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묵은 귀신의 말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티격태격하는 석환이와 제천이
사이에서 난 어쩔 수 없이
석환이를 뭐라 한 뒤 복어마냥
부풀은 제천이를 달래어 술잔을
겨우 기울였다. 오랜만에 넘어
가는 술이 한방 먹인 뒤라 그런지
금세 목젖을 치고 재빠르게
사라지니 기가 막혀 26살의
유정이를 자연스레 꺼냈다.
“ 달구나~ 그 밉상 면전을 후려
갈긴 것 마냥 시원하기까지 캬아~ "
“ 어찌 제가 모르는 이야기만
하시니 소인이 여기 있어야 할지
말지 망설여 집니다. "
“ 내 자네에게 숨길 게 뭐 있겠나.
이번에 흉한 일이 하나 있었지.
혹여 그대는 서림의 장가를
아는가? "
“ 장가라 하면 그 키는 5척 될까
말까 한 거무튀튀한 얼굴의 촌부
같은 이를 말함인지요? "
“ 유정~ 연향이의 묘사가 가히
화공 수준이네. 입이 붓처럼
활개를 치니 큭큭 어찌 그리 그림
그리듯 장가를 얘기 하는가? "
“ 후후 기방에서 장가를 모르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지요. "
“ 아하~ ”
연향이에게 어찌 아냐고 물어
보려는데 제천이가 옆에서
알겠다는 투의 혼잣말을 하는
동시에 석환이도 무릎을 탁
쳤다.
“ 석환사제는 그렇다치고 제천
사제는 뭘 알고? ”
“ 장의도 참 여긴 다른 곳도
아닌 기방입니다. 서림의 장가가
기방의 여인네들을 안다는 건
딱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그 문제 의 서책 "
순간 난 얼굴이 달아올랐다.
제천이가 말하는 건 그 유명
하다는 춘화쟁이의 화첩주인들이
여기 기생들이란 소리.
장가가 그이에게 소개를 해 주어
그 이를 허락한 기생들을 모델로
삼아 그렸을 거란 추측이 나왔다.
“ 쯧쯧, 우리 장의는 언제쯤
숫기가 생길는지. 어떻게 연향이
내 하나만 묻지. 자네라면 숫기가
없는 사내가 좋은가 있는 사내가
좋은가? "
“ 야~ 석환 그 입 좀 다물어.
벌써 술이 넘쳤나? ”
“ 후후 장의께서 어쩜 이리도
부끄러워 하시기는 여기가
어디인지 잊으셨습니까?
이 정도 농쯤은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 것을요. 그리고
석환도련님께서 절 일부러
욕보이시려 물으신 것도
아닌 것을 아유~ 이리 순진
하셔서 어찌 정인과 다음을
기약하시겠습니까.
혹여, 손도 잡아 보지 못하신
것은 아니시지요? "
연향은 석환이 묻는 말에 답하기
전 얼굴이 홍당무가 된 내가
재미있는 지 장난스러운 물음을
던졌다. 근데
‘ 내가 정인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나? ’
연향이에게 빚을 받으러 온
첫날엔 신성군이 널부러지는
바람에 허탕을 쳤고 신성군이
사라졌다기에 들른 날도 홍루가
시끄러워 오래 말을 나누지도
못했다. 예전의 유정이었다면
한 병에 고꾸라졌겠지만
좀 혀가 꼬부라졌어도 걸음
걸이까지 꼬불거리진 않았다.
“ 내게 정인이 있다는 걸
어찌 알았나? ”
“ 후후, 소문은 어떻게든
날개를 단다고 하지요. 성균관
그 높은 담벼락을 쉬이도 넘어
제 귀에까지 들어 온 것을 보면
말입니다. "
‘ 하여간에 성필이 이 자식이
문제야. ’
“ 연향이 아직 내 물음엔 답을
하지 않았어. ”
“ 도련님도 참~
숫기 없는 이는 가르치는 맛이
있어 좋고,
숫기가 있는 이는 넘어가는
맛이 있어 좋은 것을 다름이
있어 둘 다 나쁘지는 않지요. "
푸----흡~!
“ 여인네들은 이래서 문제야.
기면 긴 것이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니 어디에다
장난을 맞추란 것인지. "
“ 연향이나 석환이 둘 다
그만하게. 그것보다 저번
홍루를 나섰다가 사라졌던
이가 다행히 댁으로 무사
귀환하였다 하네. 괜시리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홍루의 들어서는 물품들을
취급하는 상인들까지 죄다
골머리를 앓았더군. "
“ 아니 그러해도 도련님께서는
알고 계신지 싶어 쪽서라도
보내려 했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던 중
갑자기 제천이 눈치를 보는 듯
말을 꺼내지 못하기에 아무래도
월아가 말한 자가 다녀갔음을
알리려는 눈치다.
