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흔적이 사라지니 탄탄대로구나.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따지고 싶은 씰룩거리는 코도,
화가 나는 걸 꿈 참으며
삐죽이는 입도 하나같이 너무너무
귀여워 죽겠다. 허나 이를 바로
드러내면 아무래도 소아가
무안해 할 테니 난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답을 했다.
“ 머리를 올려... ”
“ 싫습니다~!! ”
말도 끝나기 전에 빼액하고
소리치는 소아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그러니 달래주어야 할 테지.
“ 머리를 올려주지 않았습니다.
제 손으로 머리를 올려드려야
할 분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
그렇게 댕댕이 미소를 얼굴 가득
올리고 눈을 반달로 접으며 살포시
안아주니 속상해 하던 얼굴이
홍조를 띄며 살풋 뒤로 물러섰다.
“ 혼인도 하지 않았는데. ”
“ 정인의 눈물을 보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내는 거짓이지요. 울지 마세요.
제가 무엇이라고 이리 눈물을
보이십니까. "
“ 저는... 저는... ”
“ 불안하게 해 드려 미안합니다.
기생아이를 이용해 낭자를 괴롭힌
옹주마마를 혼내 주려한 것이니
내 사람을 힘들게 한 이는
주상전하라 하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리
눈물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천 갈래로 나뉘는
고통인 것을요. "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한
능구렁이 26살 유정이다. 여자들은
멘트 하나에도 마음이 얼었다
녹았다 하니 현대에는 진부해도
조선에는 먹히리라. 특히나 어릴
적부터 짝사랑하던 유정의
말이니
“ 제가 아버님을 다시금 설득해
보겠습니다. "
“ 아닙니다. 그러면 대감께서 더
역정을 내실 테지요. 아직 혼담만
오갔을 뿐이라 더더욱. 그러니 제게
맡겨주시지요. 제갈량도 세 번째
찾아 간 유비를 막지 못하였다
하지 않습니까. 저 또한 그리
해볼 터이니 너무 심려마세요. "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편해져 웃는 소아다.
아이돌 뺨치는 외모에 애교,
내가 남자라면 졸졸 쫓아
다니고도 남겠는데 이런 애를
두고 마음을 모르겠다고 한
유정이를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어찌되었든 소아가 오래 나와
있으면 괜시리 역정 낼 건덕지
만 늘어나니 얼른 돌려보낸 후
나 역시 집으로 돌아와 계획을
수정했다.
* 사성의 집무실
탕----!!
탁자를 내리치는 사성영감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밉상에게
소리쳤다.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해 보게~!! "
조반을 들기 무섭게 학당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으려니 사성영감이 급히
부른다는 말에 어제 동재와
서재 녀석들 사이에 다툼을
문제 삼으려 부르시나 싶어
속으로 옳거니 외치며 모른 척
집무실로 향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했던
서재장의는 보이지 않고
밉상만이 안절 부절 한
모양새에 의아한 난 사성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치는
사성영감의 낯선 모습에 잠시
쫄았다가 조심조심 입을 떼었다.
“ 의견에 다름이 있어 말이
오고가다 조금 격해져 그런
것이니 우선 노여움을 푸시지요. "
“ 자네는 알고 있었는가? ”
“ 무슨... ”
“ 어제의 다툼의 연유가 무엇인지
말일세. "
‘ 당연히... ’
알고 있다 내가 녀석들을 불붙게
한 장본인이니.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해 억울한 표정을 살짝 비췄을
뿐 인데 곧장 불이 붙은 성필이
앞뒤 재지 않고 서재를 향했다.
‘ 불의에 맞서는 성필이 캬~
욕도 찰지게 하고 아주 멋있었지.
상남자가 따로 없었다니까
큭큭. '
어제 다툼의 연유를 가지고 이리
화가 난 것은 아닐 것이다. 고작
조금 다퉜기로서니 짜증은 날 진
몰라도 꼭지를 틀진 않는다. 이는
엊그제 궁에서 호출하여 들어갔다
무슨 말을 들은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싸운 당사자와
서재장의가 아닌 나와 밉상을
부른 것만 해도 확실하니.
‘ 중종이 옹주한테 시달렸구만.
