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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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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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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0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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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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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벤데마르 협곡 (4)

DUMMY

아리아 온라인에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다. 주로 전투 계열 직업 선호도가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검사는 매우 인기 직종이었다.


판타지 세상에서 검 한 자루 꼬나들고 온갖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나도 그런 생각에 검사를 선택한 거였다.


덕분에 캐릭터 닉네임에 ‘검’ 관련된 글자가 들어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검객, 검마, 검성, 검황, 검신, 등등······.


그중 닉네임에 하필 ‘검성’이 들어가는 녀석들은 상당히 재수가 없었다. ‘짭검성’ 같은 모욕적인 별명이 붙곤 했으니까.


무엇을 숨기랴. 나 때문이었다.


검사 플레이어로서 정점의 공격력을 손에 넣은 내게 붙은 별명, ‘검성’. 내 닉네임은 ‘아서’였지만 정작 검성으로 불린 건 나였다.


“NPC 새끼가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냐? 어?”


내가 부른 “짭검성”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존검성. 그도 그런 피해자들 중 하나였다.


잔뜩 구겨진 그의 표정이 그간 들어온 모멸적인 별명에 대한 고초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하하. 말실수입니다.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잔뜩 몰려오셨나요?”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우리를 쫓아온 일련의 무리를 훑어봤다. 말을 타고 험악한 표정으로 각자 무기를 들고 있는 플레이어들.


“······단체로 나들이 나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우리 애들 셋 담갔다며?”


지존검성은 내게 말하며 이사엘 쪽으로 슬쩍 말을 끌었다. 그에 맞춰 나도 말을 움직여 그녀의 바로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지존검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 이사엘이라는 여자를 이쪽으로 넘겨라. 이건 엑스티아 신의 계시야. 아리아 대륙에서 신의 계시를 거역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이사엘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늘게 떨렸다. 나는 그녀가 보이지 않게 막아섰다.


“언제부터 그렇게 게임 속 신을 믿으셨다고?”

“···너. 보통 NPC가 아니로군. 설마 덫을 설치한 것도 너냐?”

“오는 길에 심심하지 마시라고 깜짝 선물을 몇 개 심어두긴 했죠.”

“너였구나. 이 씹새끼.”


스르릉. 지존검성이 칼을 뽑았다. 별거 아닌 약소한 선물에 이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

저쪽은 더 이상 말씨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응해 드려야지.


“요한 아저씨. 이사엘. 작전대로 하는 겁니다.”

“알겠네.”

“네.”


나는 지존검성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내 신호와 함께 둘은 평지의 끝으로 뛰기 시작했다. 절벽 방향이었다.


“잡아!”


지존검성의 외침과 함께 추격대도 동시에 말을 달렸다. 나는 말에 탄 채로 그들을 정면으로 맞이했다.


주인의 명령에 충실해 앞만 보고 달리는 말들.

검은색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눈을 맞춘다.


캬아아아아아악—!!


눈에서 솟아난 보랏빛의 마력이 앞을 향해 쏘아졌다.


바질리스크의 비명음을 듣고 잔뜩 수축되는 말의 동공. 정면에서 달려오는 말의 발들이 끝부분부터 회색빛으로 변해갔다.


이히히히힝—

추격대의 선두, 지존검성의 말부터 발을 절었다.


“어엇!”


선두의 말이 쓰러지면서 뒤에서 속력을 내던 말들까지 단체로 발이 꼬였다. “앗!” “뭐야!” 단숨에 저들끼리 엉켜 아수라장이 된 녀석들을 놔두고 나는 등에 멘 보따리를 앞으로 가져왔다.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보따리. 매듭을 풀자 내가 입을 막아놓은 하얀 털의 유인원이 나타났다. 촉촉한 눈망울을 글썽이는 이 녀석은 바로 새끼 사스콰치였다.


“그래. 그래. 엄마 보고 싶었지?”


나는 녀석을 쓰다듬어 주고 입에 묶은 헝겊을 풀어냈다. 새끼 사스콰치는 속박이 없어지자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들이켰다. 흐읍-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야무진 녀석.

새끼 사스콰치의 울음소리에 고막이 찢길 듯 진동해댄다.


이 우렁찬 울음은 지금쯤 없어진 새끼를 찾느라 눈깔이 뒤집힌 성체 사스콰치들에게 정말 반가운 소리일 것이었다.

어디, 이제 슬슬···.


