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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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건빵
작품등록일 :
2022.05.12 08:47
최근연재일 :
2022.05.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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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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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7화




“화포의 이동이 있었나?”


“없었습니다.”


“분명한가?”


“예, 분명 없었습니다.”


경포성주 원보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명령을 내렸다.


“방패병들을 앞에 세우고 궁병들을 배치하게. 즉시 사격할 준비를 해두고.”


“알겠습니다!!”


부관이 다급한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원보는 성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언덕 너머로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 적병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원보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어림잡아 오천에서 육천.'


분명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한참 아래의 숫자였다.


부관의 말대로 이번에는 총 진군을 해올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오만은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적 진영에서 쏟아져나온것도 오만에 달했으니 거기까지는 얼추 예상이 맞았다.


그런데 정작 몰려오는건 육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멀찍이 진영을 치고 주둔할 뿐이었다.


숫자만으로 따지면 적군 육천대 아군 삼천으로 무려 두배 차이, 하지만 수성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리한 입장이었다.


부관이 달려와 고했다.


“적군이 우측 성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원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화포 공격으로 좌측 성벽이 약해져 걱정이 크지 않았던가. 적군이 우측으로 향해준다면 자신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적군의 방패병들이 언덕의 중간즈음 당도했을 때쯤 원보가 손을 번쩍들었다.


“준비하라!!”


그의 명령을 받은 부관들이 성벽을 뛰어다니며 병사들을 독촉했다. 궁병들이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팽팽하게 당겼다.


활대가 둥글게 말리면서 강한 탄력을 받아 파르르 진동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원보가 목에 핏대가 서리도록 소리쳤다.


"쏘아라!!"

"쏘아라!!"

"모조리 쏴 죽여라!!"


곧이어 궁병들이 시위를 놓았다. 둥글게 말렸던 활대가 퉁하고 뻗어올랐다. 일천에 달하는 화살들이 하늘 높이 쏘아져 올랐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방패병들을 넘어, 무방비로 노출된 적병들의 머리 위로 빗발치기 시작했다. 언덕의 가속을 얻은 화살의 위력은 일반적인 것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크얽!!"

"방패병!! 끄악!!"

"방패!! 방패 어딨어!!"


선두의 병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병사들을 밟고 또 다른 병사들이 전진했다.


원보는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소리쳤다.


"쏘아라!!"

"계속 쏘아라!!"

"손을 놀리지 마라!!"


화살들이 끊임없이 날아올랐다. 적군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원보는 순간적으로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이대로라면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적병들이 화살의 장맛비를 뚫고 성벽 앞까지 당도했다. 그들이 사다리를 놓기 시작했지만 원보는 당황하지 않았다.


저번 전투와는 달랐다. 충분히 막을수 있는 규모였다.


“사다리를 넘어뜨려라!!”

“기름을 부어!!”

“올라오는 적들을 베어라!!”


병사들이 사다리를 잡고 뒤로 넘겼다. 사다리가 넘어가자 위에 올라타 있던 병사들 역시 함께 추락했다.


그렇게 올라오는 족족 넘어뜨리니 적병들은 성벽 위에 발을 델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쉬워도 되나?’


뭔가 이상함을 느낀 원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 콰콰콰쾅!!


엄청난 굉음이 그의 귀를 강타했다. 얼마나 컸던지 귓가에 이명이 울리고 시야가 흔들렸다.


간신히 정신을 다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보였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라!! 칼을 들어!!”


병사들을 다독이는 와중에 부관이 다가왔다. 그런데 안색이 이상했다. 새하얗게 질려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서, 성벽이···!!”


원보는 불현듯 뒷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는 부관을 붙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무슨 일인지 똑바로 고하게!! 성벽이 어찌 되었다는 것인가!!”


“좌측 성벽이···붕괴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원보는 칼자루를 쥐고 좌축 성곽으로 뛰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과 고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


넘실거리는 불길과 솟구치는 연기, 무너진 성벽 사이로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원보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문득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있었다.


알싸하면서도 독한, 무언가 타는 듯한 그런 냄새.


원보는 냄새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챘다.


‘화약이다.’


원보는 칼자루를 꽈 쥐었다.


‘속았구나···!’


적군이 우측 성벽으로 몰린것은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일부러 주의를 끌기 위함이었다. 그런 뒤 좌측 성벽에 별동대를 보내 화약을 터뜨린 것이다.


원보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도 모르고 희망이니 뭐니하며 좋아하고 있었다니.’


이제와서 후회한들 소용 없었다. 이미 경포성의 견고했던 성벽은 무너졌고 적병들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숫자만으로 따지면 상대할만 했다. 적군은 어느새 4천으로 줄어 있었고 아군에게는 여전히 3천이 남아 있었으니.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앟다.


