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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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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1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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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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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화 폭풍의 전학생

DUMMY

아침부터 하늘이 을씨년스럽더니, 기어코 비를 쏟아낸다.

만물이 소생하는 따스한 봄비가 아니라 추운 겨울을 지내고 마지막으로 약한 동물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는 듯 장대비가 화살처럼 쏟아진다. 비가 제법 오려는지 먹구름 낀 하늘은 이젠 우르르하며 준비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날씨에도 등교한 오복여자중학교 2학년 1반 학생들은 어두운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참 분위기가 익어가고, 클라이맥스로 다 달아갈 때,


“그렇게 발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저 뒤에서...!”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린다.


“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어두웠던 교실에 전등불이 들어온다.


“조용, 조용! 불 다 꺼놓고 뭐하니? 얼른 자리에 앉아.”

“아~ 쌤! 놀랐잖아요!”


아이들이 하나둘 흩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장군은 선생님과 함께 들어오는 하얀 머리를 보고 튀어 나갈 것처럼 방망이질하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장군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칠판에 변성현 세 글자를 적는다.


“오늘 전학생이 왔단다. 소개하렴.”


성현이 교탁 앞에 서서 장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저승에서 온 변성현이다.”


우르르 쾅쾅.

때마침 천둥이 치고 이어 번개가 번쩍인다.


“바, 박수.”


얼어있던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일제히 손뼉을 친다. 물론 박수 소리는 곧이어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묻혀버렸지만 말이다.


“성현아,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으렴. 다음 수업 시간 뭔지 앞자리에 앉은 장군이가 알려줄 거야.”


혹시라도 성현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쩌나 싶어 긴장한 선생님이 말한다. 성현은 걱정과 다르게 바로 장군의 뒤에 가서 앉는다. 들어갈 때 귀신같이 발소리도 나지 않는다.


“내일까지 비가 안 그치면 현장학습 취소되는 거 알지? 비 오면 평소대로 등교하는 거야. 오늘 종례는 없다. 반장.”

“차렷, 경례!”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아이들이 성현의 주변에 몰려 든다.


“머리는 왜 하얀 거야? 선생님들이 뭐라고 안 해?”

“어디서 왔어?”

“이따 점심 같이 먹자.”

“말 걸지 마, 인간.”

“왜?”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묻는다. 성현은 잠시 고민하다 이 질문엔 대답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답변한다.


“난 너희랑 사는 세계가 달라.”

“...”

“...”

“... 중2병인가 봐.”


침묵을 깨는 한 마디에 성현을 둘러싼 무리가 하나둘 사라진다.

성현은 전학 10분도 안 돼서 중2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쉬는 시간에 성현을 몰래 불러낼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미영과 나리는 이미 성현을 경계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장군이 쪽지를 적어 성현에게 넘긴다. 바로 뒤에 앉아 있어서 몸을 성현에게 가까이하면 쉽게 넘길 수 있다.


-학교에 왜 왔어?

-놀러 온 거 아니야.


전혀 답변이 되지 않았지만, 소름이 끼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저승사자가 놀러 온 게 아니라면 일하러 온 걸까? 그럼 또 누가 학교에서 죽나? 안 그래도 며칠 전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교에서 실족사한 이후로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불안감에 장군도 더는 묻지 못하고 성현에게 돌려받은 쪽지를 박박 찢는다.


그러나 장군의 걱정과 달리 성현은 얌전했다. 정말로 공부하러 온 학생처럼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는다. 과학실 이동 수업에도 성현은 말없이 장군을 따라왔다.

모든 아이들-심지어 반장까지도-의 친절을 거절한 성현은 결국 장군이 맡게 되었다. 그나마 성현이 장군에게는 날을 세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과학실로 이동 수업이 있어 성현을 무리해서 무리에 끼웠다.


전등불을 모두 켜놓았는데도 어두운 복도를 지나며 어깨를 움츠렸다. 축축한 복도도 한몫했다. 도와 전등으로도 물리칠 수 없는 어둠은 무서운 기분이 들기에 딱 좋았다. 미영도 간질거리는 입을 참을 수 없는지 미술실을 지나가면 미술실 괴담을, 음악실을 지나가면 음악실 괴담을 재잘댄다.


“그 얘기 들었어? 우리 학교 음악실 피아노, 혼자서 연주한대. 예전에 우리 학교에 다니던 피아노 장학생이 콩쿠르를 앞두고 손을 다쳐서 자살했는데, 그 원혼이 붙어서 콩쿠르 일이 가까워지면 피아노를 치는 거래. 그리고 그게 오늘이야.”

“소름이다~.”


나리가 짝짜꿍한다. 장군은 며칠 전 자신이 벌인 일이 생각나 입을 다문다. 소문이 이런 식으로 부풀어 오르는 거구나. 앞으론 행동을 좀 조심해야겠다 다짐한다.


과학실에 들어선 성현이 아무 데나 앉으려는 걸 장군이 잡는다.


“번호로 앉아야 해. 너 마지막 번호니까 나랑 같은 조야.”


과학실은 여섯 명이서 한 조가 되어 자리에 앉는데, 마지막으로 전학 온 성현은 마지막 조인 장군과 같은 조가 되었다. 조원들은 같은 조가 될 성현에 앞으로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같은 조에 장군이 있다는 사실에 얼른 장군의 옆자리를 성현에게 양보한다.


“앞에 놓여있는 건 선생님이 만지라고 할 때까지 만지지 마.”


미리 와서 앉아있던 과학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다.

