 수도 없었다.


후드득 파다다다닥!

스겅 스겅 스겅


이후로도 문득문득 날아드는 박쥐 괴물들.

베고 나아가고, 먹고 쉬고, 또 다시 베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수 많은 갈림길을 헤매기를 수 시진, 마침내 백화빈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물웅덩이를 하나 발견했다.

바닥이 보이지는 않아 깊이까지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언뜻언뜻 안쪽이 엿보이는 것으로 보아 분명 어딘가로 연결이 된 것이었다.


‘아마도 굴 바깥쪽의 호수나, 혹은 빛이 드는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거겠지.’


백화빈은 잠시 고민했다.


‘들어가야 할까?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일다경. 그 사이에 물 아래쪽으로 이어진 길을 찾을 수 있어야 할 텐데···’


허나 고민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으니, 그 때 물 속으로부터 한 마리 괴물이 튀어 올랐다.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 백화빈을 향해 쇄도하는 거대한 아가리. 백화빈은 급히 금랑아에 금기(金氣)를 둘렀고, 닫히려는 위 아래 턱 사이로 밀어 넣어 몸을 보호했다.


카아앙!


검이 괴물의 입 안쪽에 돋아난 무수한 이빨들과 부딪히며 시끄럽게 울었다.

그럼에도 괴물은 멈추지 않았고, 상처를 입는 대신 먹잇감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쳇, 이 영악한 놈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백화빈은 어쩔 수 없이 괴물에 이끌렸고, 물 속으로 딸려 들어갔다.


풍덩! 촤아악!


한 차례 물보라가 일은 후 동굴에는 다시 찾아 드는 적막.

잠잠해진 물웅덩이의 표면으로, 갈 곳 잃은 기포 몇 방울이 뽀그르르 떠올랐다.



* * * * *


한편 굴 바깥쪽, 노이실과 구이슬은 안달이 난 상태였다.

오지수 대사범은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도 의회는 당장 내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새벽에 사라진 백화빈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곧장 홍가람을 찾아갔다.


“도지사님! 드릴 말씀이...”


급한 마음에 벌컥 방문을 연 노이실을, 홍가람은 기다렸다는 듯 맞이했다.


“어서 와, 두 사람. 그렇지 않아도 부르려던 참인데.”


“아···! 혹시 진척이 있는 건가요? 그럼 혹시 화빈이는요??”


홍가람의 무거운 눈빛이 노이실에게로 향했다. 침착하라는 의미였다.


“화빈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가 말한 장소 근처에서 적들의 비밀동굴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어. 아마 오지수 대사범님께서는 그 안쪽에 계시겠지. 이번에는 확실한 것 같아.”


“그, 그럼···?”


“그래, 오늘 밤 돌입할거야. 내일이 도 의회이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화빈이도 찾아볼 수 있을 거야.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다면, 분명 이번 작전과 관련이 있을 테니까.”


구이실이 물었다.


“···출발 시간은요?”


“한 시진 후. 그러니 당장 가서 준비해. 아무도 모르게 빠져 나오는 것도 잊지 말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은근히 서두르는 듯한 홍가람의 명령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아들였다.


“네!”


“···네.”



* * * * *


그렇게 다시 한 번 시작된 구출 작전.

노이실과 구이슬을 포함한 비호단 단원들이 동굴의 입구에 도착한 것은 밤이 한참이나 깊은 시각이었다.

굴에서는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비호단원들 전원의 낯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비호단 단장 주문영이 수신호했다.


- 잠시 대기. 약 한 식경 후 진입한다.


아마도 동향을 지켜보려는 모양이었다.

명령과 함께 숲에 녹아 드는 비호단원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안쪽으로부터 미세한 소란이 감지되었다.

일반인이라면 듣지도 못했을 매우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내분? 아니면 우리 말고도 침입자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혹시 화빈이···?’


노이실은 긴장한 얼굴로 옆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껏 미간을 좁힌 채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단장 주문영. 그가 다시 수신호했다.


- 잠시 대기


그 순간, 안쪽으로부터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젠장! 어떻게 안 쪽에서···!?”


“일단 막아라! 절대 빠져나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


주문영이 곧장 반응했다.


- 지원조 제외, 전원 진입한다.


이어진 순간 비호단 단원들이 동시에 쏘아졌다. 한쪽의 수풀에서 튀어 나온 그들은 동굴의 입구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고, 그제서야 침입자들을 알아차린 흑해단원들도 다른 편 수풀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적습이다! 막아라! 입구를 사수하라!”


난전이 시작되었다.

굴로 진입하기 위해 애쓰는 비호단원들과 그들을 막아서는 흑해단원들.

개중 일부 비호단원들은 퇴로를 확보해놓기 위해 검을 휘둘렀고, 더 많은 수의 흑해단원들이 또한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숲에서는 각종 암기도 쏘아졌다.

화살촉이 달빛을 받으며 번뜩번뜩 질주했고, 그보다 작은 암기들도 그 틈에 섞여 바람을 갈랐다.

