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 엑스트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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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엄청
작품등록일 :
2022.05.1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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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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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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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입신양명(立身揚名) (1)

DUMMY

4화 - 입신양명(立身揚名) (1)


제갈량에게 고민과 계획을 털어놓았더니, 녀석은 살며시 웃었다.


“너무 걱정이 많으시네요, 사제. 일단은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가진 게 지금 아무 것도 없잖아.”

“한 고조 또한 그러했습니다. 평민 출신에 가진 것 하나 없는 거지 신세였음에도 그가 가진 매력으로 인재들을 끌어 모아, 결국 황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사제께서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내게 매력이란 게 있을까?”

“충분히 있다고 보는데요. 저번에 제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재상이 될 재목이라고.”

“그랬었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별 거 없습니다. 우선 첫인상이 중요한 법인데, 그 첫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게 말이니까요. 예를 들면, 사제께서 제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인, 제나라 관중과 연나라 악의에 비견된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상대가 가장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것으로 자신의 편을 끌어들이면 되는 일이죠.”

“그렇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시 말이 중요한 법인가. 하긴, 천 냥 빚도 말 한 마디로 갚는다는데.


“만약 내가 군주가 되면, 날 따르겠느냐?”

“으음··· 아무리 사제라고 해도, 그건 좀 고민되네요.”

“왜지?”

“사제가 정말 군주의 자질이 있을지는 모르니까요. 저도 군주다운 사람을 섬기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러면 그 군주의 자질이란 걸 증명하면 끝까지 따라올 테냐?”

“그 땐 당연히 그래야죠.”

“그래.”


제갈량을 포섭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유비도 몇 번이나 찾아가서 겨우 얻은 인물을 내가 쉽게 얻을 수 있다면 말도 안 돼지.


“사제, 이제 슬슬 주무시지요.”

“너는?”

“저는 별을 좀 더 구경하다가 자겠사옵니다.”

“그럼 알겠다. 잘 자거라.”

“네.”


마루에서 몸을 일으켜, 방 안으로 들어가 눕자마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


수경 선생이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젠 어디 가서 장작을 패더라도 욕 들을 일은 없겠구만.”

“한 달 넘게 장작을 팼으니, 실력이 늘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자네 말도 일리는 있는데, 꼭 그렇게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일세.”

“하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노력을 한 사람들이 모두 다 잘 사는 그런 세상이 없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름과 자를 지어왔는데. 한 번 들어보겠느냐?”

“예.”

“결국 부모의 성마저 기억나질 않는다고 하니, 성씨는 ‘사마’로 하고, 이름은 평화와 조화를 뜻하는 화(和)로 지었으며, 자(字)는 태평한 세상을 만들어보란 의미에서 연월(煙月)이라 정했는데, 마음에 드느냐?”

“그럼 저는 앞으로 사마연월이나 연월로 불리는 거네요?”

“그렇지.”

“음.”


과연 태평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자체는 좋군.


“마음에 드네요.”

“그거 다행이로군.”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지긋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건강도 어느 정도 챙겼겠다, 떠날 준비는 잘 되어 가느냐?”

“그럭저럭 잘 되고 있기는 한데···.”


시장에서 각종 잡일을 도와주면서 얻은 푼돈을 착실히 모아두고는 있었다.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떠날 동료는 구했느냐?”

“아직 구하지는 못했으나, 오늘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자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예상은 가지만, 그게 누구인지 궁금하구나.”

“그렇습니까. 그럼 나중에 선생님 앞으로 데려와 얼굴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장작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수경 선생은 한 쪽에 쌓인 장작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되었느니라. 어서 갔다 오거라. 친구를 사귀어야 될 테니.”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고소한 냄새가 은은히 퍼지며,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

신명나는 쇠질 소리가 들리는 곳.

여러 사람들로 번잡한 장터의 한 주막에서, 대낮부터 한숨을 쉬며 술을 마시는 자가 있었다.


“···빌어먹을 유표 새끼.”


허리춤에 큰 구리방울을 차고 있던 사내는 불평을 중얼거렸다.

그 사이, 주막 아낙네가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술이 가득 찬 병을 내어놓고 물러가자, 바로 술병을 집어 벌컥벌컥. 술 마시는 걸 숨 쉬듯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가 맛깔나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술을 얻어먹으려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는 익주에서부터 형주에 이르기까지 유명했던 불량배, 감녕이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허리에 있는 구리방울을 보고, 그가 감녕인지 이미 알아차렸기에,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감녕 또한, 자신을 두려워하기만 하는 잔챙이들을 상대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들이 다가오지 않는 게 오히려 반가운 상황이었다.


“내가 그렇게도 충성을 해왔건만, 어찌 이리도 못 알아본단 말인가··· 참으로 윗사람 두는 운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이 때, 주막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어서 오시지요! 늘 앉던 자리로 백주 한 병 가져다 드릴까요?”

