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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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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237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5.21 15:36
조회
130
추천
7
글자
12쪽

백사자 (2)

DUMMY

짓쳐들어오는 백사자의 장검.

그 속도와 궤도를 유심히 살핀다.


「특성 : [명경지수]의 효과로 전투 가속을 지원합니다.」


내 몸뚱이를 노리고 날아오는 장검이 느리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훨씬 느렸다.


‘엄청난 속도···!’


들어오는 검의 궤적에 내 검을 끼워 넣으며 건틀릿을 낀 왼손으로 검신을 지탱했다.

카르르르르륵! 백사자의 일격이 검신에 닿는 순간 엄청난 압력이 온몸을 밀어냈다.


‘억지로 받으면 검 채로 썰린다!’


몸에 가해지는 압력에 거스르지 않고 뒤로 살짝 뛰었다. 순간 몸이 부웅- 뜨는 부유감이 들었다. 백사자가 검을 휘두른 경로 그대로 배트를 맞은 야구공처럼 날아간 것이다.


“크윽!”


쾅!

나는 대포알처럼 발사되어 서문 근처 상가의 건물 벽에 처박혔다. 건물이 부서지면서 흙과 돌가루 먼지가 짙게 피어났다.


단 한 번의 검격으로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온몸이 아팠지만 그중 특히 팔과 어깨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잠깐 동안 백사자의 검을 받아낸 탓이었다.


‘완전히 괴물이군.’


물론 나는 진짜 괴물인 바질리스크도 혼자 잡은 몸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경우가 달랐다.


바질리스크는 공격 가능한 모든 패턴을 내가 미리 알고 있었다. 심지어 덩치도 커서 움직임을 읽고 피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다.


그 덕분에 한 대도 맞지 않고 토벌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반면에 백사자는 공격에 패턴이랄 것이 없었다.

물론 사용하는 검술을 완벽하게 분석한다면 다음에 어떤 공격이 올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백사자는 아군 NPC였고 플레이어는 그와 싸울 일이 없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나는 그의 공격 패턴을 몰랐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 셈이냐? 처음의 기세는 어디로 갔지.”


내 실력을 파악한 백사자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좀 살살해···. 이 목걸이가 그렇게 탐이 났어?”

“주둥이만 산 놈이로군.”


백사자는 내게로 천천히 걸었다.

저벅. 저벅.

저 녀석은 이미 이걸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끝장내러 오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백사자 성기사단··· 아침에 오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이 오밤중에 올 생각을 했지?”

“풉······ 큭큭큭.”


내 물음에 백사자는 갑자기 걷는 걸 멈추고 웃기 시작했다.

왜 저래? 미쳤나?


“크하하하하하! 큭큭···. 내가 얼마나 많은 야만족을 죽였는지 알고 있나? 놈들의 움직임이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지. 너무나 예상대로라 귀여울 정도야.”

“······.”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어떻게 생각했는지 녀석은 더 신나게 떠들었다.


“그래, 기분이 어떻지? 마차를 타고 교황청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희망에 가득 차 있었을 거 아닌가. 이제 엑시온을 벗어나기만 하면 탈출이라고 말이야. 우리들이 진작에 성문을 점거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큭··· 푸하하하하하!”


백사자는 정말 배꼽이 빠질 것처럼 웃었다.

나는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그가 지나온 길에는 이미 토막난 엘프들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그 희망을 짓밟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었단 말인가.


“···그게 그렇게 웃긴 일이냐.”

“흐흐. 웃기지 않을 수가 있나. 이 비루한 임토족 놈들이 희망에 가득 차서 탈출할 생각에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썰어버릴 때의 즐거움이란. 요 근래 들어 가장 재밌었어. 누군진 몰라도 자네에게도 고맙네.”


백사자는 완전히 미친놈이었다.

살인을 즐기는 학살자. 그러나 야만족만을 베어 왔기에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야만족이 전멸하면 밤마다 몰래 인간을 썰고 다닐 놈이었다.


나는 결심을 굳혔다.


“혼자만 웃지 말고 같이 좀 웃자.”

“크흐흐. 마음껏 웃게나. 아니면 내가 입을 찢어줄까?”


