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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초레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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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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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끝, 그 반복_44화

DUMMY

카샤스는 광장에 일찍 도착했다. 입구에서는 경비병들이 간단한 신원 확인을 하며 내부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가장 앞으로 가자 먼저 온 리스가 인사를 건네온다.


"벌써 왔구나? 아직은 조금 기다려야 할텐데."


"늦는거보단 일찍 와서 기다리는게 낫지. 또 조금 있으면 사람들도 많이 몰려들테고. 어제는 좀 쉬었어?"


그녀의 옆자리에 있는 로이엔이 대답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런데 너희들만 온 거야? 이번에는 꼭 모두 참석하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아, 그건··· 엘리가 갑자기 쓰러져서 말이지. 그냥 피로가 너무 많이 쌓였나 봐. 쉬면 괜찮아질 거야. 히스가 직접 확인했으니 믿어도 좋아."


"그런 거라면 다행이네. 가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내 욕심이겠지?"


그렇게 말한 리스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이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그녀를 체포해야하는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아냐. 조금 늦더라도 올거야. 많이 늦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고마워."


짧게 대답을 한 리스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본다. 곧 데르키얀이 올라와 연설을 시작할 곳이다. 천천히 살펴보는 사이, 로이엔은 동료들을 돌아본다.


"걔네들이 늦는 걸 알려야 하니 좀 부탁할게. 히스, 넌 베라트님께, 카나는 데르키얀님께, 로라는 경비병들에게 알려줘."


부탁을 받은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리스와 둘만 남게되자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리스."


"응?"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말을 이어간다.


"넌··· 이걸로 만족해?"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작스런 말에 조금은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깨닫고 다시 대답을 한다.


"아··· 응. 내가 이러는 편이 모두에게 나을 테니까. 그리고 만약 이걸 피해버린다면··· 정말로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네 힘도 알고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받아들일 생각이야?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 도시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이 도시의 모두를 알고 있다. 특히나 친절한 그녀를 사람들이 더 좋아했고 리스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렇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응. 그러니까 더욱 고민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저항한다면 오히려 사람들은 더 불안해지기만 할 뿐이잖아? 그 마음은 너무 고마워. 그래도 이번만큼은 내 결정을 이해해주길 바라."


이미 마음을 굳힌 리스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로이엔은 그런 그녀를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은··· 나도 처음에는 계획해둔 것이 있으시니 내린 명령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따르려 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뭔가, 잘 모르겠어서··· 네 생각을 듣고 싶었어. 그게 네 마음이라면, 알겠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자주 찾을테니까."


"고마워. 나도 잘 이겨내볼게.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봐야하지 않겠어?"


순간 카나란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도 같은 말을 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고개를 들어 리스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스스로의 의지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아···"


작게 탄식을 내뱉는다. 이제서야 깨달았다. 당연히 자신의 일이라 생각하고 했던 것들은 그의 의지로 행한 것들이 아니었다. 조직을, 도시를 위한 일에 있어서 몇몇 행동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들도 상당수가 존재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알아봤자 너무 늦은 뒤였다. 이미 리스는 결정을 내렸고, 그녀의 결정대로 체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응? 왜 그래?"


그 소리를 들은 리스가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본다.


"아니야. 그냥, 네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뭐라도 해야지. 후회만 하다가는 평생 후회만 남을거니까."


"그렇지?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잖아. 앞으로라도 잘 해야지. 아, 이제 사람들도 거의 다 온 것 같네. 곧 시작하겠어."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각각 소식을 전하러 갔던 이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데르키얀도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잡담을 나누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멎었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온 그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며 큰 소리로 말한다.


"카이라님의 가호가 여러분들과 함께하기를. 반갑습니다."


이어지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그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


잠시 누워서 쉬던 엘리온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본다. 마이티는 물론이고 티크까지 방 바닥에 늘어져 있다. 가볍게 한숨을 쉬고 그들을 툭툭 건드린다.


"얘들아! 정신 차려. 이제 슬슬 가야지?"


"흐으···!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정말 가야겠어."


"으음··· 조금만 더···"


바로 잠에서 깬 티크와는 달리 마이티는 쉽게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엘리온은 그런 그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안 일어나면 우리끼리 간다? 너는 잔다고 안 왔다고 해야겠네."


그럼에도 별 상관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손을 휘적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순간 움찔하더니 흐느적거리던 손이 멈춘다. 순식간에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킨 마이티는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렸다.


"헉··· 엘리, 아직 안 갔구나. 다행이야···"


"급하게 일어나는 걸 보니 잘못했다는 자각이 있기는 하구나?"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꼭 나만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해."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 엘리온에게 마이티는 툴툴거리며 눌린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한다. 이미 준비를 마친 티크는 벌써 문을 열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어차피 가기로 마음 먹었으면 조금이라도 일찍 가야 덜 미안하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방을 나섰다.


이전에 로이엔에게 들은대로 광장으로 향했다. 그 앞에는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다가 그들을 발견하고는 길을 비켜준다.


한 눈에 내부 모습이 들어왔다. 안에는 정말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데르키얀의 연설이 잠시 중단되었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와··· 이렇게 넓은 광장이 있는줄은 몰랐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들어가다니."


"경비병들도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데? 새로 지원한 사람들도 많은가 봐."