덕분에 서로의 위치를 감지한 양측 지원조들은, 이제는 서로를 향해서도 공격을 시작했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문득 주문영이 외쳤다.


“굴의 입구를 확보했다. 입구를 기준으로 방어진을 펼쳐라!”


기습의 이점을 살린 빠른 작전 전개. 흑해단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주문영은 노이실과 구이슬 두 사람을 보았다.


- 두 사람이 진입한다.


비록 가장 어린 두 사람이지만 주문영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실력이 가장 뛰어났으므로, 이 역시 미리 계획된 바였다..

구이슬이 앞장 서 안쪽으로 진입하자, 노이실이 뒤를 따랐다.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라!!!”


전투의 불길은 자연스레 동굴 내부로 번졌다.

양손에 창을 꼬나든 채 안쪽으로부터 나타나는 병력들, 다수의 창이 두 사람을 향해 찔러 들었다.

좁디 좁은 굴의 너비를 고려한 치명적 공격이었으나, 구이슬은 수면을 스쳐 나는 제비처럼 낮게 파고들었다.


스웅!


다음 순간 전광석화처럼 휘둘러진 그녀의 검격. 거의 동시에 가장 앞 열의 적들이 다리에서 피를 뿜었다.


“크, 크아악!”


“아, 아래! 아래로 파고든다! 막아!”


경악한 시선과 외침들이 구이슬을 뒤쫓았으나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그녀는 그곳에 없었으니까.

어느새 옆의 벽면을 차고 달린 그녀가, 다음 적의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화악!


차례차례 피가 솟았고, 노이실은 재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그는 혼란에 빠진 적들을 정면에서 밀어붙였다.


“으아압!!!”


백화빈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답지 않게 사나워진 그의 기합이 동굴을 쩌렁쩌렁 울렸다. 공간이 협소하여 월도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얇은 검만으로도 그의 공격은 충분히 강맹했다.

휘둘러진 검에 적들의 창이 우수수 부서졌고, 공격을 막아낸 적들은 하나같이 벽에 처박혀 버리고 말았다.


“젠장! 적은 고작 둘이다! 당황하지 말고 막으란 말이다!”


누군가 외쳤으나, 전황은 이미 완연히 기울어 버린 후였다. 결국 달아나지도 못하는 적들이 허둥지둥 대는데, 그 때 그들에게 쐐기를 박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뒤, 뒤에서도 옵니다! 노, 놈입니다!”


“이런 젠장! 막으러 들어갔던 놈들은 어찌 된 거냐, 벌써 모두 당했다는 말이냐!?”


이어 점차 노이실과 구이슬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병장기들의 충돌 소리.

곧 가장 후미의 적이 피를 뿜으며 쓰려져 버리니, 그 너머에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이슬이? 어? 이실이도···?”


자신의 두 친구를 보며 놀라는 얼굴, 그는 바로 물에 홀딱 젖은 생쥐꼴의 백화빈이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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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47화. 한 걸음 나아가다 - 1부 끝 22.11.24 120 4 10쪽
108 46화. 일단 심호흡 (2) 22.11.21 108 4 10쪽
107 46화. 일단 심호흡 (1) 22.11.17 111 4 10쪽
106 45화. 비무 대회 1차 본선 22.11.14 108 4 9쪽
105 44화. 수의 시련 (2) 22.11.10 128 4 10쪽
104 44화. 수의 시련 (1) 22.11.07 129 4 10쪽
103 43화. 텅 빈 승리 (2) 22.11.03 123 5 11쪽
102 43화. 텅 빈 승리 (1) 22.10.31 137 3 10쪽
101 42화. 이행 인증자 22.10.27 147 2 11쪽
100 41화. 수의 - 흐름 (2) 22.10.24 139 4 9쪽
99 40화. 결판 (4) 22.10.20 149 4 10쪽
98 40화. 결판 (3) 22.10.17 154 5 10쪽
97 40화. 결판 (2) 22.10.14 156 5 10쪽
96 40화. 결판 (1) 22.10.12 154 5 10쪽
95 39화. 구출 (4) 22.10.10 156 4 9쪽
94 39화. 구출 (3) 22.10.07 159 4 10쪽
93 39화. 구출 (2) 22.10.05 151 3 10쪽
92 39화. 구출 (1) 22.10.03 160 5 9쪽
91 38화. 수의 - 흐름 (1) 22.09.30 172 5 10쪽
» 37화. 추적 (2) 22.09.28 165 5 9쪽
89 37화. 추적 (1) 22.09.26 166 4 10쪽
88 36화. 예선 종료 22.09.23 17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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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34화. 2차 예선 22.09.19 172 3 10쪽
85 33화. 오호라, 네놈들이었나 (2) 22.09.16 164 4 10쪽
84 33화. 오호라, 네놈들이었나 (1) 22.09.14 179 4 10쪽
83 32화. 1차 예선 (3) 22.09.12 179 4 9쪽
82 32화. 1차 예선 (2) 22.09.09 171 3 10쪽
81 32화. 1차 예선 (1) 22.09.07 19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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