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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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미엔
작품등록일 :
2022.05.11 23:10
최근연재일 :
2022.09.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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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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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별

DUMMY

7화



알렌은 다시 그 방으로 돌아왔다.

찾은자의 특별한 능력으로 도착한 바로 그 방에.


알렌을 가운데에 세워놓고 도망가지 못하게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군인들은 계속 알렌을 힐끔힐끔 보았다.

호기심으로 보는 눈이 반이었고, 째려보고 있는 눈이 반이었다.


알렌은 그 시선들의 이유를 알았다.

이전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경우의 찾는자가 바로 자신이니까.

그것도 해린드 가이니까.


알렌은 시선들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 시선들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했다.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는가.

도망칠 수 없다면 벽에서 어떻게 빨리 나올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떠한 가설을 세우더라도 그 가설은 정답이 아니었다.


알렌이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해린드 가문인 것을 들키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애초에 존재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끔찍한 일은 일어났고, 지금 벌어졌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제이스가 들어왔다.


"준비는 됐나?"

"네."


제이스에 물음에 군인들이 답했다.

하지만 제이스는 군인들에게 물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알렌을 빤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알렌도 제이스를 빤히 보다 답했다.

알렌의 답을 들은 제이스는 알렌과 군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까 출발한 곳은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인가?"


제이스가 알렌에게 물었다.

알렌은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거기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사람들 눈에 띠지 않을 겁니다."

"...그렇군."


알렌의 답을 들은 제이스는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오른팔을 들더니 오른손으로 원을 한바퀴 슥 돌렸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 푸른색 원이 그려졌고, 푸른색 벽에 솟아올랐다.


알렌은 이제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벽의 윗부분을 보았다.

그리고 제이스는 그런 알렌을 빤히 보았다.


'생각보다 높지는 않네.'


벽의 높이를 보던 알렌은 다시 고개를 내려 제이스를 보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 느꼈던 그 고통이 몰려왔다.


"윽."


짧게 신음한 알렌이 눈을 꾹 감았다.


억지로 몸과 정신을 분리하는 듯한, 영혼이 뽑혀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하지만 두번째 겪어보는 것이라 그런지 처음보다는 버틸만 했다.


'윽, 아...'


"하아..."


도착한 걸 느낀 알렌이 숨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알렌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았다.

자신이 대강 짚어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정확하네.'


알렌은 이렇게 생각하며 제이스를 보았다.

제이스는 여전히 알렌을 보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주실 겁니까?"


알렌이 물었다.

제이스는 알렌의 물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간을 가늠하더니 답했다.


"점호 전에 도착하는 것이 편할 테니 노을이 지기 전에 여기로 다시 와라. 도망칠 생각은..."


제이스가 손을 뻗어 알렌의 이마를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알렌은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느껴지는 건 없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감시용이다. 네가 뭘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다 알 수 있으니 허튼 짓은 하지 말아라. 이상한 걸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일 수도 있어. 시간 안에 다시 여기로 온다면 없애주마."


알렌이 손을 내리며 답했다.


"네."


그리고 몸을 돌려 서둘러 발을 옮겼다.


“저···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 군인이 알렌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제이스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제이스는 알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군인을 보았다.


“무엇을 묻고 싶은 거지?”


군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그.. 저 사람 이마에 하신 거 말입니다.. 모양이 감시하기 위해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걸 기억하는 건가?”


제이스가 물었다.

군인은 제이스가 알렌의 이마를 꾹 누른 후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푸른 문양을 떠올렸다.

저번에 한 번 봤던 것과 좀 다르게 생겼었다.


“아, 네.”

“맞아. 감시용은 아니지. 위치추적은 할 수 있어도.”

“그럼 왜..”

“거짓말을 했냐고?”


제이스가 고개를 돌려 알렌이 사라진 방향을 보았다.


“어차피 저 애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



알렌은 얼른 집으로 달려갔다.

집 앞에 도착하니 문이 닫혀있었다.

알렌은 이상함을 느끼며 문을 벌컥 열었다.


“레온! 아리엔!”

“형!”

“오빠!”


알렌이 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가자 동생들이 달려왔다.


“미안해.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알렌이 동생들을 안으며 물었지만 아이들을 그저 울기만 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니?”


그때 거실에서 델라가 걸어나왔다.

그 옆에는 다리오도 있었다.


“줄 게 있어서 왔는데 문은 부서져있질 않나, 애들은 방에서 울고 있지 않··· 어?”


