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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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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1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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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숨바꼭질(2)

DUMMY

어떡하지? 어떡하지?


같은 자리만 맴돌며 장군이 생각한다. 진정할 수 없는 마음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좋은 묘수가 없다.

성현에게 찾아가 볼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빠르게 거둬들였다.

자신은 현재 죽은 목숨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변성현을 만나면...


장군의 상상 속의 성현은 장군을 만나자마자 호리병 뚜껑을 연다.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 장군은 호리병 안에 갇혀서 열어달라고 외치며 벽을 친다.


“으... 끔찍해.”


소름이 돋는다.

장군은 닭살 돋은 팔을 문지른다.

이대로 성현에게 붙잡혀갈 순 없다고 생각한 장군은 성현을 피해 도망 다니기로 한다.


그때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린다.


“깜짝이야!! 누구야? 이렇게 심란할 때!”


화들짝 놀란 장군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한다.

핸드폰 화면엔 ‘저승가자’ 네 글자가 떠 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 다더니!


성현이었다.

처음 파트너가 된 날, 성현과 번호교환을 했던 게 떠오른다.

저승 일을 하다 보면 연락이 필요할 거라고 장군이 우겨 번호를 교환했던 것이다. 이게 다 나를 잡아가려는 변성현의 큰 그림이었다니!


“날 찾고 있나 봐! 이를 어째!?”


저승사자를 저승가자로 오타가 난 걸 이제 발견했다. 성현의 전화가 끊기면 이름부터 바꿔야겠다고 장군은 생각했다.

떨리는 손으로 장군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다. 잘 못 만졌다가 통화라도 누르면 큰일이다.


매번 집에서만 만났으니 성현이 제 학교까진 모를 거라 생각한 장군은 학교에 숨어있기로 결심한다.


복도를 걷는 장군의 귀에 교실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창문 너머로 조는 학생들, 열심히 필기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항상 저 안에만 있었지, 밖에서 들여다보는 안의 풍경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장군은 처음으로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장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생각이 장군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울적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떠돌이 귀신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때다. 어렸을 때 봤던 투명인간 영화가 떠오른다. 투명인간은 투명인간이 돼서 뭘 했더라?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나도 투명인간이 되었으니 투명인간의 삶을 즐겨보도록 할까?


우선 강당으로 가본다. 지금 막 체육수업을 시작했는지 몸풀기 운동으로 학생들이 줄지어 강당을 돌고 있다. 장군은 일부러 지나가는 학생들 앞에 선다. 아이들이 장군을 지나치면서 소름 끼쳐 하는 모습에 킥킥, 웃는다.

이번엔 선생님 차례다. 간이 의자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졸고 있는 선생님의 간이 의자를 발로 차 넘어뜨린다. 우당탕탕, 큰 소리가 들리고 선생님이 뒤로 나자빠진다. 누구야! 하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킥킥대는 장군을 뒤로하고 선생님은 멋쩍은 듯 의자를 일으켜 다시 앉는다.


이어 장군은 음악실로 직행한다. 음악 선생님이 애지중지하던 피아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음악실의 피아노는 꽤 비싼 피아노로, 음악 선생님이 아니면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쉬는 시간에 몰래 만졌다가 걸린 학생은 반성문을 여러 장을 쓰고, 일주일 동안 음악실 청소까지 해야 한다. 그런 귀하신 피아노를 만질 기회가 오늘 장군에게 찾아온 것이다. 어차피 이제 귀신인데 만져도 상관없겠지? 죽었어도 학생은 학생인 걸까? 따위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도레미- 장군이 피아노를 친다.


“누구야!?”


어디에 있었는지 갑자기 나타난 음악 선생님이 신경질적으로 음악실 문을 연다.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알아. 지금 나오면 음악실 청소는 이틀로 줄여 줄 테니까 어서 나와!”


저래서 누가 나가겠냔 말이다. 물론 음악실은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장군은 다시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 초등학교에서 갈고 닦은 멜로디언 실력으로 떴다 떴다 비행기를 연주한다. 음악 선생님의 얼굴이 사색이 돼 어느새 발걸음이 멈췄다.

음악 선생님의 굳은 몸에 도움을 주고자 피아노 건반을 열 손가락을 이용해 콰앙! 하고 누른다.


“으아아악!”


음악 선생님이 소리치며 헐레벌떡 도망친다. 성악을 전공했다더니, 목청이 좋다.


장군의 다음 타깃은 미술실이다.

미술실은 쾌쾌한 물감 냄새가 났다. 언제 수업 시간이 됐는지 학생들이 들어와 본인 자리를 찾아가 앉는다.

선생님이 교탁 위에 사과와 우유갑을 놓고 똑같이 따라 그리라고 한다. 아이들의 손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뭘 하면 재미있을까? 다른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을 보던 장군은 꽤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과가 움직이지 않게 바닥에 붙여 잡고, 입으로 베어 문다.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과에 잇자국이 생겼다. 꽤나 맛있는 사과다. 장군은 한 입 더 베어 문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꺄아악! 하며 소리친다.

웬 소란이냐며 선생님이 주의를 주지만, 잇자국이 나 있는 사과에 선생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쓰고 있던 안경을 치켜세운다. 킥킥대며 일부러 선생님을 통과해 빠져나가는 장군이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진 장군은 귀신도 배가 고파지는지 고민했다. 곧 점심시간이다. 아이들이 몰려들기 전에 급식실로 가자. 이것도 귀신의 특권이었다.

