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강해서 저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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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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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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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장화 신은 고양이들(1)

DUMMY

으슥한 골목.

달도 뜨지 않아 짙은 어둠이 내린 밤.

까만 망토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고양이에게 장화를 내민다.


“덕분에 물건을 찾았어, 고양아. 이건 고마움의 표시야.”

“애-옹.”

“지금은 두 짝이지만, 네 짝을 전부 신으면 진정한 요술 고양이가 될 수 있대. 남은 두 짝은 네가 찾으면 갖도록 해.”


남자가 고양이의 앞에 장화를 내려놓고 떠나자, 치즈색 털을 가진 육중한 몸매의 고양이가 장화에 앞쪽 발을 끼워 넣는다. 원래 주인인 양 딱 맞는다.

고양이는 두 발로 서서 사라진 남자의 그림자에 대고 말한다.


“이 몸은 고양이가 아니라 뚜띠 캣이야!”


**


성현이 오고 처음으로 함께하는 주말이다.

원래는 가족끼리 여행을 갈 생각이었는데, 아빠네 회사가 고솜 때문에 부서져서 갑자기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월드로보틱스는 복구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고 한다. 그때까지 주말도 없이 근무해야 한다며 울면서 나갔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이 무산돼서 심심했는지 드리는 오랜만에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학생은 장군과 성현이었다.

햄, 치즈, 닭고기, 떡 등 다양한 재료와 꼬치가 장군과 성현의 앞에 놓여있다.


“먹고 싶은 걸 꽂고 튀김가루, 계란, 빵가루 순으로 묻혀 보자.”


드리가 시범을 보인다. 성현과 장군도 곧잘 따라 한다. 셋이서 만드니 벌써 수북하게 꼬치가 쌓인다. 드리가 기름을 불에 올렸다. 적당히 온도가 올라가자 꼬치를 넣는다. 비가 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장군의 취향은 한식이었지만, 튀김 요리가 풍기는 냄새는 언제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첫 타자가 기름 샤워를 끝내자 다음 타자를 집어넣는다. 그때, 기본 벨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엄마 전화 같은데요?”


장군의 핸드폰이나 성현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평소 학교에 다니는 장군과 성현은 벨 소리를 진동으로 해놓기 때문에 벨 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엄마 잠깐 전화 받고 올게. 위험하니까 건드리지 말고 들어가 있어.”


드리가 불을 끄고 주방을 나간다.

불이 꺼져 냄비 안에서 식어가는 튀김을 보고 장군이 물었다.


“보니까 엄청 쉬운 거 같은데, 우리가 마저 튀길까?”

“그래.”


성현이 자신만만하게 답한다. 장군은 얼른 불을 켰다. 센 불에 놓으면 더 빨리 익을 것이다.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드리는 눈 앞에 펼쳐진 아수라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식용유가 담겨있던 냄비엔 불이 붙어 불길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고, 장군과 성현은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부었다.


“안 돼!”


드리가 외쳤지만, 한발 늦었다. 물을 만난 불꽃은 화마가 되어 폭탄이 터지듯 폭발했다.


“으아악!”


장군과 성현이 놀라 뒤로 나자빠진다. 그 바람에 튀겨놓은 튀김들은 하늘 높이 날아 바닥으로 떨어진다. 드리는 불이 더 번지기 전에 찬장을 열어 하얀 가루를 꺼내 뿌렸다.

치직, 소리를 내며 금방 불길이 잡힌다. 하얀 가루들이 눈처럼 내려 주방을 뒤덮는다.

드리가 달려와 성현과 장군을 살핀다.


“다친 덴 없니?”

“난 괜찮은데... 튀김이...”


**


청소를 돕겠다고 나서는 두 사람을 만류한 드리는 나가서 점심이라도 먹고 오라며 돈을 쥐여주고는 집에서 내쫓아 버렸다.

