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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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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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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602

작성
22.05.3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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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테르미온 (2)

DUMMY

벤데마르 협곡의 끝, 거대한 절벽 안에는 아인종의 마을이 존재했다.


평평하게 포장된 바닥과 하얀 석재를 사용한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찬 마을은 천장에서 내리쬐는 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다. 빛을 내는 광원은 천장의 돌벽에 은하수처럼 박혀있는 수정들이었다.


“와······.”


이사엘은 아까부터 천장으로 고개를 꺾고 수정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렸다. 그녀를 태운 엘마가 알아서 걸어가니 앞을 볼 필요가 없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군. 완전히··· 별세계잖아.’


지금까지 봐온 도시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 심지어 현재 최고로 번영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엑시온보다도 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집들의 크기가 좀 작았다.


문의 크기나 천장의 높이가 딱 평범한 인간들에게나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근데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예티가 아닌가?


평균적으로 3m는 되는 키를 가진 예티들에게는 크기가 맞지 않았다.


“멜무크 님?”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던 멜무크가 흘끗 돌아봤다.


“뭐냐. 인간.”

“이 도시는 서리 거인들이 만든 건가요?”

“벨타르 산맥 안에서 이런 반짝이는 하얀 돌들을 구할 수나 있겠는가? 테르미온은 먼 과거의 명예를 아는 인간들이 설녀들을 위해 지어준 것이다.”


역시. 예티들이 사용할 것을 전제로 지은 집들이 아니었다. 근데 설녀들을 위해서 지어졌다라?


요한 아저씨는 이사엘을 아리아 최후의 설녀라고 했다. 그 말은 이곳에 사는 설녀는 이제 없다는 소리였다. 설녀가 다 사라져서 예티들이 이곳에 들어와 사는 건가?


그때 앞장서는 멜무크의 앞에 다른 예티가 나타났다.


늙은 멜무크에 비하면 빳빳한 하얀 털을 가진 젊은 예티였다. 그는 가만히 서서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베렉무크. 길을 비켜라.”

“드디어 미치셨군, 멜무크. 지금 테르미온에 인간들을 들인 것이오?”


베렉무크라 불린 젊은 예티의 얼굴은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난 미치지 않았다, 베렉무크. 키샤엘을 데려갔던 인간 요한이 돌아왔다. 저 여자, 키샤엘의 딸은 아리아에 남은 최후의 설녀다.”


멜무크의 말에 베렉무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설녀가 무엇이 어쨌다고? 하나 남은 설녀에 무슨 의미가 있소?”

“세 들어 살더니 집주인도 못 알아보는구나. 네 녀석은 명예로운 서리 거인을 자처하지 마라. 이 썩을 사스콰치 놈아.”


사스콰치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음에도 베렉무크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멜무크를 비웃었다.


“허허. 차라리 자유로이 빛을 보고 살아가는 사스콰치 팔자가 낫지. 땅굴에 처박혀 더러운 인간 놈들의 눈치나 살피는 예티들에게 무슨 얼어 죽을 명예가 있다는 말이오? 웃기는 소리로군.”

“언젠가 영광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다.”


멜무크의 대답에 베렉무크는 고개를 저었다.


“무책임하게 헛된 희망을 내뱉지 마시오. 그 말을 믿고 미래를 도모하다가 절망을 맛본 젊은이들이 몇이나 되는 줄 아시오? 모두 타고 남은 하얀 재처럼 되었소. 불면 날아갈 듯이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자들이지.”

“그들의 노력도 언젠가 보답받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


베렉무크의 회색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 강력했던 설녀들도 엑스티아 앞에선 태양 앞의 눈송이였지. 인간들의 멸망한 제국은 기록 한 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소. 예티들이라고 다를 것 같소?”

“아직 수호룡과 엘프 전사들이 남아있다.”

“그들조차 잊어버린 것이 비참하게 땅굴 속에서 연명하는 예티들이지. 분명히 말해두겠소. 나는 엑스티아의 은혜 한 조각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고개를 조아릴 것이오. 이건 젊은 예티들 대부분의 뜻이라 봐도 좋소.”


