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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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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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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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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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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벤데마르 협곡 (2)

DUMMY

아리아 온라인의 아이템의 가치를 결정짓는 등급들.

일반. 고급. 희귀. 유물. 전설. 신화.


이중 고급까지는 그냥 잘 만들기만 한 물건에도 등급이 부여된다. 날이 잘 드는 튼튼한 검, 좋은 금속으로 재련한 갑옷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희귀 이상의 등급이 매겨지기 위해선 단순히 ‘잘 만들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그 물건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 즉, ‘효능’이 필요하다.


인챈트(Enchant) 마법.


검의 예기를 더해 준다든가, 방어구를 자동으로 수복되도록 만들어 준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 ‘효능’이다. 내가 얻은 유물 등급의 검과 건틀릿에도 그런 효능이 붙어 있다.


효능을 부여하는 마법은 보통 영구적인 마법 각인이 필요하다.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할 수 있는 이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인챈터’들은 엄청난 고급 인력이었다.


‘그런데··· 이 여우 인형의 [냉기저항]은 뭐지?’


인챈터가 아니라도 효능이 부여되는 물건들이 있긴 하다.

한 분야에만 평생을 몰두해 마이스터(Meister)의 칭호를 얻은 장인들이 만든 물건이 그렇다. 그들이 만드는 역작은 인챈트 마법 없이 효능이 깃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사엘이 이 여우 인형을 만든 기간은 한 달이 채 안 될 것이다. 백 보 양보해서 그녀가 이미 재봉의 영역에서 마이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이 인형에 그 정도 정성이 깃들지는 않았다.


즉,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설마.”


신화 길드장이 이사엘을 데려오라고 한 이유. 처음에는 단순히 그녀가 예쁘다고 마을에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신의 계시’는 모두 예쁜 여자애들만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떠올린 단순한 동기였다.


인정한다. 나는 바로 전에 봤던 교황의 엘프 노예들을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이유로 예쁜 여자들을 데려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이사엘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뭐지?


“설마 뭐예요?”


앞에서 걷고 있는 이사엘이 나를 뒤돌아봤다.

우리는 벌써 삼 일째 숲을 따라 걷고 있었다. 방향은 계속 확인해왔기에 절대 틀리지 않는다. 나는 이 아리아 대륙에서는 길을 잃을 일이 없었다.


“이사엘. 내게 뭔가 숨기는 거 있죠?”


나는 그녀를 가볍게 떠봤다.

이사엘은 나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 갑자기?”

“숨기는 거 있잖아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내가 뭘 숨겨요? 그런 거 없어요."

"정말 없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이사엘은 정말로 결백해 보이는 표정이었으나 나는 끊임없이 되물었다. 결국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모드레드······. 지금 의처증 걸린 사람 같아요.”


뭐? 의처증?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함은 처음이었다.

진짜 의처증이 뭔지 보여줘?


“그럼 그때 만난 그 남자는 누구야!?”


갑작스러운 내 고함에 이사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알겠다는 듯 씨익 웃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당신. 날 미행했어요?”

“질문에나 대답해!”

“흥.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에요.”

“아는 사람이랑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고?”

“당신이 잘못 본 거겠죠.”

“······.”


내 돌발 상황극에 이렇게까지 대처할 수 있다니···. 아리아 대륙에도 아침 드라마가 있었던가? 혹시 이사엘이 지구에서 온 플레이어는 아닌지 의심됐다.


묵묵히 걷던 요한 아저씨가 묘한 얼굴로 우리 둘을 번갈아 봤다.


“···이사엘. 도대체 언제부터 모드레드 군과 그런···.”

“아빠도 참. 그냥 농담이에요.”

“농담 아니에요.”


내 말에 아저씨와 이사엘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모드레드가 내 남편이었어요? 처음 듣는 얘긴데.”

“그게 아니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잖아요.”

“대체 뭐를요?”

“이 인형.”


나는 품 안에 있던 인형을 꺼내 보여줬다.

자그맣고 귀여운 여우 인형.


“인형에 냉기 저항을 올려주는 효능이 인챈트 되어 있어요. 이런 내구성이 낮은 천 조각에 거는 인챈트는 난이도가 더 높아지죠. 웬만한 얼치기 인챈터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에요.”

