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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68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5.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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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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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10화 경리계(2)

DUMMY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장군은 테이블에 앉아 앞에 놓인 돈가스를 보고 물었다.


돈가스는 ‘쓰리다 돈까스’라는 가게 상호와 걸맞게 먹으면 속이 쓰릴 거 같은 매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4인용 테이블에는 성현과 경리계, 장군 세 사람이 앉아 점보 돈가스를 앞에 놓고, 주인이 들고 있는 초시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15분 내로 먹으면 공짜입니다! 시작!"


주인이 초시계를 누르자 장군은 눈물을 흘리며 돈가스를 썰었다.


장군의 눈물을 본 사람들은 돈가스가 너무 맵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쓰리다 돈가스의 매운맛에 도전할 생각을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군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대패삼겹살, 대왕 초밥, 잔치국수! 먹을 것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돈가스냐.


하는 안타까움에서였다.

하지만 장군의 마음과는 다르게 손과 입은 빠르게 움직인다.

순식간에 장군의 접시가 비어간다.

주인도, 성현도, 경리계도 장군의 입으로 사라지는 음식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끝!"


하고 울리는 종료 소리에 장군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다.

접시는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장군이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일어난다.


"이제 돌아가요."

"무슨 소리냐? 아직 중요한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럼 여긴 왜 온 거예요?"

"너희가 너무 삐쩍 골아서 밥 좀 먹이려고 온 거지. 게다가 다 먹으면 공짜라니. 얼마나 좋니? 물론 한 녀석은 줘도 못 먹지만."


성현을 보고 쯧쯧, 혀를 찬다. 성현은 캡사이신으로 부은 입으로 찬물을 들이킨다.


**


세 사람은 양머리 수건을 머리에 둘러쓰고 찜질방에 바닥에 앉아 삶은 계란을 까고 있다.

장군은 조금 전에 먹은 돈가스가 배부르지도 않은지 삶은 계란을 베어 문다.

경리계가 삶은 계란을 들더니 장군의 이마로 힘껏 내려친다.

장군은 날렵한 손동작으로 자신의 이마에 꽂히는 경리계의 계란에 자신이 들고 있던 계란으로 막는다. 한 명이 내리치면, 다른 한 명은 막아낸다. 두 사람은 중국영화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 같다.

삶은 계란이 경리계의 손에서 박살 나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고, 아까운 내 계란!”

“그러게 남의 머리를 왜 치려고 했어요, 할머니.”

“어린 것이 재빠르구나. 쯧! 내 계란을 못 먹게 했으니 돌아가지 않을 테다.”

“계란은 많습니다.”


생떼를 부리는 경리계에게 성현이 계란 한판을 밀어준다.


“크흠. 요즘 어린 것들은.”


혀를 쯧쯧 차며 삶은 계란 한판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마지막으로 식혜까지 원샷하면 장군이 입을 연다.


“이제 올라가는 거죠?”

“무슨 소리냐? 여기 온 목적은 따로 있는데.”

“예?”


장군과 경리계는 ‘마그마방’ 사우나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경리계를 가운데 두고 양옆에는 성현과 장군이 앉아 있다.


“사우나까지 즐겨야 진정 인간계를 즐겼다 할 수 있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요.“

“허허! 그걸 갓 태어난 저승사자인 네가 어떻게 알고? 마그마 같다더니 별거 아니구나. 거 물 좀 팍팍 뿌려라!”


촤악, 촥!


뿔난 얼굴의 장군은 뜨거운 돌에 기계적으로 바가지로 물을 떠 뿌리는 데 집중한다.

방안은 금세 수증기로 가득 차 뿌예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리계가 튀어 나간다. 장군과 성현이 얼른 따라간다. 경리계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헉헉, 숨을 내쉬고 있다.

둘의 걱정과 다르게 경리계는 진짜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 것이다.


“너무 덥구나, 어디 좀 식힐 만한 곳으로 가자.”

“저기요.”


성현이 ‘얼음방’을 가리키자 경리계가 얼른 얼음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입구에서 경리계가 움직임을 멈췄다. 따라 들어오던 장군이 경리계에게 부딪힌다.


“할머니, 갑자기 그렇게 서면 어떡해요?”


그러나 장군과 부딪치면서 중심을 잃은 경리계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헉! 할머니!”


성현이 얼른 경리계를 일으키려 했지만, 화들짝 놀라 손을 뗀다.


“앗, 차가워!”


성현이 경리계의 목에 손을 갖다 댄다.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 죽었나 봐!”

“뭐?!”


장군이 경리계의 안색을 살핀다. 그때,


“... 쿠울.”


하고 경리계가 숨을 내뱉는다. 장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성현에게 묻는다.


“어떡하지?”

“추운 데서 자면 감기 걸릴 수 있으니까 좀 따뜻한 데로 옮기자.”

“그래. 우리 때문에 걸렸다고 뭐라고 할 수 있어.”


장군이 경리계를 들쳐업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경리계는 눈을 뜬다.


“하암~ 잘 잤다. 너희는 왜 그러고 있냐?”


장군이 업고 있던 경리계를 내려놓는다.


“피곤한 거 같은데 댁에 들어가서 주무시죠.”

“뭔 소리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다.”

“그럼 왜 서서 자고 있었는데요?”

“난 추운데 들어가면 자! 잘 자서 피로도 풀렸는데, 얼른 움직여야겠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갈 건데요?!”

“진짜 핫한 데를 가야지!”


