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속 3번째 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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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구
작품등록일 :
2022.05.1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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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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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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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시대 (1).

DUMMY

종말. 종말은 과연 무엇일까.


이 곳 사람들은 시대에 따라 성서 속 종말을 다르게 해석하곤 한다.


누군가는 전쟁과 혁명으로 제국 수도가 불 타오를 때 종말이 도래했음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야만인들이 푸른 피를 가진 귀족들을 겁탈하고 살육하였을 때 종말이 도래했음을 이야기 했다.


이세계의 종말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사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세계의 끝을 본 유일한 자로, 성서가 부르짖는 종말을 알고있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종말의 시대다.


찬란한 태양보다 자욱한 안개가 온 대륙에 내려앉은 지금.


페이즈(Phase) 1, 어둠의 시대다.



****



북방 천공산맥의 거친 능선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다.


숲이 만드는 싱그러운 정기는 사라진지 오래, 하늘과 맞닿아 있는 나무들만이 땅을 장식한다.


하늘을 뚫을 것 같이 솟아있는 우람한 나무들은 고개를 들어보아도 그 끝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우람한 숲에 울려퍼지는 거친 말발굽 소리.


다그닥-

다그닥-


그 소리는 안개를 타고 숲 전역을 누빈다.


안개를 뚫고 질주하는 한 사내.


그는 검은머리의 청년, 기사 에반이었다.


에반은 북방의 거친 지형에서도 마치 기교를 부리듯 요리조리 나무를 피해간다.


에반의 검은 눈동자에 안개 속 나무들이 휙휙 지나간다.


그렇게 뛰어난 승마 기술을 선보인 에반은, 자신의 종아리와 허벅지를 말 허리에 바짝 밀착하고는.


"이랴!"


눅눅한 안개 속을 더욱 더 빠르게 질주한다.


'밤이 오기 전에 이 천공산맥을 벗어나야 한다'


거무죽죽한 하늘과 안개는 자칫 잘못하면 밤이라고 착각할 수 있으나, 지금은 확실히 밤이 아니다.


밤이 되면 악마들이 깨어나기 때문.


조급한 마음에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에반은 시야를 가리는 땀을 오른팔로 거칠게 닦아내고 이 천공산맥의 끝을 향해 말을 몰았다.


"이랴!"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쉴새없이 말을 몰았던 에반.


그에게 신의 축복이 기거한 것일까.


비로소 산맥의 끝자락에서 자그마한 마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판자로 이루어진 초라한 마을.


허름하고 자그마한 마을은 악마가 출몰하면 언제든지 초토화가 될 법한 그런 마을이었지만.


그 마을을 본 에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곳에 성역이 있다니. 운이 좋았다.'


에반은 자신이 미처 몰랐던 성역의 존재를 뇌 속에 세겨놓고는 눈 앞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그 마을은 비록 초라했지만 감히 악마들이나 괴물들이 출몰할 만한 공간이 아니였다.


하얀색 빛무리가 울타리를 이루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이 공간은 성역(聖域)이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유일신 프레아가 만들어 낸, 오직 인간을 위한 공간.


이세계 사람들은 이 곳을 프레아의 눈물 혹은 성역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세계 사람들에게만 성역일 뿐 에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뭐 나한텐 HP를 채워주는 쉼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지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다크 판타지 게임 '헬 헤븐 헬'에는 다행히도 몇 몇 쉼터가 존재한다.


세이브 포인트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헬 헤븐 헬'에서 쉼터의 존재는, 그야말로 캐릭터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래서 나도 메모장에 보이는 쉼터를 모조리 적어 놓곤 했었지.'


에반이 지구인 이었을 적에, 그러니까 이한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 시절.


그는 100번의 캐릭터를 키우면서 등장하는 성역을 자신의 메모장에 적어놓곤 했다.


왜 공략맵을 보지 않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물음에는 여러가지로 답할 수 있었다.


우선, 애초에 '헬 헤븐 헬'이란 게임의 공략자는 없었다.


자신만이 유일한 공략자였을 뿐. 물론 자신도 100번의 도전 끝에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한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래서 다른 사람의 공략은 의미없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 '헬 헤븐 헬'의 성역은 랜덤 스팟(Random spot)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성역이 플레이어들 마다 다르게 구성된다는 의미였다.


즉 다른 플레이어가 발견한 성역이 자신과 같은 위치라는 법이 없었다.


또 '랜덤 스팟'이라는 것은 자신이 키우던 캐릭터가 죽을 때도 적용이 되서, 캐릭터가 바뀔 때 마다 새롭게 갱신해야 했다.


3년 전. 자신도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온 대륙에 있는 성역을 찾는 것이었다.


큰 도시 규모의 성역부터 변방의 이름모를 마을까지.


한 때는 상인으로 , 다른 한 때는 용병으로 성역을 쫓아다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물론...나중에는 의미없는 일이지만 말이지'


에반은 검디 검은 종말의 하늘을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이미 세계의 멸망이 시작된 지 오래.


에반은 최대한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도저히 살아나갈 궁리가 안보였다.


에반은 한 쪽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하아-하고 깊은 한 숨을 쉬었다.