“······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사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나? 그럴 수가 있나?

만약 연기라면 대단한 표정관리다.


“시치미떼지 말고요. 이사엘이 직접 만든 물건이잖아요.”

“난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추울 텐데 건강하게 여행하라고 생각하면서 만든 거예요.”


나는 이사엘의 억울한 표정을 계속 살피며 말했다.


“···이사엘. 나는 지금 추격대에 쫓기는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하고 있어요. 쫓기는 이유가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신의 계시를 피해 도망 나온 거잖아요!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


이사엘이 답답해하는 사이에 요한 아저씨는 뭔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턱수염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는 요한 아저씨에게 고개를 돌렸다.


“요한 아저씨. 아저씨는 뭔가 알고 계시는군요?”

“······아빠?”


우리 둘의 시선이 모이자 아저씨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사실. 이사엘의 엄마는 인간 종족이 아니었네. 아인종··· 그러니까, 엑스티아 교단에서 지정해 야만족이라고 불리는 종족이었지.”


이사엘은 어이가 없는 듯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입을 벌리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진짜 연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인종이라. 생각나는 종족이 있긴 했다.

북부지방에 서식하며 추위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인간이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종족.

설마 그 이름이···.


“예티셨나요?”


내 질문에 요한 아저씨는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나를 봤다.


“설마 예티였겠나? 미의 기준이 너무나도 다른데. 자네라면 그 예티와 결혼할 수 있겠나?”

“···아하하. 아니었군요.”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예티의 생김새는 유인원을 닮았다. 그러니까···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체형에, 추위에 강인한 하얀 털이 덥수룩한 모습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키가 3m는 된다.


확실히 예티와의 결혼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겠지.


“그럼 아내분은 어떤 종족이셨나요?”

“과거 엑스티아 교단의 대대적인 북부 원정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네만···. 설녀족이었다네.”


설녀족?

아리아 온라인에서는 떡밥으로나 등장하지 아예 나오지도 않는 종족이었다. 아저씨가 말한 대로 엑스티아 교단에서 죄다 죽여 없앴으니까.


“아내가 설녀족이었지만 내가 그들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야. 다만 설녀족은 모계유전으로 힘을 물려받는다고 들었네. 이사엘이 만든 인형에 뭔가 힘이 깃들었다면 그 영향일 거야.”

“그럼 혹시 아내분이 가보라고 하셨다는 벤데마르 협곡도···?”

“···설녀족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군요.”

“······.”


의문이 해결된 나는 이사엘을 살폈다.

그녀는 아까부터 요한 아저씨를 멍하니 쳐다보며 무언의 항의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냥 묵묵히 걸었다.


결국 이사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빠. 나는 내게 그런 출생의 비밀이 있는 줄은 몰랐네?”

“네가 안 물어봤으니까 그렇지.”

“내가 그걸 어떻게 물어봐요! 우리 엄마가 혹시 아인종은 아니었냐고? 응? 도대체 어떻게 알고?”

“지금 알았으니 됐잖냐.”

“아악! 또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에요? 지금 말해요. 혹시 아빠도 아인종 아니야?”

“난 인간이다. 보고도 모르냐?”


부녀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중, 품 안에 넣어뒀던 쇠막대가 부르르 떨렸다. 나는 막대를 꺼내봤다.

마법 문자가 각인된 막대. 지금 그 문자가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추적이 붙었군요.”


내 말에 부녀가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 * *



스무 명쯤 되는 인원이 숲의 초입에 서있었다.


“···여기서부터 흔적이 희미합니다. 아무래도 놈들 중 흔적을 지우는 데에 능숙한 녀석이 있는 모양입니다.


머리 위에 하얀 고리. 등에는 기다란 장궁. 궁사 플레이어가 바닥의 흙을 살피던 중 말했다. 그는 상대를 추적하는 데 있어선 전문가였다.


“그래서, 쫓을 수 없다는 거냐?”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장비들로 온몸을 도배한 플레이어가 반문했다. 그는 이 일행의 우두머리, 신화 길드의 간부였다.


“···아닙니다. 다만 말을 탄 채로 흔적을 계속 쫓는 건 무리입니다.”

“기어가야 한다는 말이잖아.”


간부가 눈살을 찌푸리자 궁사는 그의 눈치를 봤다.