다리오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하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동생들을 달래던 알렌은 델라와 다리오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너... 그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

알렌은 놀라지 않았다.


"아.. 좀 있다가 설명드릴게요."


델라와 다리오는 묻고 싶은 게 많아보였지만 레온과 아리엔이 너무 서럽게 울고 있어 한발 물러섰다.

일단 지금은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



잠시 후, 델라가 따뜻한 차를 내왔고, 레온은 그 차를 조심히 마셨다.

레온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했지만 아리엔은 아직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목에 그건 또 뭐고."


델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알렌은 아리엔을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며 델라를 보았다.


"어.. 저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건 표식 맞아요."

"찾는자?"


다리오가 놀라 말했다.


"네.."


알렌이 품에 안긴 아리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리엔은 그게 뭐냐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알렌을 보고 있었다.

아리엔은 표식과 찾는자에 대해서 자세히 몰랐다.

알렌의 집안은 찾는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을 뿐더러, 부모님이 아리엔이 많이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찾는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없었다.


“그럼 이번 성인식 때 너도 벽으로 들어가는 거니?”


델라가 물었다.

알렌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델라와 다리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알렌이 살고 있는 마을은 찾는자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왕국의 모든 사람들은 찾는자가 되는 걸, 마을에 찾는자가 나오는 걸 기뻐했으니까.


그걸 알기에 알렌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오빠, 벽으로 들어가?”


아리엔이 물었다.

그제야 델라와 다리오는 둘이 남을 레온과 아리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알렌이 들어가면 둘만 남는구나···”


델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찾는자를 반긴다 하더라도 어린애 둘만 살게 된다는 것까지 반기지는 않는다.


“형, 진짜 가? 가야 돼? 안 가면 안 돼? 응? 나랑 아리엔이랑 둘이 어떻게 살아. 형 가지 마.”


레온이 알렌의 팔을 잡고 매달렸다.

레온이 불안해하자 아리엔도 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알렌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가고 싶었지만 제이스한테 걸릴 게 뻔했다.


“···형도 가기 싫어. 근데 그럴 수가 없어.”


알렌이 창 밖을 힐끔 보았다.

해가 지며 하늘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형 이제 가야 돼.”

“어딜? 왜?”


알렌이 레온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학교. 미안. 형이 어떻게든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싫어. 안 돼. 형, 우리랑 도망가자. 응?”


‘형도 그러고 싶어. 너희랑 평생 같이 있고 싶어. 우리.. 도망갈까?’


알렌은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단호해야 했다.


“형 가야 해.”

“싫어.”


이번에는 아리엔이었다.

아리엔이 알렌을 꽉 안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싫어.”


알렌은 아리엔을 떼어내는 대신 꽉 안아주었다.


“미안, 미안해. 오빠 금방 올게. 학교에 있는 동안은 편지도 자주 할게. 그러니까 레온 오빠랑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싫어.”


알렌은 옷이 젖는 걸로 아리엔이 우는 걸 느끼며 레온을 보았다.


“아리엔 잘 챙기고 있어. 금방 올게. 델라 아주머니랑 다리오 아저씨가 도와주실 거야.”


알렌이 델라와 다리오를 보았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들은 너무 걱정마렴. 우리가 자주 들여다보고, 챙겨주마.”

“부탁드릴게요. 지원은 아마 3년 간 나올 거에요.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찾는자가 된 김에 찾은자까지 되어서 돌아와라.”

“네.”


알렌의 팔을 잡고 있던 레온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 성인식 전까지 와.”


레온은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응. 그 전에 올게. 진짜 빨리 올게.”


레온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남은 3년하고 6개월.

벽에 들어간 후부터 계산하면 3년.

왕에게로부터 약속받은 지원 기간도 3년.

알렌은 무조건 그 안에 나와야 했다.


“아리엔은 걱정 마. 내가 잘 챙길게.”


알렌은 미소지으며 레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 부탁할게.”


이제 남은 건 아리엔이었다.

달래지도 못한 채 학교로 갈 수는 없었다.

알렌은 아리엔을 떼어내었다.


“아리엔. 오빠 봐봐.”


아리엔이 고개를 들고 알렌을 보았다.


“오빠 금방 올게. 무조건 올게. 그러니까 레온 오빠 말 잘 듣고, 오빠 기다리고 있어.”

“싫어···”


아리엔의 말끝이 흐려졌다.

