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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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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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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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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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1. 연인

DUMMY

야심한 밤 몽룡과 향단은 단둘이서 향단의 방에 있었다. 방 한 쪽에는 아까 전까지 마시던 술상이 치워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뭐에 씌었나 봅니다.”


향단은 몽룡에게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용서를 구하는 향단의 목소리는 매우 작아 몽룡에게도 잘 드리지 않을 정도였다.


향단은 내키지 않았지만 성 여사의 지시에 따르기로 하였다. 우선 향단은 몽룡과 성내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가게의 마감시간이 되자 집으로 돌아가려는 몽룡을 붙잡고 자신이 지내고 있는 -성씨 집안 저택 부지 내 일꾼들이 사용하는 별채에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끝내 양심에 걸려 몽룡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이리 내 곁으로 와.”


“네?”


“군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향단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몽룡이 하자는 대로 자리에 앉아 있는 그의 곁으로 갔다. 몽룡은 향단이 곁에 오자 향단을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도련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향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향단은 몸을 비틀어 몽룡의 품에서 빠져나가가려고 했으나 몽룡은 놓아주지 않았다. 몽룡은 한 술 더 떠 향단의 귀에 자신을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쉿. 네 말이 사실이라면 혹시라도 밖에서 엿듣는 자들이 있을 수 있어. 그래서 너도 좀 전에 내게 굳이 귓속말로 실토하지 않았느냐?”


“아, 그래서! 전 또...”


“왜? 혹시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었니?”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뭐 됐다. 여하튼 네 말은 성 여사가 내가 술에 취해 완전히 곯아떨어지면 향단이 너랑 춘향이를 바꿔친다는 이거지?”


“네.”


“그래서 내가 춘향이를 싫어하는 거야.”


“예?”


“아, 아니다. 여하튼 그렇게 나와 춘향이가 한 이불을 덮고 있는 것을 연출하여 나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데... 흐음 이를 어쩌나?”


“어쩌긴요. 지금이라도 댁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러면 성 여사가 의심할 텐데?”


“제가 알아서 둘러대겠습니다.”


“어떻게 둘러댈 건데?”


“그건...”


“젊은 남자가 이 시간에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고? 무슨 핑계를 대도 수상하지.”


“제가 갑자기 겁이 나서 도련님을 좇아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성 여사는 분명 널 의심할 걸?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네가 크게 혼날 것이야.”


“헤헤, 뭐 좀 혼나고 말죠.”


향단은 애써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런 향단의 모습에 몽룡은 고심에 빠졌다.


‘혼나는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도련님?”


“...”


향단이 몽룡의 팔을 가볍게 붙잡고 흔들었다.


“도련님, 무슨 생각을 하세요?”


“아, 아니다. 얘, 향단아. 지금부터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구나.”


“예? 알겠습니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네가 달리 해야 할 것은 없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리된 것 성 여사의 뜻에 따라줄 생각이다.”


“네... 예? 어찌하시려고요!?”


“걱정 말거라. 내가 춘향과 결혼하는 일도 없을 것이고 너 또한 문책당할 일이 없을 것이다.”



***



몽룡과 향단이 하룻밤(?)을 보낸 그 다음 날, 엘더 이의안의 방에 몽룡과 성 여사가 불러져 있었다.


“몽룡이 네 이놈!”


“흑흑.”


이의안은 얼굴이 벌게지도록 핏대를 세웠고, 성 여사는 서럽게 울고 있었다.


“춘향이와 혼담이 오고 갈 때는 그리 싫다고 해놓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


몽룡은 이의안의 질책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 앞으로 이 일을 어찌 할 셈이냐?”


“... 책임지겠습니다.”


“그래, 책임지겠다고? 정말이렷다?”


“네.”


“흑흑.”


성 여사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성 여사님. 이제 그만 좀 우시고 진정하세요. 일의 순서가 좀 틀리게 되었지만, 두 아이를 애초에 혼인시키려고 했으니, 저를 봐서 그만 용서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몽룡 도령이 춘향이를 그저 하룻밤 노리개로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진다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럼 어르신 언제 날을 잡을까요?”


‘대단하군, 이 상황에 혼인 날짜를 잡겠다는 소리가 잘도 나오는군.’


몽룡은 속으로 기가 찼지만 의뭉스럽게 준비해둔 말을 뱉었다.


“예? 지금 두 분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와 춘향이를 혼인시키겠다는 말씀입니까?”


이의안과 성 여사는 순간 몽룡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의안이 몽룡에게 묻는다.


“뭐? 방금 책임지겠다고 말해 놓고 너야 말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지 언제 결혼한다고 했습니까?”


“그럼 어떻게 네가 책임을 지겠다는 거야?”


“제가 자수를 하죠. 죗값을 받겠습니다.”


“뭐?”


“예?”


이의안과 성 여사는 몽룡의 말에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 일은 성 여사 혼자 꾸민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연루되어 있어.’


몽룡이 그리 생각한 이유는 간단하였다. 제 아무리 간 크고 욕심 많은 성 여사이지만 함부로 엘더 가문의 잠정 후계자를 모함할 수 없었다. 실제로 몽룡의 예상대로 성 여사는 일을 꾸미기 전 이의안의 허락을 받았다.


‘내가 고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름 아닌 할아버지와 성 여사가 내가 무고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테니...’


그 후 성 여사는 뜻하는 바를 전혀 이루지 못하고 하릴없이 그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만 대노한 이의안은 변학도를 후계자로 삼겠다고 선언했으며, 몽룡을 집에서 쫓아내었다.



***



“끈 떨어진 도련님을 제가 반길 것 같습니까? 이제 그만 쓸데없는 고집은 꺾으시고 집으로 돌아가시지요.”


