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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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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4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6.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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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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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8화 귀로(2)

DUMMY

빨간 원숭이가 킁킁거리며 코를 씰룩댔다.


“글쎄다.”


관심 없는 장군은 샐러드만 연신 뒤적이는데 빨간 원숭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장군 가까이 다가온다.


“아니다, 우끼. 식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희미하게 났는데 지금은 더 심하다, 우끼끼.”

“뭐야? 면상 치워라.”

“으엑! 너한테서 인간 냄새가 나는데? 우끼!”


빨간 원숭이가 과장된 몸짓으로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그러는 넌 원숭이 냄새나잖아.”


귀찮다는 듯 장군은 훠이훠이~ 손짓하며 빨간 원숭이를 물러나게 했다.


“잔칫날에 인간을 먹고 오면 안 되는 거 몰라? 우끼?”


장내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식장을 채우던 클래식도 어느새 멈추고, 장내의 모든 눈과 귀가 장군을 향한다.

잔치를 망치러 온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된 기분이다.


“라는 건 농담~ 우끼끼~!”


빨간 원숭이가 농담조로 낄낄대며 말한다. 얄밉게 총을 쏘는 듯한 제스처로 장군을 향해 가리킨다.


“도깨비는 사람 안 먹잖아, 우끼~ 또 어디서 인간들이랑 씨름 한판 하다 왔구나? 우끼끼~”


다시 식장에 클래식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장군으로 향했던 시선들이 물러간다.


저게 날 놀려?


샐러드 포크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반대 손이 막는다.

참아라, 장군아. 오늘은 좋은 날이지 않느냐.

장군의 오른손과 왼손이 힘겨루기하고 있을 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를 채운다.


“아아, 여러분, 주목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랑 입장~!”


문이 열리고,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이 버진로드를 걸어 나온다.

장군은 조금 놀랐다. 도깨비가 장군이 동화 속에서 본 뿔 달린 도깨비처럼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잘생겼다.

장내 귀신들은 신랑이 자신의 근처를 걸어갈 때마다 “와아아아~!” 하면서 큰소리로 환호하기 시작한다.


“왕자님, 축하드려요!”

“행복하세요!”


몇몇 머리를 조아리는 귀신들을 보며 하하하! 웃어대는 걸 보니 도깨비도 그게 싫지 않은 모양이다.


“신부 입장~!”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이 흘러나오며 신부도 입장한다.

신랑은 신부를 보고 올라가는 입꼬리와 드러나는 치아를 감추지 못했다.

신부 역시 신랑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니 장군은 마음이 뿌듯했다. 장군은 드라마 속 로맨스에 관심이 많았다.


“야, 원숭아, 저 둘은 어떻게 만난 거래?”

“저 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지. 우끼..”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점점 더 드라마 같아지는데?


장군은 두 눈을 빛내며 빨간 원숭이를 재촉한다.


“신부가 어찌나 화끈한지! 칼로 도깨비님을 찔렀다가 다시 빼고는 프러포즈 했대, 우끼!”

“...응?”


장군의 머릿속의 가녀린 신부는 갑자기 나타난 듬직한 신부의 주먹에 와장창 깨진다.

듬직한 신부는 거대한 칼을 신랑의 가슴에 넣고 빼더니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면 이 정도엔 끄떡없어야지!

신랑은 입가에 피를 좀 흘리긴 했지만, 멀쩡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그러자 듬직한 신부는,

-결혼하자!

하고 프러포즈를 한다.


장군은 머릿속의 상상을 얼른 지운다.


“그거.. 살인미수 아니냐?”

“남의 로맨스를 매도하지 마라, 우끼!”

“이런 게 달.. 콤살벌한 로맨스인가...?”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라니, 로맨틱하지? 우끼?”

“...사이코패스 같은데.”

“어려서 아직 뭘 모르는군, 우끼.“


빨간 원숭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음식에 집중했다.

장군은 앞에 놓인 음식을 바라봤다.


저 원숭이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이 음식을 먹고 있는 걸까?

신랑을 찌르고 프러포즈를 한 신부라면 하객들 음식에도 독을 탔을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내 하객이라면 이 정도는 먹어야지! 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이다.


장군은 곧바로 뒤적이던 포크도 내려놓았다.


빨간 원숭이는 오지랖이 넓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귀신 저 귀신에게 달라붙어 술을 권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주최자가 저 빨간 원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빨간 원숭이가 자리로 돌아와 보따리를 뒤적인다.


“보따리는 왜 만지는 거야? 뭐라도 챙기는 것처럼.”


빨간 원숭이의 움직임이 멈춘다. 석상처럼 10초 동안 굳어있던 원숭이는 빤히 쳐다보는 장군의 시선에 부끄럽다는 듯 속삭인다.


“사실은 집에 어린 원숭이들이 있어서 남은 음식을 몰래 싸다 주려는 거다, 우끼.”

“그래?”


의외로 좋은 원숭이인가 보다.

장군은 자신 앞에 놓인 음식들도 건넨다.


“이것도 가져가. 난 안 먹거든.”

“고, 고맙다, 우끼.”


빨간 원숭이가 장군에게 빵과 음식들을 받아 보따리에 넣는다.

장군이 쉬지 않고 음식들을 가져다준다.

빨간 원숭이는 연신 고맙다며 받다가 묻는다.


“넌 안 먹냐, 우끼끼? 이거 맛있다, 우끼!”


