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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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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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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9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5.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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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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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벤데마르 협곡 (1)

DUMMY

한동안 말없이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당연히 이런 짓은 나도 처음이었다.

고문하는 게 재밌다거나 즐거워서 열중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여관에 들어오자마자 펼쳐진 풍경에 분노로 이성이 마비됐다.


머리를 잠식한 충동에 몸을 맡기고 나니 이런 꼴이었다.


피웅덩이 속에서 꿈틀거리는 까까머리 플레이어. 이 녀석을 더 괴롭히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문어. 지금부터 입을 풀어주마. 만약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시 다음 기회까지는 좀 많이 기다려야 할 거야.”

“읍! 으읍!”


까까머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의 입에 침과 피로 흥건한 헝겊을 풀어냈다.


“푸흡!”


이후로는 정보를 캐내는 과정이었다.

까까머리는 내 질문에 쉴 새 없이 대답하며 열심히 조잘댔으나 아쉽게도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 얻은 정보들은······.


셋은 모두 신화 길드의 길드원이다.


플레이어들은 메인 퀘스트 ‘벨기스 언덕의 거인’ 레이드를 대형 길드들의 주도하에 안전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신을 증오하는 데스나이트 론델’ 레이드에 막혀서 더 이상 퀘스트로 경험치를 얻을 수 없었다.


길드에서 단체로 안전한 사냥터만 다니며 느리지만 확실하게 레벨을 올려왔다.

셋 모두 레벨은 24이며 이는 대형 길드 간부급을 제외하면 플레이어 최상위권이다.


신화 길드는 신의 사자에게 호의적인 파헬벨의 대주교와 동맹을 맺었다.

이 여관에는 길드 마스터가 ‘이사엘’이라는 여자애를 잡아오라고 시켜서 온 것이다. 방해하는 자는 죽여도 좋다고 했다.


“왜 그런 명령을 내렸는지는, 나도 몰라···. 지, 진짜야······.”


아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꼴을 당하고도 길드의 비밀을 지킬 정도의 충성심이 일개 게임 플레이어에게 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좋아. 궁금한 건 대충 다 물어봤군. 더 알려줄 거 없지?”

“으, 응···. 그럼 난 살려주는 건가?”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는데.”


촥! 나는 검을 휘둘러 까까머리의 목을 잘랐다.


“휴우···.”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검집에 넣었다.


뒤를 돌아보니 겁에 질린 표정의 이사엘이 있었다.


여관 홀에는 우리 둘뿐이다. 누워있던 다친 모험가들과 종업원은 모두 부축해 객실로 데려간 모양이었다.


이곳은 피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대화하기에 별로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나는 이사엘을 데리고 여관 안쪽의 종업원들이 쉬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사엘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작게 떨고 있었다.


“이사엘.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당신은··· 모드레드가 맞나요?”


나는 쓰게 웃었다.

이 여관에서 나는 약골 모험가였다. 허구한 날 맞으면서 배알도 없이 실실 웃는 녀석. 이사엘이 충격받을 만도 했다.


나는 잠시 건틀릿을 벗고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작은 나무 함 안에는 푸른 비단 머리끈이 들어있다.

상자를 이사엘에게 건넸다.


“선물이에요. 나 주려고 뭔가 만들었다면서요. 나도 보답하려고 사 온 거예요.”

“······아.”


이사엘은 내 선물을 받고는 생각났다는 듯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자그맣고 하얀 여우 인형이었다.


“이거···. 안전을 비는 부적 같은 거예요.”

“오. 잘 만들었네요. 귀여워요. 아, 이사엘 말고 여우 인형이요.”


내 대답에 이사엘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보더니 풉 하고 웃었다. 내내 심각했던 얼굴에 처음 나타나는 밝은 표정이었다.


“모드레드가 맞군요?”


그녀는 내게 받은 상자를 열어봤다.


“와···. 정말 예뻐요. 비단 머리끈? 이거 비쌀 거 같은데요?”

“선물의 가격은 묻지 않는 법.”


이사엘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끈으로 자신의 하늘색 머리칼을 그러모아 묶었다. 포니테일이다.


“생각대로 잘 어울리네요. 역시 내 안목이야.”

“착용자의 미모가 뛰어나서 그런 거예요.”

“큭큭.”

“후후훗.”


우리 둘은 한동안 마주 보며 웃었다. 끈적하게 가라앉은 마음이 맑게 세척되는 기분이었다. 이사엘에게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다.


