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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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6
최근연재일 :
2023.02.0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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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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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8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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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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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77. 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안 해.

DUMMY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주변을 압도하는 눈초리가 사뭇 신두리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눈으로 머릿수를 헤아리며 신두리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한눈에 다 들어온 남자들의 차림새가 변호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성의 없어 보였다.


“벌써 겨울인가? 날씨가 왜 이리 추워.”

“근데 형님, 여기 우리밖에 없네요?”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여긴 너희 같은 놈들은 꿈도 못 꾸는 곳이야. 여기 술값이 얼마나 비싼 줄 모르지? 몇 백이 넘어. 그것도 한 사람 당.”

“우와, 그렇습니까? 어쩐지··· 분위기가 좀 있어 보이더라.”

“그러면 이 아저씨도 엄청 부자인가 보네? 여기서 혼자 술 마시는 거 보니까.”

무리 중의 한 남자가 턱짓으로 신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리들이 신두리 면전에서 재밌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얼핏 봐도 도발이었다.


‘하아···. 이것들이 디질라고!’

신두리가 매섭게 노려보았다.


“와아, 행님. 이 아저씨 째려보는 거 보이소. 눈깔에서 레이저 나오겠는데예. 그냥 확 뽑아부까예?”


또다시 그들이 능글맞게 낄낄거렸다.


‘참자, 참자···. 근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신두리가 초조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는 척을 했다.


“왜, 박민하한테 전화하게?”

“···너 뭐야?”

신두리가 무서운 기세로 일어섰다.


‘설마, 이게 함정이라고? 민하가 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신두리는 확신이 들 때까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나? 저승사자. 아흥, 무섭지?”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장난기가 섞인 어조로 대꾸하자 곁에 있던 똘마니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미친···! 야 너희들, 내가 정말 저승사자 만나게 해 줘?”

헛웃음을 친 신두리가 매서운 눈빛으로 놈들을 노려보았다.


“우와, 존나이 무섭습니다 행님. 우짜까요?”

“갈치야, 나도 무섭다. 네가 어찌 좀 해 봐.”


여전히 자기들끼리 재밌다는 듯 장난을 치는 놈들의 표정에는 쉽게 그만둘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근데 행님. 이 자슥 아직 끄덕없는 거 보이까네 약 안 먹은 거 같은데예?”

갈치라는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야! 너 좀 이리 나와 봐.”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안쪽에 대고 소리쳤다.


젊은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금방 나타났다.


“야, 너 약 안 탔어?”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다그치듯 물었다.


“아··· 아뇨. 탔어요. 정말이에요.”

신두리의 눈치를 잠시 살핀 젊은 여자가 말했다.


“근데 왜 이래?”

“예?”

“근데 왜 이렇게 멀쩡하냐고?”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왜 저보고 그러세요? 전 시키는 대로 다 했다고요. 보세요. 여기 마신 흔적도 있잖아요!”

젊은 여자가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씨···. 하여튼 여자한테 홀려서 잘 되는 게 없다니까.’

신두리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젊은 여자를 돌아봤다.


“그럼 머, 이제 슬슬 약효가 나타나겠네. 괜한 힘쓰지 말고, 얘 정신이 몽롱해지면 그때 시작하자고. 다들 좀만 더 기다려 봐.”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신두리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너, 칠봉인가 팔봉인가 하는 놈이네.”

그의 웃는 얼굴에서 문득 신두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

팔봉이의 입이 순간 얼어붙은 듯 보였다.


놀라기는 주변 똘마니들도 마찬가지였다.


“행님, 이 자슥이 행님 이름을 어떻게 알지예?”

“혹시 약 기운 때문이 아닐까요?”

“야이 새꺄, 그런 약이 아니라니까!”

“형님을 만난 적이 있은가 본데요? 기억 안 납니까?”


궁금한 것을 못 참고 똘마니들이 번갈아 가며 한마디씩 내던졌다.


“야이 새끼들아, 조용히 안 해?”

팔봉이 버럭 소리쳤다.


“어쩐지 낯이 좀 있더라니.”

“야, 내 이름 어떻게 알아? 누구한테 들었어?”

“듣기는 뭘···.”

신두리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행님, 혹시 이 새끼 진짜로 그런 거 있는 거 아임미꺼? 초능력.”

“아이 그 새끼가 정말!”

갈치에게 눈을 흘긴 남자가 신두리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야, 빨리 말해 봐.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

“에이, 무섭게 왜 그래. 너 어깨에 메두사 문신 있는 거까지 아는데.”

“뭐?”