열 받아서 대사성이랑 사성 불러
들여 잔소리 했을 테고. 쯧쯧 '
성균관 내 흉흉한 소문이야 가볍게
훈계하면 되는 것이나 그 소문이
살을 더해 궁으로 들어가 주상전하의
귀에까지 전달되어 돌아왔으니 화
안 나는 게 이상할 것이다.
게다가 이를 두고 동재와 서재
유생들 간 다툼까지 일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한 차례 혼이
난 밉상이 또 일을 저질러 더욱
더 불이 붙은 상황. 대충 짐작한
난 짐짓 태연한 척 다시 한 번
더 사성영감을 달랜 뒤
“ 영감, 우선 사제에게 연유를
들어보심이 어떠실 런지요. "
암만 사성 앞이라도 화가 날
법도 한 데 오히려 침착하게
대처하는 나의 모습에 사성은
그제야 짐짓 목소리를 가다
듬어 밉상에게 연유를 물었다.
“ 어찌하여 근거도 없는 헛소문을
궁에다 옮긴 것인가? "
“ 그... 그것이... 우연히 그러니까. ”
“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
“ 고모님께 안부를 전하려다 그만 ”
“ 이..이~!! ”
이러다 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아
사성영감을 부축하여 자리에
앉혀드린 뒤 내가 나섰다.
“ 내게 감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네. 허나 이번 일은
앞 번과 달리 결코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내게 서운해도 그렇지. "
“ 홍루의 기생아이를 몇 번이나
만나시지 않았습니까 "
“ 무슨 연유인지는 알고 있나? ”
“ 기루에 드나드는 것에 다른
연유가 있을 수 있습니까? "
“ 이 사람. 생각하는 거 하곤.
자네 내가 그 아이와 연정
이라도 품는 건을 보았는가? "
“ 그건... ”
“ 아니 그럼 직접 목격한 이라도
찾았나? "
“ 그것이... ”
“ 허허... 큰일 낼 사람일세.
그 어떤 증좌도 증인도 없는
마당에 그런 헛소문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관내에 퍼트리
다니. "
“ 아닙니다. 처음부터 제가 소문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퍼져있는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홍루로 몇 번 나간 것이 다입니다. "
홍루에 드나든 것이야 연향에게서
확실히 전해 들었고, 초이를 찾은
일도 확인했다. 물론 초이를 만나
진 못했다. 거짓을 말하지 못
하는 초이의 성격상 밉상에게
괜히 의문만 들게 할 것이라
오히려 숨겨서 궁금증을 만들어
확신에 들게 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서림에 장가가 살을
잘도 붙여서 옹주의 귀에도 들어
문소전이 화르륵 탄 것도
모자라 군왕의 귀에까지 들어
이리 성균관에 불똥이 튄 것이다.
‘ 넌 이제 뒤졌어~ 게임 끝~
아웃이다 요놈아~! '
난 쾌재를 부르기에 앞서 좀 더
녀석을 괴롭혀 줄 심사로 속을 북북
긁었다.
“ 서재장의께서는 아니 오시는가.
어찌 사제의 일에 이리 무심하실
꼬. "
“ 장.. 장의는 이 일과 무관
합니다. “
“ 그런 문제가 아니야. 자칫
서재로도 불똥이 튈 것이니
장의로서 처결을 부탁드려야
하니 말이지. "
“ 저 혼자 한 일에 왜 자꾸
서재까지 들먹이십니까~! 이제
보니 동재장의께서 일부러~! "
“ 그만~!!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할
사람을 몰아세우다니 내 눈이
오래 되었군. 이런 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하아... "
사성영감 흰머리가 또 늘겠다.
그래도 내가 살고 볼 일이니
이쯤에서 쐐기를 박는 것이 좋을
듯 하여 나긋이 말을 붙였다.
