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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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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246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5.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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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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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테르미온 (1)

DUMMY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선 대장 서리 늑대. 녀석은 고요하게 가라앉은 회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투지로 불타는 다른 늑대들의 뜨거운 눈길에 비하면 정말 서리 늑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녀석이었다.


두터운 털가죽 위로도 잘 발달된 앞다리의 근육이 돋보인다. 긴장감 없이 이완된 근육들.


‘직접 공격할 생각이 없군?’


녀석은 내가 자기 졸개들에게 물어뜯기는 것을 구경할 셈이었다. 힘이 다 빠지면 마무리나 짓겠다는 거겠지.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지 궁금하네.’


나는 목에 걸린 은색 목걸이를 꺼내 보석을 쥐었다. 엘프 세실리아가 교황청에서 훔쳐 보수로 건네준 전설급 아이템이었다.


“고결한 희생.”


나지막이 말하자 허공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결한 희생]의 효과를 발동합니다」

「결속 대상을 지정해야 합니다」


이 목걸이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지킬 대상을 필요로 했다. 나는 살짝 떨어진 곳에 있는 이사엘을 바라봤다.


한번 지정하면 대상 변경에 시간이 걸리기에 지금까지 미뤄왔으나,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서리 늑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당장 이 힘이 필요했다.


목걸이의 보석을 이사엘 쪽으로 향하자 하얀 빛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그녀에게 연결되었다.


“어, 어? 이거 뭐예요?”


당황한 이사엘의 목소리.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나한테서 눈 떼지 마세요.”

“뭐, 뭐라구요?”


「결속 대상을 지정했습니다」

「대상의 시야 안에서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단, 대상이 죽을 경우 함께 죽습니다」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미증유의 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도 이 정도 몬스터쯤은 어떻게든 될 것 같았는데, 지금은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았다.


“덤벼, 이 개새끼들아.”


그르르르릉—

그동안 눈치만 보던 녀석들이 한 발자국씩 다가왔다.


이 몬스터들이 결속을 하는 동안 눈치껏 기다려준 걸까? 그럴 리가 없지. 잠깐의 소강상태 동안 석화에 걸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녀석들이 뒤로 빠진 거였다.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서리 늑대들. 그중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아가리를 벌리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별다른 잡기술 없이 그저 빠르고 강하게 내려찍은 검격이었다. 검을 받은 녀석은 머리부터 부드럽게 반으로 쪼개졌다.


방금의 일격을 통해 올라간 능력치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세 놈 중 하나가 죽으면서 녀석들의 협공에 빈 공간이 생겼다. 나는 왼 발을 앞으로 쭉 빼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눈앞에 나를 향해 뛰었던 서리 늑대의 목덜미가 보였다. 야구 선수가 배트를 휘두르듯 허리에 힘을 담아 오른쪽으로 힘껏 베어 나갔다.


빠르게 휘둘러진 검신이 앞에 있던 늑대의 목덜미를 가로로 파고들었다. 녀석의 머리를 통해 빠져나온 검. 그러나 회전력은 아직도 한참 남아있다. 나는 그대로 검을 쭉 뻗었다.


왼손은 검 손잡이를 놓으면서 오른손으로 끝까지 휘두른다. 검은 마지막으로 나를 덮쳤던 세 번째 늑대의 머리를 가르고서야 멈췄다. 거의 한 바퀴를 회전하듯 베어낸 거였다.


“후우—”


녀석들에게서 뿜어져 나온 피로 전신이 흠뻑 젖었다.


비릿한 피 냄새. 차가운 공기와 대조되는 따듯한 액체의 감각. 한껏 달아오른 육체. 몸에서는 말 그대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번 전투···. 경험치 만으로는 부족하다.’


추격대가 다시 쫓아온다면 이번에는 수가 더 많아지겠지. 일대 다수에서 유용한 특성. 그게 필요하다.


나를 바라보는 늑대들의 야성적인 시선을 마주 보면서 생각을 비워갔다. ‘벤다.’ 그것 외의 다른 잡다한 상념을 모두 날려야 한다. 쏟아지는 폭포 속에서 했던 명상과는 다른 종류의 명상이었다.


다시 덮쳐오는 늑대들을 상대로 이번엔 마주 달려나갔다. 본능적으로 내지른 검이 정면의 늑대를 꿰뚫었다. 다음 동작은? 생각하고 행동하면 늦지. 내 검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꿰뚫은 자세 그대로 휘두른 검이 죽은 늑대의 몸을 빠져나와 새로운 늑대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그 녀석의 몸에서도 빠져나왔다. 가르고 지나간 거였다.


