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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왕큰손
작품등록일 :
2022.05.15 14:44
최근연재일 :
2022.07.17 23: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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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6
추천수 :
104
글자수 :
164,196

작성
22.06.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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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1화 불똥벌레(1)

DUMMY

“어서, 새로운 몸을 찾자.”

“어디가 좋을까?”

“저긴 어때?”


지렁이처럼 가늘고 긴 세 마리의 벌레가 귀로 한복판에 놓인 집을 보고 말한다.


**


장군은 책상 앞에 머리를 싸매고 앉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황금 같은 주말의 마지막 날, 책상머리에 앉아 기습적인 쪽지 시험을 보고 있어야 한다니!


이런 일이 생긴 건 장군이 두루마리를 잘랐기 때문이었다.


두루마리를 받은 장군은 끝없이 펼쳐지는 두루마리에 압도당했다. 외우는 건 고사하고 전부 다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게다가 두루마리는 뒤에 있는 신수를 보려면 말려 있는 앞엣것들을 풀어야 찾을 수 있었다.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하자 성현은,


“전부 외워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이걸 전부 외운다고? 말이 돼?”

“난 다 외웠어. 넌 못해?”


하고 장군을 도발했고, 도발에 넘어간 장군이,


“당연히 하지. 너보다 하루 더 일찍 외워줄게.”


하고 성현의 덫에 넘어갔던 것이다.


장군은 뒷일 생각 안 하고 일을 저질러버린 과거의 자신을 저주했다.


"시간 됐어."

"잠깐...!"


장군이 책상에 놓인 종이에 얼른 손을 가져다 댔지만 성현이 쏙 빼내 간다. 종이에는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고, 몇 개의 그림에 글씨가 적혀있다.


"백 개중에 스무 개밖에 못 채운 데다 대부분 틀렸어. 이 쉬운 불똥벌레 유충도 틀린 거야?"


성현이 싸늘한 시선으로 장군을 바라본다.

장군도 할 말 없는 건 아니다.


"그 정도면 잘 한 거지! 네가 그린 그림 전혀 못 알아보겠거든? 이게 어떻게 불똥벌레 유충이야? 아무리 잘 봐줘도 라면 면발이잖아!"

"딱 봐도 불똥벌레 유충 세 마리잖아! 하나, 둘, 셋!"


꼬불꼬불하게 그려진 선을 하나하나 분해한 성현이 이해됐냐며 물었지만, 아무리 봐도 장군의 눈에는 좋게 봐도 라면 면발이다.


"애초에 네 그림으로 시험 보는 게 말이 돼? 이건 너무 어렵지!"

“특징을 알면 어떤 그림으로 나와도 알아보는 법이야. 몽타주 몰라?”

“말이 쉽지. 내가 그린 그림으로 하면 너도 못 알아볼걸? 아닌가? 난 너무 잘 그려서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되나?”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튄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렸다.


"얘들아, 오늘 아빠가 일찍 끝나서 집에 오고 계시다는데, 같이 바다 갈래?"

"좋아요."

"뭐? 너 아직...!"

"성현이도 좋대요."

"그래, 얼른 준비하고 나와."


드리가 나가자 장군이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 켠다.


"아직 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한가하게 놀러 가겠다고?"

"집에 틀어박혀 두루마리 공부나 하고 있다고 신수가 나타나는 건 아니잖아. 나가서 좀 돌아다니자. 혹시 알아? 거기서 신수라도 만날지?"


**


갯벌에 서 있는 네 사람은 가슴까지 오는 갯벌 체험 옷에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낀 양손에 그물과 양동이를 하나씩 들고 있다. 주변에는 장군네 가족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무더기다. 호루라기를 입에 문 사람이 시계를 보고 초침이 흐르는 걸 바라보고 있다.

묘한 긴장감 속에서 미남이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제한 시간은 한 시간이니까 종류는 따지지 말고 무조건 집어넣는 거야. 오늘 많이 잡아야 다음 주 식탁이 풍성해진다는 거 잊지 말고, 집에 가기 전엔 조개도 캘 거니까 체력분배 잘하고."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그 무리에 장군네 가족은 없었다. 갯벌에서도 어찌나 빠른지 이미 다른 사람들을 훨씬 앞서 체험장 안에서 그물을 뜨고 있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게 이런 걸 얘기하는 건가? 장군은 생각했다.

물속에 그물을 넣었다 올리면, 커다란 생선들이 한꺼번에 딸려 올라온다. 광어에 우럭, 심지어는 도미까지 있다.

장군 혼자서 네댓 마리는 되는 생선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리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장군을 따라 하다가 그물을 놓치고 말았다.

드리와 미남은 무슨 어선이 그물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촘촘하게 생선을 끌어 올린다.

장군 가족의 양동이는 어느새 꽉 차 이후에 잡는 생선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성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벌써 10분은 지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비었어?"


장군이 성현의 양동이를 보고 묻는다. 성현의 양동이는 아직도 생선 한 마리 들어있지 않다.

처음 하는 체험이라 성현이 요령을 모르나보다 생각한 장군이 성현에게 시범을 보인다.


"그냥 넣고 뜨면 돼."


장군의 그물이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자 그물에는 거대한 생선들이 걸려 퍼덕이고 있다. 양동이에 들어가던 생선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올라 성현에게 날아간다.


"저기 도망친다, 얼른 잡아!"

"으악!"


그러나 날아오는 생선을 피하려던 성현이 갯벌에 발을 잡혔는지 철퍼덕, 주저앉는다.


"괜찮아?"


장군이 성현을 일으킨다. 성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너 혹시..."

"시끄러워."

