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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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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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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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7장 6화

DUMMY

첫 번째 충격이 다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충격이 3명의 드래곤을 덮쳤다. ‘엘크다운’과 ‘이세리우스’는 ‘이페란스로포스’라는 말에, ‘카’는 그의 주군인 ‘아스베인’이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보다 강하다는 말에.


“말... 말도 안 돼.”


“사실이다.”


“그 자가... 그자가 아무리 당신보다 강해도, 여기 있는 모든 드래곤들이 그에게 대항을 한다면...”


“그 날이 바로 용의 바다가 멸망 당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 말에 ‘카’는 숨이 덜컥 막혔다. 현재 북(北)의 지배자인 ‘아스베인’이 막연히 강하다고만 느꼈지만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 ‘아스베인’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아니, 모든 드래곤들의 힘보다도 강하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곧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말이 된다.


“말도 안 돼.”


“사실이다.”


“한낱 마족 따위가...”


“그는 한낱 마족이 아니다. 그는 ‘이페란스로포스’다.”


“도대체 그 ‘이페란스로포스’가 뭐란 말이냐! 당신보다 강하고 용의 바다를 멸망시킬 수 있는 자가 ‘이페란스로포스’란 말이냐!”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명룡왕 ‘엘크다운’은 경악과 놀라움으로 뒤범벅 되어있었다. 그 강력한 빙룡왕 ‘이세리우스’조차 두려움에 사로잡힌 표정이었다. 다른 드래곤들이 그런 표정을 지었으면 ‘카’는 그들을 겁쟁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엘크다운’과 ‘이세리우스’가 그런 표정을 짓자 ‘카’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직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만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카이사하임’은 ‘이페란스로포스’의 등장을 재미있어하는 듯 보였다. ‘카이사하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페란스로포스’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카’는 사실 ‘이페란스로포스’라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지 않았다. 들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카이사하임’은 잠깐의 뜸을 들였다. ‘카’는 그 사이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세상의 절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지닌 자이다.”


‘카’는 처음에 이 말이 바로 와 닿지 않았다. 마치 ‘태양은 사실 물이다’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사실을 깨닫자 충격과 공포가 온몸을 뒤흔들었다.


“세상의... 절반을...”


“그렇다. 그런 자를 ‘이페란스로포스’라 부른다.”


“‘그’가... ‘이페란스로포스’...”


‘카’는 감이 오지 않았다. 세상의 절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용의 바다를 전부 담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융스-리테 산맥까지? 어쩌면 북(北)과 서(西)를 모두 담을 수 있다는 것일까?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라 아무리 대단한 그릇을 지녔다 할지라도 세상의 절반을 담을 수가 없다. 신들조차 그런 그릇을 지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말도... 안 돼... 그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사실이다.”


“거짓말! 너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바보인 줄 알고 있느냐! 나는 ‘카’다. 용의 계곡의 지배자다. 비록 당신만큼 지혜와 지식이 많지 않아도 멍청이는 아니야! 세상은, 세상은 균형을 요구한다. 한 개인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의 균형은 붕괴된다. 세상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아!”


“네 말이 맞다.”


“그럼 결국 ‘이페란스로포스’란 존재하지 않다는 말이다. 당신은 지금 나에게 다른 비밀을 숨기고 있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 자신에게 무엇이든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거짓말을 할 바에 그저 조그만 힘을 들어 건방진 드래곤의 버릇을 고치면 그만이다.


“그럼 세상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냐?”


“나는 ‘이페란스로포스’가 1명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카’의 두 눈이 크게 떠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세계는 균형을 요구한다. 그래서 동시대에 2명의 ‘이페란스로포스’가 존재한다.”


또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 ‘카’를 휩쓸었다. 처음 충격에 간신히 버티던 ‘카’는 이번 충격에는 버틸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하나로도 충격적인데, 그런 자가 둘이나 존재하다니. 그때 ‘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페란스로포스’는 ‘그’와 맞서 싸울 수 유일한 자라는 거냐?”


“그렇다.”


갑자기 희망이 생겼다. ‘카’는 희망이라는 것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있다면 바로 이런 느낌 일 것이다. 2명의 ‘이페란스로포스’가 있다는 것은 ‘아스베인’을 없앨 수 있는 자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럼... 또 다른 ‘이페란스로포스’는 누군지 당신은 알고 있냐?