입구 안쪽에 있던 경비병 한 명이 다가와 그들에게 자리를 알려준다. 그 곳으로 가던 중 근처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리스님이? 그게 사실일까?"


"교단주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잖아. 나도 믿기지는 않지만 믿을 수 밖에···"


"그럼 리스님이 체포되면 그 빈자리는 어떡하려는 걸까?"


"우선 지켜봐야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리스님 정도 되는 분을 체포할 리가 없잖아. 일단 이걸로 마지막이라니까 그나마 안심하고 생활할 수는 있겠어."


"잠잠해질 때까지 조금만 조심하면서 지내야지. 그나저나 이제 그 괴물들이 쳐들어오면 어쩌나 몰라···"


짤막한 대화였지만 도시의 상황을 알고 있던 그들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리스가 체포된다. 당연히 이단이라는 명목으로 벌인 짓일 것이다.


멀리 내다보니 리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체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것을 본 마이티는 그대로 멈춰서며 뒤에 있는 엘리온과 티크에게 말을 한다.


"이거, 어떡할래? 일단 막고 봐?"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리더를 따라야지."


티크는 대답을 하며 그의 옆에 선다. 이상한 짓이라는 말에 순간 움찔하는 마이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엘리온도 나란히 섰다.


"이게 이상한 짓이라는 말은 아니니 안심해. 그리고 하나, 우리가 언제 동료가 당하는데 가만히 있었던 적 있어?"


그 말에 피식 웃은 마이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선다.


"그렇지. 그래도 리스는 모두 아낀다고 순순히 잡히려는 것 같으니 우리도 무력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자."


말을 끝냄과 동시에 점차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리스와 데르키얀의 사이를 막아섰다.


"당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대화로 좀 풀어보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맞아. 우리가 리스랑 계속 같이 다녔는데 절대 그런 건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데르키얀이 그들에게 말을 멈추라는 의미로 손을 높이 들어보인다. 순간 광장이 조용해지자 경비병들을 바라보며 아르카를 손으로 가리킨다.


"저들도 함께다. 처음부터 카이라님의 존재를 부정한 자들이다. 동정심을 갖지 말고 데려가라."


"무슨···"


"뭐? 좋게 말하려니까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처음부터 당신이 여신을 믿지 않아도 된댔잖아? 그 대신 도시를 지키는데 힘쓰기로 했고 우리는 동료를 잃으며서까지 지켜냈어. 그런데 이게 그런 사람들에 대한 대우야? 당신, 양심도 없어?"


조금 더 대화를 해보려던 마이티보다 큰소리로 속마음을 남김없이 털어낸 것은 다름아닌 엘리온이다. 이에 오히려 마이티가 당황했다.


"어··· 어? 엘리? 아직 대화가 통할 때 조금 침착하게 말을 해보는게··· 휴, 이젠 그럴 것 같지도 않네."


이미 경비병들이 자신들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살짝 뒤를 돌아보자 리스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마이티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그는 씨익 미소를 지어보인 뒤, 경비병을 향해 한 발 다가선다.


이에 놀란 경비병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그들도 마이티 한 명조차 상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뭐해? 우리도 체포되는 것 아니었어? 얼른 데려가. 쟤네들도 순순히 따라올테니까. 그렇지?"


"하아···"


말없이 한숨만을 내쉬다 마이티의 뒤로 선다. 마지막으로 티크도 따라붙자 경비병 한 명이 다가와 간단한 포박을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스가 데르키얀을 향해 말한다.


"데르키얀님! 저들은 사실만을 말했습니다. 상관에게 대든 것이 문제된다면 근신 처분이 원칙입니다. 그러니 부디···"


"네게는 발언권이 없다. 집행자여."


"예."


리스에게 다가선 로이엔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내가 문제 없도록 조치를 해 놓을게. 걱정하지 말고 네 몸만 잘 챙겨둬. 너도 최대한 빨리 나올 수 있게 노력할테니까."


포박을 마치고 먼저 이동중인 아르카를 따라 리스를 데리고 교단 시설로 향했다.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모두 광장에서 빠져나가자 데르키얀이 연설을 마무리한다.


"이로써 모든 이교도 및 연루자의 체포를 완료했습니다. 순서대로 조사를 진행하여 혐의가 없는 이들은 석방될 것이며, 혐의가 인정된 이들은 교리대로 처리할 것입니다. 협조해준 모두에게 카이라님의 은총이 함께할 것입니다."


이후 경비병들이 연설의 끝을 알리며 사람들을 해산시킨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데르키얀은 가장 앞 줄에 있던 베라트와 눈이 마주친다.


자신을 노려보는 베라트를 향해 비웃음을 전해주려 했지만 그가 먼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훗··· 이제는 정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베라트, 아무리 잘난 너라고 해도 더이상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데르키얀도 떠났다. 텅 빈 광장은 기울어가는 해가 만든 그림자로 채워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주말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셨길 바랍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적인 주기로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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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8화 23.02.20 24 1 12쪽
151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7화 23.02.17 24 1 12쪽
150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6화 23.02.16 34 1 12쪽
149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5화 23.02.15 33 1 12쪽
148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24화 23.02.14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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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18화 23.02.06 35 1 12쪽
141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17화 23.02.03 35 1 12쪽
140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16화 23.02.02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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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3부 거짓, 진실, 그리고 현실_6화 23.01.17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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