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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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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9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6.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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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화 특전팀(1)

DUMMY

한밤중에 찾아온 불청객은 성현과 유능한이었다. 성현은 우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유능한은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너희가 어떻게...!”


장군이 입만 뻥끗거렸다.


“다 젖었다.”


미남은 쓰고 있는 우산을 장군의 손에 쥐여주고 바닥을 뒹구는 우산을 줍는다. 장군의 표정만 봐도 장군과 불청객들이 안면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친구가 하숙한다고? 아빠는 못 들은 거 같은데, 언제 얘기했었니? 엄마는 아셔?"


아니요. 저도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서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한테 아직...”


장군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 얘긴 천천히 다시 해보도록 하자. 미안합니다. 아직 결정이 안 나서요, 결정이 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미남이 대문을 닫으려는데 유능한이 대문에 발을 끼워 넣는다.


"아이고, 장군이가 부모님께 아직 얘길 안 했구나? 이를 어쩌지? 우린 장군이 너만 믿고 방도 다 빼버렸는데....“


유능한이 옆에 놓인 크고 작은 캐리어를 두 개를 보여준다.


”저, 비도 오는데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일단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마치 제가 집주인인 양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 유능한이 절대 집안에 발을 들이게 해선 안 된다. 미남도 장군과 같은 생각인가 보다.

유능한은 캐리어 두 개를 밀며 대문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만 미남에게 막혀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 틈을 타 성현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양동작전이었다. 당연히 성현은 장군이 맡아야 했지만, 장군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바람에 난공불락의 요새가 함락됐다.


“이렇게 늦은 밤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문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 딸 성현이가 장군이네 집에서 하숙하게 돼서 말이에요. 오늘 방도 전부 빼고 달려왔지 뭡니까.”


유능한이 손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며 말한다.


“그런 중요한 일을 미리 확인도 안 해보고 오시는군요. 어디 쫓기시나 보죠?”


미남이 비아냥댄다.


“항상 시간에 쫓겨 살죠. 하하하하.”


유능한 말고 웃는 사람은 없었다. 미남이 장군에게 속삭였다.


“군아, 엄마 좀 모시고 올래?”

“네.”


장군이 드리를 부르러 안방으로 향할 때, 드리는 이미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장군이 어머님. 야심한 밤에 죄송합니다.”

“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전 장군이 친구, 성현이 아버지인 변능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온 건 제가 곧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해서요.”


유능한이 드리가 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시계를 초조하게 바라본다.


“비행기요?”

“해외 발령이 났거든요. 오늘 바로 떠납니다.”

“자랑하러 오셨나요? 잘된 일이네요. 이제 나가주시죠.”


미남이 현관문을 열어준다.


“아하하핫! 좋은 일이죠. 아주 좋은 일인데, 나쁜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 성현이는 저랑 같이 갈 수 없어서요.”

“따님은 왜 안 데려가시나요?”

“이번 발령지가 오지라서요. 이렇게 속세에 찌든 애가 핸드폰도 안 터지는 그 오지에 가서 어떻게 적응하겠습니까? 말도 통하지 않아서 친구 사귀기도 어려울 거고요. 그렇다고 여자애 혼자 놓고 가기엔 걱정돼서 장군이한테 얘기했더니 집에서 하숙이 가능하다고 해서요. 그 말만 믿고 집까지 다 정리하고 왔는데... 허허허, 아직 전달을 안 했다는군요, 매우 아쉬운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죠. 성현이는 같은 하늘 아래 아빠 없이 길거리에서 지낼 수밖에요.”


유능한이 쾌활하게 말하곤 성현의 어깨를 밀며 함께 나가려는 시늉을 한다.


“성현아, 할 수 없다. 장군이가 말을 안 했다는데 어떡하겠니? 비도 오는데 오늘은 길거리에 나 앉자. 먼저 자리를 차지해야 그나마 텃세가 덜하지 않겠니?”


말하면서 슬픈 눈으로 장군을 바라보는 걸 잊지 않는다. 장군은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찔리는 걸 느꼈다. 유능한이 배우였다면 주인공은 아니어도 주인공 옆에서 감초처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명한 배우였을 것이다.

미남과 드리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유능한은 성현의 친아빠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매정했다. 아무리 일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를 혼자 길거리에 두고 갈 생각을 한다니, 장군과 같은 또래인 성현에게 마음 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미남과 드리가 마음을 결정했는지 유능한을 부른다.


”저, 아버님.“

”예, 어머님.“


나가다 말고 부름에 얼른 몸을 돌려 다가온다. 마무리가 허술하다.


”아버님 혼자서 길거리에 나 앉는 건 관심 없지만, 아이 혼자 길거리에 나 앉는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네요. 돌아오실 때까지만 저희가 맡을게요.“

”예? 정말입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장군아.“


다 알면서 모르는 척 과장된 연기로 감사를 표한다.


”성현아, 아빠 갔다 올 때까지 밥 너무 먹지 말고 장군이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아니다, 장군이 부모님을 너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해!“

”... 에.“


질렸는지 성현은 발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답한다. 유능한이 과장되게 시계를 쳐다봤다.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제대로 인사드리고 싶은데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건 제 성의니 받아주세요.“


유능한이 재빨리 트렁크에서 아주 작은 뭔가를 꺼내 손을 펴지 않으면 보지 못하게 세 사람의 손에 말아쥐어 주고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튀어 나간다. 붙잡을 새도 없었다.