이죽거리는 백사자를 무시하고 나는 머릿속에 읽었던 책의 글귀를 떠올렸다.

수호 보석의 주인이었던 옛 제국의 기사가 보석을 불러내던 주문.


“수호 보석이여··· 네 정당한 주인의 부름에 답하라.”


내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에 보라색 빛이 피어났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보석.

교황청에 두고 왔던 ‘아리아의 수호 보석’이었다.


나는 교황청의 수호 보석에 관한 고서적을 읽으면서 이 녀석의 쓰임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성유물···?”


백사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쓸 주문에 대한 고서적의 내용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맹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주문은 수호 보석의 소유주에게 강력한 힘을 선사한다. 그러나 큰 힘에는 큰 의무가 따르는 법. 사용자는 사용한 힘의 종류에 따라 이후 능력에 제약을 받는다. 맹약을 발동하는 주문은······]


“기아스!”


키이이이잉—

보석이 엄청난 양의 빛을 뿜어냈다.

온 세상이 보랏빛에 물들어가며 서쪽 성문의 주변은 마치 별세계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다.


「수호 보석의 맹약을 시작합니다.」

「소유주가 원하는 대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강한 힘일수록 그에 걸맞는 제약이 따라옵니다.」

「제약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힘은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잇따라 나타났다.


“십 초 동안···.”


맹약을 말하려는 순간.

백사자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부웅! 쾅!

백사자가 내게 검을 던졌다.

검은 부메랑처럼 날아 내 목을 노렸으나 중간에 끼어든 무언가에 맞고 땅바닥을 굴렀다.

화살이었다.


글로리아 수녀가 활을 들고 백사자를 겨냥하고 있었다.


“엄호하겠습니다!”

“···인간 종이 벌레 같은 야만족의 기술을—!”


백사자는 글로리아 수녀를 무시하고 맨손으로 내게 달려들려 했으나 그때마다 쏘아지는 화살에 번번이 뒤로 물러났다.

쐐액- 쾅! 화살이 바닥에 꽂힐 때마다 수도의 도로를 포장한 돌들이 팝콘처럼 일어나 튀었다.

엄청난 위력의 화살이었다.


나는 분노로 일그러진 백사자 그레이스벨의 얼굴을 보며 맹약을 이어서 말했다.


“지금부터 십 초 동안, 내 몸이 기억하는 모든 잠재력을 해방시켜줘!”


「맹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짧은 메시지.

이후 얼마나 큰 제약이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했다.


띠링—

「특성 : [신검합일(身劍合一)]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 [무아지경(無我之境)]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 [전광석화(電光石火)]를 획득했습니다.」

······

「스킬 : [아서 식 전예(全刈) 검술]을 획득했습니다.」

.

.

.


계속해서 울리는 끝도 없는 알림들.

특성이나 스킬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각성하는 듯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영원과도 같았던 찰나가 끝나고··· 드디어 마지막 알림이었다.


띠링—

「오의 : [개벽참(開闢斬)]을 획득했습니다.」


후우··· 다시 생각해 보니, 10초는 너무 길었다.



* * *



글로리아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으로 본 것을 머리가 쫓아가기 어려웠다.


“지금부터 십 초 동안, 내 몸이 기억하는 모든 잠재력을 해방시켜줘!”


아서의 외침이 끝난 직후.

수호 보석은 전보다 더 강렬한 보라색 빛을 뿜어냈다.

섬광과도 같은 빛에 손을 들어 눈을 보호하고, 잠시 후에 빛이 사그라들었다.


‘십 초···?’


글로리아가 알기로, 수호 보석에는 힘을 얻는 대신 제약을 감당해야 하는 주문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백사자를 이길 힘이 솟아날 만큼 편리한 주문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글로리아가 먼저 나서서 쓰라고 권했을 것이다.


제약을 감당할 수 없는 힘은 애초에 얻을 수조차 없다.

만약 “백사자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줘!”라고 외쳤다면 보석은 그 맹약을 무시했을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를 손쉽게 이길 수 있는 힘이라니. 너무나 불합리하다.

그러나 아서가 외친 주문은 달랐다.


‘몸이 기억하는 잠재력···?’