우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오—


그렇지. 성체 사스콰치들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 숲속에서 호응해왔다. 놈들의 덩치와 근육에서 나오는 가공할 속력이면 여기까지는 금방이었다.

나는 힘차게 우는 새끼 사스콰치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쿵!


으아아아아아앙—!!


말위에서 떨어진 녀석은 더 서럽게 울었다. 옳지.


“이 씨발 새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다 같이 죽을 셈이냐!?”


쓰러진 말들 사이에서 기어 나온 지존검성이 말했다. 나는 그를 보며 빙그레 웃어줬다.


“화내지 말고 잘 달래보세요. 혹시 압니까? 애 엄마가 아저씨만 살려줄지?”

“뭔 헛소리야 이 개···!”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뒤돌아 말을 달렸다. 절벽의 끝에서 요한 아저씨와 이사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 * *



“어어? 저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지존검성이 당황해서 외쳤다.

말을 타고 절벽 앞까지 도착한 금발 남자는 목표였던 이사엘과 여관 주인을 말위에 태우더니 함께 뛰어내려버렸다.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인데도.


“후우······. 동반 자살은 아닐 테고, 낙하 충격을 없애는 아이템이 있는 모양이군. 당했어.”


우오오오오오오오—


사스콰치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새끼 사스콰치는 더 서럽게 울었다.


“안 닥쳐? 씨발!”


푸슉! 지존검성이 내지른 검에 새끼 사스콰치가 울음을 멈췄다. 허무하게 죽어버린 거였다.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한 지존검성에게 궁사 플레이어가 다가왔다.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안색이 안 좋았다.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사스콰치들이 오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인마. 네가 보기엔 어떠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던 궁사가 입을 열었다.


“···힘들 것 같습니다. 최선책은 멀쩡한 말들을 타고 최대한 도망치는 겁니다. 뒤처지는 자부터 잡히겠지만 몇 명 정도는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쯧.”


궁사의 절망적인 대답에 지존검성은 인벤토리에 손을 쑥 넣었다.


“넌 꽤 쓸만한 놈이었는데. 아쉽게 됐구만.”

“······대장님?”


인벤토리를 뒤적여서 꺼낸 손에는 스크롤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궁사는 지존검성이 든 스크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하게 됐다. 고생하고.”

“대장님! 멈춰!”


찌이이익! 궁사의 외침을 무시하고 지존검성은 스크롤을 찢었다. 그는 환한 빛무리에 휩싸이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귀환 스크롤이었다.


“이 쓰레기 새끼야아아아—!!”


목이 찢어지는 듯한 궁사의 절규. 그러나 답해줄 사람은 이미 없었다.


남겨진 추격대의 주변에 쿵! 쿵! 하는 충격음이 울렸다. 성체 사스콰치들이 뛰어와 착지하는 소리였다.


그중 덩치가 가장 큰 대장 사스콰치가 지존검성의 검에 찔려 죽은 새끼 사스콰치를 주워들었다.


우오오···.


서글프게 우는 대장 사스콰치. 시체를 살피는 그의 주변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맴돌았다. 추격대를 포함해 주변에 선 사스콰치들까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쿵. 쿵. 추격대를 향해 돌아선 대장 사스콰치의 표정은 인간이 보기에도 그 감정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악귀같이 일그러진 얼굴. 소름 끼치는 분노가 피부로 전달되는 느낌에 궁사는 전율이 일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대장 사스콰치의 울음에 성난 사스콰치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아, 아아아아아아악!!”


지존검성이 홀로 도망감으로써 전의를 잃은 추격대는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한동안 공포에 찬 인간의 비명 소리만이 절벽 바깥까지 울려 퍼졌다.



* * *



“으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악—!”

“이야호오오오오—!”


이히히히히히힝—!

우리들의 비명에 말까지 호응해왔다.

너 우리랑 합이 잘 맞는데?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도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귓속을 때리는 강렬한 바람 소리,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땅바닥의 압박감도 이제는 별로 두렵지 않았다.


“실프여!”


내 외침에 반지에서 돌풍이 터져 나왔다. 위력적인 바람이 밑에서 솟아올라 추락하는 우리의 몸을 감싸 안았다.


떨어지는 속도가 서서히 줄더니 이내 공중에 붙들린 듯 멈춰버렸다. 지면에서 1m 정도 떨어진 아슬아슬한 지점이었다.


“아이고!”

“꺅!”

“오옷.”


히힝!