“ 괜찮네. 자세히는 아니나
대충 내게 들어 알고 있는
상황이니. "
“ 아~ 그것이 저번 도련님께서
말씀하셨던 사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얼굴에
흉터가 나 있는 이가 이틀 전
홍루에 다녀 갔습니다. "
“ 혹여 안면이 있던 자던가? ”
“ 그리 인상이 깊은 이였다면
도련님께 들었을 시 바로 답을
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면을
익히는 데 다른 이들보다
빠르니. "
“ 흐음... ”
“ 유정, 월아가 그저 조심하라
고만 일렀지. 자세한 것은 말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단순히
연향이와 초이를 구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겠는가. "
“ 글쎄. 고작 분풀이하자고
벼른다라 쫌생이도 아니고. ”
“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했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혹여 그 자가 혼자 온 것이
었나? "
침착하게 제천이가 물은 것에
연향이가 조심스레 답을 하였다.
“ 이거 참. ”
연향이는 다른 손님의 호출로
인해 나간 뒤 괜시리 찝찝해진
기분을 술 한 잔을 털어 내렸다.
이왕 십년 체증을 내린 기념으로
온 것인데 그냥 오늘 일만 생각
하기로 하고 한잔, 두잔 걸쳤다.
허나 제천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 석환상유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누군가가 자신을
보았다면 그 자 주변부터
심상치가 않을 텐데 대담하게
희롱하던 이 앞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
“ 제천상유 미간에 주름이
패이겠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을 말자고. "
“ 제천, 그 날 나와 석환,
기생들조차 그 자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어. "
“ 그럼 더 이상하지요.
굳이 그 자리에 없었던 이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게 뭔가
있는 것도 같은 데 "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제천이다.
그러나 아직은 월아의 존재를
까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석환이는 미미하게나마 월아의
기척을 느끼는 통에 알지만
제천이는 몇 번이고 월아가 곁에
와도 무반응이었다. 만약 얘기
한다 해도 아마
“ 장의께서 신 내림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 으.... ’
그런 재미없는 상상은
사절이다. 여하튼 지금은 가볍게
넘기고 동재로 돌아가 월아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나을 듯 싶어 제천이의 잔에
넘치도록 붓고 또 부었다.
물론 꽐라가 되지 않겠다던
녀석은 이번에도 석환이의
등짝에 실려 방에 내팽겨졌지만.
“ 아니 네가 먹여 놓고 뒤치다
꺼리는 어째 내게 넘기는 것이야? "
“ 네가 나보다 한 덩치 하잖아.
나는 방으로 가 월아를 불러 볼까
하는데 어떻게 콜? "
“ 코올? ”
“ 아~ 됐고 건너오려거든 그
뭐냐 애착베게 까먹지 말고
들고 와~! "
“ 조용히 좀 해~ ”
“ 부끄러운 줄은 아냐? ”
짜증을 부리며 냅다 방으로
들어가는 녀석을 뒤로 하고
난 우선 방문을 열어 월아가
있는 지를 확인 했다. 공기가
조용한 것이 없는 듯 해
“ 이 기집애는 어떻게 찾을
수가 없네. 귀신들은 뭐
자신만의 길이라도 있는 건가. "
『 왜? 』
“ 깜짝이야. 진짜 안 되냐.
헛기침으로라도 존재를 알리는
거 말이야. 이 무슨 깜짝깜짝
놀래키는 게 재밌냐? "
근데 답이 없고 먼 산을 보는 게
어이가 없다.
‘ 하~ 이것 봐라? 여태 그럼 우릴
가지고 놀았단 거야? 이 녀석이
진짜~ '
『 무슨 일인데 날 찾아? 』
“ 우선 방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
계속 서 있기도 뭐해 주변을
살핀 뒤 서둘러 들어갔다.
『 거참 육신과 혼이 따로 노니
별 구경도 하는군. 』
“ 야이~ 좀 이따 들어 올 것이지. ”
『 볼 것도 없는 것을 무슨. 』
“ 그래그래. 이 사내 저 사내
기웃거렸을 테니 이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겠지. 그치만
내가 뒤집어 쓴 껍데기에 대한
예의는 좀 지켜주면 좋겠네. "
『 뭣 때문에 날 부른 거야? 』
사람 말을 무시하는 건 200년
내공에서 우러난 건지 이내 포기
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 그러니까 귀신의 감으로 넘겨
짚은 것은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저번에 너에게 정보를 넘겼던
그처럼 실종됐다던 이가 나중에
멀쩡히 나타나선 우리 애간장만
녹이다 가셨어. "
『 어찌되었든 말하지 않았으면
찾지도 않았겠지. 주변에 안 좋은
이들이 꼬이는 게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네 말대로 200년이나
넘게 이승에 머물러서 생긴
감일지도. 암튼 느낌이 좋지
않았어. 』
“ 그녀들을 희롱한 것은 아니니
그저 지나가던 이 일수도 있잖아.
