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위험한 거래
넌 남의 머리 탐험할 때 허락받고 읽니? 난 몰래 들어가~ 왜? 더 짜릿하니까. 당연한 걸 물어~ 우아한 척, 고상한 척, 도도한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들조차도 머릿 속은 모두 평등했어. 탐욕, 질투, 분노, 사랑, 연민 말로 다 표현 못할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 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어. 쉽게 내놓지 않아서 더 궁금한 속사정 내가 먼저 알아내어 긁어주니 멱살을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손을 잡으며 고마워했어.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분노하지 않고 차분해지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 궁금하지 않니? 그럼 조용히 따라와 그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려줄테니.
아직까지는 키 작은 꼬맹이를 발견하지
못한 듯 각자 먹고 마시고 떠들어대기
바빠 그들 사이를 쥐새끼마냥 빠져 나가
바 앞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 쥐새끼 한마리가 소리도 없이 왔네.
이거~ 이거 관리 제대로 안하나봐. "
갑작스럽게 뒷덜미를 잡힌 나는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했지만 대머리 힘이 워낙
세 그저 대롱대롱 매달려서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 뿐 이였다. 그게 재미
있는지 대머리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어대니 잔을 닦던 손을 멈춘
바텐더가 눈살을 찌푸렸다.
" 꼬맹아, 아빠라도 찾으러 온 거니? "
" 아니. 궁금한 게 있어서 왔어요. "
" 어쭈 요 녀석 맹랑하네. "
" 루카 손 떼. 아이라고 손님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
반달눈을 살며시 뜨는 바텐더의 말에
그제서야 나를 던지듯 놓고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 여긴 아이들이 궁금해할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단다. 어떻게 내가
나오는 시간을 알았는지는 캐묻지 않을
테니 조용히 돌아가거라. "
“ 정말 급해서 그래요. "
" 급하다면 경비대를 찾아가는 게 더
낫지 않겠니? "
" 그들을 믿게 하려면 꼭 필요한 거에요.
여기라면 우리들을 믿게 해 줄 무언가가
있어요. "
" 믿어 준 다라... "
" 그게 궁금해서 찾아 온 거 에요.
거기에 대한 대가는 만나서 거래를 할
생각이구요. "
" 거래라는 게 무엇인지는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냐? "
"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면 거기에
대한 충분한 대가와 보상을 치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
내 말을 다 들은 바텐더는 올백으로
쓸어 올린 머리칼 밑에 둥글게 접힌
반달눈을 슬며시 뜬 뒤
" 어린애라고 의뢰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네가 한말에는 스스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할 수 있겠니? "
" 네. "
바텐더가 눈을 뜰 때 순간 숨을 멈췄다.
호선을 그리는 눈매가 참 선한 인상
이였는데 뜨는 순간 오렌지와 잿빛의
오드아이가 드러나면서 인상이 확
바뀌는 것에 난 순간 흠칫 했다.
그러나 지금 두려움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선다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동생들의 얼굴을 하나둘 떠올리며
자신이 잘못되어도 루이가 있음을
깨달은 뒤 곧 주저 없이 빠르게
답했다. 얼굴의 긴장감이 역력
한데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을
듯 도망치지 않는 나를 보던
바텐더는 결심을 한 듯 곧바로
자신을 따라오라며 손짓 했고 나는
그 뒤를 놓칠세라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터벅터벅 어느 정도 들어
가니 쥐색을 띄던 가게 내부와는
완전 딴판인 하얀 벽돌을 일정한
간격으로 짜 넣은 듯한 밤색 통로를
지나 똑같은 두께와 크기의 나무로
만든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뭔가 켕기는 일을 하는 것이니
당연히 지하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위로 올라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르다 보니
밝은 빛이 새 들어오는 것이 입구에
다다른 듯해 부신 눈을 찌푸려 보니
그 곳은 제국의 중심지인 쿠겔이었다.
어떻게 이곳과 검은골목이 연결되어
있는지 신기하여 한참을 멍하니 넋을
빼고 있자 재촉하는 말이 들려왔고
난 얼른 정신을 차려 총총걸음으로
따라 내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제국 내 유명하기로 소문난 삼대
용병대 중 하나인 던컨.
" 안 따라오고 뭐해? "
" 네? 아 네~ "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와 당황함도
잠시 빨리 오라며 또 다시 재촉하는
바텐더의 말에 놓칠 새라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몇몇 지나다니고 검은 골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높은 천장은 화려한 조각들로 장식
되어있었고 천장을 따라 시선을 내리니
붉은 빛이 도는 갈색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발을 디디는 순간 금빛 카페트가
자리해 왠지 내 발이 무색해졌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올라가는 바텐더를
놓칠 새라 부리나케 또 다시 따랐다.