신화 길드의 간부, 닉네임 ‘지존검성’.

아리아 온라인 시절 상당한 위세를 자랑했던 신화 길드의 간부였던 그는 원래 길드원들과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빌어먹게 불편한 세계에 직접 떨어진 이후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길드원들을 하인처럼 생각하는 권위주의의 끝판왕. 모든 길드원들이 사람이 바뀌었다며 뒤에서 흉을 봤다.


아니, 뒤에서 흉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화 길드의 길드장은 아리아 대륙에 오고 수완을 발휘해 길드원들을 하나로 규합했다. 덕분에 신화 길드는 지금 예전보다도 더한 세력을 형성했다.


길드장의 덕을 본 예전 간부들은 더 쉽게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강해졌고, 지금 저 ‘지존검성’ 양반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괴물이 돼버렸다.


예전 세계보다도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지금. 그의 눈 밖에 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씨발. 빨리 잡아야 돌아갈 거 아니야. 뭐 방법 없어?”

“······.”


길드원들이 눈치만 보는 가운데, 엑스티아 교단의 상징을 가슴에 박은 성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플레이어들이 말을 타고 있는 것에 반해 성기사는 하얀 늑대의 모습을 한 성수를 타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성수는 냄새를 아주 잘 맡소. 빠르게 달리면서 쫓는 것은 무리지만, 말에 내려서 가는 것보단 빠를 거요.”

“오.”


지존검성은 성기사를 보며 반가운 표정을 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쪽이 앞장서는 걸로.”

“좋소.”


말을 타고 대형을 바꾸며 소란을 떨던 중, 갑자기 말 한 마리가 시끄럽게 울었다.


이히히히히힝—


“아 씨, 뭐야. 이거 왜 이래?”


말에 탄 도적 플레이어가 당황해 진정시키려고 애쓰자 지금까지 추적을 맡았던 궁사가 다가와 말을 살폈다.


“···다리에 깊게 베인 상처가 있군. 이건···.”


궁사는 근처의 나무 사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찾았다.”


나무 사이에 낮게 묶여 있는 팽팽한 실. 실에 말의 피가 맺혀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뭐야?”


지존검성이 다가와 묻자 궁사는 실을 살피며 답했다.


“트랩입니다. 이건··· 대도시 모험가 상점에선 흔하게 파는 종류인데, 실에 걸리는 게 있으면 한 쌍이 되는 쇠막대에 반응이 가는 물건입니다.”

“그런 것도 있었어? 그럼 뭐야. 지금 이미 반응이 간 건가?”

“예. 이걸 설치한 녀석은 이미 추적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이런 씨발.”


지존검성은 바로 뒤돌아서 말에 타고 있던 도적 플레이어의 멱살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는 맥없이 끌려 바닥에 팽개쳐졌다.


“이 등신 같은 새끼!”


퍽! “아악!” 지존검성의 발길질에 도적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버텨냈다. 트랩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으니 하필 그가 걸린 것은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한 마디도 항변하지 않고 묵묵히 맞았다. 대꾸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 쓸모! 없는! 도둑놈! 새끼!”


퍽! 퍽! 으윽! 한동안 정적 속에서 도적의 곡소리만 울려 퍼졌다.


“후···.”


길게 숨을 내쉬는 지존검성. 그는 한참을 패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옆에 있는 나무를 주먹으로 때렸다.


”씨발!!”


쾅! 끼이이이···. 놀랍게도 그가 친 나무는 깊게 패어 넘어가기 시작했다. 쿵! 바닥에 쓰러진 나무를 보는 궁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새끼 레벨이 대체 몇이야?’


손을 한번 턴 지존검성이 궁사를 보며 말했다.


“출발하자.”

“예.”


그는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바닥에 쓰러진 도적을 한 번 더 가볍게 찼다. “윽!”


“너 이 개새끼는 말 데리고 파헬벨로 돌아가라.”

“···예.”


도적은 몸을 웅크리고 누운 채로 대답했다.

그를 홀로 내버려 둔 채, 일행은 숲의 안쪽을 향해 말을 달렸다.


“······흑. 흐흑.”


도적은 한동안 누워서 서글프게 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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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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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7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6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5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3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6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7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8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5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63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5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8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8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8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44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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