책상에는 물이 담긴 비커와 샬레 두 개에 담겨있는 흰 가루, 알코올램프, 전구, 건전지, 집게, 속이 빈 유리 막대 등 실험을 위해 미리 준비된 도구들이 놓여있었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문가에 앉은 아이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한다. 오늘의 실험 내용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칠판에 비친다.


“책상에 놓인 하얀 가루는 설탕이랑 소금이야. 옆에 견출지 붙여놨으니까 먹어보지 말고, 비커 두 개에 물 담아와서 실험하고 보고서 제출해.”

“네.”


아이들이 칠판에 쏴지고 있는 방법을 따라 아이들이 움직인다.


“난 뭘 하면 돼?”


성현의 질문에 움직이던 아이들이 멈춘다. 아이들이 난감한 얼굴로 장군을 본다.


“물이라도 떠오던지.”


장군이 비커를 내민다.

성현과 장군이 물을 떠 오자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이 모두 모였다.


“이제 붓는다.”

“앗, 안돼!”


목에 조장이라는 목걸이를 건 진주가 소리쳤다. 다행히 물에 설탕과 소금을 넣으려는 장군의 팔을 성현이 잡았다. 귀신같은 속도에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이게 아니야?”

“생각하기 전에 움직이는 성격 좀 고쳐.”


성현이 장군에게 잔소리하며 칠판을 가리킨다. 실험은 총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체의 설탕과 소금을 이용한 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설탕물과 소금물을 이용한 실험이었다. 성현의 잔소리를 진주가 거든다.


“유리 막대에 설탕이랑 소금 먼저 실험하고 다음 걸로 넘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설탕과 소금이 든 유리 막대에 전기회로를 연결해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어 지시에 따라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이고 소금과 설탕을 녹인다. 소금 막대는 꼬마전구에 빛이 들어오지만 설탕 막대는 변화가 없다. 장군과 아이들이 실험 결과를 실험 일지에 적고, 소금과 설탕을 물에 타는데 뒤에서 소란이 일었다.


“꺄아악!”


모두의 시선이 소란의 근원지로 집중됐다. 알코올램프의 불이 크게 붙어 거대한 불꽃이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움직이고 있었다.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나.”


선생님이 얼른 달려와 모래를 던진다. 하지만 불꽃은 모래를 피해 다른 알코올램프로 옮겨붙는다.


“엄마야!”

“오메, 이게 뭔 일이여.”


불이 옮겨붙은 램프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얼른 몸을 피한다. 당황한 선생님의 입에서 고향의 말투가 튀어나온다. 불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였다. 피리에 따라 춤추는 코브라 같은 움직임이었다. 설마 성현이 여기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일까? 불이 번져서 죽는 사람이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초조해진 장군이 알코올램프 뚜껑을 들고 뛰어들려 하자, 성현이 장군을 말린다.


“잘 봐. 불이 아니야.”


성현은 침착했다. 그 침착함이 옮았는지 장군은 차분히 주변을 둘러본다. 확실히 이상했다. 불이 책상, 아이들의 머리, 옷 할 것 없이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는데 불이 켜져 있는 램프 말고는 불이 옮겨붙은 곳이 없다.

장군은 램프 위에서 춤추는 불꽃을 자세히 바라봤다.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눈?!

장군이 눈을 더 크게 뜨고 불꽃을 바라본다. 불꽃엔 확실히 눈이 달려있고, 마치 뱀과 같은 긴 혓바닥을 내밀고 꿈틀거리고 있다.


“저건 헛불뱀이야. 불처럼 불타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불이 붙은 건 아니야.”


성현이 설명하고 몸을 움직인다. 손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사각 쟁반을 들고 있다. 헛불뱀이 이번엔 아이들의 어깨를 타고 선생님 머리로 올라간다.


“으아악! 불, 불이야!”


선생님이 혼비백산해서 모래로 뛰어들려 하자 뱀이 도약을 시도한다. 그리고 성현의 손도 함께 움직였다.


깡!


맑은 충격음이 들렸다. 성현의 쟁반이 헛불뱀과 함께 선생님이 머리를 강타했다. 선생님이 쓰러지고, 성현은 그 앞에서 호리병을 대 기절한 헛불뱀을 빨아들인다.

정미가 선생님에게 다가가 선생님을 흔든다.


“선생님.”


그러나 미동도 없다.


“주, 죽었나 봐!”


때마침 번개가 번쩍, 하고 친다.


“꺄아아악!”


우르르 쾅쾅. 찢어지는 천둥소리가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묻는다. 아이들을 향해 몸을 돌린 성현이 단호하게 말한다.


“오늘 내 허락 없이 죽는 사람은 없어.”


과학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장대비가 바닥을 치는 소리만 가득하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였다.


“꺄아악! 선생님!”


지나가던 선생님의 비명 소리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몰려온다. 폭풍과 함께 전학 온 전학생은 정말 전학 첫날부터 전교를 흔든 폭풍의 전학생이 되었다.


**


낮의 해프닝으로 실험 일지를 집에서 작성하게 된 장군은 샤프를 씹었다. 실험이 흐지부지 끝나 결론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미영이나 나리에게 문자해볼까? 생각하던 찰나,


띵동 -


하고 벨이 울렸다.


“이 늦은 밤에 누구지?”


벌써 11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이었다. 아직도 뚫린 하늘이 닫히지 않았는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군이 우산을 챙겨 들고 대문으로 향하자 이미 나와 있는 미남의 모습이 보인다. 미남은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장군을 봤는지, 장군을 부른다.


“군아, 잠깐 와 봐야겠다.”


장군은 대문 앞에 우비를 입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들고 있던 우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유능한과 성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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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폭풍의 전학생 22.06.04 1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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