2층은 1층과 대조되게 큼직큼직한
장신구들과 갑옷들이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까만 밤하늘을 떼어
놓은 듯 한 통로는 역대 용병대장
들인지 이름 모를 이들의 초상화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이리
저리 눈알을 굴려가며 신기해하다 멈춰
서 있던 바텐더의 등에 머리를 부딪혀
올려다보니 어느 문 앞이다. 무거운
나무문으로 뱀의 문양이 새겨진 것이
섬뜩한 느낌마저 들어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니
"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거라. "
바텐더는 나를 대기시킨 뒤 문을 두드려
허락을 구한 후 곧장 문 앞으로 사라졌다.
바텐더와 있을 땐 그저 신기하고 색다른
풍경에 넋을 놓고 구경하다 그가 사라지는
순간 드디어 던컨의 수장 앞에 오게
된 걸 실감 하게 됐다. 그 생각이 머리를
채우자마자 긴장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폭발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그냥 돌아갈까 후회도 되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위로 미친 듯이 이어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문 밖으로
바텐더가 나오더니 이제 들어가라
말하며 문을 열어주니 나는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암갈색 바탕에 금색 띠가 둘러진
고풍스러운 카페트가 눈 아래에 깔려
있었고 조금 고개를 들어 보니 은회색
탁자와 그 밑으로 쭈욱 뻗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 카페트가 맘에 드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눈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
긴 다리의 주인인 듯 한 이의 묵직한
저음을 듣자마자 경직되었던 몸이
용수철마냥 고개를 들어 90도로 인사
했다.
" 수장님께 인사드립니다. 아펠이라고
합니다. "
" 차를 내오라고 했으니 우선 앞에 있는
의자에 앉거라. "
" 네. "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기듯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아 뻣뻣하게 걸어
의자에 앉으니
" 큭큭큭... 잡아먹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라. 여러 다양한 의뢰인을 상대해봤지만
아직까지 너처럼 어린 의뢰인은 처음
이다보니 나 역시 서툰 것을 이해하렴. “
상대는 나의 행동들이 하나같이 웃기고
재미나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슬그머니 화가 오른 나였지만
괜시리 내 성질머리대로 했다가
신경을 거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애써 참아가며 기다렸다.
곧이어 하녀가 들어와 차를 내려놓은
뒤 나갔고 그는 다시 아이손님이
처음이라서 준비한 것이 이것뿐이지만
들으라고 권했다.
그런데... 눈앞에 놓인 건
다름 아닌 코코아....였다.
‘ 이런 미친.... 코코아는 부잣집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료란 걸 거지 패거리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뭐... 어린애가
내가 처음이라고~~!! ‘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
자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그 자의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수십 명의
아이들의 잔상이 뿌옇게 드러나기에
호기심에 아이들을 자세히 살피니
아이들 모두의 어깨에 특정문양이
문신처럼 찍혀있는 걸 발견하곤 곧
더 들여다 보다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황급히 고개를 내렸다.
겨우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금 깨질 듯
뛰며 식은땀이 눈앞을 가리는 것 같아
연신 눈을 비볐다. 아까 본 그 문양은
다름 아닌 인신매매단들의 표식이다.
부드러운 입매를 쓰다듬으며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겉모습과 다른 집어
삼킬 듯 한 어두움과 몬스터나 라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질적으로 틀린 공포가
미친 듯 발광하는 심장을 짓눌러
당장에라도 숨을 끊어놓을 것만 같았다.
" 어찌 호기롭게 쳐다보는 듯하더니. "
" 아.. 그게 제 눈이 찢어져 있어서 종종
오해를 받곤 합니다. 결단코~~~! 노려
보거나 야려본 게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
루이가 아무것도 모른 체 봤다면
한눈에 반할 법한 외모다. 붉은빛과
금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짙은 눈썹 아래로 물결치는
파도와 같은 색의 눈.
적당히 그을린 듯한 얼굴의 턱선
위로 여자보다도 더 매혹적인 듯한
입술. 그러나 잠시나마 훔쳐보았던 이
자의 이면은 아름다운 입술로 사람들을
갈기갈기 찢고 길고 섬세한 손가락으로
상대의 목을 부러뜨렸다고 생각하니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 아까 흘렸던
식은땀들이 오소소 피부 속으로 숨었다.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입 때문에
어디부터 말해야할지 혼란스러워
우물 쭈물거리자
" 그래. 꼬마아가씨 나에게 원하는 걸
말해보렴. "
아직은 부드럽다. 이에 나는 남은 용기를
쥐어 짜내어 답을 했다.