**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는지 시멘트 벽돌, 그 속에서 군데군데 튀어나온 철재들.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 건물은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간판 하나만 달고 있다. 그마저도 네온사인 불빛이 몇 개 나가서 ‘완벽하지 않....아’만 빛을 내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게 생긴 이 곳은 놀랍게도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대기표가 없대.”


성현이 줄 서 있는 장군과 경리계에게 합류한다.


“뭐? 그렇다는 건...”


장군은 앞에 줄을 바라보았다. 만리장성을 이룬 대기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차례를 기다리는 수밖에.”

“맙소사! 할머니, 꼭 여길 가야겠어요?”

“여기가 그렇게 핫하다는구나.”

“핫은 얼어 죽을. 덜 지어서 썰렁하겠구먼.”

“그게 이 빈티지 카페의 묘미 아니겠느냐! 얼마나 핫하면 ‘인간계를 왔으면 SNS 감성 카페를 들려라.’라는 말이 있는 거 아니겠느냐.”

“진짜야...?”

“처음 들어.”


둘은 경리계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기다리면서 장군은 연신 하품을 해댄다. 낮부터 계속된 강행군에 피곤할 법도 하다.


“쯧쯧, 요즘 것들은 나약해서. 얼마나 돌아다녔다고 하품을 해? 그럴 거면 넌 집에 돌아가라.”

“할머니가 돌아가면 나도 집에 갈 수 있잖아요.”

“아주 건방진 녀석이구나. 널 보면 저승에서 건방졌던 그 녀석이 떠올라.”

“그 사람은 지금 잘 먹고 잘살고 있겠네요!”

“벌써 잘렸지. 그러니까 너도 건방은 그만 떨어라.”


기다림 끝에 낙이 오듯, 드디어 장군네 차례가 되었다. 지칠 대로 지친 장군과 성현은 입장한다는 사실만으로 기운이 났다. 그러나 다시 기운이 쭈욱 빠졌다. 들어선 곳은 장군의 코를 곰팡내와 먼지 냄새가 자극했다. 카페에서 흔히 나는 커피 냄새와 빵 냄새가 섞여서 더욱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카페의 내부는 외부보다 더 허름했다.

바닥은 조각난 벽돌들이 아무렇게나 깔려있었고-민첩하지 못했더라면 걸려 넘어졌을 거다-, 터무니없이 낮은 테이블에 쓸데없이 높은 의자,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콘크리트로 인테리어 되어있다.


“맛있게 드세요.“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느린 회전율 때문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주문한 음료가 한참이나 늦게 나왔다.


“이보게, 난 더치커피를 시켰네만?”


경리계가 직원을 불렀다.

커피는 어딜 잡고 먹어야 할지 모를 만큼 지저분하다. 손잡이 없는 컵에 크림이 흐르고, 그 위에 초콜릿 가루가 수북이 뿌려져 있다.


“무슨 말씀이시죠, 손님? 저희 카페에는 더치커피가 없습니다. 저희는 only 한 메뉴만 취급합니다.”

“뭐라? 분명 여기에...”


메뉴판을 자세히 들여다본 경리계의 눈에 더치가 아니라 ‘더티 커피‘라는 메뉴의 이름이 보인다.

직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핸드폰에 뭔가를 적으며 사라진다.

분명 이웃스타그램에 경리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리라.

장군과 성현이 질린 얼굴로 컵을 들려 하자, 경리계가 다급히 둘을 말린다.


“잠깐!”

“이번엔 또 왜요?”

“이런 건 사진으로 남겨야지.”


찰칵!

찰칵!

찰칵!


핸드폰을 꺼내 찍는다.

장군과 성현의 음식도 같이 찍어서 손도 못 대게 한다.

이리저리 움직여도 봤다가 음식들의 배치를 바꿔도 본다.


“음... 구도가 좀 별로네. 잠깐 먹지 말아봐라.”

“쩝...”


커피랑 함께 있는 모습도 같이 찍어달라고 장군에게 핸드폰을 넘긴다.

장군, 신경질적으로 낚아채 찍어준다.


“됐어요?”

“그래, 이제 먹자.”


첫입을 먹는다.


“에퉤퉤! 이게 뭐람? 뭐로 만들면 이딴 맛이 나지?”


장군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고 성현은 얌전히 음료를 스리슬쩍 옆으로 밀었다.

경리계 입맛에도 안 맞았는지 몇 입 안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먹었지? 가자.”

“오!? 진짜 가려고요? 잘 생각했어요.”


장군과 성현이 부랴부랴 짐을 챙긴다.


“무슨 소리냐? 밖에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야지.”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장군의 표정은 일그러지다 못해 썩어있었다.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고 셔터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고 카메라가 알아서 빠르게 경리계를 찍었다.

지치는 건 성현도 마찬가지다. 장군과 성현은 돌아가며 경리계를 찍어주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성의 있게 좀 찍어봐라. 모델이 괜찮으니까 찍는 보람이 있지?”


경리계가 장군에게 핸드폰을 건네받는다. 장군이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려는 거다.


“이 뒤에 모르는 사람은 왜 찍었어?”

“지나가니까 찍혔죠.”

“젊은 애가 이렇게 센스가 없어서야, 쯧.”


경리계가 타박한다.


아오... 진짜 짜증 난다...


여기까지 어떻게 기다렸는데, 지금 모든 걸 망칠 수 없는 노릇이다.

장군은 마음속으로 참을 인 세 번을 새겼다.


“모델이 별로라서 그래요, 할머니.”

“아니지. 사진기자가 형편없는 거지. 안 되겠다. 기분도 잡쳤는데, 기분 전환하러 가야겠다!”

“또요?”


경리계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질린 표정의 장군과 성현을 재촉한다.


“얼른 안 따라올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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