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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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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한신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34
최근연재일 :
2022.06.11 22:1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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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0
추천수 :
179
글자수 :
149,602

작성
22.06.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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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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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테르미온 (6)

DUMMY

지존검성이 상상했던 싸움 양상은 대충 이랬다.


‘우선 저 건방진 검은 머리 검사.’


저 녀석은 어떻게 얻었는지는 몰라도 상대를 석화시키는 스킬을 갖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것 때문에 말들이 석화하면서 지존검성을 제외한 추격대가 사스콰치에게 전멸해버렸다.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파헬벨에서 추격대를 새로 편성하면서 귀중한 회복술사를 셋이나 차출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큐어 주문을 준비하라고 미리 일러뒀으니 녀석의 석화 스킬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검사 주제에 잔재주나 부리는 녀석이다. 검술 실력이야 안 봐도 뻔했다. 석화가 안 먹히면 칼침 한 방에 눕겠지.


‘그럼 저 구미호가 문제인데······.’


3m에 달하는 몸집의 새하얀 구미호. 저건 아리아 온라인 상위권 유저였던 지존검성조차 아무런 정보도 없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신화 길드 간부로서 길드원들의 헌신을 받아 경험치를 몰아 받는 사냥법. 이를 통해 쌓아올린 그의 레벨은 무려 37이었다.


멜도로프에 버려진 수만 명의 플레이어들 중에서 레벨이 25만 되어도 상위권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무려 37이다. 대형 길드 길드장 급을 제외하면 부러울 것이 없는 수치였다.


거기에 더해 그가 갖고 있는 아이템, [거인의 힘줄 건틀릿]은 메인 퀘스트에서 첫 번째로 토벌한 레이드 보스 ‘벨기스 언덕의 거인’의 팔 힘줄을 가공해 만든 희귀 등급 아이템이었다.


거인에 필적하는 팔힘을 낼 수 있는, 이 [근력강화] 효능이 붙은 건틀릿과 함께라면? 그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때문에 지존검성은 마실 나온 것처럼 가벼운 기분이었다.


‘얼마나 잘 싸우나 구경이나 해볼까.’


길드원들을 미끼로 구미호의 전투 능력을 확인해 보고 자신이 나서서 마무리를 할 생각이었다.


“저 새끼 내 앞에 무릎 꿇려라.”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다.


첫 일격을 날린 길드원의 목이 꿰뚫릴 때까지만 해도 움찔하는 정도였다.


‘저 녀석도 레벨이 25는 될 텐데 한 방에? 너무 방심했군.’


뒤이어 그게 둘, 셋이 될 때부터는 눈을 부릅떴다.


‘뭐, 뭐야. 이 새끼들 왜 다 한 방에 죽어?’


원래 구미호를 관찰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진작에 잊었다. 지존검성의 눈은 검은 머리 검사의 미려한 검무에 고정됐다.


필요한 위치로 최소한의 이동만 하는 실용적인 동선. 한 번 휘두를 때 하나씩 죽이는 깔끔한 검선. 그는 자신을 향하는 살의(殺意)의 파도 속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아니,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상어다. 그리고 신화 길드원들은··· 정어리였다.


영겁처럼 느껴지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마법사들의 주문이 완성됐다. 그 잠깐 사이에 벌써 몇 명이 죽어 바닥을 굴렀다.


“파이어볼!”

“아이스 스피어!”


‘마법이 왜 두 개뿐이야?’


흘끔 살핀 지존검성의 시야에 구미호가 들어왔다. 마법사 하나는 이미 죽었고 둘은 지척에 다가온 구미호를 상대하느라 허둥대고 있었다.


‘이런 씨발. 그래도 설마 칼쟁이 주제에 마법은 못 막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검은 머리 검사는 너무나도 쉽게 마법을 흘리고 막아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한 명을 더 죽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지존검성의 숨이 거칠어졌다.


‘저, 저 검술, 마법을 흘리는 방식···. 설마?’


그는 예전에 저런 방식의 검술을 이미 본 기억이 있었다. 아리아 온라인에 빙의되기 전,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처음 봤을 때는 버그 유저인 줄 알고 신고를 넣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조작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신이 들린 듯한 캐릭터 움직임. 무수한 검사들이 그의 기교를 흉내 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무위를 목도한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서 경외를 담아 이런 별명을 지어줬더랬다.


‘검성.’


지존검성이 ‘짭검성’이란 별명을 갖게 만든 원흉.


대충 봤을 땐 몰랐으나 검성의 캐릭터와 생김새가 똑같았다. 검은 머리칼에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까지.


‘아니, 설마···. 검성은 플레이어다. 저 녀석은 하얀 고리가 없어.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러니까··· 검성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단정 지은 지존검성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무의식은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었다.

검성이다. 진짜 검성이 나타났다. 이길 수 없다.


'도망가야 한다.'


“······아니야. 검성이 아니야. 불가능해.”