빨간 원숭이가 장군에게 받은 쿠키를 건넨다.


“난 됐어.”

“좋은 날인데 하나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 우끼! 그럼 술이라도 마셔라, 우끼!”


빨간 원숭이가 와인을 내밀지만, 장군이 거절한다. 술은 20살이 되면 마시기로 부모님과 약속했다.


“이 녀석 도깨비 맞아? 술을 마다하네? 우끼! 어디 아픈 거 아냐?”

“난 아직 애기 도깨비라고. 술은 20살부터. 몰라?”


다른 귀신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술은 스무살부터지.”


빨간 원숭이는 더 권하지 못하고 술잔을 내려놓는다.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모든 귀신의 시선이 쏠리는 곳을 바라보니, 신랑과 신부를 향해 반지가 둥둥 떠가고 있다.


“이제 신랑 신부의 반지 교환이 있겠습니다!”


반지가 신랑과 신부에게 닿자 다시 환호성이 터졌다.

아니, 환호성이 아니었다.


쿠웅.


잔에 담긴 와인이 흔들리고,


쿠웅.


천장의 샹들리에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장군이 “뭐지?”하고 주변을 살피면, 벽을 뚫고 들어온 거대한 괴물이 사회자를 삼킨다.


괴물은 거대한 검은 해삼처럼 생겼는데 입이 굉장히 커다랬다.

해삼 괴물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한다. 성대하게 차려놓은 삼단 케이크가 무너져 내렸다. 이빨이 없는 뱀처럼 음식을 마구 집어삼켰다. 괴물은 보이는 족족 삼켜댔다. 소화하지 못하는지 먹는 만큼 몸집이 불어났다.


사회자의 소멸로 식장은 초토화가 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함박웃음을 짓던 요괴들의 얼굴이 저마다 구겨졌다. 마구잡이로 돌진하는 괴물을 피해 도망 다니기 바빴다.


“으아아악!”

“도망쳐!”


대부분의 귀신이 식장을 나가려고 했고 많은 인파가 몰려 병목현상이 일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출입구에 몰려있는 귀신들에게 괴물이 돌진했다.


귀신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괴물에게 먹혀 사라졌다.

장내에 있던 귀신들의 80퍼센트가 이미 괴물의 뱃속에 들어갔고, 그나마 남은 귀신들은 거대한 괴물에게 닿지 않으려 숨죽여 벽에 딱 붙어있었다.


“훌쩍!‘


그때, 신랑이 눈물을 쏟기 시작한다.

한 번 터진 눈물은 수도꼭지처럼 쏟아져 내려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린다.

신랑이 다시 코를 훌쩍이자, 괴물이 몸을 신랑을 향해 돌린다.


“반지가, 반지가 사라졌어어엉!”


신랑이 큰 소리 내며 통곡한다.

주변에선 소리 없이 울지 말라며 달래보지만, 신랑은 더 크게 곡소리 낸다.


“으아앙, 왜 하필 내 결혼식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아아앙?”


괴물이 신랑을 향해 돌진하려 하자, 빨간 원숭이가 어느새 장군의 팔을 잡고 속삭인다.


“신랑이 미끼가 됐을 때 도망치자, 우끼! 지금이 기회다, 우끼!”

“그냥 저렇게 두고?”

“어쩔 수 없잖냐, 우끼. 산 귀신은 살아야지, 우끼.”


원숭이의 뒤를 따르자니 마음이 걸린다.

아까도 꾀를 낸 원숭이라면 뭔가 좋은 수가 있지 않을까?

장군의 팔이 식장을 빠져나가려는 원숭이의 보따리를 잡는다.


“잠깐만.”

“뭐냐, 우끼?”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아까 말 괴물에 올라탔던 거처럼 좋은 수 좀 써봐.”

“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우끼.”

“뭔데?”

“저 천장에 달라붙은 샹들리에 보이지, 우끼? 저걸 저 괴물 위에 떨어뜨리는 거다, 우끼. 저 무게면 괴물도 어쩔 수 없을 거다, 우끼.”

“저 샹들리에만 괴물 위로 떨어뜨리면 된다 이거지?”


장군이 팔을 걷어붙였다.


“근데 하나 문제가 있다, 우끼. 저 샹들리에를 달아놓은 로프는 도깨비들이 만든 걸로 웬만해선 끊을 수 없다, 우끼. 묶여있는 장소는 내가 아는데, 우끼. 저 괴물을 유인할 유인책이 필요한데, 이미 먹혔다, 우끼.”


그러고 보니 신랑의 목소리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안 봐도 해삼 괴물에 먹힌 게 분명했다.

다른 귀신들은 온몸이 굳어 벌벌 떨기에 바쁘다.

결국 나밖에 없는 건가?


“내가 할게.”

“그럴 테냐, 우끼? 움직여라, 우끼!”


빨간 원숭이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고는 장군을 밀친다.


“으악!”


우당탕탕.


조용한 식장에 장군이 뒹구는 소리가 울린다.

해삼 괴물이 장군을 향해 달려든다.

장군은 언제든지 피할 수 있는 자세로 고쳐 잡고, 해삼 괴물이 샹들리에 근처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린다.

해삼 괴물이 샹들리에 근처에 다다르자 장군이 외친다.


“야, 원숭이! 끊어!”


그러나, 원숭이는


‘아디오스’


라는 한 마디를 남긴 채 출입구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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