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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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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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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0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5.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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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벤데마르 협곡 (5)

DUMMY

이사엘이 꾸물거리며 침낭 밖으로 몸을 빼냈다. 파헬벨을 떠난 이후로 애써 미소를 되찾았던 그녀가 절벽 위에서 나온 비명 소리를 들은 뒤부터는 계속 침울한 채였다.


“지금 안 자면 내일 피곤할 텐데.”


내가 넌지시 건네는 말에 이사엘이 빙그레 웃었다.


“나 대신 쟤가 걸어줄 테니까 괜찮아요.”


그녀가 슬쩍 돌아본 곳에는 내가 데려왔던 말 한 마리가 서있었다. 과연.


“안 자고 뭐 하려고요?”

“그냥······. 뭘 하려는 건 아니고, 잠이 안 와요.”


이사엘은 내 근처로 다가와 모닥불 앞에 털썩 앉았다. 그리곤 별다른 말없이 불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 안에서 붉은 불이 일렁거린다.


“나는··· 왜 신의 계시를 받은 걸까요?”


한참을 그러고 있던 이사엘이 문득 운을 뗐다. 우리는 모닥불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화를 나눴다.


“글쎄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는 게 없으니까. 뭐라 추측해 볼 순 있겠지만 어차피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헛짓거리였다.


“···그럼, 언제까지 도망 다녀야 할까요?”

“······.”


어려운 질문만 하는군. 심란해 보인다고 무턱대고 희망적인 관측을 뱉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짓이겠지.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엑스티아 교단이 포기할 때까지죠.”

“신의 계시를 포기할 리는 없으니 평생이군요.”

“······아마도요.”

“아아— 미녀는 기구한 삶을 산다더니, 정말 그 말대로예요.”


그녀가 연극 톤으로 하소연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냥··· 잡힐까 봐요.”

“······네?”


갑자기?

방금 전까지 농담하던 이사엘의 목소리가 다시 급격하게 침울해졌다.


“잡혀요? 왜요?”

“나 때문에 여럿 고생하잖아요. 아빠는 평생을 일군 여관을 버렸고. 모드레드는 도망자 신세가 됐고. 쫓아오는 신의 사자들은 모두 죽었고······.”


그녀는 이제 모닥불이 아니라 땅바닥을 보고 있었다. 목소리도 점점 깔리는 것이 놔두면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다.


“그 녀석들은 죽을만해서 죽었어요. 누굴 죽일 생각을 했으면 당연히 자기가 죽을 각오도 해야죠.”

“······미안해요, 모드레드. 나를 도와주려다가 이렇게 돼버려서.”


내 말을 안 듣는군? 이사엘은 지금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책에 빠져 있었다. 도망자 신세가 됐다라. 나는 내가 가진 작은 비밀 하나를 밝히기로 했다.


“이사엘. 혹시 교황이 죽었다는 소식 들었나요?”

“···갑자기 뭐예요? 당연히 들었죠. 암살자를 잡는다고 온 도시에 수배가 붙고 난리가 났으니.”

“그럼 그 암살자 이름 기억해요?”

“음···. 몽타주는 한 번 봤는데 검은 머리칼의 남자였어요. 이름까지는 기억이 안 나요.”

“아서예요. 그 이름.”

“아서?”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암살자 이름이 아서인 게 왜요?”

“사실, 내 이름이 아서거든요. 모드레드는 가명이에요.”

“······?”


여기까지 말했음에도 이사엘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손을 올려 하관을 잡아서 가볍게 들었다. 손에 들린 검은색의 가면. 엘프 세실리아가 건네준 외형을 바꾸는 마도구였다.


“어어?”


이사엘의 눈이 점점 커졌다. 내게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변했을 것이다. 얼굴의 인상도 조금.


“설마?”

“교황을 죽인 암살자가 나예요. 그러니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습니다. 난 어차피 쫓기는 몸이었으니까.”

“헉.”


경악한 표정의 이사엘은 이제 한탄하는 게 아니라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교황님은 왜 죽인 거예요?”

“이사엘처럼 기구한 삶을 사는 미녀가 도와달라고 했거든요. 돕는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아하. 나만한 미녀는 찾기 쉽지 않은데.”

“엘프···. 임토족이었어요.”

“아.”


