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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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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281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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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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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바질리스크 (1)

DUMMY

“으··· 추워.”


습하고 차가운 동굴의 공기. 나는 떨리는 몸을 감싸 안으며 일어났다. 잠들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시스템을 켜서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여덟 시간이나 잤다. 태평하기도 하지. 고개를 휘휘 돌려보니 잠들기 전 동굴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로써 ‘이게 다 꿈일지도 몰라.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라는 아주 희망적인 관측 하나가 폐기당한 셈이었다.


“퀘스트.”


「진행 중인 퀘스트가 없습니다.」


이 메시지도 똑같다.

분명 멜도로프 광장에서 메인 퀘스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무슨 버그인지 내가 NPC가 되면서 받았던 퀘스트도 사라져버렸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왜냐고?


우선, 모든 RPG 게임이 그렇듯이 아리아 온라인도 퀘스트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보상으로 주는 막대한 경험치와 레벨에 맞는 장비들.


장비는 골드만 있으면 대장장이에게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경험치를 받을 수 없다는 건 레벨 업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플레이어 존에도 들어갈 수 없다. 이건 더 심각한 문제였다.


나는 드넓은 이세계에 홀몸으로 던져진 것이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비슷한 처지끼리 도울 사람들이라도 많이 있는데······.


용사 파티의 다른 동료들이 벌써 그립다. 그들이 함께 있었더라면 두려운 것이 없었을 텐데.


그렇게 한탄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나는 내 옆구리에 박혀있는 단검을 발견했다.


“으, 아아악!”


뭐지? 뭐야?

나 벌써 죽어?


······그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내 살갗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상체에 입고 있는 가죽 갑옷의 겉부분만을 교묘하게 꿰뚫었다.


스윽—


뽑아서 보니 확실하다. 이건 도적 플레이어에게 기본으로 지급되는 무기 [초보자용 허술한 단검]이었다.

그리고 손잡이에는 하얀색 헝겊이 묶여 있었다.


“이건 설마······.”


헝겊을 풀어서 펼치니 나오는 글자.


[칼라일]


이 수수께끼 같은 고유명사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리아 온라인에서 시작의 도시 멜도로프를 떠나서 처음 도착하는 대도시. 그 도시의 이름이 칼라일이었다.


그럼 ‘누가’ ‘왜’ 이런 단검을 던졌느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더 간단했다.


‘대도 신유성.’


우리 용사 파티의 도적.

그가 갑자기 텔레포트 당하는 나를 보고 찰나의 순간에 쪽지를 단검에 묶어서 투척한 것이었다.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칼라일에서 만나자.’


멜도로프는 플레이어를 위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칼라일은 NPC들이 생업을 하며 살아가는 대도시다.

NPC가 된 나라도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좋아.”


첫 번째 목표가 정해졌다.

칼라일을 향한다.



* * *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까 문제지······.


칼라일이라는 목표가 생기자마자 동굴 밖으로 나섰다. 입구가 가까웠기에 빛도 들어오고 글자도 읽고 했던 거니까, 금방 나올 수 있었다.


동굴 밖은 울창한 숲이었다.


나는 자타공인 아리아 온라인의 골수 폐인이었다. 남들이 놓치는 세세한 디테일까지 게임을 즐겼다고 자부한다.


그런 나이기에 가능했다.

이곳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자생하는 나무의 종류, 채집할 수 있는 풀이나 꽃들,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인 동굴 입구의 형태.


대륙 남부지방에 있는 던전 ‘바질리스크의 정원’이었다.


내가 있던 동굴은 보스 ‘바질리스크’가 있는 대공동(大空洞)으로 향하는 입구였다. 만약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면 거대한 뱀이 반갑게 환영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딱히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 숲에는 트롤이 살고 있다.

게임에서의 분포도가 그대로 반영됐다면 개체수가 많지는 않을 테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트롤의 레벨은 무려 32.

그리고 지금 내 레벨은 1이었다.


내가 키운 검성이라면 검을 쓰지 않고도 패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었다.

내 허리춤에 달린 검은 [초보자용 허술한 장검].

아무런 스킬도, 특성도 없는 내 검은 트롤의 가죽을 뚫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군······.”


나는 몸을 돌려 다시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보스 방이 나오기 전의 준비를 위한 공간.

울퉁불퉁한 동굴 바닥 중에 유일하게 평평한 곳이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

최적의 장소였다.