“아뇨. 오늘은 같이 마실 사람이 있어서···.”

“···으응?”


그는 태연자약하게, 주변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감녕 옆으로 가서 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자가 마신 술값도 같이 계산해주시죠.”

“아, 알겠어요···.”


아낙네는 놀란 표정이었고, 감녕 또한 자신에게 다가온 자를 의외라는 듯이 쳐다봤다.


#


날카로운 눈매, 시원시원한 외모로는 감녕인지 알 수 없었다.

허리춤의 방울과 옆에 놓인 활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누구인데 내게 술을 사준다는 거요? 지금까지 술 사준다는 이는 한 명도 없었는데.”

“으흠··· 그것 참 이상하네요.”

“뭐가 말이지?”

“영웅호걸께서 이 누추한 주막에서 술을 마셔주는데도, 아무도 술을 사주지를 않았으니 말이지요.”

“뭐? 영웅호걸? 누구? 설마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허허··· 여기 흥패 님 말고 호걸 같은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흠··· 지금까지 그런 소리는 듣지 못 했는데, 설마 나를 모욕하려고 짓궂은 농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만약에라도 그랬으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랐겠지요. 흥패 님의 활 솜씨와 무술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 말이지요.”

“허어···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 동안 인정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모양인지, 아니면 도적 출신이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다. ‘처음으로 극찬을 받아서 기분이 째져욧!’이라고.


“그렇다면 내 투척술은 어떤 거 같나?”

“글쎄요. 저 멀리 있는 닭고기에도 충분히 명중할 만한 실력을 가지셨을 것 같습니다만.”

“아, 그런가? 과연.”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몸에 두르고 있던 단검 중에서 하나를 뽑아, 순식간에 어디론가 던졌다.


“오오!”

“흐흐···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건너편 정육점에 진열된 닭고기에 정확히 꽂힌 단검을 보고 신기하긴 했다. 이 정도면 투척술을 잘했다던 전위와도 비견할 만 한데.


“날 알아봐줘서 고맙군. 자네 이름은 뭔가?”

“저는 수경 선생의 제자 중 한 명인 사마화라고 하옵니다.”

“그런가? 사마화라···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좋은 이름이군, 그래. 자네를 편하게 부르고 싶은데, 자를 알려줄 수 있는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는 연월입니다.”

“연월이라··· 태평연월··· 이름과 어울리는 자를 가졌군. 흐흐흐···.”


한껏 취기가 올랐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벌건 얼굴로 기분 좋게 웃던 감녕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어느 잘난 유학자께서는 나를 못 알아보는데, 여기 이 주막에 있는 수경 선생이란 분의 제자께서는 날 알아보다니, 그것 참 우스운 일이군. 그렇지 않은가?”

“예. 정말 기가 찰 정도로 우스운 일이지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글쎼?”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를 하다, 감녕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유표, 그 자는 무에는 관심 없는 한낱 유학자에 지나지 않고, 선생님처럼 호걸을 알아볼 눈이 없어서겠지요.”

“크흐흐흐··· 이 친구가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 구먼. 내가 지금 어떤 자 밑에서 일하는지 알고도 그런 소릴 하는 겐가?”

“이미 마음이 떠나신 걸로 알고 있사온데, 아닙니까?”

“흐흐흐흐흐··· 흐흐흐흐흐···.”


그가 한동안 웃다가, 갑자기 커다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흐하하하하··· 흐흐으끅···.”


자신이 우는 걸 감추기 위해서였는지, 호탕하게 웃어 보이려다 뭔가 턱! 하고 막힌 것처럼 흐느끼는데···.


“괘, 괜찮으십니까?”

“흐으으··· 끄윽··· 괘, 괜찮다. 단지, 딸꾹질이 밀려오는 것뿐이니.”


#


웬 낯선 놈이 겁도 없이 내게 다가와 술을 산다고 하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 누가 술을 사든, 얻어 마시는 건 반갑고 좋은 일이었으니.


그런데 이 자가 가만히 말하는 걸 듣다보니, 감격이 벅차올랐다.

그간 억눌려왔던 감정들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와, 바위처럼 단단하다 여겼던 내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흐흐흐···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로다!”


비록 내 옆에 있는 자가 다른 이들에게는 허름한 옷차림의 별 볼 일 없는 청년이라지만.

내가 보기에는 공자와 맹자와도 비견될 귀공자로 보이는구나!


“내가 왜 오늘 좋은 날이라고 하는지 아오? 연월.”

“음··· 글쎄요.”

“드디어 내게도 좋은 인연이 생긴 것 같아서 그렇다오.”


작가의말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량 미달인 지망생이 쓴 글이기에,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부족한 점 보이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지적은 부디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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