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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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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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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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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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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칼리스의 뇌를 기계에 연결해준 것은 놀랍게도 최후의 3인 중 두 명이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의술과 기계공학이 뒷받침되어야 했기 때문에,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세 사람중에 한명 뿐이었다. 칼리스가 말했다.


“그들의 이름은 유노스, 마할로였다. 70년전 이곳의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너희같은 호퍼들이 어떻게든 블랙홀을 탈출하고자 우주선을 만들고자 열을 올렸고, 광물이 필요한 종족은 많았지만 모두가 군말없이 그 계획에 따랐다. 하지만 시험모델이 모두 공중에서 폭파되는 바람에 더 이상 우주선을 만드려는 의욕이 남지 않게 되었지. 결국 각 종족은 자신에게 필요한 무기들을 이곳에서 만든 후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광물제련과 도구제작에 특화된 우리 종족은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결국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단 한번 밖에 할 수 없는 시술을 하기에 이르렀지”


수현 일행은 칼리스의 고백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결국 나혼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로도 영원하지 않다는걸 알고 있기에, 누군가가 유용하게 쓰길 바라며 여기서 채굴한 광물들을 순수하게 분리하여 지하에 묻어두었다”

“그러게 욕심내지 말고 나누어주었으면 이런 불가피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을거 아냐”

“몇번 그런 적이 있었다. 다짜고짜 광물을 요구하더니 그들은 아무것도 주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런 얌체 외계인들은 이곳에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을 찾게 되었지”

“오우거들은 이제 풀어주는게 어때? 그들은 이미 꽤 오랫동안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것 같은데”

“몬스터 따위에게도 연민을 느끼는거냐?”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도 생명체다. 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그쪽에서 먼저 나를 공격해오지 않으면 나도 굳이 치지 않는다”

“흥! 평화주의자로군. 난 수백년을 살아왔지만, 평화주의자가 오래 살아남는 꼴을 본 적이 없지”

“수백년? 구라치고 자빠졌네. 가동시간이 92년 밖에 안되는걸?”


ESS-01 이 칼리스의 기계장치를 분석하더니 툭 내뱉었다.


“생명체로서 살아온 시간은 왜 빼는거냐?”

“몇년이나 살았는데 그래?”

“그..그게..30년”

“뭐야? 그럼 30+92=122년. 겨우 그것 밖에 안되면서 수백년이라니. 과장이 너무 심한거 아냐?”


하지만 그 말에 반응한 사람은 의외로 촌장이었다.


“어째서 30년 밖에 살지 못한건가? 원래 수명이 그정도인 종족인가?”

“아니.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50년 정도가 평균이야”

“그렇다는건..모태솔로였다는 얘기군”


일행은 숙연해졌다. 장가를 못가면 수명이라도 늘려줄 것이지, 오히려 솔로여서 수명이 짧아진다고? 무슨 유전자가 그래?


“너희 종족도 여자가 더 오래 살지 않던가?”

“응? 그러고보니..”


요즘 할머니들은 맞벌이 자녀들 대신 손주 손녀를 돌보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러다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챙길 것들이 많아진다. 반면 할아버지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육아나 살림은 전부 할머니에게 맡기다시피 하다보니 건강이 빨리 악화되어 수명이 할머니보다 짧은 편이다.


“일단 서로 싸움을 하게 된 것은 유감이야. 처음에도 말했지만, 필요한 광물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난 무기 몇 개만 만들면 그만이고. 나머지 기계족이나 곤충족, 아실리드족과는 알아서 협상을 하도록 해”

“뭐? 그럼 날 해치지 않겠다는건가?”

“장가도 못가고 기계에 갖혀있는 딱한 사정인데 내가 무슨 짓을 하겠냐고”

“그..그럼..”


이렇게 하여 적당한 타협을 하기로 했다. 오우거들은 기계족들이 대신할 때까지 조금더 쓰기로 했고, 곤충족들은 그들의 집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광물들을 가져갔다. 아실리드족은 아예 광물지대 바로 옆에 본거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종족이 자신의 맡은 역할을 착착 해내자 광물을 캐고 정제하고 만드는 과정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수현이 생각에 잠겨있자 촌장이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겐가?”