나는 이곳에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명상을 시작했다.


“스읍— 후······.”


길게 이어지는 호흡.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띠링—


「특성 : [집중]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최소한의 준비는 끝났다.



* * *



지금 나는 보스 방의 입구에 서있다.

이 앞의 통로를 지나면 바질리스크가 나올 것이다.

바질리스크의 레벨은 38. 게다가 일반 몬스터가 아닌 보스로 분류되기 때문에 38레벨이 된다고 덤벼볼 수준도 아니었다.

그야 레이드 보스니까.


하지만 내게는 방법이 있었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했다.


지금부터 내가 할 행동은 미친 짓일지도 모른다.

자살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나?’


없다.

1레벨의 초보자가 아무런 도움도 없이 바질리스크의 정원을 탈출할 방법. 죽어서 귀환하는 것밖엔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죽으면 끝이었다.


‘역시. 이 방법밖에 없다.’


연습이라면 몇 번이고 반복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없도록 최대한 검증했다.


‘현실에서의 내 몸이 아니어서 체격이 달라 발이 꼬이지는 않을까?’


이 걱정은 기우였다.

신기하게도 캐릭터의 몸은 마치 평생 써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심지어 현실에서도 불가능했던 물구나무 서서 손으로 걷는 등의 아크로바틱한 동작들까지 가능했다.


‘내가 아는 건 아리아 온라인이고 이건 실재하는 이세계다. 게임과 다르면 어떡하지?’


하루 종일 동굴 안과 입구 쪽의 숲을 관찰했다.


똑같다.

내가 기억하는 게임 속의 모습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똑같았다.


다른 플레이어가 이렇게 말한다면 믿고 목숨을 맡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이 게임의 모든 것을 봤다고 자부하는 나라면 믿을 수 있다.


“······간다.”


짧은 고민을 끝내고 입구로 들어갔다.

통로를 지나는 동안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내 발걸음 소리만이 동굴 벽을 타고 울렸다.


터벅. 터벅.


긴 통로 끝에 도착한 대공동.

천장에 박혀 있는 야광석(夜光石)의 불빛 아래, 머리 크기만 2m에 달하는 거대한 뱀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질리스크.


—〈 BOSS : 바질리스크 〉—

보스 방, 바질리스크의 대공동에 입장하셨습니다.

한낱 인간은 바질리스크의 앞에 서면 돌처럼 굳게 됩니다.

모든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도전자만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


게임에서 자주 봤던 보스 방 입장 메시지.

이건 일종의 힌트였다.


‘돌처럼 굳게 됩니다.’는 석화를 의미한다.

바질리스크는 [석화의 응시]라는 스킬을 갖고 있어서 눈을 마주치는 순간 상태이상 [석화]에 걸려버린다.


‘모든 두려움에서 자유로운’이란 문구는 ‘상태이상 해제 수단을 넉넉히 준비해라.’라는 뜻이다.

바질리스크가 거는 상태이상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석화]는 물론이고 [공포][중독][마비]까지.

해제 포션이나 회복술사의 큐어(Cure)가 없다면 꼼짝없이 굳어서 죽어버리는 까다로운 보스였다.


샤아아아아아아악—!


나를 발견한 바질리스크가 소름 끼치는 고주파의 울음소리를 쏘아냈다.

보스 방에 입장 시 곧바로 나타나는 첫 번째 패턴이었다.


「바질리스크의 위협에 몸이 얼어붙습니다」

「상태이상 : [공포]」

「특성 : [집중]의 효과로 [공포]의 지속시간이 감소합니다!」

「[공포] : 2초」


예상대로였다.

공포에 걸리면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멋대로 덜덜 떨리는 다리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르게 덮쳐오는 바질리스크의 거대한 머리.


쐐애애액!


「[공포] : 0초」


공포가 끝나자마자 날듯이 옆으로 뛰었다.


“흡!”


쾅! 등 뒤로 지나간 바질리스크의 머리는 공동의 벽을 때리고서야 멈췄다.


‘위협’ 패턴으로 거는 [공포]와 ‘박치기’ 패턴을 합친 연계 공격. 이는 시작 인사치고는 상당히 살벌한 바질리스크의 필살 콤보였다.


[집중] 특성으로 공포 시간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바질리스크의 머리에 치이고 너덜너덜한 육편이 됐겠지.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박치기에 이은 세 번째 패턴.


나는 재빨리 바질리스크의 벌려진 아가리를 향해 굴렀다.


