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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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트리
그림/삽화
스르륵
작품등록일 :
2022.05.11 19:41
최근연재일 :
2023.01.11 22:43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561
추천수 :
71
글자수 :
172,739

작성
22.12.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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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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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34회 종말 임박

DUMMY

쿠아-앙!


강한 충격으로 암벽의 벽면이 크게 흔들리며 암벽의 바위들이 우수수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와의 마찰을 식히듯 D-마테스의 주먹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자이언트 훅.


지금껏 D-마테스의 주먹 앞에 섰던 그 어떤 것도 숨이 붙어 있는 생명체는 없었다.

내지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대부분의 상대는 주먹을 볼 새도 없이 찰나의 순간에 명줄이 끊겼다.


상대는 1성급 가디언.

자신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은 이상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D-마테스가 강스파이크가 날아갔을 방향으로 걸어갔다.


암벽 아래 수북아 쌓인 돌무더기.


강스파이크는 숨이 끊긴 채 돌무더기 아래 깔려있을 것이다.

앞에 선 D-마테스가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다.


콰-앙!


대기를 가른 주먹이 엄청난 폭음을 토해냈다.

주먹을 휘두르고 그 다음은 돌무더기가 흩어지며 쓰러진 강스파이크가 보여야 했다.


하지만


D-마테스의 주먹이 꿈쩍하지 않는 무언가에 단단히 가로막혀 팔이 완전히 뻗어지지 않은 채 멈춰 섰다.


의아해 하는 D-마테스의 눈앞에 자신의 주먹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으로 막고 서있는 강스파이크가 보였다.


“너... 어떻게!”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일단은 좀 맞자. 붕괴 일 억분의 일.”


“응?”


순식간에 집중되는 영력을 느낀 D-마테스가 반사적으로 두 팔을 교차해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앙!


충분히 주먹을 뻗을 수 없을 만큼의 근접 거리였음에도,


“크아아-”


3성급 가디언 D-마테스가 오로지 방어를 위해 영력을 모두 끌어올릴 정도로 전력을 다했지만 상대의 공격은 격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턱없이 강했다.


‘어떻게 1성급 따위가.’


쿵!


강스파이크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은 D-마테스는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무려 100미터 이상을 날아갔다.

그 충격으로 행성의 표면에는 크게 할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현신한 반백이 자신과 함께 날아오르지 않았다면 수혁은 지금쯤 저 암벽 아래 돌무더기 속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


행성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하늘에 떠 있던 반백이 수혁의 곁에 내려와 섰다.


“이미 행성은 켈마제국에 넘어간 것 같아요.”


“생각할수록 열 받네.”


“네?”


놈이 켈마제국 쪽에 붙은 건 알겠는데,


“내가 제일 약해보였다 이거지?”


자신을 제물로 삼기 위해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이 수혁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분노에 찬 입가가 바르르 떨리며 어느새 수혁의 발걸음이 D-마테스를 향하고 있었다.


“으으~”


쓰러져 있던 D-마테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분명 방어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였다.

하지만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자신의 방어가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영력이었다.


‘1성급 가디언 수준의 영력이 아니다.’


쿨럭!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이정도 큰 충격에 내상을 입지 않았을 리 없었다.


“크~ 네놈 정체가 뭐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앉아있는 D-마테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건 알거 없고 언제 부터냐. 날 노린 게.”


“노려? 쳇, 네놈이 별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듯 말하는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 망아지가 가장 먼저 먹잇감이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새끼... 망..”


“그래 이 망아지 새..”


퍽!


말을 채 끝내지 못한 D-마테스가 몸을 웅크린 채 배를 움켜쥐었다.


크-헉!


수혁은 당장이라도 먼지 나게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상황 정리가 먼저였다.


“왜 배신한 거냐?”


가디언 사이에서도 꽤나 유명한 3성급의 가디언이 켈마제국의 편에 섰다는 사실은 충분히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으~ 다 끝났어.”


D-마테스가 파뮤를 떠나 지구로 돌아온 건 단순한 탈출이 아니었다.


파뮤에 들이닥친 수천만에 이르는 켈마제국군의 대규모 병력에 D-마테스는 전의를 상실했다.

결국 파뮤의 모든 가디언들이 마지막까지 제국에 대항할 때 D-마테스는 자신의 소멸을 피하기 위해 켈마제국과 충성의 맹약을 맺었다.


“퀸서클, 이것도 네가 흘린 정보지?”


소멸된 가디언들의 모습으로 보아 모두가 이렇다 할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불시에 당한 듯 했다.


