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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너무 강해서 저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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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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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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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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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화 특전팀(2)

DUMMY

오랜만에 저승으로 돌아온 경리계는 진절머리를 앓고 있었다.


테이블에 모인 수십명의 관리들이 하는 일이라곤 책임을 전가하며 입을 나불대는 것뿐이라니, 짜증이 안 나려야 안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리계가 자리를 비운 수십 년 동안 저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경리계가 아는 관리의 얼굴은 몇 안 됐다.

처음 보는 길쭉한 얼굴에 길쭉한 수염을 단 관리가 입을 연다.

사육사처럼 입은 복식을 보아하니 신수를 관리하는 신수팀의 장일 것이다.


"신수가 저승을 빠져나갔으니 문지기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하오."


커다란 덩치로 맞지 않는 작은 의자에 불편하게 앉아있는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문신이라기보다는 무신에 더 잘 어울리는 용모의 남자가 문지기팀장이리라.


"신수가 도망친 게 왜 우리 탓이오? 오히려 날뛰어 우리를 부순 신수의 잘못이니 책임은 신수팀이 지는 게 맞지 않겠소?"

"무슨 소리요. 그럼 신수가 날뛰지, 얌전히 있는 거 봤소? 아무리 신수가 날뛰었기로 서니 우리가 무너지는 게 말이 됩니까?"


신수팀장이 펄쩍 뛰자 문지기팀장이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소. 신수가 날뛰는 건 자명한 일. 우리를 제대로 보수하지 않은 보수팀이 책임을 져야겠소."


이번엔 보수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펄쩍 뛴다.


"그건 우리 탓이 아니오. 애초에 예산만 제때 내려왔다면...! 헉!"


말하던 보수팀장은 아차, 싶은지 입을 다문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테이블에 모인 관리들의 모든 숨을 죽이고 경리계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렇군요. 우리 경리팀의 잘못이라는 거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보수팀장은 얼른 식은땀을 훔쳐낸다. 안 그래도 저승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경리계의 기분을 건드렸다가 다시 경리계가 모습을 감추기라도 하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저승에서의 입지가 작아 예산도 제대로 배정받지 못했다. 다른 팀들은 어디서 그렇게 돈이 나오는 건지 건물을 새로 짓고 경비를 펑펑 써대는데 말이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저지르면 여우 같은 관리들에게 약점을 내주는 셈이 될 것이다.

보수팀장은 얼른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서든 경리계의 기분도 풀고 신수가 도망친 책임도 다른 팀에 전가해야 한다.

마치 눈앞의 쥐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경리계의 눈빛에 보수팀장은 굳은 입술을 더듬으며 놀리기 시작한다.


"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경리계님.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알겠습니다."


위엄있는 목소리가 경리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예?"


예상 못한 대답을 들은 듯 모든 관리가 턱 빠진 소리를 냈다.


"이번 일은 보수팀에 제대로 된 경비가 지급되지 않아 생긴 일 같군요. 저는 이런 불공정한 처사가 저승에서 일어났음을 통탄하고 반성하여 이미 배분된 예산을 회수해 공평하게 다시 배분하겠다고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경리계의 발언에 여기저기서 당황한 헛기침이 들린다.


"하지만 이미 집행한 예산을 다시 회수한다는 게...."

"제가 못 할 거 같나요?"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편성된 예산의 사용처를 전부 정해놨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죠."

"그렇군요. 저희 경리팀도 융통성이 없진 않습니다. 받은 예산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경리팀에 그 용도를 소명하세요. 정당한 지출이라면 저희도 곳간을 열어드릴 겁니다."


다시 한번 당황한 헛기침이 들린다.


"크흠, 예산은 그렇다 치고, 도망친 신수들은 어떡할 겁니까? 그것도 경리팀의 책임 아니겠습니까?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자는 것뿐입니다. 사건을 해결해야 하니까요."

"맞습니다. 그 일도 제가 처리하죠. 신수팀장님."

"예, 예!"


경리계에게 불린 신수팀장이 당황해 소리친다.


"신수를 관리하는 건 신수팀의 일인데, 이 일을 제가 전담해도 될까요?"

"무, 물론이죠. 애초에 저희 신수팀은 저승 우리에 있는 신수를 먹이고 관리하는 게 주된 업무기 때문에...."

"좋습니다. 신수를 잡아들이는 일은 제가 도맡아 처리하겠습니다."

"저... 어쩌시려구요?"

"한시적인 팀을 만들 겁니다. 팀명은... 특수한 사건이니 특수사건전담팀이 좋겠군요."

"예? 그럼 인원 충원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안 그래도 저승에 인력이 부족하고, 새로 뽑으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요."

"팀원은 이미 생각해 놨습니다. 며칠 전, 대도 레드백을 잡아 왔다는 사자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사자들을 새로운 부서 특수사건전담팀에 소속시킬 예정입니다."

"안영수 사자와 문경호 사자 말입니까?“


**


저승에서의 호출에 성현은 당황했다.


호출한 사람이 다름 아닌 경리계였기 때문이다.


저승은 상부와 하부로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하부는 모든 사자의 출입이 자유로웠지만, 상부는 높은 직급의 관리들만 들어갈 수 있었다. 하급 저승사자인 성현은 소문으로 듣던 상부를 오늘 처음으로 눈에 담았다.