얼마 전에 함께 알게 된 따끈따끈한 정보. 사실 이사엘은 설녀족이었다. 내가 임토족을 도왔다는 말에 그게 생각난 모양이었다. 엑스티아 교단에서는 임토족이나 설녀족이나 똑같은 야만족으로 지정했으니까.


한동안 복잡한 표정이던 그녀가 가면을 벗은 내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아서···? 아서는 비밀이 참 많네요. 처음 여관에 와서 약한 척 모험가들에게 져줬을 때도 그렇고.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뭔가 더 있나요?”


모험가들에겐 져준 게 아니라 열심히 싸우다 처맞은 거였지만···.


“사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하면 믿을래요?”

“다른 세계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농담이에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를 보고 이사엘이 당황한 표정을 했다. 나는 모닥불을 한 번 더 뒤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슬슬 자는 게 어때요? 아무리 말이 대신 걸어준다고 해도 완전히 곯아떨어지면 낙마할지도 몰라요.”

“아서랑 얘기하면서 잠이 다 깼잖아요.”

“난 졸린데. 그럼 이사엘이 불침번 서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갔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겠지.


사실 아직 졸리지 않으니 그녀가 꾸벅거릴 때쯤에 다시 나와서 재울 생각이었다. 진짜로 불침번을 세우면 내일 말위에서 자버릴지도 모른다.


“아서? 진짜 자요?”

“······.”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이사엘은 다시 모닥불을 보기 시작했다. 탁. 타닥. 한밤중의 정적 속에서 나무 타는 소리만이 울렸다.



* * *



절벽에서 내려온 이후로 우리는 벤데마르 협곡까지 일직선으로 걸었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는 점점 혹독해졌다.


일주일 정도 걷고 나니 땅 위에 눈이 덮였다. 벨타르 산맥에 진입했기 때문이었다.


산맥이라곤 해도 까마득한 산봉우리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벤데마르 협곡까지만 가로질러 가면 되니까. 우리는 완만한 오르막의 눈길을 걸었다.


“이 녀석은 더 이상 데려가기 힘들겠는걸.”


요한 아저씨가 이사엘이 탄 말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은 체온이 높으면서 따듯하게 덮어줄 털은 없으니 이런 추운 지역에 적합하지 않았다.

타고 다닐 만한 거라면 전에 아저씨가 말씀하셨던 대로 개 썰매 정도겠지.


“네에? 안 돼요! 엘마는 제 친구란 말이에요!”


이사엘이 과장된 몸짓으로 말을 감싸 안았다. 엘마는 그녀가 저 말에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무슨 방법 없을까요, 아서? 불의 정령 살라만드라의 도움은 못 받아요?”

“······.”


그렇게 그렁그렁한 눈으로 쳐다본다고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나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니까.

어느 부위를 훈제해야 맛이 있을까 엘마를 스윽 훑어보던 중,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버렸다.


‘쩝. 말고기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군.’


나는 이사엘에게 선물로 받은 하얀 여우 인형을 끈으로 묶어 말의 목에 걸어주었다. 이건 [냉기저항]의 효능이 붙은 물건이었다. 아마 말에게도 통하겠지.


이히히힝—


엘마는 기온 변화를 느낀 듯 울음소리를 냈다.


“오옷. 고마워요, 아서! 엘마도 기쁘다고 하네요!”

“오냐. 엘마.”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않게 된 엘마는 위풍당당하게 눈 위를 걸었다. 뽀득거리는 눈 위에 발굽 자국을 남기면서 설산을 걷는 말이라니. 심지어 흑마라서 엄청 눈에 띈다.


벨타르 산맥에 들어온 이후로도 우리는 쉬지 않고 걸었다. 이사엘은 엘마에 탄 채였고, 요한 아저씨는 예전에 모험가로 활동했던 만큼 지치지 않고 혹독한 강행군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걷기를 또 5일째, 우리는 드디어 벤데마르 협곡의 초입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벤데마르 협곡.”


양옆으로 벨타르 산맥의 절벽이 가파르게 치솟아 있다. 이 정도 추위라면 눈들도 꽁꽁 얼어있을 테지만 협곡 안에서 거대한 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눈사태가 일어나 꼼짝없이 죽을 것 같은 지형이었다.


“······이게 벤데마르 협곡이에요? 눈밖에 없는데? 이건 도저히······.”