네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거
아니야? "
『 그런 정도라면 』
“ 장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어서 들어오게나. ”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석환이를
보자마자
『 아니 그건 뭐야? 여름도
아니거늘 왠 죽부인?? 』
그도 그럴 것이 잠들기 전 옷
차림새에 죽부인은 좀 너무 갔고
약간 긴 베개를 안고 들어오는
모양새가 애착베게를 들고
온 다 큰 애기 같았다. 월아는
그런 모습을 보자마자 몇 번이고
석환이를 훑어보다 녀석의 주변을
한 바퀴를 돌더니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찬다.
“ 월아, 아무리 안 보인다지만
적당히 좀 하지. ”
“ 월아도 함께인가? ”
“ 어. 네 꼴을 보자마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네. ”
“ 내 모습이 어디가 어때서? ”
“ 딱~ 초딩 수준. 내 사촌동생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엇보다
사촌동생 나이는 그래도 7살인데
넌 쫌 그렇다. 이런 걸 이혁상유와
성필상유가 매일 본다 생각하니
그들이 참~ 특히 성필상유 그
촉새가 떠들지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 "
녀석의 패션에 과감히 팩트를
날려가며 낙하시키니 삐죽거리며
자신의 센스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려고 하자 월아가 그걸 막는 듯
잽싸게 말을 가로채 이어갔다.
『 방해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
“ 웬 재수 없는 변태한테 걸려서는
아 진짜~~ ”
“ 별 것도 아니구만. 월아 이번에도
잘못 짚은 듯해. ”
“ 석환아 광증(狂症)에는 약도 없다.
이 인간이 자기 취미생활을 방해
받은 것에 앙심을 품었다면 멀쩡한
이 보다 몇 배로 집착할 테니
이번에도 "
“ 왜 또 똥 밟았다 하려고? ”
“ 그래~ 신성군 일 보다는야 덜
하겠지만 ”
“ 그러기에 그냥 지나가자는 것을
구태여 끼어들어선 찝찝한 일만
만드나. "
“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희롱하는
건 아니지. 아무리 기루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사람인 것을. "
『 신분제도에 있어서 천민으로
태어나 사람 취급 받는 이가 몇이나
될꼬. 』
“ 월아, 그것 말고 딱히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이 있을까? "
『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어린
여자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어. 』
“ 초이~! ”
“ 왜? 초이라니? ”
“ 아 진짜 로리타콤플렉스도
아니고 이거 완전 돌아이 싸이코
아니야? "
“ 로 로 뭐? 유정 그건 무슨
말인가? ”
“ 아~ 그런 것이 있어. 그 보다
그 미친 놈이 초이에게 시선을
찐하게 두었다고는 하니까 아~
진짜 열 받네~ "
“ 노쇠한 암탉보다 유순하고
부드러운 영계가 먹기 좋은
법이니. "
“ 야 이석환. ”
『 틀린 말은 아니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내들의 속이 시커먼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인 것을. 』
“ 고작 초이를 못 건드려서
그랬다고 하기엔 부족해. ”
“ 그 자가 초이를 노렸단 말이야? ”
“ 월아의 말에 따르면 ”
『 그저 단순히 먹잇감을
놓친 것에 대한 분풀이로
끝나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혹여 모를 일이니. 』
그렇게 월아는 자신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라는 듯 스르륵 사라졌다.
“ 귀신들은 편하겠다. 굳히 문을
나서지 않아도 뽕 하고 사라질 수
있으니. "
“ 월아가 갔나? ”
“ 어. 단순한 일일 수도 있으나
혹여 모를 일이니 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물론 너와
있다면 칼빵은 맞지 않겠지만
흠... 조만간 이번엔 연향이
아닌 초이를 한번 만나야
할까봐. "
“ 뭐 신성군 때 일처럼 좀 심심
하게 넘어가면 좋겠지만 너에
말대로 미리 염두 해 두는 것도
좋지. 우선은 날이 깊었으니
눈 좀 붙이도록 하세. "
그렇게 옆으로 누워 베게를
끌어안는 석환이를 다시 혀를
차며 바라본 난 복잡한 머리의
불을 끄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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