“아까 대머리 녀석이 하는 말 들었나요?”

“아뇨. 귀를 막고 있었어요. 소리가 너무···.”


아하. 확실히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한참을 썰어댔으니까. 덕분에 새로 산 단검의 날이 벌써 무뎌졌다.


“신의 사자들이 모인 길드의 마스터가 이사엘을 잡아오라고 했다더군요. 뭔가 엮인 일이 있었나요?”

“없어요. 신의 사자는 소문으로만 듣고 오늘 처음 보는 거예요.”

“그러면 파헬벨의 대주교와는?”

“뵌 적 없어요. 근데··· 교단에서 마을 처녀들을 신의 계시라고 데려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요.”


나는 교황청의 지하에서 봤던 엘프들이 떠올라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그럼 이사엘은 계시대로 얌전히 잡혀갈 생각인가요?”

“설마요! 도망갈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준비하세요. 나도 급한 일이 있지만 파헬벨을 나갈 때까지는 도와줄게요.”

“하지만 아직 아빠가···.”


이사엘이 말하던 도중이었다.

방문 밖의 여관 홀에서 쾅! 하고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사엘!!”


이어서 들리는 고함 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이사엘의 아버지, 요한 아저씨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 * *



“모드레드 군. 정말 고맙네.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 딸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나는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받아야 했다. 평소엔 말이 없는 요한 아저씨도 딸의 안위가 관련된 일에는 수다쟁이가 됐다.


“아하하. 제가 이사엘에게 얼마나 신세를 졌는데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요한 아저씨는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깔고 이어서 말했다.


“그보다, 신의 계시를 받아 이사엘을 데려갈 거라고 하더군요. 제가 이미 몇 놈을 죽여 놨으니 파헬벨 안에 있으면 위험할 겁니다.”

“문제없네. 떠나면 그만이야. 나도 어차피 이곳 토박이는 아닐세. 이사엘이 태어나면서 정착했지.”


요한 아저씨의 말에 이사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그런 거였어요?”

“어라? 내가 이사엘 네게 말 안 해줬던가?”

“처음 들어요!”


부녀의 대화에 내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지금은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요한 아저씨의 출신 얘기는 다음에 마저 하죠. 그보다 파헬벨을 떠나면 갈 곳은 있으신가요?”

“···애 엄마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오면 가보라고 일러준 곳이 있네.”

“그게 어디죠?”

“벤데마르 협곡.”


뭐? 벤데마르 협곡?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혹독한 추위와 눈으로 뒤덮인 벨타르 산맥에 있는 협곡. 그곳에 정착할 마을 같은 것은 없었다. 제 발로 찾아온 고깃덩이를 반겨줄 서리 늑대 무리가 있을 뿐.


더 놀란 것은 목적지가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던전들을 돌기 전에 벤데마르 협곡에서 레벨을 좀 올리려고 했었다.

그곳의 서리 늑대는 개체 수가 아주 많고 상대 법만 알면 사냥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연의 일치로군요. 저도 그곳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엥? 눈이랑 서리 늑대밖에 없는 곳인데 거긴 왜?”

“······.”


이 아저씨가 지금 뭐라는 거야.

방금 본인이 간다고 말해 놓고?


“저는 모험가니까요. 서리 늑대를 사냥하려고 했죠.”

“···그렇구만. 이미 딸을 구해준 은인에게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함께 가겠나? 우리에게 추격대가 쫓아올 수도 있네.”


추격대 얘기가 나오자 이사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평범한 마을 여관의 인기 종업원이었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이사엘의 근심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며, 나는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쫓아오는 건 모조리 베어버리면 되죠.”



* * *



파헬벨을 빠져나오기 전에 요한 아저씨는 여관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객실에 누워 있는 도움을 줬던 모험가들과 종업원 마일드 씨에겐 넉넉한 금화로 사례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여관을 나왔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서 여관 입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걱정은 되지만 신의 사자들이 두려워 여관까지 들어오지는 못한 것 같다.


그들 중 무역 일을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파헬벨의 북쪽 성문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이제 벤데마르 협곡을 향해 걷는 일만 남았다.


“···말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한참을 말없이 걷던 도중 이사엘이 말했다. 벤데마르 협곡까지 걸어서 삼 주는 걸린다. 확실히 탈것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


“눈 덮인 지역까지 가면 말들은 다 얼어 죽는다. 그럼 그때부턴 개 썰매가 있어야 돼.”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요한 아저씨의 대꾸에 이사엘은 풀이 죽었다. 다시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저벅저벅 걷는 발소리만 울린다. 분위기를 좀 환기하고 싶은걸.