"생선이 무서워?"

"아니거든?"


장군이 지나가는 생선 한 마리를 낚아채 성현에게 내밀자 성현이 기겁한다. 온몸에 오소소 닭살이 돋았다.


"그냥 그 미끈거리는 느낌이 싫은 거거든?"


고무장갑까지 꼈는데 그게 느껴지나?


삐익-.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장군은 잽싸게 성현의 양동이로 바닥을 긁는다. 제법 많은 생선이 들어왔다. 장군이 꽉 찬 양동이를 내밀자 다행히 양동이까지 거부하진 않았다.


장군의 가족이 물기가 없는 펄로 나와 각자가 잡아 온 사냥감을 자랑한다.


"난 우럭이랑 광어, 도미도 잡았어요."

"많이 잡았네. 성현이는 많이 잡았니?"


성현이 꺼내지 못하고 양동이를 내민다.


"처음인데 많이 잡았구나?"


미남과 드리가 둘을 칭찬한다.


"엄마랑 아빠는 많이 잡으셨어요?"


장군의 질문은 어리석었다. 미남과 드리는 어떻게 한 건지 10리터도 되어 보이지 않는 양동이에 생선을 그물 안에 쌓아서 마치 거대한 원양어선에서 그물을 들어 올린 듯 많은 생선이 걸려있다.

안에 있는 생선은 전부 우리 가족이 쓸어버린 건 아닌가 싶어 장군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체험에선 빠르고 강한 사람이 고기를 잡는 법이니.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지?"


미남과 드리는 장군보다 항상 한발 앞선다. 집에서 먹을 일주일 치 저녁을 셈하는 장군과 달리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모든 생선을 차에 태워 돌아가기는 무리처럼 보인다. 드리와 미남은 빠르게 생선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광어, 우럭은 물론이고 새우에 오징어, 문어까지 있다.


“난 문어는 못 봤는데!”

“한 곳에만 있으니까 그렇지. 앞으론 주변을 잘 살펴보도록 해.”


얼추 정리가 끝났는지 드리가 편의점에서 사 온 얼음을 붓고는 남은 생선들은 함께 체험했던 사람들에게 가져가라며 나눠준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돌아온 드리와 미남은 다시 호미와 갈퀴를 챙겨 들었다.


“바다에 왔으면 조개도 캐가야지.”


이번엔 갯벌을 들쑤실 차례였다. 네 사람은 삽과 호미, 바구니를 들고 비장한 얼굴로 흩어진다.

장군은 마냥 땅만 파고 있는 성현에게 요령을 가르쳐 준다. 생선을 잡을 때와는 달리 장군의 가르침에 따라 곧잘 조개를 줍는다. 아니, 줍는가 싶더니 조갯살 없이 비어있는 조개껍데기를 꺼내고는 무척이나 분해한다. 반면 장군은 능숙하게 살이 꽉 차 있는 조개를 바구니에 담는다.

성현이 잘 잡지 못하는 걸 보고 미남이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이리 와 봐.”


미남의 손엔 어디서 났는지 맛소금이 들려 있다. 장군과 성현이 다가오자 갯벌에 뽕뽕 뚫려있는 구멍을 가리킨다.


“여기 숨구멍 보이지? 숨구멍을 조금 파내고 그 안에 소금을 넣어서 기다리면 위로 올라오는데, 그때 잡으면 돼. 한번 해볼래?”


구멍을 삽으로 떠내고 그 안에 맛소금을 붓는다. 조금 기다리면 맛조개가 쏙 하고 위로 올라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미남이 맛조개를 꺼내 바구니에 담았다.

성현과 장군도 맛소금을 받아 미남을 따라 한다.

넣으면 올라오는 게 제법 재미있다. 성현도 금방 요령을 익혀 여러 곳에 소금을 넣고 맛조개가 올라오면 한 번에 일망타진한다.

성현이 자신의 바구니보다 적게 들어있는 장군의 바구니를 보고 피식 웃는다.


“별로 못 잡았네? 이건 내 실력이 더 좋은가 봐.”

“옆에 초보자가 있어서 재미 좀 보라고 기다려 주는 거야. 내가 너무 다 잡아버리면 하나도 못 잡았다고 우는 사람이 생길까 봐 걱정돼서 말이야.”


장군의 도발에 성현의 눈에 불이 붙었다.


“누가 더 많이 잡는지 내기할래?”

“좋아. 내가 이기면 두루마리 공부는 이제 안 할 거야.”

“좋아. 내가 이기면 두 배로 공부할 거야.”

“10분 동안이다.”


장군과 성현이 시간을 맞춘다. 타이머 시작 버튼을 누르고, 두 사람이 흩어짐과 동시에 주변의 맛조개가 뽑혀 나가기 시작한다. 갖고 있던 소금이 다 떨어지지 않았다면 맛조개의 씨가 말라버렸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맛조개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눈대중으로 보기엔 장군과 성현의 것 중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개수 세기를 하다가 100을 넘었을 때, 아직도 세지 않은 맛조개의 산더미 같은 양을 보고 무승부로 결론을 내린다.

각자 봐줬다는 마음을 품은 채 말이다.


작가의말

이후는 연재 주기인 일요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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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불똥벌레(2) 22.06.19 10 0 9쪽
» 31화 불똥벌레(1) 22.06.14 1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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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장화 신은 고양이들(3) 22.06.12 12 0 11쪽
28 28화 장화 신은 고양이들(2) 22.06.11 11 0 9쪽
27 27화 장화 신은 고양이들(1) 22.06.10 10 1 11쪽
26 26화 특전팀(5) 22.06.09 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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