급식실에는 학생들에게 배식 될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장군은 조심스러웠다. 장군이 물건을 만지면 산 사람에게는 물건 혼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 같았다. 급식실 조리사 분들을 놀라게 할 순 없었다. 장군은 아무도 안 보나 주변을 살피고, 얼른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 왜인지 모르게 음식이 뜨거워서 혼났다. 장군은 자신이 조금 퍼먹어 비어있는 곳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 채운다.


급하게 먹느라 별로 먹지 못했다. 하지만 금세 밀려드는 학생들에 장군은 입맛만 다신다. 다른 아이들의 반찬을 좀 노려봐야겠다.


장군이 먼저 온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앉는다. 그래도 양심에 찔려 많이 가져온 아이의 것을 노린다. 아이들은 장군이 몰래 빼먹어 자기 반찬이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이다.


“그 얘기 들었어? 우리 학교에 귀신이 있대.”

“뭐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반응하자 먼저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더 열렬히 귀신이 있다는 증거를 내놓는다.


“오늘 강당에서 선생님 혼자 넘어졌대.”

“그 선생님 맨날 졸잖아. 자다 넘어져 놓고 쪽팔려서 그런 거겠지.”

“음악실에서 아무도 없는 피아노가 연주됐다던데?”

“그런 학교 괴담은 많지 않나?”


반응이 시큰둥하다. 발화자는 못 참겠는지 치트키를 친다.


“미술 시간에 눈앞에서 누가 사과를 먹었대.”

“?”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데 사과에 잇자국이 생기고,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났다니까?”

“나도 그 얘기 들었어.”


아이들이 꺅꺅거리며 호들갑 떤다.


전부 장군의 얘기다. 장군은 자신의 무용담에 신이나 반찬 남겨주기 상을 주기로 한다. 먹을 것은 주변에 널렸으니까.

사냥감을 물색하는 장군의 눈에 미영과 나리가 들어왔다. 장군은 얼른 둘에게 다가가 앞에 앉는다.


“짱구한테 연락 온 거 있어?”

“아니, 이 계집애, 학교라면서 연락 안 받아.”


나리와 미영의 대화 주제는 장군이다. 장군은 죽었는데도 아직 자신을 생각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조금 코끝이 찡하다. 그러나 감동도 잠시, 미영과 나리는 금방 화제를 바꾼다.


“근데 그 얘기 들었어?”

“뭐?”


미영이 주변을 살피고 조용히 말한다.


“정미 오늘 학교 안 온 거, 엄마한테 맞아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어.”

“뭐? 왜? 어제 집에 안 들어간 거 아니야?”

“걔네 엄마가 성적에 그렇게 집착한대. 1등 성적표가 아니라 백점 성적표를 갖고 오라나 봐.”

“1등이면 됐지, 백점이 무슨 상관이야?”

“걔 그거 때문에 자살 시도도 한 적 있다는데?”

“설마~.”


그 후로도 화제는 금세 바뀌어 어젯밤 본 TV 프로그램 얘기,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 숙제에 관한 이야기 등 이야기보따리를 펼쳐나갔다.

장군도 끼고 싶었지만, 장군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투명인간 놀이도 재미가 없어졌다.

운동장의 학교 벤치에 앉아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발에 잡히는 돌멩이를 찬다. 돌멩이가 데구루루 굴러가 누군가의 발 앞에서 멈춘다. 고개를 들어보면 노인이 서 있다.

노인은 허리는 굽었지만 지팡이는 짚지 않았다. 미국 법관이 쓸 법한 꼬불거리는 흰 머리카락에 누더기를 걸쳤다. 강렬한 인상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던 장군과 노인의 눈이 마주친다. 장군이 얼른 눈을 피했지만, 노인이 장군에게 다가온다.


“꼬마야, 어디 갈 데 없니?”


장군은 뒤에 누가 있나? 싶어 두리번댄다. 아무도 없다.


“저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갈 곳이 없으면 나랑 같이 갈래? 여기에 혼자 있으면 위험하단다.”


노인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내가 보이는 걸 보니, 이 할아버지는 귀신이구나!’


장군은 직감했다. 경계심이 안 든 건 아니지만, 이제 장군도 귀신이다.

어쩌면 저 할아버지가 이 학교의 터줏대감일지도 모른다.

당분간 학교에서 지내려면 주변 귀신들과 친해져야 할 것이다.

장군은 벤치에서 일어나 노인이 내미는 손을 무시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뒤따라갈 테니까 앞장서세요.”


노인은 장군의 말대로 앞장선다. 장군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노인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할아버지는 여기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가면 친구들 많아요? 할아버지가 여기 터줏대감이에요?”

“허허, 질문이 너무 많구나. 천천히 하나씩 물어보렴.”

“가면 다른 친구들이 많이 있을까요?”

“그럼, 아주 많지.”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


장군은 자신이 학교에서 모르는 장소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을 따라가 보니 그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학교에 이렇게 습하고 어두운 곳이 있었다니. 장군은 이렇게 냄새나고 기분 나쁜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장군은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는다.


달칵.


소리와 함께 실내가 밝아진다.

꽤 넓은 실내엔 장군의 또래인 학생들이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한다. 그중에 장군과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소녀가 보였다.


“정미야!”


어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정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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