“요한 아저씨.”

“응? 모드레드 군. 뭔가?”

“아까 여관에서 했던 얘기요. 아저씨는 원래 파헬벨 출신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어디 출신이신가요?”

“아······.”


요한 아저씨는 계속 걸으며 턱수염을 만지작댔다. 슬쩍 돌아보니 이사엘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아까의 풀 죽은 모습이 사라진 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었다.


“사실··· 나도 모드레드 자네와 같은 모험가였네.”

“네에에!?”


저 대답은 내가 아니라 이사엘이다. 그녀는 돈 받은 방청객처럼 과장스럽게 반응했다.


“왜 이런 얘기를 저까지 처음 듣는 거예요?”

“네가 물어본 적이 없잖냐. 아빠한테 관심도 없지?”

“아니, 난 당연히 원래부터 여관 운영을 하신 줄 알았죠···. 그러고 보니 검을 잘 쓰시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요한 아저씨가 검을 잘 쓰신다? 저게 요리하느라 칼질을 잘 한다는 의미는 아니겠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검을 잘 쓰셔요?”

“자네 앞에서 잘 쓴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네.”

“엄청나요! 파헬벨에선 성기사들을 제외하면 적수가 없죠. 한 번은 여관에 양아치들이 와서 내게 으름장을 놨는데, 평소에 내 앞에서 힘자랑을 하던 모험가들이 덤볐다가 다 나가떨어졌어요. 근데 그런 양아치들도 아빠 칼질 한 번에 전부 바닥을 굴렀죠!”


이사엘은 잔뜩 흥분해선 신난 아이처럼 조잘댔다. 아빠 자랑에 들뜬 그녀의 모습에 요한 아저씨가 곤란한 듯 웃었다.


“하하. 과장이 구할 정도 되니 흘려듣게.”

“과장 아니에요!”


이사엘이 나를 돌아보며 어필했다. 나는 그녀를 믿는다는 의미로 웃었다.


우리는 한결 밝아진 분위기로 계속해서 걸었다. 덕분에 목표했던 가장 가까운 숲으로 들어왔다.


잎이 뾰족한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침엽수림이었다. 이곳이라면 말을 끌고 온 추격대가 쫓아와도 대열을 유지하기도,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수가 많은 쪽은 기척을 숨기기 어려운 반면에 세 명뿐인 우리는 나무 그늘에 숨기도 용이하다. 이 숲에 들어온 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숲의 안쪽 깊숙이 들어왔고 달이 뜬지는 이미 오래됐다.

어두운 달빛은 숲의 나무들로 인해 잘 들지도 않아 이곳은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시스템의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열한 시가 넘었다.


“이쯤에서 야영하죠.”


내 말에 둘이 멈춰섰다. 우리는 각자 챙겨온 침낭을 꺼냈다. 나는 제일 먼저 불침번을 서겠다고 말했다. 부녀는 나란히 침낭 안에 들어가 누웠다.


북부지방의 차가운 기온은 땅바닥에 침낭 하나 믿고 누워 자버렸다간 동사체로 발견되기 딱 좋았다.


다행히 우리는 마법으로 작동하는 핫팩이 하나씩 있었기에 모닥불을 피우지 않아도 괜찮았다. 불을 피워 연기가 나오면 이런 숲으로 숨어들어온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내가 좀 오래 서야겠군···.’


캐릭터의 몸에 빙의한 이후로는 오랜 시간 잠들지 않아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명경지수의 효과로 정신도 맑게 유지되니 불침번 서기에는 최적이다.


나는 품에서 이사엘이 만들어준 여우 인형을 꺼냈다. 조그마한 크기의 하얀 여우. 상당히 잘 만들었다.


여우 인형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듯이 터치해버렸다.


그러자 갑자기 시스템이 떠올랐다.


—〈 여행자를 위한 하얀 여우 〉—

▷ 등급 : 희귀

▷ 설명 : 곧 떠날 여행자의 안전을 빌며 한 여인이 손수 만든 인형입니다. 하얀 여우와 함께라면 북부지방의 추운 기온에도 끄떡없습니다.

▷ 효능 : [냉기저항]

————————————


‘어라······?’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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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6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5 4 13쪽
»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4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1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4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5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6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3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59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1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4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4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4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38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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