장군은 유능한이 쥐여준 물건이 뭔지 궁금해 손을 펴본다. ‘한 병 더’라고 적혀 있는 병뚜껑이 놓여 있었다.

장군은 어이가 없어서 유능한의 트렁크 안이 병뚜껑 세 개말고는 텅텅 비어있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병뚜껑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미남과 드리에게 성현이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성현은 손님방을 배정받았다. 장군은 아직 정돈되지 않은 방을 정리하려는 드리를 말리고 오늘은 자신의 방에서 같이 자겠다며 성현의 침구를 직접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된 거야?“

”당분간 저승으로 안 돌아갈 거야.“

”너 저승에서 쫓겨났어?“

”쫓겨나긴 누가 쫓겨나?!“


장군의 질문에 소리를 빽 지르는 성현이다.


”일 때문이야.“

”학교에 다니는 것도 일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 조직개편이 있었어.“

“조직개편?”

“경리계님 직속으로 특수사건전담팀이 새로 생겼어. 저승에서 탈출한 신수들을 잡아 오는 게 주된 업무니까 잘 기억해 둬.”

“내가 왜?”

“너랑 내가 그 팀 소속이거든.”

“뭐어어어~?!”


성현이 호패와 두루마리를 꺼내 장군에게 건넨다.


“특전팀은 신수 확보를 우선으로 하는 팀으로 이승에서의 다른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고 저승으로의 귀환도 자제해야 해.”

“왜 하필 우리 집이야?”

“... 귀로에 있는 집이라 몸을 숨기기도 좋고 저승사자들이 지내기도 좋은 집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야심한 시각에 그런 식으로 쳐들어오는 게 말이 되냐? 적어도 나랑 상의는 했어야 할 거 아냐?!”

“그건 미안해. 유능한이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해서... 그녀석 그렇게 보여도 초과근무하는 거 엄청나게 싫어하거든.”

“아니, 그렇게 보여.”


장군은 줄행랑치는 유능한을 생각했다. 괘씸한 건 ‘한 병 더’라는 병뚜껑을 건네고 갔다는 것이다. 적어도 바꿔오는 성의는 보이란 말이야!

이미 사라진 녀석에게 화를 낼 수도 없어서 장군은 성현에게 받은 호패와 두루마리를 살펴본다. 호패는 이전의 것과 색 말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새로운 건 두루마리다. 장군은 두루마리를 펼쳤다.

두루마리에는 마치 범죄자들의 머그샷을 사진 대신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우리가 잡아야 할 신수들이야.”


장군이 두루마리를 더 풀었다. 비단잉어, 불쥐 등 다양한 동물의 그림이 있었는데, 어떤 그림에는 엑스표가 그려져 있다.


“이건 왜 엑스자가 쳐져 있어?”

“가위표가 그려진 것들은 이미 잡은 것들이야.”


장군은 가위표가 그려진 사진을 응시했다.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다. 레드백과 해삼괴물 이었다. 해삼괴물 그 자체로 실사에 가까운데, 레드백은 옆을 바라보는 얼굴이 정면 얼굴로 와있고, 색도 다양하게 칠해져 있다.


“레드백?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며칠 전에 네가 잡은 거잖아. 빨간 원숭이.”

“엑? 걘 이렇게 안 생겼는데?”


장군이 경악했다. 장군의 기억 속의 레드백은 그냥 빨간 털을 가진 원숭이였다. 이름이 레드백인 건 그냥 빨간 보따리를 들고 다녔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리는 화백의 화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그건 피카소가 그린 거야.”

“피카소가 왜 이런 걸 그려? 아니, 적어도 피카소한텐 맡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저승의 신수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요즘 저승에 인력이 부족한 걸 생각하면, 피카소도 필요한 인력이야.”

“그럼 전혀 소용이 없잖아!”

“그래서 밑에 특징이 적혀 있잖아.”


말이 안 통한다. 장군은 입을 다물고 두루마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핀다. 두루마리는 얇았는데 펴놓고 보니 바닥에 쌓일 만큼 길다.

아무리 뒤져봐도 유명한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유니콘이나 기린 같은 유명한 동물은 안 보이네. 나도 유니콘 보고 싶어. 기린 보고 싶어.”

“그런 신성한 동물은 삼엄한 경비 속에서 관리되고 있어. 거기 그려진 범죄자들이랑은 취급이 달라.”


장군이 다시 두루마리를 둘둘 만다. 너무 길어서 원상복구 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차피 찾으려면 시간도 걸릴 테고,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부터 움직이자.”


장군이 성현의 이불 반을 차지하고 눕는다.


“넌 그렇게 해. 난 나갔다 올게.”

“뭐? 지금 밖에 폭우가 쏟아지는데?”

“아까 오면서 본 녀석이 있어.”

“그러면 거기서 잡아 왔으면 됐잖아.”

“유능한이랑?”

“...”


장군이 납득했다. 유능한, 모든 것을 납득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였다.

성현이 장군의 손에서 두루마리를 가져와 길게 펼쳤다. 얼마나 빨리 두루마리를 읽는 건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종이를 뽑아낸다.


“이거야.”


두루마리를 펼치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래는 코발트블루에 등이 봉긋하게 솟아 마치 장난감처럼 생겼다.

장군이 그림 위에 적혀있는 이름을 읽는다.


“난다고래?”

“성체는 5미터는 되는데 내가 본 건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새끼였어. 오늘 놓치면 찾기 까다로울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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