“이 행성은..생명체보다는 기계나 금속으로 이루어진 외계인들이 살기 적합한 곳인 것 같아서요”

“그렇겠지. ESS-01이 알려주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 행성에서 생명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을거야. 안봐도 뻔해”

“이대로 시간이 계속 지나간다면, 우리 같은 생명체들은 결국 칼리스처럼 뇌만 남은 기계가 될지도 몰라요”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어차피 그때까지 살지도 못하거니와, 자네와 난 여길 빠져나가기로 하지 않았나”

“대충 둘러보니 여기 광물이 아무리 많아도, 그리고 호퍼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 모두를 태우고 블랙홀을 벗어날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아요”

“그러겠지. 재료만 있다고 복잡한 우주선을 뚝딱 만들 수는 없을테니까”

“만약 이 블랙홀이 일종의 거대한 우주선이라면, 그 우주선의 통제권을 빼앗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거에요”

“흠..하지만 그렇다는 증거가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그때 릴리스가 달려왔다.


“수현, 촌장님”

“응?”

“점심식사 후 ESS-01이 좀 보재”


용광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임시로 지은 집에 모인 일행은 기계족이 가져다준 고기를 익혀먹었다. 근데 한창 졸린 시간에 회의를 하자니. 기계족들은 생명체의 생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그때 ESS-01 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칼리스가 꽤 유용한 정보를 주었거든. 그걸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맞춰보았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ESS-01의 설명은 이랬다. 블랙홀 행성에 가장 먼저 정착한 종족은 바로 에너지족. 그들은 아주 오래전에 두개의 부류로 나뉘어졌다. 순수혈통 그리고 블랙홀에 의해 변질된 쪽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사실은 불안정한 에너지수급에 적응하기 위해 순수혈통 에너지족의 실험을 통해 변질된 에너지족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변질된 에너지족은 다른 외계인들을 오로지 에너지원 혹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방해꾼 정도로 여겼기 때문에 보이는 족족 닥치는대로 제거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타종족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어째 타임머신이라는 소설에서 인류의 먼 미래를 묘사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로군.


그리고 순수혈통 에너지족과 변질족의 사이는 점점 나빠져 결국 둘은 갈라서게 되었다. 순수혈통족은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종족에게 변질족의 약점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하면 변질족의 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조금만 응용하면 순수혈통쪽에도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이후 변질족은 지하 깊은 곳으로 숨어버렸고,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순수혈통조차 행성의 구석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날 기계족 마을을 공격하러 온 에너지족이 그랬지. 자신들의 12대손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아마도 그때 나타난 구체가 그들 일족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블랙홀의 비밀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일터. 반드시 찾아내 정보를 얻어야 한다.


“에너지족을 찾는다라. 쉽지 않은 일이겠군”

“하지만 이제 동맹도 늘어났고, 광물도 확보했으니 이곳을 탈출할 방법만 알면 된다고”

“그런데 칼리스는 어떻게 하겠대? 그도 호퍼로 돌아선건가?”


그러자 수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곤충족이 말했다.


“아직까진 희망의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하지만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이 행성의 땅을 이루고 있는 성분과 지금 확보한 광물을 이용하면, 역대급으로 거대한 포자를 만들 수 있다. 그 어떤 우주선보다도 튼튼한 집 말이야”

“몇명이 탈지도 모르는데?”

“그건 걱정마라. 포자의 크기는 얼마든지 늘릴 수 있으니까. 우리에게 필요한건 반중력에 대한 기술이지”

“반중력?”

“거대한 포자를 우주로 띄우려면 블랙홀의 중력에 반하는 힘이 필요하지. 이 행성 어딘가에 그런 기술을 가진 종족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종족을 찾아낸다면 포자를 만드는 일은 곧바로 진행할 수 있어”

“좋은 정보 고마워”

“안타깝지만 안좋은 소식도 있다”


ESS-01 이 아닌 기계족 대장이 말했다.


