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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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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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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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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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추하게 살지 말자.

DUMMY

이용태의 장례식장.


차진규 검사장의 아들 차승우, 안훈기, 송승철 전 장관의 아들 송민혁, 그리고 정다미가 비닐시트가 깔린 좌식 테이블 앞에 침울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앉았다.


그들이 앉자마자 음식 도우미 아주머니가 음식을 날랐다. 송민혁이 먼저 음료수를 컵에 따라 벌컥 마셨다. 다른 사람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생수를 컵에 따른 정다미는 조신하게 물을 마셨다. 임신한 몸이라 앉은 자세가 불편해 보였다.


“얼마나 된 거야?”

차승우가 정다미의 몸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육 개월이오.”

“···애 아빠는?”

차승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전에 죽었어요. 신두리 그 사람한테. 결국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만.”

정다미가 자신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내가 그 동영상만 찍지 않았어도···.”

정다미가 씁쓸한 표정으로 시선 둘 곳을 찾았다.


“그렇게 따지면···.”

“그 자식이 때문이야. 신두리 그 자식이 우릴 다 이렇게 만들었다고.”

송민혁이 분한 듯 불끈 쥔 주먹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쉬이익.


“정말 그렇게 생각해?”

바람처럼 불쑥 나타난 신두리가 송민혁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어!”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 마치 바윗덩어리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신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왜 꼭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이 한 짓은 생각 안 해? 이 양심도 없는 인간들아.”

신두리가 앉아 있는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죽을라고.”

송민혁이 신두리의 멱살을 잡고 살벌하게 말했다.


“어쭈, 제법인데.”

“민혁이 형, 여기 장례식장이야. 하지 마.”

차승우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정다미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참, 재밌네. 염치··· 라. 그쪽 입에서 그런 소리가 다 나오다니.”

가소롭다는 듯이 신두리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그만 가주시죠? 여기, 그쪽이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릴 하지? 이용태가 당신 남편이라도 돼? 아니면 전 애인? 따지고 보면 당신도 여기 있을 자격이 없지 않나? 딴 놈한테 빌붙어 임신까지 하고, 게다가 친구까지 팔아먹은 주제에. 염치라고는 쥐똥만큼도 없으면서 무슨···.”

“말조심해요.”

정다미의 고함 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소란 피우지 말고, 그만 꺼지시지? 죽이려 거든 다른 날 찾아오고.”

안훈기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와우, 깡 좋아졌는데?”

“머, 죽이려 왔으면··· 지금 죽이든가?”

“다 잃고 나니까, 살기 싫은가 보네?”

“···그래. 살기 싫다. 어쩔래?”

안훈기가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훈기 형, 하지 말라니까!”

“그래요, 여기서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정다미가 차승우를 거들었다.


“진작에 예의 좀 차리지. 그랬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 아니냐고.”

신두리가 눈을 흘겼다.


“···우릴, 죽일 거예요?”

차승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야 하지 않겠어?”

“그때 그 일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 여자가 자꾸 우릴 잡아가려고 하니까 우리도 방어 차원에서.”

“그래! 그게 머, 죽을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 여자 죽인 건 이용태인데, 죽었잖아?”

안훈기가 억울한 눈빛으로 신두리를 쳐다보았다.


“음··· 그건 그래.”

“근데 왜 우릴···?”

신두리가 수긍을 하자 차승우가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좀 거창하기는 한데. 뭐랄까,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너희들의 행동에 누군가는 제재를 가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야 세상이 좀 똑바로 돌아갈 것 아니냐고. 세상이 너무 개판인 것 같은데, 힘 좀 있는 자들은 돈과 권력에 눈이 멀었고, 마땅히 바로잡을 사람이 없잖아. 그래서 나라도 한번 바로잡아볼까 해서. 물론, 힘이 좀 생겼으니까. 그러면 안 돼?”

“우릴 죽인다고··· 그게 돼?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송민혁이 피식 비웃었다.


“그럼, 모른 척하고 그냥 살까? 나만 좋자고? 너희 같은 놈들이 세상 물 다 흐리고 다니는데?”

“아, 안 그래요. 그때, 그때 딱 한 번 그런 거라고요.”

차승우가 강하게 호소했다.


그의 말에 다들 동감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세가 숙연해졌다.


“그···래?”

그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지도 모르는데 신두리가 별안간 고민하는 눈치였다.


‘어!’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필시 자신을 죽일 목적일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스피드!


신두리가 바람같이 사라졌다.


-쉬이익.


-투두두두두두. 투두두두두두.


비닐시트가 깔린 테이블에 총알이 수도 없이 박혔다.