“이미 모든 게 켈마제국의 손에 떨어졌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봐라 판은 기울었다. 이 망아지 새..”


퍽!


또다시 수혁의 주먹이 복부에 작렬했다.


크아악!


“그래 못난 사연 잘 들었다.”


퍽! 퍽!


D-마테스가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수혁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만 하세요. 죽일 거 아니시면. 진작 정신을 잃었어요.”


얼굴뼈가 다 으스러질 정도로 내려치고 나서야 손은 멈추었다.


“후~우”


축 늘어진 D-마테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땅이 움푹 패일 정도로 두들겨 팼지만 좀처럼 분이 풀리지 않았다.


“찾았어? 퀸서클의 위치.”


못마땅한 얼굴의 수혁과 달리 뭔가 뿌듯한 얼굴의 반백이 말했다.


“그리 어렵지 않더라고요. 가디언들이 쓰러진 방향을 따라가다 결국 제국군에 둘러싸인 퀸서클을 찾아냈죠.”


“좋아, 가자.”


“자, 잠깐만요. 저쪽은 수천기도 넘는다고요. 완전히 힘을 찾지 못하신 지금 그 몸으론 버티시기 힘들 거예요.”


반백이 꼬리까지 치켜세우고는 황급히 수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럼 어떡하라고. 퀸서클로 가야하는데.”


입술까지 질끈 깨물고 고민하던 반백이 갑자기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 잠깐, 캐릭터를 바꾸시죠.”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반백의 황당한 말에 수혁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뭘 바꿔?”


몸을 바꾼다는 말을 이렇게나 쉽게 하고 있는 상황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수혁이었다.


“뭘 또 놀라고 그러세요. 지금 그 모습도 수백 번째 캐릭터일 뿐인데요.”


반백은 늘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온전히 제 힘을 쓰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냥 앞만 보고 쳐들어갔다간 녀석들에게 자신을 갖다 바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좋아. 그럼 무슨 캐릭터로 바꿀 건데?”


“마침 저 소굴로 들어가도 무리가 없을 캐릭터가 여기 있네요.”


반백이 내려다보는 곳으로 수혁의 시선이 옮겨 갔다.


“하~ 이 방법이 최선이야?”


...


끼-익!


잔뜩 쳐진 철제 바리케이트 앞으로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섰다.

멈춰선 차량으로 뚜벅뚜벅 군인이 다가왔다.


“무슨 일 있어요? 왜 못 지나가는데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운전자가 다가온 군인에게 물었다.


“대교 아래에 홀이 생겨 차량 진입이 안 됩니다. 안전을 위해 협조바랍니다.”


몇몇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항의해봤지만 군인들의 제지를 받고는 결국 차를 돌려 오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갔다.


스팟!


문자를 받고 곧장 인천대교로 공간 이동해 온 코로바가 난간 위에 섰다.


“호~ 이거 살 떨릴 정도로 더럽게 크네.”


주탑 아래 100미터가 조금 안 되는 높이에서 내려다 본 바다.

해상의 수면을 따라 가로로 생긴 지름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초거대형 홀이 보였다.


“이봐! 저거 찍어! 저기!”


군인들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지만 언론까지는 다 막지 못했는지 정 가운데 주탑을 제외한 모든 다리의 난간을 따라 방송국의 취재진들이 앞을 다투어 해상을 찍고 있었다.


해상도 다르진 않았다.

잔뜩 몰려든 해군과 해경의 경비 함정들로 벌써 홀 주변은 몹시도 어지러웠다.


“먼저 와 계셨군요.”


ST그룹의 회장이자 동시에 서브인 한상태 팀장이었다.

그 뒤로 이서현과 김차인도 보였다.


“어~ 어서와. 한팀장.”


홀에 꽂힌 코로바가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손만 들어 인사했다.

평범한 노인과 어린 소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허 허~ 그렇게 해서 뭐가 보이겠습니까?”


“가만 있어봐. 여기가 명당이라고.”


그때 한팀장 옆으로 건장한 사내 둘이 무언가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그러지 말고 이리 오시죠.”


“응?”


어느 틈엔가 난간 아래 초대형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코로바가 난간에서 내려서 모니터 앞에 섰다.

작은 키의 코로바가 서자 화면이 더욱 커보였다.


“이게 뭔데?”


“드론 몇 대 띄웠습니다.”


한팀장이 손짓하자 기다리던 김차인이 들고 있던 워키토키를 입으로 가져갔다.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일제히 상승!”