베렉무크의 선언에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던 멜무크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그의 얼굴 주름과 하얀 수염이 분노로 부들거렸다.


“감히 그따위 망발을—!!”


늙고 쇠약해 보였던 멜무크의 목소리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음성이 진동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베렉무크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흥. 그래. 소리나 실컷 지르시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베렉무크는 떠나갔다.


의문투성이의 대화였다. 내가 갖고 있는 아리아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았다.


당장 묻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였으나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멜무크는 지금 분노로 바르르 떨고 있었으니까.


“······추태를 보였군. 따라와라.”


우리는 멜무크의 뒤를 따라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내내 멍한 표정이었던 이사엘이 입을 열었다.


“···아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전혀요.”

“휴. 나만 바보 된 건 줄 알았어요.”

“요한 아저씨는 뭔가 아실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아저씨를 슬쩍 바라봤다. 내 말에 반응한 이사엘도 나란히 고개를 돌렸다. 요한 아저씨는 우리 둘을 번갈아 보더니 대답했다.


“나도 아는 것 없네.”


아는 게 없으시다라? 별로 믿음이 가질 않았다. 나는 이 테르미온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가 진짜 아무런 대책 없이 벤데마르 협곡까지 왔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기우였지만.


“그러지 말고 슬슬 알려주시죠. 계속 숨기시면 서운해요.”

“아서가 서운하면 딸내미인 나는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내가 최후의 설녀라면서 그 설녀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우리 둘이 연달아 징징대자 요한 아저씨가 곧바로 반응했다.


“진짜일세. 테르미온의 존재를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내가 미안하네. 확신이 없어서 그랬네. 이곳에 와본지 이십 년도 더 됐어. 그런데 어떻게 확신했겠나?”

“···그렇군요.”


아저씨의 다채롭지 못한 얼굴 근육이 놀랍게도 ‘억울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멜무크에게 물어봐야 이 궁금증이 풀릴 것 같았다.


멜무크를 따라 테르미온의 대로를 계속해서 걸으니 그 끝에는 현실의 것이 아닌 듯 신비한 건물이 나타났다.


건물은 수정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맑고 단단한 수정을 대리석 조각상처럼 통째로 깎아 만든 것처럼 보였다.


요한 아저씨가 건물을 보고 말했다.


“키샤엘이 살았던 집이로군.”

“와아아아아!”


이사엘의 눈빛이 어린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세상에···. 이런 건물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그녀의 감상에 멜무크가 다가와 말했다.


“이 건물의 이름은 ‘결정 궁전’. 대대로 설녀 여왕이 살았던 집이다. 키샤엘도 이곳에서 살았다. 웬 인간 놈이 데려가기 전까지는.”

“······.”


웬 인간 놈인 요한 아저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희는 이곳에서 살면 된다. 키샤엘의 딸이여. 부디 자식을 많이 낳아 설녀족을 다시 부흥시켜라. 그것만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방법이다.”

“네?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요?”

“옆의 남자는 남편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이곳까지 왜 함께 온 것이냐.”

“······.”


이사엘이 나를 빤히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귀부터 빨개지더니 순식간에 얼굴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이사엘을 대신해 내가 대답했다.


“엑스티아 교단에게 쫓기는 것을 제가 도와줬죠.”

“···어찌 됐든 좋다. 이 결정 궁전의 주인은 설녀 이외에는 있을 수 없으니. 최후의 설녀여, 마음껏 써라.”

“넵!”


이사엘의 힘찬 대답에 멜무크가 뒤돌아 떠나려 했다. 이걸로 끝이라고? 나는 멜무크의 등에 대고 급하게 말했다.


“멜무크 님! 저는 올해로 스물셋이 됩니다만···.”


내가 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이사엘이 끼어들었다. “오, 아서도요? 저도 스물셋이에요!”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멜무크 님은 연세가 어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리아 온라인 설정상 예티들의 평균 수명은 300년 정도였다. 말도 안 되게 길다. 근데 더 말도 안 되는 종족이 있었으니, 그건 500년 사는 엘프들이었다. 이건 일단 넘어가고···.


멜무크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어린 인간. 나는 340년을 살았다.”


