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서사이-미소녀 천재 대마법사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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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귿(D)
작품등록일 :
2022.05.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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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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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중앙도서관탑

DUMMY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둥근 원형 탑을 올려 보자니 고개만 아프고 가슴은 답답했다. 카델 내에서 가장 볼품없는 건축물이라며 빈축을 사는 중앙도서관 탑의 높이는 성벽보다 훨씬 높았다. 성벽 밖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건물이 바로 중앙도서관 탑이었다.


주변의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아니었다면 더 볼썽사나웠을 이 건축물이 아현, 피아, 성천의 처벌이었다.


“여길 청소하라고?”


학부생에게 개방되지 않는 거대한 탑의 내부를 청소해야 한다니 믿기지 않았다.


“이걸 한 달이나 해야 된다는 거야? 미친 거 아냐? 괜히 자수 했나?”


불쌍한 중생 하나 구제하는 셈치고 설레발 친 게 살짝 후회됐다.


“고작 한 달 가지고 그래? 얘는 두 달이고, 난 세 달이야. 지금 누구 놀림?”


“아, 맞다! 그랬지? 그 얘기 들으니까 조금 위안이 된다. 반대 입장이었으면 엄청 서글플 뻔 했는데 다행이네.”


“와, 이 언니 인성 보소. 그 반대 입장인 사람 앞에서 그게 할 소리야?”


“농담이야. 농담. 언니 먼저 끝나도 우리 피아 끝날 때까지 최대한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마.”


“오오, 감동! 그런데 내가 청소할 땐 언니 수업 중 아닐까?”


“맞아. 그래서 하는 소리야. 히히히.”


피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차마 휘두르지 못하고 분을 삭여야 했다.


“아현! 아현!”


멀리 익숙한 목소리가 아현을 부르고 있었다. 타미였다. 반가운 마음에 아현은 대답 대신 크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정말 잘 어울려! 청소 잘 부탁해. 시간 남으면 내 방도 부탁할게요.”


“응. 걱정 마.”


아현은 활짝 웃으며 들고 있던 청소도구를 집어 던졌다.


“네 년 영혼도 같이 치워줄게.”


타미는 아현이 좇아오는 것을 보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았다.


꺄아악!


타미의 비명은 짧고 굵었다. 아현은 잠시 후 손을 탁탁 털며 돌아왔다.


“삼도천(三途川-불교에서 말하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강)까지 배웅해주고 왔어.”


“쟤 요즘 부쩍 과격해지는 것 같지 않냐?”


“공감. 그러니까 너도 입 조심해. 언니 마법이면 너 같은 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어.”


“다 들린다. 타미 따라서 삼도천 건너고 싶으면 말만 해.”


피아와 성천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강한 부정을 피력했다.


“아침부터 여전히 사이가 좋으시군요. 보기 좋습니다.”


바기라였다.


‘보기 좋다뇨? 아저씬 안 보이잖아요.’


아현은 반가움에 농담을 더할까 싶었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속으로 삼켰다.


“아! 눈도 안 보이는 사람이 쓰기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군요. 지금 보기 좋다는 말은, 상태를 표현한 거랍니다. 하하하.”


“콜록, 콜록.”


놀란 아현이 기침을 뱉었다.


‘뭐야? 코만 개 코가 아니라 독심술도 하는 거야?’


“괜찮아? 감기야?”


“아냐··· 갑자기 사래 들렸어. 이제 괜찮아. 크흠. 크흠.”


헛기침 몇 번으로 기침을 삼킨 아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정리했다.


“근데 아저씨는 여기 웬일이세요?”


“여러분이 중앙도서관 탑 청소를 하신다기에 안내도 할 겸 왔습니다. 물론 저도 이곳에 볼일이 있고요.”


“정말요? 우리끼리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잘 됐네요. 얼른 앞장서시죠.”


“하하하. 그럴까요? 부디 그 기운이 탑 안에서도 이어졌으면 좋겠군요. 하하하.”


바기라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앞장섰다.


* * *


‘그만 봐라. 닳겠다.’


다른 친구였으면 가볍게 던질 농담이었지만 상대는 샤이르였다. 칼리는 입이 근질거려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샤이르의 시선은 아까부터 중앙도서관 탑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아현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뒤로 그의 시선은 대부분 아현을 향했다.


“오래 기다렸다. 내 새끼들아!”


서늘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우렁찬 외침, 힘이 넘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리암이었다. 얀느와 칼리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 이 자식들, 내가 그렇게 반갑더냐? 표정이 꾸밈없구나! 하하하.”


활달 근육덩어리 리암은 얀느와 칼리의 실망을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로 눌러버렸다.