이사엘이 말 끝을 흐렸다. 뒤에 생략된 말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으니까.


‘도저히 사람이 살 것 같지가 않은걸.’


우리는 나란히 요한 아저씨를 바라봤다. 아저씨는 평소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협곡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자고.”


엘마를 탄 이사엘이 뒤를 따라오고 나와 요한 아저씨가 앞장서서 걸었다. 협곡 깊숙이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전투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아우우우우우우—


거대한 덩치의 서리 늑대 하나와 마주치자마자 녀석이 길게 울어젖혔다. 이게 서리 늑대의 까다로운 점이었다.


레벨은 29로 단일 개체만 놓고 보면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다. 그러나 서리 늑대는 사스콰치보다도 대규모로 무리 지어 생활했다.


녀석들은 절대 혼자서 싸우지 않는다. 먼저 하울링을 통해 동료 서리 늑대들을 부른다. 그러다 전투 중에 다치는 녀석이 있다면 교대를 해가며 멀쩡한 녀석이 전열에 나와 싸운다.


때문에 서리 늑대를 상대하는 자는 항상 멀쩡한 서리 늑대를 상대해야 했다. 그러다 서서히 힘이 빠지면 정말 위험한 거였다.


물론 아주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인 파훼법이 있긴 했다.

그건···.


“요한 아저씨. 한 번 휘두를 때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잘 알고 있군. 아서 군은 북부에 자주 와봤나?”

“아리아 대륙 척척박사라 불러주세요.”

“척척··· 뭐?”

“···아닙니다.”


스르릉. 우리는 각자 검을 꺼내 들었다.


“히, 힘내요!”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의 응원이 들려왔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곳이 복도 같은 모양의 협곡이라 서리 늑대들에게 뒤를 잡힐 걱정은 없다는 거였다. 덕분에 이사엘이 습격당할 위험도 덜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버티고 계시면 제가 다 정리하겠습니다.”

“자네 지금 내 걱정하나? 내가 젊었을 땐 말이야···.”


아저씨의 “나 때는”이 길어지기 전에 늑대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나이스 타이밍.


서리 늑대들은 서있는 키가 2m는 되었다. 북극곰만 한 녀석들이 잔뜩 나타나니 압박감이 엄청났다.


그르르릉—

굶주린 녀석들이 우리를 보며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어쭈. 너만 짖을 줄 아냐?


“크와아아아아아앙—!!”


내가 성난 괴수처럼 울부짖자 서리 늑대들보다 먼저 요한 아저씨가 반응했다. 아저씨는 웬 미친놈을 보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원래 저렇게 표정에 생동감이 있는 분이셨나?


물론 다 생각이 있어서 한 행동이었다. 내 울음에 우리 둘을 향했던 서리 늑대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였다.


캬아아아아아악—!!


정면의 서리 늑대들을 쏘아보며 [석화의 응시]를 사용했다. 이 바질리스크의 포효가 싸움을 시작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앞으로 달려나가며 다리가 굳은 서리 늑대 하나에게 검을 내질렀다. 목덜미에 검이 꽂힌 녀석은 단숨에 숨이 끊어졌다. 검을 뽑자 뿜어져 나오는 피에서 하얀 김이 샘솟는다. 일단 하나.


곧장 옆으로 돌며 회전력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다리가 굳은 녀석은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내줘야 했다. 촤악! 가죽이 길게 베어지면서 피가 멀리까지 튀었다.


‘요한 아저씨는?’


흘끗 살펴보니 서리 늑대 하나를 막 베고 계셨다. 이사엘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군?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았다.


내가 한눈파는 사이를 노려 날듯이 덮쳐오는 서리 늑대 한 마리. 녀석의 아가리에 검을 쑤셔 넣으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 업!」


이걸로 드디어 20Lv이다.


아우우우우우우—!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다른 개체들보다 압도적으로 큰 덩치를 가진 서리 늑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은 대장이라고 개성을 주고 싶었는지 한쪽 눈깔에 기다란 흉터가 있었다. 짜식. 기다리고 있었다.


푸슉! 서리 늑대에게 찔러 넣었던 검을 뽑으며 놈들의 대장을 보고 미소 지었다.


“경험치 오셨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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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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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6 4 12쪽
»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6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5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6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1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3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0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4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5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5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2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58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1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4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4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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