“알고 있다.”


“그 자는... 그 자는... 누구인가?”


‘카’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카이사하임’은 조용히 말했고 ‘카’는 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다.


“에스텔.”



절망감을 안고 ‘카’는 용의 바다를 떠났다. 용의 바다 해변가에 드래곤군단의 드래곤들이 죽은 고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100마리가 넘는 드래곤들이 해안에 쓰려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지만 정신이 혼란스러운 ‘카’는 짜증이 밀려 올라왔다.


“크아아아아아!”


‘카’의 포효소리에 기절해 있는 드래곤들은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눈치였다. ‘카’는 이런 한심한 것들이 부하라는 사실이 화가 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드래곤들은 용의 바다에 들어간 것까지 생각났다. 그리고 자신들이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카’의 표정은 보니 아무래도 협상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카’도 자신들과 함께 기절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물어볼 용기 있는 드래곤들은 많지 않았다.


덩치가 ‘카’만큼 큰 푸른 드래곤이 조심스럽게 ‘카’에게 물었다. 드래곤군단에서 ‘카’와 대등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드래곤 중 하나였다.


“일이 잘못 되었습니까?”


‘카’는 한때 제도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샤이로만’이 걱정을 하면서 물어보자 코웃음이 나왔다.


“왜 잘 되었으면 좋겠나? 혹여나 잘못돼서 저 용의 바다와 싸우는 것이 두렵나?”


“......”


‘샤이로만’은 아무 말도 없었다. 두려운 일을 두렵다고 말하는 것은 드래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샤이로만’은 달랐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비난하는 드래곤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놓고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다른 드래곤들은 ‘샤이로만’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점이 ‘카’를 더욱 화나게 했다. ‘카’는 사납게 주변의 드래곤들을 둘러보았다. 드래곤들은 애써 ‘카’의 시선을 외면했다.


“일곱 수호자들이? 드래곤로드가? 너희들은 뭐가 진정 두려운지 모르고 있어! 진정으로 두려운 자는 바로 저 ‘아스베인’이다!”


드래곤들은 깜짝 놀라 ‘카’를 바라보았다. ‘그’는 강대한 힘을 가진 자라 ‘그’의 이름에도 힘이 있기에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라는 대명사로 부른 것이다. 오직 극소수만이 ‘그’의 이름을 부를 수가 있다.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정도.


특히, 군단장들 중에서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른 자들이 없었다. 불러서도 안 되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반역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는 ‘아스베인’의 이름을 불렀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가르쳐주지.”


그러면서 ‘카’는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드래곤로드 ‘카이사하임’이, 용의바다가 ‘아스베인’에게 항복했다. 이것이 이유다.”


그리고 ‘아스베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카’는 생각했다. ‘아스베인’의 계획을 생각했다. 용의 바다가 ‘아스베인’에게 항복한 시점에서부터 ‘아스베인’의 계획을 방해할 자들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용의 바다가 항복했다는 소식은 무엇보다도 빨리 세계로 퍼질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의 ‘아스베인’와 대적하려는 자들이 없어진다. ‘카’는 그것을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굴욕감을 준, 처음으로 공포를 심어주었던 자에게 아무런 반항도 못 한 채 그의 종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드래곤의 자존심으로 용납할 수 없었다.


‘아스베인’을 죽일 수 없다면 최소한 ‘그’의 계획을 방해해야 했다. 그래서 ‘카’는 ‘아스베인’의 계획은 생각했다. ‘아스베인’은 왜 아무런 이득도 없고 쓸모없는 땅이나 다름없는 거인들의 도시, 중앙 고원 그리고 비록 쓸모없는 바다는 아니더라도 감히 누구도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은 용의 바다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지 생각했다.


“후우...”


알 수 없다.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카’는 ‘아스베인’에게 날아가려다가 문득 지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순간, ‘카’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그’의 계획이라는 것이...

‘카’는 방향을 바꾸어 거인들의 도시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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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아스타롯 10장 7화 22.08.05 55 0 13쪽
69 아스타롯 10장 6화 22.08.04 60 0 12쪽
68 아스타롯 10장 5화 22.08.03 59 0 10쪽
67 아스타롯 10장 4화 22.08.02 5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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