팔봉은 깜짝 놀란 얼굴로 똘마니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긴 옷에 외투까지 입었는데 팔봉의 어깨가 보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행님, 그 말 진짠가 본데예? 저 자슥한테 이상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꼬, 우리보고 조심하라고 안 했습미꺼.”

“시끄러! 그걸 믿냐? 믿을 걸 믿어야지, 이 쪼다 같은 새끼가.”

팔봉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말 맞아. 그러니까 다들 좋은 말 할 때 그냥 꺼져. 괜히 다치지 말고.”

입가에 조롱기를 담은 신두리가 눈을 가늘게 뜬 채 경고했다.


“웃기고 있네. 너 뭐야? 어떻게 그것까지 알아? 우리,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우리··· 만난 적이 있지. 머, 그렇다고 과거는 아니고. 뭐랄까, 그냥 미래 비슷한 세계라고 해 두지”

싱긋이 웃으며 신두리가 말했다.


“하아, 이 병신 새끼가! 그럼 머 우리가 미래에서 만나기라도 했다는 소리야, 뭐야?”

“머, 대충 맞아.”

“뭐? 이 새끼 완전 또라이네! 그래, 미래에서 왔다는 놈이 여기서 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냐?”

팔봉이 흥분하며 비아냥거렸다.


“그거야···, 현재는 바뀔 수 있는 거니까. 과거에 우리가 뭘 어떻게 했냐에 따라서 말이야.”

“뭔 개소리야! 야, 안 되겠다. 이 새끼 그냥 데려가서 묻어버려!”

“아, 잠깐.”

“머 새꺄!”

“날 진짜 어쩔 셈인데?”

“알고 싶어? 그래 알려주지. 널 데려가서 저수지에 수장할 거야. 네 차와 함께.”

“여기··· CCTV가 있지 않나?”

신두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거 기대도 하지 마 새꺄! 여긴 워낙 프라이버시가 강한 곳이라 눈을 씻고 봐도 그런 건 없으니까.”

“젠장, 하필 왜 저수지야? 이렇게 추운 날에.”

신두리는 장난기가 서린 눈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것도 모르니 쪼다 새꺄? 넌, 검찰 수사를 받다가 우발적으로 자살한 거니까. 이제 알겠지? 넌 그게 그렇게 궁금하냐? 어차피 죽을 놈이?”

“···어쨌든 알려줬어 고마워. 아, 한 가지만 더. 박민하를 어떻게 알지? 걔도 너희랑 한 패냐?”

“순진한 거니, 모지란 거니? 넌 보고도 모르겠냐? 우리가 여길 어떻게 왔겠냐고. 응? 야, 뭐해? 이 새끼 끌고 가!”

팔봉이 눈을 부라리며 똘마니들을 다그쳤다.


“이얍!”

신두리가 손바닥을 편 채 한 손을 쭉 뻗었다. 마치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그냥 이유 없이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살짝 겁먹고 있는 갈치라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문득 그러고 싶었던 것이다.


똘마니들이 화들짝 놀라며 일제히 물러나며 등을 돌렸다.


잠시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똘마니들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 놔, 그 새끼가 진짜! 순간 엄청 쫄았쟎아!”

“볼펜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지금 없는 것 같은데?”

“가만있어 보이소. 내가 가서 저 새끼 몸 뒤져 볼 테니까.”

갈치가 용감하게 신두리 쪽으로 다가갔다.


“오지 마. 오면 가만 안 둬?”

“확 마, 가만 안 있나?”

갈치가 손을 들어 겁을 주고 신두리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없어. 아무것도 없다니까!”

“행님, 진짜로 없는데예?”

“뭐, 뭐 찾는데?”

신두리가 물었다.


“볼펜, 니 없재?”

“갑자기 볼펜은 왜? 사인이라도 하게?”


신두리가 궁금하여 물었지만 갈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팔봉을 쳐다보았다.


“됐으니까 그냥 데려가. 새끼들이, 믿을 걸 믿어야지. 빨랑!”

“예, 행님. 야, 퍼뜩 가자.”

갈치가 신두리의 등짝을 슬쩍 밀었다.


“이얍!”

신두리가 또 한 번 한 손을 쭉 뻗으며 기합을 넣었다.


“이기 돌았나! 세상천지도 모르고 자꾸 까부네. 또라이 새끼가.”

갈치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신두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야. 네가 먼저 때렸다?”

“그래, 때렸다. 니가 어쩔 낀데? 더 처맞기 싫으면 퍼뜩 가레이!”

갈치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하아, 그냥 다 죽일까?”

신두리는 놈들을 살려줄까도 생각했었다. 다 없애버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러면 일은 또 커질 것이다. 놈들을 살려둬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도 했기에.