“ 구중궁궐에 소문 하나 도는
것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지
않습니까. 소문에 근거가
없다면 굳이 벌하실 필요까지
있을까요. "
“ 전하께서 근거도 없는 소문을
궁내로 퍼트린 것에 굉장히
언짢아하셨네. 여인도 아닌
사내 입에서 쯧쯧. 그리고 내
자네에게도 묻겠네. 홍루에 그
기생 아이와는 어찌 된 사이
인가? "
“ 일전에 무뢰배들에게 겁박을
당하는 것을 보고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인연이 되어
언제 한 번 대접하겠다고
하도 졸라 몇 번 다녀간 것이
다입니다. 군왕의 신하란 군왕이
보지 못하는 그늘의 민초들을 살펴
군왕의 덕을 칭송케 하는 것이
저희들의 소임이지 않을 런지요. "
“ 그런 일이 있었군. 허나 자네는
유생들의 장일세. 일을 함에 신중
해야 할 필요가 있어. 풍속과
도덕을 중시하는 유생들에게 있어
멀리 해야 할 것들 중 하나가
주색일세. 이번 일은 자네의 지나친
선행에도 책임이 있으니. 반성토록
하게. "
“ 심려 끼쳐 송구합니다. ”
“ 그리고 자네~! 앞 번 일에 대한
반성도 끝나기 전에 또 다시 일을
만들어 성균관뿐만 아니라 궁까지
시끄럽게 하였으니 회의를 거쳐
처분을 내릴 것이야. 그 동안
서재에서 자숙토록 하게. "
“ 사성영감. 이번 일은 정말
실수입니다. 영감~~ "
울고불고 해도 물은 엎질러진 상황.
‘ 넌 이제 끝이다. 잘 가라~ ’
출책이 확정된 순간에 나는
사성영감 앞이라 폭죽을 쏘아
올리지 못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녀석에게 가득 보여준 뒤 목을
긋는 퍼포먼스를 날려주곤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
“ 이제 다시 문판서 대감댁으로
출타를 해야겠는데 뭐라고 변명을
할까나... "
“ 쯧쯧, 아주그냥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
“ 눈치 챘나 제천? 아주그냥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해서 말이지. "
“ 그래봐야 서재장의 날개를
꺽은 것도 아닌데 좋아하긴
일러~ "
“ 석환. 우리는 중도를 가야하는
유생이야.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음이니.
너무 날 세우지 마. ”
“ 순진하긴. 언제고 네 목을
비틀 수도 있는 것이 그자야.
처음부터 느낌이 안 좋다고.
이번 일로 칼을 갈고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 "
왠일로 석환이가 몸을 사리니
싱거워졌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서재 장의가 언제
제대로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이
분명 올 테니.
“ 장인어른~!! 유정이옵니다~!! ”
술이 떡이 되어 문판서 댁 문간을
두드리니 여종이 식겁하며 뛰어갔다.
그 틈에 열려 진 문을 활짝 열곤
곧장 사랑채를 찾았다. 하인들이
그런 날 보고 질색하며 잡으려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반을
멋대로 하는 건 아니어서 이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곧장 호통소리가
들렸다.
“ 뭣들 하고 있는 것이야~!!
내쫓지 않고~!! "
“ 허나 대감마님.... ”
안절부절 하는 녀석들을 제치며
대감 앞으로 나섰다.
“ 어찌 제게 변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지 않으십니까.
오매불망 기다리다 지쳐 이리
무례를 저지른 것을 용서하십시오. "
“ 하... ”
눈앞에서 주정하는 예비사위
유정의 행태가 말이 아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는 것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얼굴이
노기가 서리는 데 역정을 내도
몇 번을 낼 줄 알았던 문판서가
그저 두 손만 틀어쥐고 붉으락
푸르락일 뿐이다.
‘ 역시... ’
몇 번이고 문전박대를 당하면서
문판서를 겪어보니 보기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중요시
하는 듯 보였다. 구설수에 함께
오른 딸을 보호하기보다 파혼
했다는 말이 오고갈까 하는
걱정에 혼담도 깨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도 욕지거리는 못할망정
끌어내려 고래고래 소리를 칠
만도 한 데 소리가 담장을
넘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열 받아 하는 것에
나는 확신 했다.
‘ 정면승부가 답이다. ’
당장에야 나를 내쫓아 버리고
노비들 입단속을 하면 될 테지만
내가 쫓겨나서 그대로 돌아
갈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혹여 문 앞에서 고래고래
술주정이라도 한다면 도성 내에
예비사위를 쫓아 냈니 어쨌니
하는 소문이 쫘악 돌 것이
분명하니 창피해서 얼굴도
들지 못할 게 뻔하다.
“ 손님을 사랑채로 모시거라. ”
‘ 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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