집에서 쫓겨난 성현과 장군은 국밥집에 앉아 국물을 뜨고 있다.


“이제 집에는 못 들어가게 생겼는데, 어쩌지? 돈 좀 남았는데 오락실 갈래?”

“아니. 갈 데 있어.”

“어디? 심심한데 나도 같이 가도 돼?”

“좋아.”


성현을 따라 좁은 골목을 지나고 담벼락을 넘어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쓰레기장이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장군은 코를 막는다.


“이런 곳에 볼일이 있다고?”


주변을 둘러보자 온 동네의 도둑고양이란 도둑고양이는 다 모였는지 고양이가 아주 많이 모여 있다. 어림짐작해봐도 오십 마리는 넘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 고양이가 이렇게 많았나? 장군은 얌전히 한 곳을 바라보며 모여 있는 고양이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야옹~!”


그때, 우렁찬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고양이들이 모세에 의해 갈라지는 홍해처럼 길을 만든다.

만들어진 길을 한 노란 고양이가 거대한 몸을 뒤뚱이며 두 발로 걸어오고 있었다. 특이한 건 그뿐이 아니었다. 발에는 빨간색 장화를 신고 있었다. 장군은 어렸을 때 읽은 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동화를 떠올렸다. 노란 고양이가 장군의 앞에 섰다.


“뭔데 인간이 고양이 집회에 참여한 거야?”

“뭐야, 이 고양이. 서커스에서 빠져나온 거야?”

“난 고양이가 아니라, 천재 요술 고양이, 곧 고양이 왕이 될 뚜띠(tutti) 캣이야.”

“고양이 맞잖아.”

“고양이가 아니래도!”


뚜띠가 으르렁거리자 주변 고양이들도 장군을 향해 털을 세운다. 그 모습에 성현이 뚜띠에게 묻는다.


“고양이 할머니는 어딨어?”

“고양이 할머니를 만나러 온 거야?”

“응.”

“업데이트가 너무 늦은 거 아냐? 이젠 이 몸이 왕이야.”

“넌 고양이 할머니 밑에 있던 고양이 아니야?”

“닥쳐! 고양이 할머니의 앞발이던 시절의 내가 아니야. 난 곧 왕이 될 뚜띠 캣 님이라고!”

“···뭐, 됐어. 정보가 필요해. 이 동네에서 본 적 없는 동물이 나타났다거나 하는 이야기 들은 적 있어?”

“너희 저승사자구나?”


뚜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성현을 바라보다 장군의 주변에서 코를 킁킁거린다.


“근데 이 녀석은 왜 살아있는 인간 냄새가 나지?”

“인간이니까.”

“인간과 저승사자라, 요즘은 그런 조합이 유행인가 보지?”


뚜띠가 점프하자 몸이 사라졌다 쓰레기장 제일 높은 곳에서 나타난다.


“근데 이걸 어쩌지? 난 너희한테 받은 게 없어!”

“뭐?”


장군과 성현이 동시에 외쳤다.


“저승사자와 고양이는 이전부터 내려오는 약속에 의해서 상생 관계 아니었어?”

“세상이 변했어! 기브 앤 테이크라고! 무식해서 영어를 못 알아들어? 주고받기야!”

“막무가내군.”


뚜띠의 말투와 행동은 마치 뮤지컬을 연상케 했다. 장군은 조금만 더 하면 춤까지 추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정보를 받고 싶으면 너희도 내놓는 게 있어야지.”

“뭘 원하는데?”

“그건...”


성현의 질문에 뚜띠가 잠시 고민하는 듯 말끝을 흐린다.


“천재 요술 고양이가 못 갖는 것도 있나?”


장군이 비아냥거린다.


“생선 가시로 봐주려고 했는데, 네가 다 망쳤어. 옆 마을 왕초의 장화를 가져와.”

“장화?”

“그 장화는 원래 내 장화야. 근데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장화를 훔쳐 갔어!”