“하아, 그 새끼가. 니 할 수 있으면 어디 해 봐라. 이 자슥 이거, 진짜로 깡 좋네.”

“···그래.”

결심이 선 듯 신두리가 우뚝 멈춰 섰다.


“뭐 하노? 안 가고!”

“···죽이려고.”

“이기 또 처맞고 싶어서 까불고 있재?”

갈치가 주먹 쥔 손을 번쩍 들었다.


-쉬익!

-퍽!


신두리의 주먹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갈치의 명치를 가격하고 돌아왔다.


“웁!”

외마디 비명을 지른 갈치가 배를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야, 왜 그래? 갈치 너 자꾸 장난치면 죽는다!”

팔봉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허···어, 저 그.”

눈동자가 반쯤 풀린 갈치가 괴로운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장기 하나는 터진 느낌이었다. 그나마 죽지 않은 게 용할 정도였다.


“어이, 팔봉이. 아니지. 어이, 저승사자.”

“···이게 얻다 대고! 내가 네 친구냐 새꺄? 그냥 확 입을 확 찢어버릴라!”

“어이, 팔뽕. 뽕뽀로뽕 뽕뽕아.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냐? 너 바보지?”

신두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


“이게 정말 죽을라고?”

“죽일 거라면서? 근데, 죽을라고는 또 뭐야? 이 새끼 진짜 바보 맞네.”

코웃음을 치며 신두리가 딴청을 부렸다.


“아 놔, 이 새끼가 정말! 곱게 죽여주려고 했더니만, 안 되겠네. 너 좀 뜨거운 맛 좀 봐야겠다!”

“너나 곱게 죽어. 내가 그렇게 해 줄 테니까. 너, 네 친구 저승사자 빨리 만나고 싶지?”

“이 새끼가···. 그래, 만나고 싶어 미치겠다. 빨리 좀 만나게 해 주라, 응?”

가소롭다는 듯이 팔봉이 거만하게 신두리를 쳐다보았다.


“넌 좀 있다가.”

“뭐? 아 놔, 이 새끼가 입만 살아가지고는.”

팔봉이 허탈하게 웃었다.


신두리가 천천히 엄지기부를 맞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똘마니들이 픽 헛웃음을 지었다.


-빠지직!


신두리의 손끝에서 하얀 빛이 쭉 뻗어나갔다. 그 빛은 똘마니들의 몸을 타고 이어졌다.


-퍼버벅 펑!


똘마니들의 몸뚱이가 터지며 피와 살이 쪼가리 되어 공중에 흩날렸다.


-우두둑.


허공에 잠시 떠돌던 파편들이 우박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쏟아졌다.


팔봉의 입가에 흘렀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야, 정말 박민하가 너희랑 한 패야? 박재호가 시킨 게 아니고?”

“무, 문자 받고 여기 왔으면서 뭘 또 물어?”

팔봉이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안 믿겨서 그런다.”

“둘이 남매라는 거 몰라? 넌, 남이고.”

“···아 놔! 그래도 부부인데.”

신두리가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탄식했다.


“헤어지면 남이야.”

“그래 고맙다 새꺄, 알려줬어.”

신두리가 싱긋이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자, 잠깐만.”

“왜?”

“살려줘, 제발.”

“넌···, 날 살려주려고 안 했잖아?”

“아, 아냐. 살려주려고 했어. 정말이야.”

“고맙네. 그렇게 날 생각해 주었다니. 근데, 난 아냐. 너랑은 달라. 너 같은 양아치랑 같은 것도 싫고.”

“사, 살려줘.”

팔봉이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빠지직!


신두리의 손끝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나가자 또다시 허공에는 피와 살들이 파편이 되어 흩날리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에이, 카펫 이거 비쌀 텐데. 바닥이 아주 엉망이 되어 버렸네.”

눈살을 잔뜩 찌푸린 신두리가 신발을 털며 말을 이어갔다.


“야. 그만 일어나지? 내가 무슨 곰이라도 되냐? 죽은 척하게?”

바닥에 쓰러져 있던 갈치를 발끝으로 툭툭 차며 말했다.


“행님. 딱 한 번만 살려주이소, 네?”

신두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갈치가 애절한 눈빛으로 하소연했다.


먹어 본 놈이 그 맛을 안다고, 아니 맞아 본 놈이 그 고통을 안다고 하지 않았나. 갈치는 반사작용으로 신두리에게 대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좀 전에 그 배짱은 다 어디 가고?”

“죽을죄를 졌습니다. 용서해 주이소.”

“그래, 죽을죄를 졌지. 그러니까 죽어야지.”

