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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너무 강해서 저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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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84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5.26 23:00
조회
25
추천
2
글자
10쪽

12화 숨바꼭질(1)

DUMMY

땅거미가 내려와 주변의 가로등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모두 집에 갔는지 불이 꺼져 깜깜한 교실에 한 여자아이가 앉아있다. 울었는지 얼굴엔 눈물 자국이 나 있다. 아이의 책상 위엔 핸드폰, 구겨진 성적표, 커터칼이 놓여있다. 성적표에 적힌 점수는 모든 과목이 100점인데 수학 하나가 98점이다.


우우웅-


핸드폰 진동벨이 조용한 교실을 울린다. 곧 소리가 멎고, 핸드폰 화면에는 부재중 32통이 뜬다. 곧이어 문자가 온다. 아이의 눈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본다.


[백정미, 너 내가 지금 몇 번이나 전화하는 줄 알아? 얼른 전화 받아.]


정미에게서 답장이 없자, 문자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일방적인 말을 쏟아낸다.


[오늘 성적표 나왔다며 선생님께 들었어. 하나나 틀렸다며? 너 제정신이니?]

[지금 어디야? 학원 안 갔다고 원장 선생님께 연락 왔어. 하루만 빠져도 진도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아?]

[너라도 최고다대학교에 가서 아빠 체면 살려줘야 할 거 아냐. 문자 보면 전화해.]


문자의 발신인은 계속 한 사람이다. 엄마,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가 짜증 났는지 정미는 전원을 완전히 꺼버린다.


저벅저벅-


텅 빈 복도에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벌써 경비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있는 걸까?

정미는 얼른 교탁 아래에 몸을 숨긴다.

그러나,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렸을 적 했던 놀이의 노랫말이 들린다. 정미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입을 틀어막았다. 경비아저씨가 아니었다.

경비아저씨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로 저렇게 높고 쇠를 긁는 듯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아니다.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정미는 혹시라도 제 눈의 안광에 발각될까 봐 눈을 꼬옥 감는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정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정미는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너무 놀라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어깨에 올려진 손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온몸을 부들부들 떨다 슬쩍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눈물에 시야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나이 지긋한 노인이 앉아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누구...”

“쉬잇”


멀리서 꼭꼭 숨어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간 게 아닌가 보다.

노인이 정미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한다. 그 손짓에 저 노인을 따라가면 고통 없이 행복한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정미가 홀린 듯 노인을 따라간다.

어릴 적 숨바꼭질 노랫말도 노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사라져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노인의 뒤를 따라가며 정미는 생각했지만, 상관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이 노인을 따라가면 가능할 거라고 정미는 확신할 수 있었다.


**


장군은 부은 눈을 힘겹게 떴다.


어젯밤에 너무 늦게까지 먹어서 그런지 눈이 팅팅 부었다. 어젯밤의 일은 마치 꿈만 같다. 책상에 놓여있는 엽전-경리계의 비늘-이 아니었다면 꿈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단 하루 만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다. 신기한 건 분명 몇 시간은 돌아다닌 것 같은데 집에 돌아오니 3시밖에 되어있지 않았다는 거다.


장군은 찌뿌둥한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고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장군은 평소와 같이 먼저 나와 있는 부모님 옆에 나란히 선다.

비장하게 신발 끈을 졸라매며 말한다.


"백숙."

"간장."

"간장."


아빠도 엄마한테 넘어간 것 같다. 이번엔 두 사람을 꼭 이기리라!

2대 1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장군은 꼿꼿이 이기겠다 다짐한다.


오늘은 장군이 출발을 외치는 날이라 더 유리하다. 장군은 한 템포 쉬어 출발을 외친다.

출발은 장군이 더 빨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이어 달려오는 엄마와 아빠가 장군을 가볍게 제쳤다.

엄마와 아빠는 진심인지 장군을 전혀 봐주지 않는다.


장군은 어떻게 부모님이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멀어지는 아빠와 엄마의 등을 보며 장군은 생각했다.


나 몰래 몸에 좋은 거라도 먹는 걸까?


**


집에 돌아왔을 땐 간장에 참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넣어 비빈 간장계란밥이 아침상에 올라왔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어쩌면 다른 때보다 좋을지도?


밥알을 씹으며 장군은 생각했다.


씻고 준비하다 보니 장군이 어젯밤 풀어놓은 스마트워치가 보인다.


원래는 평범한 스마트워치였는데, 유능한에게 받은 디버클 시곗줄을 성현이 달아줬다.


장군은 친구 나리가 말했던 똑딱이와 줄이 같이 있는 디버클 시곗줄을 그날 처음 봤다.


신기해서 요리조리 만져보던 장군이 똑딱이를 채운다. 똑딱이만 채우니 뭔가 허전해서 줄도 채운다.


"좋아."


장군이 가방을 둘러메고 방을 달려 나간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장군은 학교 정문에서 달리기를 멈췄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학주가 나와 있는 것이다.

평소 학주를 좋아하지 않는 장군은 학주가 서 있는 시간대를 피해 등교했는데, 무슨 일인지 나올 날이 아닌데 나와 있다.