허공에 떠있는 듯한 부유감도 잠시, 짧은 추락을 재개했다. 탁! 우리는 절벽 아래로 무사히 떨어졌다.


「[실프의 맹약]의 효과로 낙하 충격을 흡수했습니다.」


“쨔잔. 작전 성공!”

“······.”


신나게 말했으나 대답이 없다. 요한 아저씨와 이사엘, 거기에 말까지 모두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이사엘은 머리가 산발로 뻗쳐서 표정이 더욱 생동감 있다.


“어때요. 제 계획 대로 잘 됐죠?”

“······내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군. 고맙네. 자네 덕분에 무사히 도망쳤어.”


요한 아저씨는 빠르게 정신을 되찾았다.


“······하. 하하. 하하하! 뭐예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건가요? 모드레드, 마법사였어요?”


내가 실프를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나? 그럴 만도 했다. 이사엘은 추락을 처음 해본 추락 초보자였으니까. 추락 숙련자인 나와는 달리 떨어지는 동안 정신이 없었겠지.


“실프의 도움을 받은 거예요.”

“실프? 바람의 정령 말인가요? 모드레드는 임토족 혼혈이었군요!”


사스콰치 다음은 임토족인가? 그녀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었다.


“임토족 혼혈은 아니고, 제가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서 정령들이 돕는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엘프들을 구하는 덕을 쌓았기에 얻은 아이템으로 정령의 도움을 받은 거니까.


그러나 이사엘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 네.”


명백하게 미심쩍은 표정이다. 내가 이어서 뭐라 말하려는 순간, 우리가 떨어진 절벽 위쪽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왔다.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비명은 절벽을 타고 울리며 길게 메아리쳤다. 이사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이건······.”

“사스콰치를 맞이하는 인간의 소리죠. 너무 신경 쓸 것 없어요, 이사엘. 우리를 죽이려고 여기까지 쫓아온 자들입니다.”

“······그랬었죠.”


내 말에도 그녀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질 않았다.


절벽을 뛰어내리면서 벤데마르 협곡까지의 굽은 길을 지름길로 넘어온 셈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한참 남았다.

추격대가 이번 한 번만 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미적거려서 좋을 건 없었다.


“이제 출발하죠.”

“그게 좋겠군.”

“······.”


요한 아저씨의 대답과 함께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와 아저씨는 두 발로 걷고 이사엘은 말에 태운 채였다.


우리가 떠나가는 절벽에서는 간간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마다 말위에 탄 이사엘이 움찔거렸으나 비명은 곧 들리지 않게 됐다.



* * *



그 이후로 우리는 밤까지 묵묵히 걷기만 했다. 저녁이 되고 주변에서 사냥한 토끼 한 마리에 여행용 육포를 뜯을 때까지도 말 한마디 없었다. 지금까지의 여정 중 가장 조용한 저녁식사였다.


토끼를 구우면서 피운 모닥불에 장작을 넉넉하게 넣었다. 나무가 타면서 연기가 밤하늘로 솟았으나 문제는 없다. 사스콰치의 서식지도 벗어났고, 아리아 온라인 시절 이 구역은 출몰하는 몬스터가 없었으니까.


타탁. 탁. 타오르는 모닥불을 나뭇가지로 한번 쑤셔준 나는 주변으로 튀는 불티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내가 어쩌다 여기에 휘말리게 됐더라? 맞아. 여관에 찾아와서 모험가들을 죽인 신화 길드 놈들을 해치웠다가···. 어차피 벤데마르 협곡까지는 갈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지.


벤데마르 협곡까지만 데려다주면 그걸로 끝인가? 그곳에 가면 정말 설녀족이 있을까? 아저씨가 부인에게 그 얘기를 들은 지 거의 20년은 됐을 텐데.


만약 아무것도 없으면? 서리 늑대만이 반겨준다면? 나는 이들을 버리고 그냥 떠날 수 있을까? 글쎄. 이미 너무 많이 정들어버렸다. 과묵하지만 엉뚱한 요한 아저씨.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엉뚱만 소리만 해대는 말괄량이 아가씨, 이사엘.


성녀, 유진이 누나를 찾는 일도 한시가 급하다. 파티의 다른 멤버들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들을 돕는 것도······.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이었다. 모닥불 건너편의 침낭이 부스럭거렸다. 이사엘.


“······모드레드.”


그녀가 침낭 밖으로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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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5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7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6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6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5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3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6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7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8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5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63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5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8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8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8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44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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