알렌이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아는 것 같았다.


“아리엔, 오빠 믿지?”


아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거짓말하는 거 봤어?”


아리엔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금방 올 거야. 레온 오빠 성인 되기 전에 무조건 올 거야. 그러니까 아리엔 울지 말고 오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아리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알렌이 아리엔을 꽉 안아주었다.


어느새 창 밖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가야했다.


“저.. 이제 가볼게요.”


알렌이 아리엔을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조심하거라. 동생들은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다리오가 알렌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다녀와라.”


델라가 알렌을 안아주며 말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알렌은 정말 마지막으로 동생들에게 인사했다.


“갔다올게. 건강히 잘 기다리고 있어.”

“응.”

“응.”


알렌은 활짝 웃어보이고는 간단히 짐을 싸고 집을 나섰다.


이제 한동안 오지 못할 집.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


점점 작아지는 집을 보며 알렌은 주먹을 꽉 쥐었다.


‘3년··· 아니, 2년. 무조건 그 안에 나온다.’


알렌은 2년 안에 집에 다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



“좀 늦었군.”


알렌을 기다리던 제이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알렌은 죄송하다고 했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제이스는 그런 알렌을 빤히 보다 손짓했다.

알렌은 제이스에게 다가갔고, 제이스는 이마에 새긴 것을 풀어주었다.


“그럼 가지.”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습니까?"


군인들이 없는 걸 본 알렌이 물었다.


"본인 일 하러 갔지. 너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아."


제이스는 납득하는 알렌을 보며 오른손을 들어 원을 그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푸른벽이 솟았고, 그들은 이동했다.


세번째라 그런지 알렌은 이제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고 그저 눈살을 찌푸리기만 했다.

고통은 이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신이 뽑히는 느낌은 익숙해질 수 없을 만큼 불쾌했기 때문이다.


“여긴···”


알렌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흙바닥으로 되어있는 넓은 공간.

그곳은 3층으로 된 건물에 둘러싸여 있었다.

대충 봐도 이 공간을 중심으로 넓게 지어진 것 같았다.


“뭐야?”

“어? 제이스 님 아니야?”

“그 옆은 누군데?”


그리고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순간이동하는 걸 느끼고 나오는 것 같았다.


제이스는 그 모습을 쭉 둘러보더니 마지막으로 알렌을 보며 말했다.


“학교에 온 걸 환영한다.”

“학교···”


알렌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학생들.

나이대가 다양한 그들 모두에게는 표식이 있었고,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찾는자들을 교육시키는 곳.

찾는자를 찾은자로 만들기 위한 곳.

찾은자가 되기 위해 찾는자들이 10년 간 머무르는 곳.

이제는 알렌이 단 6개월만에 모든 걸 익혀야 하는 곳.


알렌은 결국 학교에 도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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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좀 많이 이상한 22.09.15 18 0 15쪽
32 31화. 조금은 평화로운 22.09.12 15 0 15쪽
31 특별편. 찾은자들의 과거 22.09.08 18 0 13쪽
30 30화. 두번째 전말 22.09.05 19 0 15쪽
29 29화. 이해 22.09.01 19 0 15쪽
28 28화. 처리 22.08.29 22 0 15쪽
27 27화. 전말 22.08.25 17 0 15쪽
26 26화. 결전 22.08.22 21 0 15쪽
25 25화. 유력한 용의자 22.08.18 19 0 14쪽
24 24화. 쪽지 22.08.15 18 0 14쪽
23 23화. 믿는 사람 22.08.11 19 0 14쪽
22 22화. 속셈 22.08.08 19 0 14쪽
21 21화. 용의자 22.08.04 23 0 14쪽
20 20화. 반응 22.08.01 24 0 14쪽
19 19화. 무거운 사실 22.07.28 25 0 13쪽
18 18화. 불안 22.07.25 25 0 13쪽
17 17화. 첩자 +2 22.05.31 27 1 15쪽
16 16화. 표정 22.05.30 27 1 14쪽
15 15화. 도서관 22.05.27 28 0 14쪽
14 14화. 수업 +2 22.05.26 29 1 13쪽
13 13화. 첫만남 +2 22.05.25 33 1 15쪽
12 12화. 대련 22.05.24 32 0 14쪽
11 11화. 시선 22.05.23 33 1 15쪽
10 10화. 아침 점호 +2 22.05.20 38 2 14쪽
9 9화. 1725호 22.05.19 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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