장군은 빠르게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걷는다. 학생주임이라 불리는 일명 학주는 학생들 사이에서 미친개로 소문난 안하무인이었다. 학주는 와이셔츠 깃이 올라가 있어도, 학교를 달리면서 들어와도 트집을 잡기 때문에 장군도 혼난 기억이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학주 앞에 멈춰 인사하고 들어간다. 학주는 걸어가며 인사하는 것에도 벌점을 먹였기 때문에 장군도 다른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한다.


"안녕하세요."


장군이 학주를 지나친다.


"잠깐."


학주의 목소리에 학생들이 모두 제자리에 멈춘다. 학주의 사랑의 매가 장군을 가리킨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람?


장군이 학주에게 다가간다.


"양말에 그게 뭐야?"


양말?

장군은 자신의 양말을 봤다.

학교에서 지정한 하얀색 양말이다. 학주의 사랑의 매가 장군 뒤에 있는 아이를 가리킨다.

아이의 양말엔 요즘 유행하는 이모티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이가 쭈뼛쭈뼛 걸어온다.

장군은 불똥이라도 튈까 얼른 진로를 바꿔 교사로 향한다.


"안녕."


2학년 1반이라 적힌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장군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으며 인사하고 바로 책상 위에 엎어진다.

전날 카페인의 여파로 잠을 설쳐 피곤했던 탓에 아침 자습 시간만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생각한 것이다.

평소엔 장군이 오면 앞자리로 따라와 말을 거는 미영이 조용하다.

아마 드물게 책상에 엎어지는 장군을 보고 배려한 것이리라.


미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친한 건 아니었다. 같은 반 남자애에게 괴롭힘당하는 걸 장군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절친이 아니라 같은 반 친구로 끝났을 거다. 그만큼 장군과 미영의 취향은 달랐다.

장군은 막장 드라마나 로맨틱코미디를 즐겨봤지만, 미영은 로맨스라면 질색했다. 오히려 무협지나 액션, 소년만화를 더 좋아했다. 장군이 그런 것들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미영 때문에 섭렵하게 된 작품의 가짓수가 늘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참, 미영이가 다음 권 갖다준다고 했는데....


장군은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잠의 늪으로 빠져든다.


그런 장군을 늪에서 끌어당긴 것은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반장.”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금세 조용해진다.


“어제 정미가 집에 안 들어왔다는데, 학교 끝나고 정미랑 연락했거나 짐작 가는 일이 있는 사람?”


아이들, 서로 얼굴을 쳐다볼 뿐 나서는 아이 없다. 알겠다는 듯 선생님 고개 끄덕이다가 빈자리 발견한다.


“정미 어머님이 많이 걱정하고 계시니까 소식 들으면 뭐든 쌤한테 미리 말해주렴. 거기 장군이 자리가 비었는데, 오늘 장군이 안 왔어?”

“네. 아직 학교 안 왔어요.”

“쓰읍... 저 왔어욥...”


장군이 침을 닦으며 손든다.


“장군이한테 연락 온 거 있어?”

“아니요. 연락 해봤는데 안 받아요.”


장군이 핸드폰을 열어본다. 미영과 나리가 보낸 문자가 여러 통 와있다.


[짱구, 너 어디야?]

[짱구, 너 오늘 학교 안 와? 어디 아파?]

[짱구, 이거 보면 연락해.]


“그래? 알았다. 오늘 결석자는 정미랑 장군이지? 장군이 학교 오면 선생님한테 오라고 전달해. 반장.”

“저 왔어요.”

“차렷, 경례.”

“안녕히 가세요.”


장군의 말을 무시한 반장이 아이들을 인사시키고, 선생님도 출석부를 들고 나간다.

장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장군은 핸드폰 날짜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만우절인가 해서 말이다. 다행히 만우절은 아니었다.


다행은 개뿔!


"선생님, 저 왔다니까요?!"


장군이 외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의자가 장군의 힘에 밀려 뒤로 넘어간다.


"꺄아악!"


장군의 책상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다.

나가려다 일어난 소란에 선생님이 문을 치며 아이들을 진정시킨다.


"곧 수업 시작하니까 장난치지 말고 얌전히 앉아있어!"

"선생님, 의자가 혼자 넘어졌어요! 귀신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있어도 니들이 무서워서 도망가겠다. 얼른 의자 일으켜 세워."


조금 쭈뼛거리던 장군의 짝꿍은 의자를 일으킨다. 그러자 교실은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 조용해졌다. 담임선생님이 나가고, 바로 오늘이 첫 수업인 수학 선생님이 들어온다.


장군은 선생님을 따라가 선생님을 잡는다.


"선생님!"


그러나,


쓰윽-


손이 선생님의 몸을 스쳐 지나간다. 선생님은 갑자기 오한이 드는지 몸을 부르르 떤다.


"뭐지? 감긴가?"


선생님이 닭살이 올라 온 어깨를 문지르고 얼른 자리를 뜬다.

장군은 선생님의 몸을 통과한 자신의 손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나 죽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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