몸이 돌아간 틈을 타 왼쪽 옆구리를 물어오는 늑대에게 왼 주먹을 휘둘렀다. 깨갱! 상승된 능력치로 먹인 꿀밤에 녀석의 머리가 함몰됐다. 연이어 오른손에 쥔 검으로 숨통을 끊었다.


‘······.’


벤다. 쉴 틈 없이 벤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일수록 정신은 점점 고양됐다. 뇌를 적시는 엔돌핀의 홍수 속에서 나는 드디어 모든 생각을 멈췄다. 그저 연속적인 행동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얕은 꿈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몽롱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극도로 예민해진 기감은 형체가 없는 적의마저 피부로 느끼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내 살점을 노리는 서리 늑대의 공격에 반사적으로 검이 쏘아졌다.


‘······.’


기감이 반응한다. 검을 휘두른다. 하얀 털이 갈라지며 뜨겁고 붉은 꽃이 핀다. 영원처럼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나를 둘러싼 적의가 하나둘 사라졌다. 피부를 간지럽히는 적의가 없어질수록 내 의식도 점점 깨어났다.


마침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아.”


나는 서리 늑대의 산 위에 올라서 있었다.



* * *



정신이 깨어나면서 잠시 눈동자의 초점이 맞지 않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질러져있는 검. 무언가를 꿰뚫어 검신의 밑동까지 깊숙이 박혀있다. 뻐근한 온몸의 감각을 느끼며 힘주어 검을 뽑았다. 푸슉!


방금까지 검이 꿰뚫고 있던 것은 서리 늑대들의 대장이었다. 녀석은 이미 죽었다. 몽롱하게 기억나는 꿈결 속에서 마지막으로 찔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죽였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레벨이 25까지 올랐다. 쌓여 있는 서리 늑대들과 그 대장까지 모조리 죽인 결과물이었다.


갑자기 피로 흠뻑 젖은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극도의 몰입으로 의식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특성 : [무아지경]을 획득했습니다」


“최고로군.”


[무아지경]은 전설급 특성이지만 [명경지수]만 있다면 획득 난이도가 내려간다. 같은 정신 계열의 특성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이 벤데마르 협곡에 혼자 오려고 생각했던 것이 [무아지경]을 얻기 위해서였다. 가장 깊은 수준의 몰입까지 빠져들기 위해선 끊임없는 적들의 공격이 필요하니까.


“아서?”


옆으로 다가온 이사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뭐라 말하기 전에 생수를 꺼내 얼굴에 뿌렸다. 지금 입을 벌리면 찝찔한 피맛이 날 것 같았다.


“우푸푸! 후우···. 불렀나요?”


얼굴의 피를 씻어낸 나에게 이사엘이 말했다.


“괜찮아요?”

“좀 지치긴 했는데, 괜찮아요.”


내 대답에도 그녀는 안심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번엔 요한 아저씨가 다가오며 말했다.


“자네 아까 내 말 안 들렸지?”

“네? 뭐라고 하셨나요?”


아저씨는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중간부터 나한테 덤비는 녀석들이 하나도 없길래 그제야 자네를 살필 생각이 들더군. 그래서 봤더니 자네가 서리 늑대 수십을 상대로 오히려 덤벼들면서 날뛰고 있었어. 혼자 싸우는 것보다는 내가 한손 거드는 게 낫겠지 싶어서 자네에게 다가가며 계속 소리쳐 불렀네만, 들은 척도 안 하더군. 눈이 뒤집힌 것이 가까이 접근하면 나까지 벨 기세라 그냥 구경만 했네.”


오우. 말만 들으면 완전히 광전사로군.


“아하하. 아무리 그래도 아군은 구분할 수 있죠. 적의에 반응해서 베는 거였어요.”

“평소에도 그렇게 싸우나?”

“아뇨. 이번엔 적이 많았잖아요.”

“그렇군. 아무튼··· 이번에도 고맙네.”

“천만에요.”


우선, 이 피부터 좀 어떻게 해야겠다. 놔두면 추위 속에서 꽁꽁 얼어버릴 테니까.


우리는 협곡 주변에 있는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끓인 물로 피를 씻어내고 잔뜩 이완된 몸을 동굴 벽에 기댔다. 노곤하게 풀리는 것이 살 것 같았다.


