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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너무 강해서 저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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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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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8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5.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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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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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9화 경리계(1)

DUMMY

한밤중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 있을 거라고 장군은 생각하지 못했다.

네온사인 불빛이 길을 밝혔고, 길게 늘어선 푸드트럭과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기를 굽는 숯불 냄새, 화려한 불 쇼, 각종 이벤트장은 마치 행사장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잃어버리지 않게 잘 따라와.”


주변 광경에 정신이 팔린 장군의 팔을 잡으며 성현이 말했다.

장군은 성현에게 끌려가면서도 음식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고된 훈련과 전투로 간장과 함께한 저녁밥은 에너지로 다 써버렸는지 배는 눈치 없이 밥을 달라고 조르고 있다.


“우리 뭐 하나만 먹고 가면 안 돼?”

“안 돼.”


성현은 단호했다. 장군의 입술이 댓 발 나온다.


“인간은 저승사자처럼 효율이 좋지 않아서 세끼를 꼬박꼬박 먹어줘야 한단 말이야.”

“지금 딴 길로 샜다간 놓칠 수도 있단 말이야.”

“뭘 찾는데?”

“경리계. 저승의 관리야.”


경리계.

처음 듣는 사람은 부서 이름으로 착각하지만, 저승에서는 경리계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관리의 이름이다.

그는 저승의 곳간을 관리하는 관리 중 가장 높은 직위로 염라대왕 못지않은 권력을 휘두른다.

그가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다고 하면 서쪽에서 뜬 것이고, 남쪽에서 떴다고 하면 남쪽에서 뜬 것이라고 하니, 그 권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리계가 저승의 곳간을 관리하게 된 것은 아마 어릴 때부터 정해져 있던 건지도 모른다.

경리계는 태어났을 때부터 돈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돌잔치에 돈을 잡는가 하면, 돌잔치가 끝나고 상을 치우려던 부모님이 손에 쥐어진 돈을 가져가려 했지만 절대 놓지 않았다고 한다.

머리가 자라고 나서는 친구들에게 비싼 이자에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의 곳간으로 들어간 돈은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어서 한때는 저승에 돈이 유통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변덕쟁이에 쉽게 삐지는 성격이라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기억력까지 좋아서 한번 한을 품으면 악랄하게 되갚아준다고 한다.


이런 경리계를 실각시키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재의 염라보다 1대 전의 염라를 필두로 그를 자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경리계의 죄목은 횡령으로, 저승의 곳간에 있는 진귀한 보물을 몰래 갖다 팔아 개인의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고, 오히려 염라 아들의 횡령이 밝혀지면서 경리계는 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 아니라 저승에서의 위치를 굳건히 다지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경리계는 그를 자르려 시도했던 염라에게 철저히 복수했는데, 염라는 그 이후로 급여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백 년이 지나 은퇴하고 나서야 남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승에서는 경리계의 이름만 나와도 울던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친다 하는 호랑이급의 위인이라, 모든 사자는 경리계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경리계를 왜 찾고 있냐고?

근래 150년 동안 경리계가 돌연 모습을 감췄다.

저승의 곳간을 열려면 경리계가 가지고 있는 열쇠가 필요한데, 경리계가 사라지면서 이 열쇠도 같이 사라져서 곳간은 150년 전부터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곳간이 열리지 않으면서 저승사자들에게는 월급 지급이 잠시 멈추게 됐고, 그로 인해 현재 저승은 인기가 없어져 지원자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추가인력을 뽑을 수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남아있는 저승사자들은 밀린 급여를 지급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승사자들은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을 데리러 가는 건데, 겨우 우리 둘만 간다고?”

“말했잖아. 저승사자들이 두려워한다고.”

“그걸 네가 맡은 거고....?”

“...”


장군은 유능한이 얼마나 괘씸한 녀석인지 실감 났다.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얌체 같고 기분 나쁜 녀석이다.

왜 그딴 녀석이 저승부로 올라간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아까 성주신한테 한 것처럼 무례한 짓은 하지 마. 옆에서 비위를 맞추면서 돌아가고 싶게 만들어야 해.”

“알았어.”


비위를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못한다고 하면 돌아가라고 하겠지.

지금이 제일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니! 절대 그렇게 될 순 없었다.

활기찬 밤의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건 장군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하나의 일탈이었다.


“그 경리계란 녀석은 어떻게 찾아?”

“보면 알 수 있대.”

“잠깐만, 그럼 너도 본 적 없어?”

“내가 들어왔을 땐 이미 저승을 떠난 뒤였어.”


그 얘긴 성현은 저승사자로 일하면서 한 번도 급여를 받아보지 못했다는 건데...