“해, 행님. 한번만, 딱 한 번만예!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앞으로 착하게 살께예.”

갈치는 살고 싶은 마음에 애걸복걸 매달렸다.


“너, 이런 말 들어봤지?”

“······?”

“사람 안 변해. 그리고 죗값은 꼭 받게 되어 있다고. 오늘이 그날이야.”

“···이런 씨!”

갈치가 품에서 칼을 꺼내 들고 신두리에게 덤벼들었다.


-쉬익!


어느새 칼을 뺏어 든 신두리가 칼을 흔들며 말했다.


“봐, 내 말 맞잖아?”


갈치는 그제야 제 손을 확인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계단 쪽으로 슬그머니 방향까지 틀었다.


“도망가게? 그럼, 가 봐.”

“에잇!”

갈치가 재빨리 몸을 돌려 계단 쪽으로 달렸다.


-빠지직!

-퍽!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그의 육신을 쳐다보며 신두리가 써늘한 미소를 지었다.


-딸그락.


안쪽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기! 이제 좀 나와 보시지?”

신두리가 안쪽에 대고 점잖게 말했다.


젊은 여자가 어둠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거기, 안쪽에 다른 사람은 없지?”

“네. 저밖에는···. 죄송해요,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저를 가만히 안 둔다고 해서···.”

젊은 여자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머, 그럴 수도 있지. 당신도 살려면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죄, 죄송해요.”

“아니 머, 죄송할 거 까진 없고.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도 살려면 어쩔 수 없어서 하는 말이야.”

“네?”

젊은 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일에, 너무 무책임한 말 아닌가? 물론 이해는 되지만, 용서는 안 되겠는데.”

“사, 살려주세요, 네?”

“머, 운이 좋으면 그럴 수도 있을 거고.”

표정이 차가운 신두리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난 그만 가봐야 해서.”


신두리가 계단 쪽으로 걸어가자 젊은 여자는 슬금슬금 안쪽으로 몸을 피했다.


-빠지직!

-퍽, 퍼벙!


술집 선반에 진열되어 있던 양주병들이 액체를 쏟으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신두리는 계속해서 빛을 뿜어냈고, 어디선가 불꽃이 튀며 불길이 확 일었다. 클래식한 패브릭 소파는 큰 불덩이로 바뀌었고, 바닥에 깔린 카펫은 불길을 쉽게 주변으로 퍼트렸다.


이미 지하 술집은 사나운 불길과 시커먼 연기로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신두리는 바람을 일으키며 술집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화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도착한 신두리는 자신이 타고 온 차에 느긋하게 올랐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던 신두리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어, 갑자기 왜 이러지?”


눈을 뜨려고 하면 할수록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신두리는 어쩔 수 없이 운전석에 깊숙이 기대어 몸을 웅크렸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는 점점 더 요란해졌지만, 신두리는 달콤한 잠에 푹 빠져들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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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 안 변해서 다행이다. 23.01.13 190 6 14쪽
78 78. 형편없는 인간은 가라. 23.01.07 227 6 15쪽
» 77. 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안 해. 22.12.27 234 5 16쪽
76 76. 피는 물보다 진하다. 22.12.26 227 6 15쪽
75 75. 아는 놈이 더 무섭다. 22.12.15 242 7 16쪽
74 74. 이제 정리하자. 22.12.10 245 7 15쪽
73 73. 틈을 주면 당한다. 22.11.28 249 8 15쪽
72 72. 머리가 되자. 22.11.23 260 8 14쪽
71 71. 착해도 상처는 준다. 22.11.18 272 9 14쪽
70 70. 진심은 어디서든 묻어난다. 22.11.15 275 7 16쪽
69 69. 무시 받지 않을 테다. 22.11.10 286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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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 선택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22.10.14 341 9 15쪽
64 64. 강하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1 22.10.11 369 7 16쪽
63 63. 바뀌지 않는 악연도 있다. +1 22.10.06 384 8 13쪽
62 62. 힘이 생기니 주변이 달라진다. +1 22.10.03 395 10 14쪽
61 61. 몸값이 엄청나네. +1 22.09.28 396 10 13쪽
60 60. 동하면 통한다. +1 22.09.24 390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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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기회는 찬스다. +1 22.09.02 408 9 14쪽
57 57.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1 22.08.27 417 10 12쪽
56 56. 되돌려 보고 싶었다. +1 22.08.23 413 9 11쪽
55 55. 배신에는 꼭 사연이 있다. +1 22.08.16 436 12 13쪽
54 54. 중요한 건 저마다 다르다. +1 22.08.11 438 11 13쪽
53 53. 추하게 살지 말자. +1 22.08.02 46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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