바질리스크랑 11시간 동안 뒹군 이후로 이렇게 피곤한 건 처음이었다. 푹 퍼진 나를 보면서 이사엘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오늘은 불침번을 서지 말라고 했다.


됐다고 말하려다 또렷이 응시하는 초롱한 하늘색 눈동자에 그냥 알았다고 해버렸다. 파헬벨을 떠난 이후로 불침번이 없는 밤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꿈조차 없는 깊은 잠을 잤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온몸에 활력이 돌았다.


“일어났나?”


새벽에 불침번을 선 요한 아저씨가 막 일어난 나를 봤다.


“훨씬 나아 보이는군. 젊어서 그런지 회복이 빠르구먼.”

“푹 잔 덕분이죠.”

“끄으응···. 아서?”


침낭에 누워있던 이사엘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괜찮아요···?”


눈 뜨자마자 하는 말이 괜찮냐는 거라니. 방금 막 일어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나를 보는 눈빛에서 걱정이 묻어 나왔다. 어제 내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였나?


나는 ‘믿음을 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멀쩡해 보이죠?”

“······.”


이사엘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항상 내 표정은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거지?


“···평소의 아서가 맞는 것 같네요.”

“그럼요.”


우리는 아침으로 어제 잡은 서리 늑대 고기를 조금 구워 먹고 동굴을 나섰다.



* * *



뽀득. 뽀득.

협곡을 완전히 지나오는 동안 서리 늑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가 될 때까지 계속 걸은 결과 우리는 벤데마르 협곡의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막혀있는데요?”


내가 요한 아저씨를 보며 한 말이었다.


벤데마르 협곡의 끝은 절벽으로 막혀있다. 아리아 온라인을 플레이했던 나는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요한 아저씨의 뜻에 따라 묵묵히 여기까지 걸었으나 이제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더 걸을 곳이 없었으니까.


“이제 어떡하죠?”


아저씨는 살짝 더 앞으로 나서더니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리아 최후의 설녀가 이곳에 돌아왔소—! 명예를 아는 서리 거인이라면 모습을 드러내시오—!”


꽉 막힌 절벽에 대고 크게 소리 지르는 아저씨. 그 음성이 절벽을 타고 울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벽에 구멍이 있군.’


소리가 반사되지 않고 타고 들어가는 지점이 있다. 게임으로 플레이할 때는 알 수 없는 정보였다.


‘바질리스크의 대공동 왼쪽 벽에 난 구멍과 비슷한 종류인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절벽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키샤엘이 돌아왔는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특이한 억양이었다. 서리 거인이라? 내가 모르는 아인종도 있었나?


“키샤엘은 죽었소! 이곳을 찾은 건 그녀와 내가 키운 소중한 딸이오!”

“······.”


요한 아저씨의 말에 이사엘이 눈을 크게 떴다.


한동안 대답이 없던 절벽 안에서 하얀 털을 가진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리 거인이라는 건 예티였다.


나타난 예티는 나이가 매우 많아 보였다. 하얀 털이 많이 빠져서 듬성듬성했고 드러난 회색 피부는 탄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키가 매우 커서 3m나 되는 덩치를 갖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와라.”


우리는 예티의 뒤를 따라 걸었다. 엘마가 막혀있는 절벽으로 걷기를 거부해서 고삐를 당겨야 했다. 이히히힝—


안으로 들어오자 천장에 빛을 내는 수정이 박혀 있는 투박한 통로가 드러났다. 엘마는 다시 잠잠해졌다.


“기억이 나는군. 요한. 키샤엘을 데려간 인간.”

“···멜무크.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그건 키샤엘의 뜻이었소.”

“······.”


요한 아저씨의 대답에 멜무크라 불린 예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둘은 이미 아는 사이인 듯했다.


이 아저씨는 숨기고 있는 게 많으시군. 부인이 벤데마르 협곡까지 가보라고 한 말만 믿고 무턱대고 온 게 아니었다. 과거에 이미 와본 적이 있는 거였다.


우리는 한동안 통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동안 엘마를 탄 이사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통로의 끝에 도착하자 곳곳이 빛나는 수정으로 가득한 거대한 마을이 드러났다. 예티 멜무크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테르미온에 온 것을 환영하지. 인간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설녀, 키샤엘의 딸이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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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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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 테르미온 (1) 22.05.30 77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5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4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1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4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5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6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3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60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2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5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5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5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39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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