와우. 처음 봤을 때부터 나이가 많을 거라곤 예상했으나 평균 수명보다도 훨씬 오래 산 예티였다.


“아까 나누시던 말씀들을 들어보니 인간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혹시 저희에게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부탁이었다. 멜무크는 내 눈을 흘끗 보더니 차갑게 대답했다.


“명예를 아는 인간들은 먼 과거에 모두 죽었다. 지금의 인간들에게 바라는 것 따위 없다. 그러니 말해줄 것도 없다.”


멜무크의 회색 눈동자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베렉무크가 하는 말을 통해서 젊은 예티들이 인간들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멜무크는 그런 베렉무크와 대립하여 말싸움을 했으나 그도 인간을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엿들으며 생각한 것이 있었다. 멜무크는 이렇게 말했었다. “아직 수호룡과 엘프 전사들이 남아있다.” 이건 맥락 상 엑스티아 신과 대립하는 세력들을 말하는 거였다.


수호룡이라? 내가 알기로 아리아 대륙에 남아있는 용이란 ‘종말의 용 아그네스’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수호룡도 아그네스를 부르는 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엑스티아 신과 대립한다는 점에서도 일치했다.


아리아 온라인에서 우리 파티가 아그네스 토벌을 성공했을 때 나왔던 아이템···. 그것이 대립 구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엑스티아 신도 그것을 ‘성유물’이라 부르며 공헌 받으려 했으니까.


그렇다면 그것의 주인이 된 나는 중요한 열쇠였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리아의 수호 보석’을 꺼내 멜무크에게 보란 듯이 흔들었다.


“이거. 뭔지 알고 계십니까?”

“어······. 어억!”


주름진 회색 눈두덩에 묻혀 가늘게 뜨여 있던 멜무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걸 어떻게!”

“이런. 해줄 말이 없다고 하셨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나는 수호 보석을 다시 인벤토리에 쏙 넣었다. 멜무크는 안달 난 표정으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움찔거렸다.



* * *



웬 인간 놈들을 테르미온에 들여온 것에 잔뜩 화를 낸 베렉무크. 그는 젊은 예티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차기 족장이었다.


지금 당장은 멜무크가 두터운 연륜으로 족장을 맡고 있었으나 그는 예티들의 신망을 잃은지 오래였다. 많은 예티들이 멜무크가 종족의 운명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대전쟁 이전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기억하는 멜무크에 반해, 암울한 땅굴 생활만을 반복한 젊은 예티들은 과거에 대한 그 어떤 종류의 미련도 없었다.


그들은 현재의 삶이 나아질 수만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설사 그것이 종족 전체가 수백년간 대립해온 엑스티아라 할지라도.


“젠장. 아무런 의미도 없는 소리만 잔뜩 해댔군.”


자신의 집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베렉무크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아까 전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엑스티아 신에게 고개를 조아린다고? 그놈이 받아준다고나 했나? 쓸데없는 소리를···.’


표정을 구기며 홀로 자책하는 베렉무크의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고개를 돌리니 창문 밖에 새하얀 깃털을 가진 새가 서있었다.


‘새? 이 땅굴 속에?’


탕탕탕. 새는 다시 한번 부리를 부딪혀 창문을 두드렸다. 베렉무크는 홀린 듯한 기분으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잠시 날아올랐던 하얀 새는 창틀에 발을 디디고 섰다.


새를 바라보는 베렉무크의 머릿속에 뇌를 흔드는 듯한 강렬한 음성이 들려왔다.


[베렉무크야. 네가 찾던 신이 네 앞에 찾아왔노라.]


“무, 뭐야!”


베렉무크는 당황해서 한 걸음 물러섰다.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신? 등 뒤로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솟아났다.


하얀 새는 의문을 표하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네가 그토록 바라던 은혜의 주인이 찾아왔는데 무얼 하느냐? 기도했던 대로 고개를 조아리거라.]


베렉무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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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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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30 4 12쪽
25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8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 테르미온 (2) 22.05.31 75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7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9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7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6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7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2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5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3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6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7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8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5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63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75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8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8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8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44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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