왜란으로 인해 수개월간 제대로 먹지 못한 아군 병사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기지 못할 싸움에 몸을 내던지고 있었으니 사기가 좋을 턱이 없었다.


그런 병사들이 명진공의 군대를 어찌 상대할수 있을까.


그의 예상대로 병사들은 삽시간에 밀려났고 적군은 성 내부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다 끝이었다.


‘전하께 호언장담을 했건만···’


고작 반나절을 버텼을 뿐이다.


비통함 뒤로 분노가 솟구쳤다.


원보는 이를 바득 갈았다. 시뻘개진 얼굴로 칼을 뽑아든 그는 노호성을 터뜨렸다.


“전군 나를 따르라!!”


그의 신형이 적병들 사이로 사라졌다.


수백년간 단 한번도 함락된적이 없다는 천하의 요충지, 경포성은 그렇게 허무하게 함락되었다.


고작 반나절 만이었다.



****



“대승입니다.”


부관이 승전보를 전해왔다.


“피해는?”


“사망자가 일천 남짓에 중상자가 육백여명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권 장군이었다. 화약을 달라기에 대충 예상은 했지만 설마 한쪽 성벽을 통째로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


“경포성주 원보는 전투 중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 역시 예상했던 바였다. 그토록 충성스러운 장수가 전장이 아니라면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겠는가.


“시신을 수습하여 정중하게 모시게.”


“알겠습니다.”


부관이 꾸벅 예를 취한 뒤 막사를 나갔다. 나는 홀로 남아 조용히 사색에 잠겼다.


남부와 중부, 그리고 경포성의 함락.


이제 남은건 한곳 뿐이다.


'수도 평원성.'


나는 술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는 입에 훅 털어넣었다. 첫맛은 씁쓸하고 뒷맛은 달달한 오주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여해, 기다려라. 오래 걸리지는 않을테니.’


그렇게 한두잔 더 걸친 뒤 살짝의 취가 올라왔을 때 침상에 들었다.


다음날, 해가 뜨기가 무섭게 곧장 수도 평원성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척후병의 보고에 따르면 평호강에 주둔중인 근왕군이 벌써 십오만에 달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북방의 국경을 지키던 경백의 군단이 남하를 시작했다는 보고도 들어왔다.


그 수가 오만이었으니 그들까지 합류하게되면 무려 이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은 시일을 지체할수가 없었다. 반드시 경백의 군단이 합류하기 전에 단판을 지어야 했다.


하지만 급한 마음과는 달리 진군 중에 여러번의 기습 공격을 받으면서 시일이 자꾸만 늦춰졌다. 이른바 군왕의 충신이라는 자들의 짓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상들을 억지로 끌어 모아 의병대를 형성했고 진군 경로 곳곳에 숨어 잊을만 하면 튀어나왔다.


그렇다고해서 큰 피해를 입었다던가 위협적이라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훈련조차 받지 못한, 병사라고 부를수도 없는 자들이었다.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마치 여름 날에 눈앞을 날아다니는 날파리 같은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귀찮기만 하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선두에서 공격을 받으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뒤의 후방군까지 줄줄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십만이 넘는 대군이다보니 자연히 진군 속도가 느려졌고 시일은 점점 지체되었다.


이대로라면 기존에 예상했던 사흘이라는 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나는 최후의 방법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토벌.


최대한 살생을 피하고 싶었다. 그들은 말햇듯 병사가 아니었다. 아무리 칼을 겨눈다지만 병사도 아닌 백성들을 베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쯤되니 나도 어쩔 도리가없었다.


일천기의 기마병으로 이루어진 별동대를 꾸렸다. 그리고 주변을 샅샅히 돌며 접근하는 무장세력을 모조리 토벌해버렸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아예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렇게 이어진 나흘간의 강행군.


드넓은 평야와 초원, 울창한 숲을 지나 마침내 거대한 강줄기에 다다랐다. 나는 그 앞에 서서 감탄을 내뱉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바다라고 착각할 만큼 넓은 강폭과 헤엄쳤다가는 그대로 휩쓸려 시체조차 찾지 못할 만큼 몰아치는 물살, 거기에 회색 빛깔의 강물까지.


원국을 관통하여 흐른다는 평호강이었다.


그 중앙에는 거대한 다리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언듯보면 다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이 다리는 원국의 건국왕이 자신의 즉위를 신격화하기 위해 건축한 것으로서 하늘과 왕도(王都)를 잇는다하여 천교(天橋)라 불렸다.


그런 원국의 상징과도 같은 천교를 타고 평호강을 건너가 왕도를 칠 생각을 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전에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평호강의 건너편.


푸른 평야 위에 끝도 없이 들어선 수천, 수만 채의 막사들.


“드디어 만났구나.”


여해의 근왕군이었다.


작가의말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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