떨리는 눈동자로 되뇌던 그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이런 씨발. 진짜 검성이면 뭐? 걔가 나보다 레벨 높아? RPG는 레벨이 전부야.”


거세게 잡은 검 손잡이가 뿌드득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거인에 필적하는 악력 때문이었다.


지존검성은 검은 머리 검사를 향해 걸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길드원들이 죄다 죽어 다구리도 못 칠 판이었다.


“······내가 직접 죽인다.”



* * *



싸움은 슬슬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였다.


마법사는 이사엘이 전부 죽였다. 만약 그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틀림없이 수호 보석의 맹약을 사용했어야 됐을 것이다. 마법을 흘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마법사 다섯이 계속해서 쏴댄다면 혼자 감당하긴 어려웠다.


이제 내 앞에 서는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확연하게 죽음의 공포가 그늘져 있었다.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는다면 나 또한 봐줄 생각은 없었다. 불쌍하다고 목까지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안 덤빌 거면 도망가지 그래?”


이건 내 호의에서 비롯된 제안이었으나 상대는 조롱당한 것처럼 얼굴이 구겨졌다.


“씨바아아알—!!”


욕지거리와 함께 질러오는 그의 검격은 형편없었다. 카르륵! 나는 그의 검을 흘려내며 연결된 동작으로 목덜미를 깊게 베었다.


“컥!”


숨통이 잘린 상대는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무아지경]의 효과로 전투가 계속될수록 내 검은 더 강력하고 예리해지고 있었다. 숫자도 더 줄고 전의도 상실한 녀석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주춤거리는 플레이어들 사이로 지존검성이 걸어 나왔다. 구경만 했으면서 무슨 고민을 그렇게 했는지 초췌한 얼굴이었다.


“잠깐 사이에 많이 수척해졌네요, 아저씨. 뭐 안 좋은 일 있었어요?”


가볍게 말 걸자 그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였다.


“아주 여유롭구만. 내가 다른 놈들이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건 제가 알아서 판단할게요.”

“······.”


그는 더 대답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왔다.


“흐압!”


거친 기합과 함께 검격이 뻗어 나왔다. 위에서 아래로 베는 일격. 특별할 것은 없었으나 속도가 빨랐다. 빠르다는 건 그만큼 위력도 세다는 뜻이었다.


‘레벨이 꽤 높아 보이네.’


가볍게 시험해 볼 겸 검을 비스듬히 맞대며 옆으로 흘렸다. 카르릉!


“어엇!”


지존검성의 검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빗나간 궤적으로 휘둘러졌다. 부웅! 힘만 센 일격이었다. 보나 마나 레벨만 잔뜩 올리고 검술 관련 특성이나 스킬은 형편없었다.


“비슷한 수준인데요?”


말하면서 검을 휘둘러 사선으로 올려벴다. 카라락! 왼쪽 밑 가슴으로 들어가 오른쪽 어깨까지 그어진 검격은 사슬 갑옷을 뚫지 못했다. 이건 의외였다.


‘판금도 아니고 사슬인데? 명품이군.’


“억!”


베이지만 않았을 뿐, 가슴께에 당한 강력한 일격에 지존검성이 다급하게 뒤로 물러섰다.


“헉, 허억. 너··· 너, 설마 검성이냐?”


당황한 목소리로 묻는 음성에 나는 미소 지으며 답해줬다.


“곧 죽을 건데 그게 궁금해요?”

“···이 씨발. 난 안 죽어 이 개새끼야아—!!”


지존검성은 몇 남지 않은 신화 길드원들을 붙잡아 내 쪽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어억!”

“악!”

“사, 살려줘!”


날아오는 녀석들은 모두 무기를 내린 채 나를 피하려고 안달이었다. 나는 그들을 적당히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다가오는 내 모습에 지존검성이 황급히 품속에 손을 넣었다. 설마 또?


“흐흐. 내가 이런 데서 죽을 것 같냐?”

“···와. 아저씨 돈 많은가 봐요.”


그의 손에는 스크롤이 들려 있었다. 틀림없이 파헬벨로 귀환하는 텔레포트 스크롤이었다. 한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닐 텐데 저번에 쓰고 또 가져왔다.


“대, 대장?”

“저 씨발 새끼 혼자 도망가려고 한다!”


지존검성에게 던져졌던 플레이어들이 울분을 터트렸으나 그뿐이었다. 손쓸 방법이 없다.


아쉽게도 허공을 격하고 벨만큼 검술 실력이 뛰어나진 않은지라, 스크롤을 못 쓰게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 지존검성의 뒤로 접근하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지존검성과 나 사이에는 5m 정도의 거리가 있었으나 이 정도 접근할 때까지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미 위치를 알았음에도 주변 배경에 동화되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상당한 실력의 도적 플레이어였다.


“상관한테 버릇없게 씨발 새끼가 뭐냐? 넌 여기서 꼭 죽어라. 파헬벨로 기어들어오면 내가 죽일 테니까.”