경리계가 사라진 후부터 저승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말이 거짓인 것처럼 상부의 건물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윤택했다.

정돈되지 않아 인도까지 장악한 저승풀에 이동이 불편한 하부와 달리 상부는 비싼 잔디가 깔려있고, 관리가 잘 되는지 싱싱하고 푸른색을 띠고 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호화로운 상인의 저택처럼 화려한 건물들이 보인다.

건물들의 벽은 황금으로 도금한 듯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고, 지붕엔 옥을 매달아 빛을 받을 때마다 옥이 반짝였다. 마치 갑자기 부유해진 사람이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건물 같았다. 하지만 건축가가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주변 건물과의 차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차이점은 건물 자체가 이승의 여러 나라의 전통풍으로 세워졌다는 것이다. 그마저 중구난방으로 섞여 마치 신세대와 구세대가 힘겨루기하는 재개발 현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단 하나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유일하게 금칠하지 않은 건물은 화려한 건물들 사이 우뚝 서있다.


성현은 그 건물이 경리계의 건물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지붕의 기와가 경리계의 비늘과 같은 엽전 모양으로 되어 있던 것이다.


경리계의 건물로 가는 길은 선계에서나 볼법한 꽃과 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책으로만 봤던 식물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훑으며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입구 앞에 서 있다.


입구에 다다르자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 문이 열린다.


성현이 안으로 들어와 불이 없어 어두운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곧 실내에 놓여있는 등에 도깨비불이 켜져 성현이 가야 할 길을 밝힌다.

경리계의 집무실은 밖의 건물들과 다르지 않게 화려했다.

불빛을 따라가면 세계의 명화가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이승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하지만 이승에선 본 적 없는 그림들이다.

당연했다. 그들이 저승에 와서 그린 그림들이었으니까.

벽에 걸린 명화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경리계의 집무실에 도착한다.


”들어오너라.“


노크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경리계가 성현을 부른다.

성현은 긴장한 얼굴로 경리계의 방에 발을 들여놓는다.

문 앞에는 바로 경리계의 책상이 놓여있고, 경리계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장군과 요계에 함께 있었을 때와는 기백의 차원이 다르다.

벌써 기선제압을 당한 성현은 앉으라며 경리계가 권한 의자에 앉는다. 성현이 자리에 앉자 경리계가 솜씨 좋게 차를 따른다.


"내가 저승을 비운 동안 염라가 아주 재밌는 일을 벌여놨더구나. 너도 오는 길에 봤을 게다."

"... 재미있는 일이요?“

”원래 이 일대에 화려한 건물은 내 건물밖에 없었단다.“


경리계가 깔깔대며 웃는다.

성현은 화려하기만 한 건물을 생각했다.


”그래도 전대 염라는 꽤 검소한 사람이었지. 어쩌다 저런 녀석이 나왔는지, 자식 복은 없다니까. 쯧쯧.“


현 염라 김귀남은 전대 염라의 아들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염라가 되었다.

귀남은 애초에 차기 염라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실력도 인망도 차기 염라 후보라 불리던 사내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내가 모습을 감췄고, 전대 염라는 지병을 핑계 삼아 기다렸다는 듯 관직을 내려놨다.

결국 염라의 자리를 공석으로 놔둘 수 없던 저승은 전대 염라의 지도를 조건으로 귀남을 염라의 자리에 앉혔다.

핏줄로 염라가 된 귀남은 최고직을 차지하자마자 저승의 높은 관직들을 친인척에게 넘겼다.

높은 관직을 부정하게 얻은 관리들은 곧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패가 소문에 어두운 성현의 귀에까지 들어왔으니, 말하지 않아도 저승 수뇌부가 얼마나 부패했는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소문일 뿐이었다. 괴팍하고 돈만 밝히는 경리계도 실제로 만나보니 다르지 않았던가?


경리계의 목소리가 저승의 역사를 생각하던 성현을 현실로 끌어 올린다.


"그 녀석들이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바람에 진짜로 써야 할 곳엔 쓰이지 않고 있지. 덕분에 이 늙은이가 부서진 우리의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에 놓였단다."

“그 얘기를 왜 저한테 하시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알면서 시치미 떼기는! 맞다, 네가 해야겠다."


모른 척 시치미 떼려던 성현을 간파한 경리계의 뱀 같은 눈이 기분 좋은 듯 휘어진다.


"제가요? 하지만 부서진 우리는 보수팀이 수리하면 되지 않나요? 신수가 도망갔다고 해도 신수팀에서 잡아 오면 되는 일이구요. 딱히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이미 손을 써 놨다. 이 건은 이미 신수팀에서 손을 뗐고, 너희는 내 직속 부서로 발령 날 거다."

“너희요?”

“너랑 장군이.”

“걘 살아있는 인간인데요?”

“언제는 죽어서 나 잡으러 다녔니? 그런 변명은 이제 그만해라. 이 일은 너희가 적임이야.”


아마 경리계는 레드백을 잡았다는 이유로 장군과 성현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성현이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일은 결국 경리계의 말대로 진행될 것이다.

성현에겐 몰라도 장군에겐 나쁜 일은 아니었다. 장군은 주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아무리 신경이 두꺼워도 살아있는 사람이 계속해서 죽음을 마주치는 게 좋을 리 없다. 어쩌면 경리계도 그런 장군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리라.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지금 당장 가줘야겠다.”


경리계가 새로운 호패와 두루마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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