“최근 몬스터들이 더욱 난폭해졌다는 정보다”

“그게 정말이야?”

“이미 여러 마을과 부락이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모두 알고 있길 바란다”

“음..그럼 파닐라가 있던 마을은 무사해?”


기계족 대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파닐라에게 전해줘. 여기 여러 종족이 연합한 새로운 본거지가 만들어질 예정이니, 마을사람들을 이리로 데려오면 어떻겠냐고. 물론 오든지 말든지 자유야”

“그렇게 전하겠다”


그러자 촌장이 말했다.


“여긴 광물이 풍부하지만, 막상 생명체에게 필요한 물이나 식량은 부족하지 않은가?”

“아니요. 방금 기계족이 그랬잖아요. 몬스터들이 온다고”

“그럼?”

“놈들은 우리에게 식량 그 자체죠. 에너지원이기도 하고. 그리고 촌장님은 물을 찾아내실 수 있잖아요?”

“날 걸어다니는 우물 취급하지 말게”

“그럴리가요. 아무튼 여기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니, 빨리 물을 찾는게 좋겠어요”

“물을 찾고나서 그 다음은?”

“새로운 동맹을 만들어야죠. 순수혈통 에너지족도 찾아보구요”



수백 수천가지 종족이 무리지어 거대한 도시를 이룬다. SF영화에서 본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를 토대로 보건데 서로 다른 문화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빠르게 소통을 하게 되면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지구의 최근 역사에서도 불과 수십년 전에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는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물론 서로간의 차이 때문에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칠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길 빠져나가면 각자도생이겠지만.


수현은 그날밤 또 꿈을 꾸었다. 블랙홀이 다시 태양계로 돌아와 수만가지 외계종족들이 정착하는 내용을. 하지만 현재 태양계는 수성과 금성, 지구를 제외한 행성들이 모두 블랙홀에 먹혀버린 상태. 설마 행성들을 온전한 상태로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아니면 다른 항성계에 있던 별을 블랙홀이 토해낸다면 얘기가 다르지. 우주에서 가장 다양한 종족이 사는 태양계라. 흠..


누군가 수현의 어깨를 흔들었다. 눈을 떠보니 촌장이었다.


“아직 일어날 시간 안됐잖아요”

“물을 찾았네”

“벌써요? 촌장님이?”

“아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찾았어”


이게 무슨 소리지? 수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보니 칼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당신이 물을 찾은건가?”

“찾은건 오래전이지. 이 뇌를 감싸고 있는게 뭐라고 생각하나?”


듣고 보니 그렇군. 그리고 광물을 식히는 과정에서 물이 필요하기도 하고.


“왜 진작에 알려주지 않은거지? 지금에서야 알려주는 이유는 또 뭐고?”

“내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저 여자를”

“뭐?”


칼리스가 가리킨 것은 다름아닌 릴리스였다.


“릴리스를 어쩌려고?”

“그녀는 이곳에 있는 유일한 여성 생명체 아닌가”

“그런데?”

“릴리스의 유전자를 주면 그걸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설마..임신?


“그런게 아냐. 너희 종족도 젊었을 때 세포를 냉동했다가 나중에 인공수정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물론이지”

“그거랑 비슷해”

“전문분야가 광물제련과 도구제작이라 하지 않았어?”

“날 이렇게 만든 시술 중에 하나가 의학이라고 말했을텐데”


뭐야. 그럼 의학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는건가?


“유전자를 어떤 식으로 제공하면 되지? 물론 내가 아니라 릴리스에게 물어봐야지”


릴리스는 그 소리를 듣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싫다는 제스처였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작가의말

22.05.27 설정오류가 있어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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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주의 알렉산드리아 22.05.30 49 0 12쪽
» 새로운 본거지 22.05.27 48 0 12쪽
9 광물 쟁탈전 22.05.26 53 1 12쪽
8 그녀와의 재회 22.05.25 52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55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70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75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81 9 15쪽
3 기계족 22.05.18 100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35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277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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