도적이 바로 등 뒤까지 접근했는데도 지존검성은 여유롭게 자신을 욕한 플레이어에게 말대꾸나 하고 있었다. 뒤에 누가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거 혹시?


도적은 가장 먼저 지존검성이 쥐고 있던 스크롤을 낚아챘다.


“그럼, 다들 잘 있··· 엇!”


막 스크롤을 찢으려 했던 지존검성의 입에서 당황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도적은 뒤이어 등 뒤에서 단검으로 지존검성의 오른 겨드랑이를 푹 찍어 그었다.


“끄아악!”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지존검성의 오른팔이 맥없이 축 떨어졌다. 힘줄이 끊기면서 힘이 빠진 거였다. 저러면 검을 쥘 수 없다.


지존검성은 반사적으로 건틀릿을 낀 왼팔을 뒤로 휘둘렀으나 도적은 고개를 숙여 가볍게 피했다. 훅! 그리곤 곧바로 보기 좋게 펼쳐진 왼쪽 겨드랑이까지 푹 찔렀다.


“끄아아악—!! 너 누구야아앗!”


지존검성이 악에 받쳐 소리 질렀으나 도적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다. 그는 쇠사슬을 꺼내더니 양팔이 축 처져 저항할 수 없는 지존검성을 꽁꽁 묶기 시작했다.


도적의 얼굴을 확인한 지존검성의 얼굴에 사색이 비쳤다.


“너, 넌. 그때 숲에서 덫에 걸렸던 그···. 씨발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풀어?”

“······.”


지존검성의 윽박에도 도적은 무표정하게 구속을 계속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하면서 애원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미, 미안. 내가 분노조절 잘 못하는 거 알지? 그땐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 진짜야. 일단 이것 좀 풀고 여기서 나가자. 응? 파헬벨로 돌아가면 내가 잘 해줄··· 읍.”


마침내 쇠사슬을 다 감고 입까지 막아버린 도적이 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검성 님···? 맞으시죠? 제가 얘한테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는데 혹시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나는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적은 내게 허리를 꾸벅 숙이더니 주변의 다른 신화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새끼한테 원한 있는 사람? 한 번씩 다 기회를 줄게.”

“······.”


무슨 기회? 도적의 두 눈동자는 살의에 젖어 번들거렸다.


그 말을 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검을 한번 휙 털고 검집에 꽂아 넣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도적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

“나도.”

“나 원한 많아.”


나와 이사엘이 대부분 죽이고 살아남은 추격대 플레이어는 넷이었다. 그들 모두 도적의 곁에 섰다.


도적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마지막으로 내게 인사하더니 구속된 지존검성을 데리고 결정 궁전 밖으로 향했다.


“읍! 으읍, 읍. 으읍!”


조용한 홀 안에서 지존검성의 억눌린 음성만이 울려 퍼졌다. 그는 질질 끌려가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었다.


“······.”


창졸간에 벌어진 일들에 우리는 조용히 구경만 했다. 싸움이 거의 마무리됐을 때부터 내 뒤에 서있던 이사엘이 커다란 두 눈을 깜박거렸다.


나는 지존검성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명복을 빌어줬다.


‘그러게 내 손에 죽었으면 깔끔했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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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아니고 검술인데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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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탄티아 분지 (1) 22.06.11 29 4 12쪽
» 테르미온 (6) 22.06.09 34 4 12쪽
24 테르미온 (5) 22.06.03 67 5 13쪽
23 테르미온 (4) 22.06.02 72 3 13쪽
22 테르미온 (3) 22.06.01 72 6 12쪽
21 테르미온 (2) 22.05.31 74 4 12쪽
20 테르미온 (1) 22.05.30 76 4 12쪽
19 벤데마르 협곡 (5) 22.05.29 78 5 12쪽
18 벤데마르 협곡 (4) 22.05.28 85 3 13쪽
17 벤데마르 협곡 (3) 22.05.27 96 5 13쪽
16 벤데마르 협곡 (2) +1 22.05.26 105 4 13쪽
15 벤데마르 협곡 (1) 22.05.25 106 4 13쪽
14 눈꽃 요정 여관 (3) +1 22.05.24 106 6 16쪽
13 눈꽃 요정 여관 (2) 22.05.23 111 5 13쪽
12 눈꽃 요정 여관 (1) 22.05.22 133 5 13쪽
11 백사자 (2) 22.05.21 130 7 12쪽
10 백사자 (1) +2 22.05.20 134 9 13쪽
9 글로리아 수녀 (2) 22.05.19 135 7 12쪽
8 글로리아 수녀 (1) 22.05.18 145 7 13쪽
7 교황청 (2) 22.05.17 152 6 13쪽
6 교황청 (1) +1 22.05.16 157 5 12쪽
5 성유물 (2) +2 22.05.15 169 9 12쪽
4 성유물 (1) 22.05.14 182 9 12쪽
3 바질리스크 (2) 22.05.13 193 10 12쪽
2 바질리스크 (1) 22.05.12 243 17 13쪽
1 NPC가 되어버렸다. +3 22.05.11 337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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