“교수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좋은 질문이다! 너희들만 너무 과한 처분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마침 학장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함께 짐을 지고자 왔다. 어떠냐? 감동이지?”


‘학장님 미워요.’


모든 일에 열정이 넘치는 리암이 함께 하면 일이 몇 배는 늘어날 게 뻔했다. 진정한 처벌은 봉사나 외출금지 같은 게 아니라 리암이었다.


“저희가 할 일은 뭐죠?”


여전히 아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샤이르에게서 안타까운 눈빛을 거두며 루리아가 물었다.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함께 짐을 진다고. 우리가 할 일은 말 그대로 짐을 나르는 것이다.”


“짐이요? 어디로 날라요?”


리암은 대답 대신 활짝 웃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 해맑게 웃는 게 불안했다.


‘불안하게 왜 바로 대답을 안 해주는 거야? 도대체 어디로 뭔 짐을 나른다고······.’


얀느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길게 뻗은 거대한 성벽, 아득히 높은 성벽 위로 이어진 계단,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창고, 그리고 리암······. 창고와 성벽 위를 번갈아 쳐다보던 얀느의 놀란 눈이 리암과 마주쳤다.


“크하하하. 벌 받으면서 체력을 단련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라. 하하하.”


얀느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싶었다.


* * *


끝이 보이지 않는 나선계단이 어지럽게 돌고 돌았다. 그간 체력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도 끝없는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는 건 곤욕이었다.


“헉헉··· 여기 도서관이라며? 무슨 도서관이 이래?”


탑 내부는 넓은 원통이었다. 원통의 내벽을 따라 꼭대기로 이어진 계단 외에 어떤 것도 없었다. 빛이 들어오는 창문도, 도서관으로 통하는 문도 없었다. 오로지 벽돌로 된 계단뿐이었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이 도서관이 아니라 구조가 조금 이상하죠? 그래도 꼭대기에 도서관이 있긴 합니다.”


“꼭대기까지 가야 되는 건가요? 거기부터 청소해요?”


“목적이 도서관이 아니었으면 뭐였는데요?”


바기라의 한 마디에 상반된 질문이 되돌아왔다. 계단 오르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피아와 달리 아현은 한 달 동안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청소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선 아현 학생 질문에 대답 드리자면··· 반만 맞습니다. 꼭대기까지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거기부터 청소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내려진 처벌은 중앙도서관 청소이지, 탑 청소가 아니니까요.”


“네? 그럼 매일 이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건가요?”


바기라는 대답 대신 빙그레 미소로 답했다.


“하아··· 잘못 걸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샤이르 쪽에 붙었어야 되는데······.”


“하하하. 당연히 그쪽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곳이 더 나을 것 같군요. 그리고 피아 학생의 질문에는 온전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왜요?”


“탑이 세워진 목적은 카델의 교수님들만 알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학생에겐 밝힐 수 없답니다. 다만 후에 도서관이 탑의 꼭대기에 있는 이유는 설명 드릴 수 있죠.”


“쳇, 괜히 기대했네요. 그럼 도서관이 꼭대기에 있는 이유는 뭐예요?”


“그건 직접 보시는 게 설명이 쉬우니 올라가서 설명 드리도록 하죠.”


아현의 귀엔 두 사람의 대화가 온전히 들어오지 않았다. 무려 한 달, 30일 동안 횃불 몇 개로 간신히 어둠을 밝히고 있는 끔찍한 계단 지옥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멘붕이 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네 사람의 걸음은 끝내 탑의 꼭대기에 닿았다. 계단의 끝엔 거대한 나무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중앙도서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바기라의 손짓을 따라 문으로 향하던 아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어?”


“왜 그래?”


“아, 아냐. 들어가자.”


아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장선 피아의 뒤를 따랐다. 문앞에 선 피아는 굳게 닫힌 문을 힘있게 밀었다. 거대한 크기와 달리 문은 미끄러지듯 쉽게 열렸다. 문이 열리자 강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세 사람은 고개를 돌리고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어느 정도 눈이 빛에 익숙해진 뒤에야 도서관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은 온통 투명한 유리로 덮여있었다. 세 사람을 놀라게 한 빛의 정체였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 덕에 도서관 내부는 바깥과 다르지 않게 밝았다.


책들이 빼곡히 꽂힌 책장의 수는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였고, 그 형태와 크기도 전부 제각각이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도서관은 원형으로 되어있습니다. 탑을 빙 두르고 있는 형태지요. 소장된 도서의 수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매년 추가되다 보니 관리 담당 교수님 외엔 알기 어렵지요.”


“그런데 왜 천장이 유리인 거죠? 책에 안 좋지 않아요?”