그게 무슨 뜻인가? 한 번 강해졌다가 다시 약해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수호 보석의 맹약이 끝난 아서.

그는 천천히 걸어 백사자가 투척했던 검으로 다가갔다.


“무슨, 뭐냐···?”


백사자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아서가 주변으로 뿜어내는 존재감. 그 압박감은 마차 위에서 지켜보는 글로리아의 피부로도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 있는 그가 모를 수는 없었다.


“받아.”


부웅- 아서가 가볍게 던진 검이 허공을 날아 백사자의 손에 안착했다.

손을 떠난 무기를 되돌려준 것이다.


“무슨 꿍꿍이···!”

“기회는 줬다. 한 번은 막아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한 아서는 다음 순간 백사자의 앞에 서있었다.


“엇!”


당황하는 백사자에게 아서는 검을 휘둘렀다.

머리 위로 내려치는 검격. 검의 속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일개 촌부가 힘껏 휘두르면 그 정도 속도일까? 백사자에게는 하품이 나올 속도였다.


왜인지 백사자는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백사자의 검에 아서의 검이 맞닿았다.


스윽—

아서의 검격은 마치 방해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잠깐의 멈칫거림도 없이 부드럽게 내려갔다.

밑으로 쭉 내리그어진 검은 백사자의 사타구니 아래로 빠져나와 멈췄다.

검신에는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


백사자의 단말마는 음성이 되지 못했다.

텅! 푸슉! 그는 뒤늦게 자신의 검과 함께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싱겁네.”


글로리아는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아서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서쪽 성문 앞에 섰다.


성문은 합금으로 이루어진 6m의 육중한 퉁짜 금속이었다.

저건 너무 무거워서 인간들이 도르래를 쓰고도 여닫지 못해 문을 움직이는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당연히 그 강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서는 그 문에 대고 검을 두 번 휘둘렀다.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쿠궁! 쿠쾅!


성문은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엑스 모양으로 깔끔하게 잘려 네 조각이 난 채로.


쾅! 쾅! 쾅!

아서는 그 조각난 잔해를 발로 차서 통로를 막지 않도록 치워버렸다.


“으아아아악!”


공처럼 날아가는 육중한 금속 덩어리를 피해 성기사들이 뒤돌아 도망쳤다.


잘린 철문이 바닥을 치면서 일어난 먼지 구름 사이로 아서가 걸어 나왔다. 글로리아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봐요?”

“······네?”

“빨리 탈출해야죠. 마차 출발해요.”

“아···, 예.”


아서를 태운 마차와 엘프 병력들은 모두 서쪽 성문을 지나 달렸다.



* * *



성문의 잘린 잔해들을 걷어찬 직후였다.


「[수호 보석의 맹약] : 0초」


짧게 점멸하던 문구가 이내 사라졌다.

동시에 몸에 가득했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후우···. 이겼는데 기분 최악이군.’


구름 위에서 뛰놀던 신에서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으로 추방된 기분이었다. 엄청난 무력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수호 보석의 제약이 발동됩니다.」

「모든 특성을 잃습니다.」

「모든 스킬을 잃습니다.」

「레벨이 1로 초기화됩니다.」

「이상의 제약이 삼십 일 동안 지속됩니다.」

「[수호 보석의 제약] : 30일」


‘그래도 이 정도면 싸게 먹혔나.’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숨어서 지내야겠다.



* * *



아서와 엘프들은 한동안 서쪽을 향해 계속해서 달렸다.

교황을 죽인 암살자를 잡으러 추격대가 쫓아올 테니까.


달리는 마차 지붕 위에 앉은 아서와 글로리아. 그들은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이번에야말로 축하해요. 탈출 성공.”

“모두 아서 님 덕분입니다. 아서 님이 없었더라면 성문 앞에서 전멸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좀 보여주지 그래요? 맨얼굴.”


아서의 말에 글로리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구면이죠?”

“······알고 계셨군요.”


글로리아가 얼굴을 붙잡더니 가볍게 떼어냈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는 검은색 가면이 들려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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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6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5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6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4 5 13쪽
» 백사자 (2) 22.05.21 131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4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5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5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3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59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1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4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4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4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38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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