샤아아악!


분노한 바질리스크의 ‘독 분사’.


치이이이—


바닥에 뿌려진 바질리스크의 산성 독액이 살벌한 소리를 냈다.

독 분사는 힐러나 마법사를 공격하는 원거리 패턴이었다.

겁먹고 뒤로 피하는 순간 죽는 것이다.


세 번째 패턴 이후로는 약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전력을 다해 대공동의 왼쪽 벽면을 향해 달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바질리스크가 내 뒤를 쫓아왔다.


샤아아아—

촤륵, 촤르륵.


바질리스크의 육중한 몸체가 공동 바닥의 돌조각들을 휩쓰는 소리로 어디까지 접근했는지 느껴졌다.


‘제발. 제발. 할 수 있다.’


바질리스크의 숨결이 귓불에 닿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돌조각 소리가 바로 등 뒤까지 다가왔다.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내 앞에는 거대한 벽이 있을 뿐이었다.


“헉, 헉, 헉, 헉!”


온몸의 솜털이 전부 일어서는 듯한 기분.

숨은 이미 턱 끝까지 차올라 한계에 이른지 오래였다.


‘뚫려 있다. 뚫려 있다. 뚫려 있다!’


샤아아아아악—!


나는 눈을 부릅뜨고 거친 벽면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 속에서 눈동자 바로 앞에 막혀있는 돌벽의 갈라진 무늬까지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동굴의 좁은 통로 안쪽에 엎어졌다.


콰쾅, 쾅—!!


바질리스크가 공동의 벽을 때리면서 동굴을 타고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앉아 있는 땅이 낮게 진동했다.


구르르릉—


“휴······.”


성공이다.


바질리스크의 대공동에 있는 숨겨진 공간.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스터에그였다.


쏴아아아아—


통로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폭포 소리가 나를 반겨줬다.



* * *



비밀 통로의 끝에 나오는 풍경에 나는 잠시 말을 잊었다.


동굴의 위로 뚫려있는 거대한 통로.

그곳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통로의 빛에 투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인다. 잘게 쪼개지는 물방울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와아······.”


폭포가 이룬 호수의 앞.

이미 부패가 끝나서 살점 한 점 없는 백골이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그저 낡은 게 아니라 군데군데 녹아서 구멍 뚫려있다.

바질리스크의 산성액에 당하고 중독된 채로 이곳에 와서 죽어버린 것이다.


이 시체는 이미 게임 속에서도 봤던 거였다.

나는 시체가 입은 아이템들을 루팅(Looting) 했다.


—〈 멸망한 제국의 장검 〉—

▷ 등급 : 유물

▷ 설명 : 지금은 멸망하고 말소된 제국의 대장장이가 만든 장검입니다. 하나뿐인 걸작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 효능 : [수복][예기]

————————————


—〈 멸망한 제국의 금속 건틀릿 〉—

▷ 등급 : 유물

▷ 설명 : 지금은 멸망하고 말소된 제국의 대장장이가 만든 건틀릿입니다. 장기간 길들여서 부드러운 가죽과 그 위에 덧댄 금속에는 방어력을 올려주는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 효능 : [수복][방어]

————————————


종말의 용 아그네스를 잡았던 내 검성은 전신을 전설, 신화급 장비로 도배했었다.

때문에 이 아이템들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것들도 충분히 좋은 장비였다.


거기에······.


—〈 멸망한 제국의 보존 식량 〉—

▷ 등급 : 일반

▷ 설명 : 지금은 멸망하고 말소된 제국에서 만든 보존 식량입니다. 뛰어난 보존 마법으로 수백년이 지나도 문제 없다고 마법사가 보증했습니다. 진짜로······?

▷ 효능 : [보존]

————————————


식량까지!

이 정도 양이라면 한 달은 너끈히 버틸 수 있었다.


있는 것이라곤 폭포와 시체 한 구밖에 없는 비밀 공간.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가 될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처음의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 비하면··· 과장 조금 보태서 아늑한 5성급 호텔처럼 느껴졌다.


나라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


“확실히, 아무리 나라도 1Lv 초보 검사의 몸으로 바질리스크를 잡는 건 무리지.”


하지만······.


“템빨이 합쳐진다면 어떨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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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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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5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7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6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6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5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3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6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7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8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5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63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5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8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8 10 12쪽
» 바질리스크 (1) 22.05.12 249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44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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