장군은 왜 성현이 길거리 음식을 먹고 가자는 말을 무시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사줄게."

"뭐? 잠깐..,!"


장군이 성현의 팔을 잡아끈다.

닭꼬치 정도면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고, 장군이 부담하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장군이 꼬치 트럭 앞에 선다.

타이밍이 좋다. 숯불에 잘 익어 주문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꼬치 두 개요."

"다 팔렸어요."

"예? 그럼 이 앞에 있는 건 뭔데요?"

"아~ 그건 저 사람 거예요."


트럭 장수가 장군 옆의 간이 테이블을 가리킨다.


"그럼 그 뒤에 있는 고기들은?"

"그것도 다 팔렸어요. 저 분한테."


역시나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

테이블엔 노인 한 명이 앉아 있었다.


혼자서 이 많은 걸 다 먹는다고?


꼬치는 족히 100개가 넘어 보인다. 아무리 잘 먹는 장군이라도 혼자 먹긴 버거운 양이었다.


푸드파이터라도 되나?


그래도 사정을 얘기하면 두 개 정도는 양보해 줄지도 모른다.

장군이 혼자 앉아있는 테이블에 다가가려 하자, 성현이 장군의 팔을 잡는다.


"저 사람이야"

"알고 있어. 얼른 가서 두 개만 양보해달라고 얘기해 볼게."

"그게 아니라, 저 사람이 경리계라고."

"... 뭐?"


경리계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성현은 보자마자 저 노인이 경리계라는 걸 알아본 걸까?


"저 할머니가 경리계라고? 어떻게 알아?"


장군이 미심쩍은 얼굴로 묻자, 성현이 노인의 다리를 가리킨다.

노인의 다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장군은 눈을 끔뻑였다.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봐도 마찬가지다.


"다, 다리가...!"


노인의 다리는 평범한 사람의 다리가 아니었다.

두 다리 대신 길고 굵은 뱀의 다리가 늘어져 있던 것이다.

꼬리로 보이는 다리는 비늘이 감싸고 있었다. 비늘 모양이 특이했는데, 어땠냐면 동그라미 가운데 네모난 구멍이 있는 것이 마치 엽전 같았다. 돈을 좋아한다더니 비늘까지 돈이라니..!


저래서 보면 안다고 한 거구나! 그런데,


"저런 모습으로 돌아다닌다고?"

"낮에는 인간계지만 특정한 시간대에는 요계로 바뀌는 특정한 장소가 있어. 지금 여기가 그 장소인 거고."


설명을 듣고 보니 거리가 처음 봤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장군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가 개구리처럼 긴 혀를 내밀어 사탕을 핥고 있고, 걸어가고 있는 여성은 다리가 땅에 붙어있지 않고 둥둥 떠다닌다.

푸드트럭에서 불 쇼를 하는 남자는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입에서 불을 내뿜고 있다.


거리를 가득 채운 인파는 인간이 아니라 귀신과 괴물들이었다.

그런 장군을 내버려 두고 성현이 노인에게 다가가 인사한다.


"경리계 님이시죠? 저승에서 왔습니다. 변성현 사자라고 합니다."

"이런, 저승사자가 여기까지 냄새를 맡았나 보군."


성현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고 중얼거린 경리계가 일어나자, 장군이 그 앞에 서서 퇴로를 차단한다.

겉보기는 나이 지긋하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노인이지만, 옷 속에는 엄청난 근육을 숨기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화에서도 그런 보스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경리계 님의 부재로 저승이 시끄럽습니다. 저랑 같이 돌아가시죠."


경리계의 시선이 장군을 향한다.


“거기, 꼬마! 네 놈은 이름이 뭐냐? 어른한테 인사도 안 하고, 예의범절은 못 배워먹은 거냐?”

“장군입니다.”


장군의 호패를 본 경리계가 묻는다.


“근데 호패는 왜 표청천이라 적혀있냐? 넌 니 이름도 몰라?”

“그건 사정이 있습니다. 장군이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고 사정이 있어서 저승의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살아있는 인간을 저승사자로 고용하다니, 저승도 이제 끝이군."


혀를 쯧쯧 차며 일어서는 경리계의 모습에 성현과 장군이 몸을 긴장시킨다.

경리계가 어디로 튀더라도 금세 따라잡을 수 있게 말이다. 그러나 경리계는 예상과 달리 호탕하게 대답한다.


"좋다! 하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너희들이 좀 도와야겠다. 멍청한 녀석들이라도 둘이면 일 인분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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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숨바꼭질(4) 22.05.29 1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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