대교 위에 대기 중이던 수백 개의 드론이 벌떼와 같은 날개소리를 내며 일제히 하늘로 떠올랐다.


윙! 윙!


“이야~ 이거 굉장한데?”


파란 색과 붉은 색의 불빛들이 격자무늬처럼 빼곡히 줄을 맞춘 듯 날아오르는 드론의 군집 비행을 코로바가 신기한 듯 감탄하며 올려봤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저 밑에서 올라오려는 게 뭔지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한팀장이 신호하자 김차인이 다시 워키토키를 움켜쥐었다.


“하강!”


위-잉!


수백에 이르는 드론이 마치 바다 속을 들어가듯 천천히 홀을 통과해 새카만 어둠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가 보이긴 해?”


코로바가 모니터에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섰지만 화면은 어두컴컴할 뿐 아무런 영상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홀을 통과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우음~”


코로바가 기다리기가 지루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한껏 내밀었다.

검은 사령탑과 각국의 군부대가 지구상의 모든 홀을 봉인한 지금 저 아래로 열린 홀이 현재로썬 다른 차원과의 유일한 통로였다.


‘신입인 강스파이크 녀석도 원정대 일원으로 떠났는데 나만 혼자 여기서 손 놓고 지낼 순 없지.’


치-짓!


화면에 무수히 떠오른 조각 영상들이 점차 하나의 영상으로 조합되기 시작했다.


“오! 드디어 나오는 군요.”


드론 하나하나가 모여 마치 커다란 망원경처럼 홀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성공했다는 자신감에 흐뭇한 표정이 된 한팀장이 김차인, 이서현과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며 자축의 기쁨을 나눴다.


“이게 ST그룹의 기술력이죠. 이제 홀 안의 모습이 곧 나타날 겁니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룹의 역작을 소개하는 한팀장을 뒤로하고 찡그린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코로바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건?”


코로바가 무언가에 놀라 손가락으로 가리킨 화면 위로 붉게 타오르는 대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대지 위로 거뭇거뭇 작은 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모니터로 다가온 한팀장 역시 화면을 바라보는 눈에 경악이 스쳤다.

그것의 존재를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개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리의 행렬.

사람 크기의 로봇부터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로봇까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켈마제국군의 행렬이다.


한 두기만 등장했던 기존의 습격 수준의 공격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대규모의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종말이 머지않았군.”


코로바의 눈이 다시 홀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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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6회 켈마제국의 황제 ‘마스터 카니쉬’ 22.12.2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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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종말 임박 22.12.15 34 1 11쪽
34 제33회 침몰하는 배의 퀸서클 22.12.07 34 0 11쪽
33 제32회 동맹과 재회 22.11.28 32 0 10쪽
32 제31회 저승으로 간 대통령 22.11.20 53 0 12쪽
31 제30회 물의 행성 가모쉘 22.11.17 42 0 10쪽
30 제29회 바움카페(Baum Cafe) 22.11.10 54 0 11쪽
29 제28회 검은 사령탑 113층 22.11.04 47 0 12쪽
28 제27회 소환 명령서 22.10.30 46 1 11쪽
27 제26회 가디언 그게 뭔데? 22.10.16 44 0 11쪽
26 제25회 완벽한 포획 22.09.11 51 0 10쪽
25 제24회 대혼돈의 서막 22.09.01 53 0 10쪽
24 제23회 켈마족의 습격 22.08.28 50 0 11쪽
23 제22회 최초의 우주 22.08.22 52 0 11쪽
22 제21회 다가오는 위험 22.08.15 49 0 10쪽
21 제20회 달빛선녀 ‘월화궁’ 22.08.06 54 0 11쪽
20 제19회 흑의 망령을 찾아라. 22.07.30 50 0 11쪽
19 제18회 ‘에스테미아의 축복’의 수장 22.07.24 51 1 11쪽
18 제17회 불의 골렘 22.07.17 54 0 9쪽
17 제16회 갈마레스 Vs 아벨리아 22.07.10 50 1 9쪽
16 제15회 이례적인 일 22.07.03 57 3 10쪽
15 제14회 가디언의 도시 ‘메르디아’ 22.06.26 56 3 10쪽
14 제13회 스키퍼 22.06.19 61 3 10쪽
13 제12회 ST그룹 22.06.07 61 3 9쪽
12 제11회 영혼 없는 변사사건 22.05.29 65 3 10쪽
11 제10회 종속계약 22.05.28 71 3 10쪽
10 제9회 이세계 탈출 22.05.26 75 3 10쪽
9 제8회 붕괴 시작 22.05.24 8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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