“장화는 네가 신고 있잖아. 뱃살이 너무 나와서 발이 안 보이는 거야?”

“이 멍-청-한 인간! 내 발은 네 개라고! 아직 두 개가 비잖아!”


뚜띠가 장화를 신지 않은 앞발을 보여준다. 확실히 저 육중한 몸을 지탱하기에 두 다리만으로는 버거워 보인다.


“그 장화만 갖다주면 정보를 주겠다 이거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기브 앤 테이크라고!”


**


장군이 터벅터벅 걸으며 묻는다.


“그냥 요술 한 번 부리면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저 뚱띠, 진짜 요술 고양이 맞아?”

“너랑 말이 통하는 걸 보면 맞는 거 같은데?”

“헉, 진짜네? 어휴... 이젠 하다 하다 고양이 심부름까지 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잖아. 우린 지금 정보원이 필요한걸.”


장군이 투덜댄다. 그러나 성현의 말대로 새로운 정보원을 얻지 못하면 아쉬운 건 이쪽이었다. 두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옆 마을 왕초에게 가보기로 한다.


“장화를 가져다준다 쳐. 정말로 그 뚱띠가 정보를 줄까?”

“글쎄...”


성현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아까 전 행동하는 거로 봐선 약속을 지키지 않을 확률이 99퍼센트였다. 그렇다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확률은 0퍼센트였다. 단 1퍼센트의 가능성에라도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높은 담벼락 위에서 몰래 듣고 있던 고양이가 외쳤다.


“스파이다!”

“응? 스파이?”


장군이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모를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장군과 성현을 덮친다.


“어라라? 왜 이래?”

“이거 놔!”


머리와 어깨, 등이라고 할 거 없이 달라붙은 고양이들을 떼어내려는 성현과 장군이다. 고양이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두 사람의 오금을 강타한다. 예상치 못한 타격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두 사람을 오작교처럼 한데 뭉쳐 등에 태우고 장소를 옮긴다. 일어나지 못하게 몸 위에 올라타는 고양이도 있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얀마, 안 내려가? 내가 아끼는 옷이라고!”


성현과 장군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고양이와 실랑이한다.


으슥한 골목을 지나 놀이터로 모인 고양이들이 미끄럼틀 통으로 들어간다. 유치원생들이 타고 놀 법한 크기의 미끄럼틀이었다. 장군과 성현을 옮겨온 고양이들은 장군과 성현의 크기는 생각하지 않는지 둘을 한꺼번에 미끄럼틀 통 입구에 데려간다. 장군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잠깐! 둘이 같이 들어가면 낄 거 같은데!?”


그러나 장군의 외침이 묵살당했다. 장군과 성현을 등에 태우고 달리던 고양이들이 둘을 한 번에 미끄럼틀 통으로 밀어 넣었다. 이어 들어오는 고양이들이 장군과 성현을 꾹꾹 밀어낸다. 머리가 미끄럼틀 밖으로 나오고, 어깨가 껴버렸다. 뒤따라오던 고양이들은 출구가 막혀버리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속해서 장군과 성현을 밀어댔다.


“그만해! 아파!”


졸지에 온몸을 구속당한 김밥 신세가 된 장군과 성현은 그냥 어린아이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다가 끼어버린 한심한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장군이 소리쳤다.


“어차피 놀이터면 그냥 내려놨어도 됐잖아!”

“야~옹.”

“저거 지금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거지? 저 얍삽한 고양이 녀석! 내가 양 팔다리만 자유로웠어도...!”


장군이 눈을 반만 뜨고 심드렁한 울음소리를 내는 고양이가 얄미워 한마디 한다.


그때, 턱시도 고양이들이 유난 떨며 들어온다. 마치 귀에 인이어라도 찬 듯 앞발을 대고 가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쿵, 쿵, 거리는 거대한 짐승의 발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린다. 보통 거대한 녀석이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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