박재호가 데려온 두 명의 용병이었다. 몇 발 물러난 뒤에 박재호와 박준호가 귀를 막고 서 있었다.


총성이 잠잠해지자 장례식장은 피와 탄약 냄새로 진동했다.


잠시 몸을 피해 있던 신두리가 바람처럼 재빨리 그들에게 다가가 뒤통수에 총구를 갖다 대었다.


-탕. 탕.


용병 둘이 고목나무 쓰러지듯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잘 봐. 너희들이 한 짓을.”

신두리가 박재호와 박준호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차승우, 송민혁, 안훈기, 그리고 정다미까지 자동 소총에 아무런 저항도 못해 보고 총알받이가 되어 버린 그들이 테이블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박준호는 처참하게 죽어있는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너희는 아군, 적군도 없지? 하여튼 자신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할 놈들이라니까.”

신두리의 눈빛에 살기가 어려 있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개만도 못한 새끼.”

신두리가 양손을 모아 엄지기부를 맞닿게 하고 박재호를 겨냥했다.


-찌이익!

번개를 맞은 박재호는 순식간에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버렸다.


“자, 잘못했어요.”

박준호가 무릎을 꿇어 빌었다.


“늦었다.”

목소리가 나지막했지만 차가웠다.


“살려주세요, 네?”

“남 다 죽이고, 너만 살려고?”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네? 제발요.”

박준호가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했다.


“가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시···바. 내가 왜?”

박준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그래, 그게 어울려.”

“네가 죽어!”

박준호는 바닥에 있던 자동 소총을 집어 들었다.


-투두두두두.


총탄이 발사되자 총기 반동에 의해 총구는 천장을 향했고, 총탄을 맞은 천장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죽는 순간까지··· 지저분하게.”

“아, 안 돼.”

박준호는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빠지직!


신두리가 내뿜은 번개는 박준호를 쫓아가 그를 태워버렸다.


고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장례식장 안에 가득히 퍼졌다.


***


장례식장을 나온 신두리는 기다리고 있던 아리와 함께 용마동에 있는 서부지청으로 향했다.


“갑자기 거기는 왜요?”

아리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뜬금없이 검찰청으로 가자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날 사람이 있어서.”

“누구요?”

“···친구.”

“거기 친구가 있어요?”

“왜, 난 친구도 없어 보여?”

“그게 아니라··· 아무리 친구라도 오빠를 반가워하겠어요? 쫓기는 범죄자를?”

“좋은 친구라면··· 그런 거 안 따져.”

“오···.”

아리가 신두리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야, 운전에나 신경 써.”

“걱정 마요.”


신두리를 서부 지청 앞에서 내려주고 아리는 근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신두리는 건물 3층까지 바람처럼 빠르게 올라갔다.


310호 검사실.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직원 한 사람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검사님 친군데···.”

“아, 네에. 잠시만요. 누구시라고?”

“두리라고 하면 알 겁니다.”


검사 자리 앞까지 다가간 여직원이 신두리를 가리키며 전했다. 검사가 놀라는 얼굴이었다.


“김 검사. 그동안 잘 지냈지?”

신두리가 무작정 그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응?”

“많이 놀랐지?”

신두리는 김한율 검사를 노려보며 눈빛으로 겁박했다.


“차를 내올까요?”

“아, 아닙니다. 금방 갈 거라서.”

“그냥 두세요.”

“아, 네.”

여직원이 눈치를 살피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신두리를 쳐다보았다.


“왜, 내가 못 올 데라도 돼?”

신두리가 못마땅한 듯 시비조로 말했다.


“넌 지명수배범이야. 여긴 검찰청이고.”

“그전에··· 친구인데. 뭐가 먼저야? 너한테는.”

“···친구이기 전에 난 공직자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필요할 때만 그러는 게 문제지. 어떤 때는 구분 안 하잖아?”

조롱하는 얼굴로 김한율 검사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너, 나중에 나라를 팔아먹을 놈이래. 나도 팔아먹고.”

“···뭐?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무슨 나라를 팔아먹어?”

“네가 아니라고 해도··· 나중에 그렇게 한데.”

“뭔 헛소리야? 이상한 소리나 할 거면 빨리 가. 나, 바빠.”

“가라고? 나 안 잡을 거야?”

“···그래. 모른 척할 테니까 어서 가기나 해.”

“오, 이상한데? 공과 사는 구분한다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김한율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외는 있으니까.”

“그게 문제라니까, 예외. 지 입맛대로 하는 예외 말이야.”

못마땅한 얼굴로 눈을 흘겼다.


김한율 검사가 애써 시선을 피하며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뒤적거렸다.


“음···, 그럼 믿고 갈게.”

“그래, 가.”

떨떠름한 김한율 검사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310호 검사실을 나온 신두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다.