“중앙도서관 특성상 촛불을 포함한 어떤 불도 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천장을 유리로 만들고 낮에만 이용하도록 했죠. 직사광선은 물론 책에 매우 안 좋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냈죠. 아현 학생은 혹시 변화를 느끼지 않았나요?”


아현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처음엔 착각인줄 알았어요. 이런 건 처음이라··· 그런데 도서관 안에 들어오니 착각이 아닌 걸 알겠더라고요. 이곳에 마나가 너무 많아요. 마치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에요. 주변이 온통 마나로 가득 차있어요.”


“느끼신 대로입니다. 이유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곳의 대기 중 마나 농도는 바깥의 10배가 넘습니다.”


“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정석이 없는 한 마법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를 순간적으로 끌어와 사용한다. 마나 농도가 10배라는 건 (단순 수식으로)기존에 운용할 수 있는 마법의 10배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도서관엔 모종의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책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입니다. 햇빛이나 산소 등으로부터 책을 보호하죠. 문제는 그 마법엔 엄청난 양의 마나가 필요합니다. 그게 도서관이 이곳에 있는 이유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여 있는 곳, 그 말은 달리 표현하면 세상의 모든 책이 있는 곳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과거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책을 원형 그대로 보존될 수 있기에 가능했다.


“청소를 하시다 보면 아시겠지만, 지금 보시는 건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봉사 기간이 끝날 때까지 도서관을 전부 청소하시는 건 무리가 있을 겁니다.”


“에휴··· 죽으나 사나 매일 이곳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말이네요.”


지금도 죽을 것처럼 힘든데 하루 종일 청소하고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했다.


“그래도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나요?”


“저 책 안 좋아해요.”


수업은 공부니까,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해온 게 공부였으니까 할 수 있었다. 해야만 하기에 했고, 할 수밖에 없어서 했다. 그뿐이었다. 그러나 책은 좋아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잠이 왔다.


“아뇨. 마나를 말한 겁니다. 아현 학생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게 마나에 대한 적응력 아닌가요? 저도 어깨로 너머로 들은 지식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대기 중에 있는 마나를 효율적으로 끌어오는 적응력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줄 압니다.”


바기라의 말은 정확했다. 마나 컨트롤은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적응력은 달랐다. 오랜 훈련으로 폐활량과 근육을 늘리는 것처럼 재능이나 우연의 산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마나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고 내보내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체내에 축적되는 마나의 양은 점차 늘어난다. 체력에 따라 운동량이 결정되듯 체내에 축적된 마나의 양이 마법 지속시간과 사용 횟수를 결정한다.


“제가 간섭할 문제는 아니지만, 하루 종일 청소만 하는 건 아니니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현 학생과 성천 학생에게 말입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었지만, 바기라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바기라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실로 엄청난 기회이자 행운이었다.


“그럼 저는요?”


피아가 발끈하고 나섰다.


“피아 학생은··· 책?”


아현과 달리 교재도 제대로 보지 않는 피아였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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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1. 전후(戰後) 사정(5) 23.04.17 22 0 12쪽
101 #100. 전후(戰後) 사정(4) 23.04.16 13 0 14쪽
100 #99. 전후(戰後) 사정(3) 23.04.15 15 0 15쪽
99 #98. 전후(戰後) 사정(2) 23.04.14 14 0 14쪽
98 #97. 전후(戰後) 사정(1) 23.04.13 14 0 16쪽
97 #96. 카델 침공(29) 23.04.12 18 0 16쪽
96 #95. 카델 침공(28) 23.04.11 14 0 14쪽
95 #94. 카델 침공(27) 23.04.10 15 0 12쪽
94 #93. 카델 침공(26) 23.04.09 15 0 14쪽
93 #92. 카델 침공(25) 23.04.08 16 0 14쪽
92 #91. 카델 침공(24) 23.04.07 14 0 13쪽
91 #90. 카델 침공(23) 23.04.06 13 0 14쪽
90 #89. 카델 침공(22) 23.04.05 24 0 12쪽
89 #88. 카델 침공(21) 23.04.04 15 0 11쪽
88 #87. 카델 침공(20) 23.04.03 14 0 14쪽
87 #86. 카델 침공(19) 23.04.02 15 0 11쪽
86 #85. 카델 침공(18) 23.04.01 15 0 13쪽
85 #84. 카델 침공(17) 23.03.31 15 0 13쪽
84 #83. 카델 침공(16) 23.03.30 15 0 12쪽
83 #82. 카델 침공(15) 23.03.29 16 0 16쪽
82 #81. 카델 침공(14) 23.03.28 15 0 14쪽
81 #80. 카델 침공(13) 23.03.27 15 0 11쪽
80 #79. 카델 침공(12) 23.03.26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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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 카델 침공(8) 23.03.22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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