그 때 에반이 몰고 있던 말이 푸르르- 울며 에반을 위로한다.


"그래. 빌리 너 밖에 없다."


에반은 잡생각을 갈무리하고는 말을 천천히 몰아 성역으로 향했다.


****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


그 소리는 한 동안 꽤 조용했던 마을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이방인이 등장했기 때문.


마을 사람들은 에반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다.


"기..기사가 맞다니깐! 내가 왕년에 수도 바할라에서 기사를 본 적이 있다니까."


"거참 아니라니께! 바쁘신 기사 나으리가 이런 외진 곳을 왜 오냐고."


"그럼 자네가 한번 물어보게!"


"아..아니 그건 좀... "


"누군가 좀 나서서 물어 볼 사람 없는가?"


"아! 촌장! 촌장님이 물어보시오!!"


보통 마을에 이방인이 오면 환대하거나 박대하거나 둘 중 어느것이라도 하기 마련이지만.


여기있는 그 누구도 이방인에게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에반이 내뿜어대는 기묘한 기류. 그리고 딱 봐도 군마로 보이는 빌리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수군거리고만 있을 때.


끼익-


저 멀리 허름한 건물에서 촌장이 걸어 나온다.


"그만들 수군 거리시게. 손님이 기분 나쁘실 것 같으니."


촌장은 흰머리로 가득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었다.


촌장의 등장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촌장과 에반에게 향한다.


그리고 촌장은 에반에게 천천히 다가가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연유로 이 별 볼일 없는 산골짜기 마을을 방문하셨습니까. 저...저희는 매달 빠짐없이 공물을 바치고 있습니다만.."


에반은 자신보다 한참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허리가 불편한지 척추 부근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인은 허리를 들지않고 묵묵히 에반의 응답만을 기다렸다.


에반은 입술을 깨물고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 곳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말에 타고있는 자신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인.


이 광경은 이 세계에서는 꽤나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말을 타고 있는 자가 기사면 더더욱.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기사란 그 무엇보다 고귀한 존재였으니까. 에반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에반은 노인에게 말했다.


"일어나게. 그런 이유로 이 곳에 온 게 아니야. 단지 밤을 피하고자 왔을 뿐, 별 다른 이유는 없네."


밤을 피하고자 왔다는 에반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서서히 안도하기 시작한다.


저번달 공물로 이 마을에 남은 것이라고는 미천한 몸뚱이 뿐인 그들이었다.


물론 다른 기사들 중엔 몸을 원하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에반은 그렇진 않았다.


여기서 기사가 원하는 몸은 성적인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악마를 유혹할 때 혹은 미지의 구역을 지나갈 때 화살받이로 쓰이는 몸을 말한다.


그렇게 의외로 평민들의 몸은 유용하게 쓰인다.


기사들에게는 평민들을 다룰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만큼 악마나 괴물들은 늘어나고 기사의 수는 줄고 있었기 때문.


노인은 숙였던 고개를 힘들게 일으켜 세우고는 에반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헌..헌데 저희 마을이 기사님이 머물기에 너무 초라한데 괜..괜찮으신지요"


에반은 안장을 오른손으로 누르고 일어선 뒤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말에 내려왔다.


그렇게 말에서 내려온 에반은 촌장에게 말했다.


"괜찮다. 말을 먹일 건초더미가 있는 곳이면 된다."


촌장은 자신의 키에 두 배쯤 되어보이는 에반의 모습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기사임을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기사라는 것을.


촌장은 말 고삐를 대신 쥐고는 말했다.


"다..다행이군요. 건초라면 저희 집에 있습니다."


성역을 관리하는 구역의 대표는 일반적으로 징수관이 들렀을 때를 위해 숙박시설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물론 이 마을 같은 경우는 숙박시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건물들 뿐이었지만 말이다.


에반은 그렇게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에반은 촌장의 뒤를 느리게 걸어가며 이 성역을 관찰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성역을 관찰하는 것은 일종의 버릇이었으니까.


얼마남지 않은 평화로움을 기억으로나마 저장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에서 비롯된 버릇.


아까 멀리서 보았던 낡고 허름한 건물이 우선으로 보였고.


곳곳에 숨어서 자신을 관찰하는 마을 주민들이 보였다.


저기 썩은 나무 기둥에 숨어있는 마을 청년들서 부터.


빨래를 하다 온 것인지 손에 물기가 서려있는 아낙네.


누군가는 에반을 경계하는 눈초리였고 다른 누군가는 경외로움을 표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힘 없이 마을 곳곳에 앉아있는 노인.


이 성역은 허름한 외관과는 다르게 제법 잘 살아가는 마을이었다.


그렇게 에반은 성역 속 경치를 차분히 감상하고는 입을 열었다.


"촌장 질문 하나하지."


"네?!...네 하시죠."


에반은 왼쪽 허리에 찬 검의 폼멜을 두드렸다.


톡-

톡-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 마을에 아이는 없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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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둠의 시대 (2). 22.05.20 40 3 10쪽
» 어둠의 시대 (1). +2 22.05.15 65 6 10쪽
1 프롤로그. prologue 22.05.14 99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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