-계장님, 뭐 하세요? 정문 경비실에 연락 안하고. 신두리, 그 자가 방금 나갔잖아요. 빨리 연락해요!


310호 검사실 안에서 분주하게 전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두리가 310호 검사실 문을 왈칵 열고 다시 들어갔다. 신두리를 본 수사관이 당황하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는 눈치였다.


“뭐 하시게?”

신두리가 소름 끼치는 눈빛으로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여직원과 수사관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벽 쪽으로 물러났다.


“아직··· 안 갔었어?”

다가오는 신두리를 향해 난처한 기색으로 김한율 검사가 말했다.


“응.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가 살아 있는 한 미래는 안 바뀔 것 같아서 말이야. 너도 안 바뀔 것 같고.”

“응? 그, 그게 무슨···?”

“잘난 척 엄청 하더니만, 말귀를 못 알아듣네. 너···, 죽어줘야겠다고.”

“왜 그래 두리야? 내가 뭘 어쨌다고? 그리고 우리 친구잖아.”

“친구? 머···, 친구는 맞지.”

“친구끼리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래?”

“···예외. 예외란 게 있다며?”

신두리가 기분 나쁜 미소를 머금었다.


“하, 하지 마. 안 돼.”

겁에 질린 김한율 검사가 후다닥 문 쪽으로 달아났다.


신두리가 싱긋이 웃고는 그를 뒤따라 나갔다.


김한율 검사는 뒤를 확인하며 복도 끝으로 다급하게 달아나고 있었다.


신두리는 양손을 모아 김한율 검사를 겨냥했다.


-빠지직!


번개를 맞은 김한율 검사가 한순간에 시커멓게 타버리며 바닥으로 털썩 넘어졌다.


미래가 일부 바뀌었다고는 하나 어찌 되었건 아리의 말대로라면 김한율은 신두리에게 화근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화근을 미리 없애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김한율이 권력에 찌들어 시건방을 떠는 것이 신두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권력이 사람을 추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권력을 쥐니까 나타난 것뿐인지. 머, 그래봤자 결론은 같지만.’

신두리는 씁쓸한 표정으로 시신을 바라보았다.


계단 쪽에서 바쁘게 뛰어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래, 난 추하게 살지 말자.”

한마디 툭 던지고 신두리는 반대편으로 번개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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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그 능력, 돈이 됩니까?(최종) +4 23.02.07 173 6 15쪽
80 80. 영원한 주인은 없다. 23.01.21 174 6 16쪽
79 79. 안 변해서 다행이다. 23.01.13 190 6 14쪽
78 78. 형편없는 인간은 가라. 23.01.07 227 6 15쪽
77 77. 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안 해. 22.12.27 233 5 16쪽
76 76. 피는 물보다 진하다. 22.12.26 227 6 15쪽
75 75. 아는 놈이 더 무섭다. 22.12.15 242 7 16쪽
74 74. 이제 정리하자. 22.12.10 245 7 15쪽
73 73. 틈을 주면 당한다. 22.11.28 249 8 15쪽
72 72. 머리가 되자. 22.11.23 260 8 14쪽
71 71. 착해도 상처는 준다. 22.11.18 271 9 14쪽
70 70. 진심은 어디서든 묻어난다. 22.11.15 275 7 16쪽
69 69. 무시 받지 않을 테다. 22.11.10 286 8 14쪽
68 68. 패밀리가 되기로 했다. 22.11.02 302 9 13쪽
67 67. 가진 자는 여유롭다. +1 22.10.28 304 12 14쪽
66 66. 올라가야겠다. 22.10.18 322 7 15쪽
65 65.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22.10.14 341 9 15쪽
64 64. 강하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1 22.10.11 369 7 16쪽
63 63. 바뀌지 않는 악연도 있다. +1 22.10.06 383 8 13쪽
62 62. 힘이 생기니 주변이 달라진다. +1 22.10.03 395 10 14쪽
61 61. 몸값이 엄청나네. +1 22.09.28 396 10 13쪽
60 60. 동하면 통한다. +1 22.09.24 390 10 14쪽
59 59. 독이 되고 약이 되다. +1 22.09.20 400 12 15쪽
58 58. 기회는 찬스다. +1 22.09.02 408 9 14쪽
57 57.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1 22.08.27 416 10 12쪽
56 56. 되돌려 보고 싶었다. +1 22.08.23 413 9 11쪽
55 55. 배신에는 꼭 사연이 있다. +1 22.08.16 436 12 13쪽
54 54. 중요한 건 저마다 다르다. +1 22.08.11 438 11 13쪽
» 53. 추하게 살지 말자. +1 22.08.02 46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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