“네가 어찌 나에게 이럴 수 가 있느냐? 집으로 돌아가라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다. 애초에 너 때문에 내가 집에서 쫓겨난 것 아니더냐?”


“왜 도련님이 집에서 쫓겨난 것이 저 때문입니까? 행실을 바로하지 않은 것은 도련님인데 왜 절 탓하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못된 년! 빌어먹을 년! 이 우라질 년!”


몽룡이 악에 박쳐 향단에게 소리쳤다.


“하이고, 이제 욕지거리입니까? 쯧쯧 참 보기 좋습니다.”


향단은 차가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라고? 정말로 이년이?!”


“도련님, 이제 그만하시고 본론을 말씀하세요. 저에게 또 돈을 뜯으러 온 것이지 않습니까?”


“...”


“아닙니까?”


“...”


향단은 몽룡의 앞으로 돈 주머니를 던졌다.


“여기 있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입니다. 제 코도 석자입니다. 더는 저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그래, 알았다. 내 다시는 너를 찾아오지 않으마.”


“제발 그러시길 바랍니다.”


“오냐, 잘 먹고 잘 살아라. 카아아 퉤.”


가래침을 뱉은 몽룡은 그제야 몸을 돌려 나갔다.


‘향단아, 그간 고생 많았다. 잘 지내 거라.’


향단은 그런 그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뭐라고 어찌 그리 하셨습니까? 부디 원하시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시길 멀리에서나마 빌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렇게 몽룡은 그 길로 여뀌꽃성을 떠났던 것이다.



***



어느 날, 엘더 이의안의 부집사가 향단을 찾아왔다.


“향단아, 이제 그만 몽룡 도련님이 계신 곳을 알려다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어찌 압니까?”


“시치미 떼지 말거라.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엘더께서 위독하셔. 빨리 몽룡 도련님을 찾아야 해.


“아니, 갑자기 엘더께서 편찮으시다고요?”


“믿지 못하겠다면 나랑 지금 엘더께 가보자구나.”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놀라서 그런 것입니다.”


“여하튼 빨리 도련님이 계신 곳을 알려다오.”


“전 모릅니다.”


“향단아, 제발.”


“저도 안다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너 정말 이러기냐? 그래 네가 몽룡 도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아라. 골이 깊은 두 사람이지만 어째든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다. 엘더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자 얼굴을 보셔야 되지 않겠니? 네가 무엇이라고 그걸 막겠다는 것이냐?”


“...”


향단은 결국 부집사에게 몽룡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미안하다. 향단아. 내 너를 속였구나. 하지만 엘더의 뒤를 잇는 것은 학도 도련님이 아니라 몽룡 도련님이 되어야 한다.’



***



“어서 말해 보거라. 왜 나를 배신했지?”


성 여사는 계속하여 향단을 추궁하였다.


“몽룡 도련님이 자유롭게 사시길 바랐습니다.”


“자유롭게 살 길 바랬다? 웃기는 소리군. 그깟 어리광을 받아 주기 위해 날 배신했단 말이냐?!”


“크크큿, 기가 찹니다. 배신이라뇨? 제가 여사님께 고마워 할 것이 있습니까?”


“뭐라고 이년이?! 이제껏 잘 대해 줬더니?”


“애초에 제 아비의 빚입니다. 제 빚이 아니라고요. 그래 압니다. 이리 말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제가 여사님께 감사까지 해야 합니까? 어리석은 제 아비였지만 여사님과 저는 결국에 원수 사이입니다.”


“네가 정녕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구나?”


“차라리 절 죽이십시오. 완전히 망가트리십시오.”


향단이 악에 받쳐 소리치더니 성 여사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것이! 내 오늘 네 년의 아가리를 찢어 놓을 것이야!”


성 여사도 이성을 잃었는지 향단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워워, 자자 진정들 하세요.”


난데없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향단과 성 여사가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창고 문 앞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철수였다.


“뭐야? 넌 도대체 누구냐?”


“뭐 말하자면 지나가던 방자라고 할까요?”


“무슨? 밖에 누구 없느냐?”


“저기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남자들이라면 제가 잠시...”


“잠시?”


성 여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 자세히는 아실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되니 안심하십시오.”


“도대체 네 놈은 누구냐? 아니 뭐 때문에 왔느냐?”


“제 의뢰인인 몽룡 도령의 말에 따라 저기에 있는 향단이라는 아가씨를 데리러 왔습니다.”


“크읏. 몽룡이 자유기사와 함께 왔다고 하더니 바로 그 사람인가보군요.”


눈앞의 사내가 자유기사라는 말에 성 여사의 말끝이 달라졌다.


“오, 알고 계시는 군요. 그렇다고 얘기가 빠르겠군요. 그럼 저 아가씨 제가 데려 가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죠.”


“왜요?”


“저 아이는 제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 빚을 두고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죠. 설마하니 완력을 써서 데리고 가실 생각입니까?”


“아, 그렇군요. 빚이 얼마입니까?”


“왜요? 대신 갚으시게요? 몽룡 도령에게 그만한 돈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예. 좋습니다. 향단이의 빚은 총...”


“아, 잠시 만요 여사님. 그전에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행여 거짓말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철수는 그리 말하더니, 제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설마 금전대차장부?”


“딩동댕. 이거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그러니 말씀 잘 하세요.”


철수는 성 여사에게 씩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빚은 이 자리에서 즉시 갚을 것입니다. 하지만 괜히 원래보다 부풀려서 얘기하지 마십시오. 성 여사님의 아가리가 찢어지기 싫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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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3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38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39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0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3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49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1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3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 021. 연인 22.06.01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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