" 저.. 그게.. 성이 필요해요. "
" 성이라.. 고아나 거지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지. 평범하게 새로운 신분을 원하는
거니 아니면 뭔가 특별한 걸 찾고 있나? "
"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믿어줄 수
있는 설령 그 말이 거짓이라고 해도... "
" 거짓말도 믿어줄만한 무게를 가진
신분이라.... 제법 나가겠는데... 너의
말이 그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거냐? "
" 네. "
당장이라도 왁~하고 놀래키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 말을 끝까지 하는 녀석이 신기했다.
처음 들어왔을 땐 얼굴이 반반한 게
푼돈이나 되겠다 싶어 여차하면 루루로
보내버리려고 했다. 어차피 길거리 아이
하나 없어진다고 상관할 사람도 없거니와
오히려 더러운 거 하나 치웠다고 좋아할
사람이 더 많은 요즘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자신을 아주 짧고 매섭게
노려보던 눈이 마음에 들어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싶었다.
그리고 물음에 주절주절 늘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답하는 게 보통내기는 아니겠다
싶어 대가를 어떤 것으로 할지 재밌는
고민이 될 것 같아 들어주기로 마음
먹은 후
" 의뢰는 신뢰도 높고 무게가 있는
신분이면 되겠군. 이것에 대한 대가는
우선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본
뒤 결정하도록 하지. ”
" 그..그건.. "
" 걱정마라. 지금 당장 내어놓으라는 게
아니다. 네가 일을 치를 날짜와 시간을
알려준다면 그 곳에서 조용히 듣고 답을
보낼 테니 최대한 중간에 걸리는 것들이
없도록 해라. 개입되는 것들이 늘어갈수록
그것들을 처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청구
된다는 것만 잊지 말도록. "
" 그럼 날짜와 시간은 어떻게 알려드리면
되죠? "
" 정해지는 대로 바텐더에게 남기도록 해.
최대한 귀엽게~ "
미친놈.
라쿤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와 사람을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몬스터의
비정함을 합치고도 모자를 돌 아이
되시겠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침을 뱉으려다 겨우 참은 뒤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혹여나 마음이 바뀌어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떡대들이 마중
나와 있을까봐 재빨리 문을 밀어
확인을 마친 후 서둘러 달렸다.
그렇게 성당 입구에 도착한 나는
그제 서야 안심하듯 숨을 내쉬었다.
참 우스운 게 그 속에서 바로 나와 숨을
쉬어도 되는 데 굳이 여기에 와서야
안도하는 게 정말.
" 괜찮아? "
" 루이.. 그 자식 엄청 잘생겼더라. "
" 그래? "
" 네가 갔으면 팔려가도 모를 만큼 "
" 뭐래~~ 내가 아무리 얼굴을 먼저
본다지만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진
않아. "
"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저번에 내가 한말 기억하지? "
" 무슨 말? "
"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돌아보지 말고 질척대지도 말고
무조건 모른 척 하란 말 "
" 난 못 들었어. "
" 죽을래~ "
" 죽어도 돼. 너라면 "
" 미친.. 여기서 의리 지키다간 개죽음
당하는 거 몰라~? 약아빠져야 살아
남는다고 몇 번을 말해~ "
" 그치만.. "
" 우는 소리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해.
우리 아직 모르는 게 투성이야.
오늘... 그자를 보고.... 나서 죽는다는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 단어인지
새삼... 실감했어. 몬스터와 라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
" 큰물이라서 더 그런 거 아닐까 거긴
여기와는 또 다른 세상이잖아. "
" 뒤가 켕기는 일을 한다고 해서 지하로
빠질 줄 알았는데 정말 멀쩡한 곳이었어.
그래서 더 무서웠고 정말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솜사탕을 먹는 듯한 묘~한
미소였는데.... ”
루이에게 그 때의 모습을 전달하려
머릿속에 그리는 순간 그 자의
얼굴에서 올라간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말을 하면서 봄날 기운이
넘치는 날씨임에도 불쑥불쑥 솟아
오른 닭살을 손바닥으로 연신 밀어
내며 몸을 떨었다. 소름끼치던 그
무언가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기에
눈으로 본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
내린 걸 주섬주섬 뒤이어 꺼냈다.
남의 이야기는 끄집어 내어 해결하면서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유일한 정신적 지주인 모엘신부외엔 알아주지 못해 아쉬웠네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현실에선 소심하고 콩알만한 심장이 이야기 속에서는 대담하고 솔직하며 단단한 심장으로 버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어쩌면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 작가의말
공모전은 끝났지만 아직 우리에겐
2라운드가 남았습니다. 오호~이걸 잊고 있었더군요. 무협과 로맨스를버무리는 것도 좋고 헌터물과 로코를뒤섞어도 너무 신선할 것 같아 재미있는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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